(1)
로우드는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조금도 위험이 없는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보여야했다.
'어서 쫓아와라!'
그런 그의 노력이 빛난 것인지 오크들의 식욕이 대단한 것인지 싸울 수 있는 오크들은 죽어라 로우드를 쫓았다.
낮은 언덕을 로우드와 오크가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방책으로 향해갔다.
미리 대기하던 방책위의 궁수들은 오크들을 겨냥해서 화살을 쏘았다.
처음 작전을 설명할 때 로우드가 궁수들에게 요구한 것은 오크들의 화를 돋구어야 하니 몸을 맞추란 것이었다.
'휙'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많은 수는 아니지만 화살들이 쏟아져 나갔다.
'퍽' '퍽'
여기저기 박히는 소리들. 오크들의 두터운 가죽에 화살들이 박히는 소리이다. 화살을 맞은 오크들은 괴성을 질렀다.
"꾸웨웩"
이것은 먹잇감인 로우드를 보고 흥분할 대로 흥분한 오크들에게 더욱 흥분을 불지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탐욕의 대명사인 오크들이 탐욕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되었다.'
로우드는 속으로 되뇌었다. 일차 작전인 유인 작전까지는 성공이었다.
방책에 도착한 로우드는 기사 첼로스의 옆에 섰다. 이제부터는 오크들을 막는 지루한 방어전이 시작된 것이다.
"꾸에에엑."
괴성을 질러대는 오크들에게 로우드도 좋은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전생에 죽은 덕분에 현생에서 부모님을 만나 행복하게 되었지만 그딴 거야 알바가 아니다. 어쨌든 전생에 자신을 죽인 놈들인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니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뒈져버려!"
평상시 진중한 모습을 버린 로우드였다.
로우드의 몇 번의 검의 휘드름에 오크한마리가 눕는다.
평상시보다 약간은 흥분해있는 로우드와 다르게 기사 첼로스는 평정을 유지했다. 경험이 있는 것이다.
로우드도 많이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지만 첼로스에게는 그마저도 필요 없었다.
단한번의 휘두름.
경지에 오른 첼로스에게는 오크에게 그것이면 족했다.
한번에 한 마리.
빠른 빛살이 번쩍이면 오크 한 마리는 눕는다. 그것은 정해져 있는 공식과 같았다.
로우드와 첼로스의 활약 덕분에 유인해 온 오크들은 지리멸렬해갔다.
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쁜 머리나마 머리를 장식으로 가진 오크들이 정신을 차리고 도망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로우드는 기세를 모아서 외쳤다.
"전진!"
토벌을 마무리 할 때가 온 것이다. 전장의 흥분으로 모두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로우드의 뒤를 따라갔다.
기사 첼로스는 그 와중에도 로우드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로우드가 적어도 소드 유저 중급인 것을 파악한 것이다. 그것도 다듬어지지 않은 검술로 말이다. 첼로스는 이제와서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직접 파악을 하려고 내심 결심하며 일단은 로우드의 말을 따랐다.
**
'끝났다. 이 망할 오크들을 다 죽였다고.'
평상시와 다르게 흥분한 로우드. 토벌은 대 성공이었다.
실전 경험이 없던 병사들은 부상자가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그것마저도 고작해야 4명이었다. 120마리 정도 되는 오크들을 상대한 것 치고는 정말 희생이 없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다른 마을이었으면 오크들에 휩쓸렸을 것이다. 그리고 마을은 사라졌겠지. 그것을 알기에 병사들은 기쁜 마음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마을의 방책에 들어서자 마자 마을 사람들은 환호를 내 질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로우드를 향한 칭송들.
"베일리프 로우드 만세! 기사 켈로스님 만세! 토벌대 만세!"
오전의 불안함 뒤에 오는 기쁨의 함성이다.
짧은 전투이지만 마을의 전력을 다한 전투 로우드도 기쁘지 않을 리 없다. 자신의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마을을 지켜낸 것이다.
한참을 마을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로우드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기사 첼로스였다.
의문의 눈으로 로우드가 쳐다보자, 첼로스는 말을 건넸다.
"베일로프 로우드. 나와 함께 좀 가세."
