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3화 (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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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튼 남작은 5할이라는 큰 수익을 원한 만큼이나 확실한 일처리를 해줬다.

다른 귀족들도 평상시에 한번이나 두 번은 참외를 진상 받은 적이 있었다. 내심 언제고 먹었으면 하고 생각하던 것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니 귀족들이 얼마나 좋아했겠는가?

원래 귀족처럼 여유가 생기면 음식과 관련이 된 먹는 식도락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다. 현실에서도 후추처럼 향신료와 관련한 전쟁이나, 고대의 귀족들이 음식의 맛은 보고 싶은데 배가 부르기 때문에 맛만 보고 뱉거나 토하는 일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을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명예와 부를 다 얻으면 원초적인 것에 더욱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귀족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고든 휠튼 남작의 참외를 소개한 방법은 로우드의 생각보다 빠른 유행을 낳았다. 귀족 사이에서 확실하게 참외를 유행시킨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우른과 로우드를 일부 귀족들에게 소개시켜줬다.

참외를 생산해 낸 이들이라면서 말이다. 덕분에 로우드는 로우드데로 우른은 우른데로 서로가 바쁜 시간을 보냈다.

"휠튼 남작님의 영지에 있는 케런 상단주의 아들 우른입니다. 일을 맡겨주시면 성심 성의껏 처리하겠습니다."

우른은 소개받은 귀족들을 토대로 상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 케런 상잔주인 아버지한테서의 인정은 말 할 것도 없다.

휠튼 남작을 포함 귀족들의 지원들 덕분에 휠튼 남작령 내의 첫 번째 상단을 넘어서 귀족들 사이에 어느 정도 알려진 상단이 된 것이다. 우른은 대번에 목표를 이뤄낸 것이다.

우른이 이런 일을 성공하게 해준 로우드에게 감사를 표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로우드. 네가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할게. 단 상단을 넘기는 것은 빼고 말이야."

상단을 달라는 것이 아닌 한 무엇이든 주겠다며 호언장담까지 할 정도였다.

우른과 같이 로우드도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가을이 오기 전까지 여름의 끝자락 내내. 휠튼 남작을 포함하여 많은 귀족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답게 자신의 권력이나 부를 늘려 줄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기에 나이에 비해서 우른도 대단한 인물이지만 더 나은 인물은 로우드다. 몇몇 귀족들은 로우드가 흐름을 읽어내고 유행이라는 것을 만들어 낸 것을 눈치 챈 것이다. 그러니 늘어나는 귀족들의 부름.

유명해졌다지만 평민으로서 귀족의 부름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은 아니다. 로우드는 정말 이리저리 불려 다녔다.

"저를 불러주신 것은 영광이옵니다. 그렇지만 죄송합니다."

이 말이 로우드가 귀족들에게서 불려 다니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귀족들의 섭외 요청에 대한 결과는 모두 거절.

로우드는 지금의 마을 사람들도 가족과 같이 모두 소중한 이들 때문이기에 어떠한 귀족들의 조건과 유혹도 뿌리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휠튼 남작이 가장 어려운 상대라고 로우드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휠튼 남작은 어차피 자신 밑의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쉽게 넘어가 주었다. 물론 세금을 내러 볼 때마다 자신의 곁에서 일하라는 유혹은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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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라는 특산물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찾아온 첫 가을. 이때까지도 로우드는 계속 바빴다. 바로 밀을 수확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확을 한 밀들을 60%의 세금으로 계산하고 그 계산된 세금을 다시 영주 직할지로 보내고 로우드는 쉴 틈이 없었다.

거기다가 영주의 호감을 얻으니 자연스레 영주관에 찾을 일도 많아지는 법. 휠튼 남작은 흥미로운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쓸만한 영재로 생각하는 것인지 이것저것을 로우드가 갈 때마다 묻고 찾아댔다.

"영주의 행정관으로 오는게 어떤가?"

로우드가 영주관에 들를 때마다 듣는 말이다. 그만큼이나 휠튼 남작은 로우드를 원하는 것이다. 다만 급할 것이 없기에 강요는 하지 않는 듯하지만.

영주와의 독대가 끝나면 찾아가는 곳은 마법재료 거래소.

요즘들어서 로우드가 미리아에게 하는 첫마디는 항상 같다.

"미안해요."

여자친구인 미리아도 로우드의 사정을 잘 안다. 이번에 로우드가 성공한 특산물 산업이라는 것은 하나의 마을에 있어서는 혁명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로우드가 이곳 저곳에서 불려갈 때마다 영주 직할지 내에서 소문이 난 것도 있다.

미리아는 그런 로우드가 자랑스러우면서도 자신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내심 섭섭했다.

그러기에 마음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항상 퉁명스런 대답이 나간다.

"흥, 가서 너가 좋아하는 영주님이나 더 보지 그래. 나 바쁘다고."

쑥맥인 로우드는 말로서 여자를 달랠 줄 모른다. 계속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

"미안해요."

사랑하면 언제나 약자라고 하던가? 미리아는 자신이 좋아하기도 하고 로우드의 맘을 알기에 질 수 밖에 없었다.

"바보. 이러다가 누가 나 채갈지도 몰라. 나 이래 뵈도 여기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자란 말야. 이번만이야."

"감사해요. 미리아."

"언제까지 여자친구한테 존대말을 할거야 바보야."

언제나와 같이 떼를 쓰는 미리아. 그런 미리아와의 시간이 로우드는 가장 행복할 때 이다.

로우드는 이런 행복을 휠튼 남작때문에 미리아도 자주 찾지 못하고 잠시간 얼굴만 보고 갈 뿐이다. 미리아도 내심은 섭섭했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영주가 로우드를 찾는다는데 말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풋풋한 연인 모두가 아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로우드는 매일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도리가 없다.

**

그렇게 영주를 접견하랴 서툴지만 연애를 하랴 바삐 보낸 가을 뒤에는 겨울. 원래 베일로프는 가을과 겨울에 가장 바쁘다.

겨울이 되면 마을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하는 방책을 보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로우드는 그냥 보수만이 아닌 확장까지 해야 한다. 거기다가 휠튼 남작 때문에 원래 할 일이 커졌다. 겨울이 얼마 안되고 어느 날,

"고른 마을 베일리프 로우드는 칙령을 받으시오."

콥슨이 베일리프를 할 때는 없었던 칙사의 방문이다. 로우드는 배운 예법데로 무릎을 꿇고 칙령을 받았다. 영주가 한 것치고는 거창해 보이지만 베일리프라고 해도 평민. 이 정도의 예의는 과례가 아니다.

로우드가 받아든 칙사가 건낸 칙령을 살펴보았다.

'이번 특산물 산업으로 고른 마을은 나 휠튼 남작의 영지령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중략-

하여 이번 겨울에 있을 방책 확장사업을 지원하려 병사20명 농노 50명을 보낸다.

이들을 잘 활용해서 다음 해에도 기대만큼 잘해주길 바란다.

휠튼 남작 백

이런 저런 귀족스런 말을 제외하고 칙령을 이해하면 이렇다. 휠튼 남작이 특산품으로서 참외의 성공에 고무되었다. 그러니 마을을 발전시키는데 활용하라며 사람들을 보낸 것이다. 보낸 사람들의 수는 칙서에도 쓰여 있듯이 병사 20명과 영주 직속 농노 50명이다.

농노들은 정착을 시키고 방책 확장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특산물 성공에 고무된 휠튼 남작이야 노동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해서 더 보내준 것이다.

이왕 성공한 거 더 크게 하라는 것이다. 모두 영주인 자신에게 보내 줄 세금을 늘리기 위해서다.

로우드에게는 방책도 확장해야 하는데다가,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위한 건축물도 만들어야 하니 일이 오히려 늘었다. 병사들에게는 새로운 숙소와 초소를 지어줘야 했고, 농노들에게는 살 집을 만들어 줘야 했다. 늘어난 노동력만큼 일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단점만 생긴 것은 아니었다. 무슨일이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따라다닌다.

병사는 늘어난 방책에 필요한 인원과 몬스터로부터의 마을 보호에 활용 되었다.

군주의 시간 22편 - 발전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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