'이 사람이 왜 이러는 것이지?'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자신의 힘을 알았다 하더라도 내심 안심을 했던 로우드는 승리의 기쁨을 뒤로하고 기사 첼로스를 따라갔다.
마을의 가장 큰 건물 기사 첼로스의 집 뒤편. 엉성하게 만들어져있지만 수련을 위한 공터가 마련되어있다.
공터에 중앙에 서자마자 기사 첼로스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말했다.
"검을 들게."
마침 토벌을 위한 검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검이 없진 않았다. 그렇지만 다짜고짜 검을 들라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미친 건가.'
라고 로우드는 생각이 들었다. 로우드가 망설이고 있자 첼로스가 다시 말했다.
"어서!"
첼로스의 재촉이 이어지자 로우드는 검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첼로스의 말도 말이지만 기사 첼로스의 몸에서부터 살기가 뿜어진 것이다.
사실 첼로스는 몸이 달아올랐다. 평기사로 보낸지 20년. 소드마스터라는 대단한 경지는 아니지만 상급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다. 전투도 없이 보내던 나날에 오늘의 전투는 작은 전투이지만 흥분을 가져다 주었다.
거기다가 투박하고 경지도 자신에 비하면 낮지만 호기심이가는 어린 상대. 이 어린 상대라면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혀 줄 것 같았다.
자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욕심만은 부리지 않는다. 자신의 한수를 보여 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이 앞으 청년이 한 단계 더 올라서겠지.
로우드가 검을 들자 마자 첼로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젠장. 이 영감이 미쳤나.'
다짜고짜 검을 드는 상대에게 좋은 말이 나갈 리가 없다. 성격이 차분한 로우드라도 화가 나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보기힘든 많은 공방이 오고갔다.
로우드는 기사 첼로스의 일검 하나 하나를 전력을 다해 겨우 겨우 막았다.
이런 로우드를 보며 어느정도 검의 갈증을 해결한 첼로스는 생각했다.
'여기 까지인가. 생각보다 잘하는군. 처음부터 실전에 의한 검술. 여기까지 오른게 대단하다.'
첼로스는 지금의 공방을 끝을 내기로 결정했다. 평기사로 오랫동안 전투에서 떨어져 있던 자신에게 어린 청년이 호기심과 만족감을 주었다. 작은 선물 정도는 줄 때가 되었다.
'준비가 되었다면 얻겠지. 피하면 거기까지야.'
라고 생각하면서 외쳤다.
"마지막일세!"
로우드는 이를 꽉 깨물었다. 무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 올 것을 예상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봐준것을 느꼈다.
직접 부딪쳐본 기사 켈로스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 상급이다. 그것도 실전을 겪을 대로 겪어본 상급인 것이다. 자신도 마법을 배웠지만 한명의 검술가. 피할 수 없다.
이런 기분 좋은 공방은.
'부딪친다.'
"갑니다!"
밀리지만 먼저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며 로우드는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기사 첼로스의 검의 휘두름.
순간 오고간 한번의 공방.
'챙강.'
로우드의 검이 부러졌다.
'이거다!'
그리곤 생각 뒤에 이어진 로우드의 혼절. 완벽한 패배였다. 그렇지만 쓰러져가는 로우드는 웃고 있었다.
같이 검을 나눈 첼로스 또한 웃고 있었다. 만족의 웃음이다. 청년이 겁내지 않고 자신의 한수를 보았기 때문이다.
"봤군."
오크부족 토벌이 끝난 어느날.
로우드는 소드 유저 중급을 벗어나 상급으로 올라갈 실마리를 얻었다.
챕터 11. 의뢰를 받다.
모두가 일어나기엔 이른 새벽. 일찍부터 검을 휘두르는 이가 있었다.
환하게 빛나는 금발에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두른 이는 로우드였다.
로우는 지난 오크 토벌 뒤 기사 켈로스에게 완벽하게 패배했다. 낙심을 하진 않았다.
더 높은 검술 실력을 꿈꾸기는 하지만 전생에 스승없이 검을 배우면서 몇 번이나 패배하고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다.
군주의 시간 27편 - 의뢰를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