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2화 (22/228)

(1)

"그렇지."

"그것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저와 우른이 합작을 해서 고른 마을에 텃밭을 조성해 참외를 꽤나 많이 생산해 내었습니다. 우른의 상단을 통해서 어느 곳에나 쉽게 참외를 보낼 수는 있는데, 이것을 소비하실 귀족분들에게 소개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해달라는 말을 꺼낸 것이군. 아아, 알겠어."

로우드의 설명에 대해서 휄튼 남작은 쉽게 이해를 한 듯했다. 그 점만은 다행이라고 로우드가 생각하고 있는 그때.

"그런데 말이야. 나에게 세금 말고 다른 건 없나? 이정도 까지 생각해 낸 네가 그것만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군."

'올것이 왔다.'

라고 로우드는 생각했다.

"귀족분들이 참외를 찾으시면 많은 수익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해가 갈수록 수확량이 늘고 많이 찾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수익을 진상할 것입니다."

"호오. 그렇지만 어차피 귀족의 수는 소수. 가격이야 밀같은 거보다 비싸겠지만 그렇게 많이 소비는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귀족분들 만이 아닙니다. 부유한 상인과 같은 일반 평민들보다는 여유 있는 자들도 소비할 것입니다."

"그래도 부족해. 부자는 숫자가 적으니까 부자라고. 남들보다 돈이 많다는 것이야."

역시나 휠튼 남작은 그냥 귀족은 아니다. 핵심을 잘 안다. 로우드에게 더 많은 것을 내 놓으라는 것이다. 로우드는 결국 마지막 한 수를 말했다.

"다양화 할 것입니다."

"다양화?"

"예. 참외 하나만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로부터 귀족 분들이 식도락에 큰 돈을 쏟아 부으신다고 하지만 매일 같이 참외만 드시는 것은 한계가 있지요. 유행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한계에 부딪칠 것입니다."

"그래. 계속해봐."

휠튼 남작이 확실히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저는 그 유행을 최대한 길게 만들 것입니다. 바로 다양성으로 말입니다. 단지 참외만을 생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것을 찾았습니다."

사실 로우드가 다양한 것을 하기 위해서 뭔가 조사를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로우드가 맡은 베일리프 직이 한가하지만 마을에 붙어서 베일리프로서 관리도 하랴, 영지 직할지에서는 미리아와 연애도 하는데 어떻게 조사를 할 시간이 생기겠는가. 수련도 하는데 말이다.

다 과거 전생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서 말하는 것이다. 로우드의 대안은,

"바로 영주님이 가끔 한번 씩이나 진상되던 것들의 대량 생산입니다."

"말해봐."

로우드의 설명은 그랬다. 평상시 영주에게 가끔 진상되는 것들이 있다. 가끔 영주는 진귀한 야생 짐승의 가죽이나 참외와 같은 자주 보지 못하는 먹을 것들을 진상을 받는다.

야생 짐승의 가죽과 같은 것은 사냥을 해야 만하고 많은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음식들은 다르다.

재배법을 알아내는 것이 어려울 뿐 알아내면 되는 것이다. 지금 키운 참외에서부터 사과 포도에 이르기까지 어렵긴 하지만 키워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거기다가 로우드에게는 다른 농부들과는 다른 비밀 무기인 '마법'도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다른 이들에 비해서 별다른 시행착오없이 항상 잘 키워낸다는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로우드는 마법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지난 홍수로 몬스터 숲을 영주의 도움이 조금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방책을 늘려서 좋은 농경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참외를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사과와 같은 다른 작물도 특산물로서 잘 키워 낼 수 있다는 점과 우른과 함께 유통망을 확립시켜 놨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늘어나는 세금은 보너스이고 말이다.

거기까지 설명을 듣고는 휠튼 남작은 몹시 좋아했다. 거기서 이어지는 휠튼 남작의 강수.

"내가 그것들을 모조리 뺏을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봤나?"

우른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로우드는 여기까지도 생각을 했다. 휠튼 남작은 강직한 사람이다. 이득을 취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렇게 까지 비열한 인간은 아닌 것이다.

"물론 휠튼 남작님의 높은 능력으로 해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귀족들에게의 유행. 직영 상단을 통한 유통까지 말입니다. 단 한가지, 제가 더 잘해 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로우드에게는 도박이다. 하지막 먹힐 것이라 생각하는 도박이다 이런 도발은.

"재미있군. 이번 고른 마을의 베일리프는. 뭐지?"

"특산물들을 잘 생산해 낼 능력입니다. 하급의 특산물을 만들어내면 제 목을 치셔도 됩니다."

"좋은 자신감이군. 젊은이의 패기? 아니면 망상? 뭐 어쨌든 좋아. 마음에 들었으니까. 5할이다."

"네?"

여기부터는 로우드도 생각하지 못한 예상보다 높은 액수였다. 수익금의 5할이라니. 어느정도 수익금을 떼어줄 것은 생각했다. 그렇지만 너무 높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칼을 쥔 자는 로우드가 아닌 것을. 5할이라도 우른과 나누게 되면 2.5할이다.

그렇지만 이 액수로도 마을 사람들은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생에서 평민들의 삶이 특산물 이후로 변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귀족과 실랑이를 할 수 는 없다. 특히나 자신이 칼자루를 쥐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울며 겨자를 먹는 심정이지만 로우드는

"예. 감사합니다."

라고 밖에 말을 못했다.

일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고 로우드와 우른이 물러나려 했다.

그 때에 들려오는 휠튼 남작의 목소리.

"고른 마을의 베일리프는 남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로우드는 궁금증이 일었다.

대뜸 들려오는 휠튼 남작의 말.

"네가 생각해냈지? 특산물말야."

그렇다. 휠튼 남작은 로우드에게서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평범한 평민이 해 낼 생각이 아니다. 고작 200여명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나 관리하는 평민 베일리프가 생각해 낼 것이 아닌 것이다.

그 점에서 휠튼 남작은 로우드한테 호감과 호기심을 느꼈다. 그래서 따로 남겨서 묻는 것이다.

'평범하게만 살기는 힘들겠군.'

이미 눈치를 챘다는 것을 알아 본 로우드는 순순히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네. 그렇사옵니다."

자신의 눈치에 만족을 한 듯 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어디까지이지?"

로우드는 순간 어디까지 숨겨야 할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이 휠튼 남작은 아직은 순진한 우른을 통해서라도 알아낼 것 이다.

'우른은 조금만 캐물어도 남작에게 겁을 먹고 다 말을 하겠지.'

어떻게든 알아내려는 기색을 남작에게서 느낀 로우느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말했다.

"참외의 생산, 유행의 선도, 유통로를 찾을 생각까지 제가 했습니다."

"똑똑하군. 똑똑해."

"감사합니다."

"가봐."

따로 불러내서 물은 것치고는 별 것 없었다. 로우드는 짧게 인사를 건네고 영주실을 나섰다.

"재미있군. 재밌어."

영주실에 남은 휠튼 남작은 로우드가 나가고 난 뒤에도 한참을 여운을 느꼈다. 그 동안 이런 작은 영지에서 지내는 동안 처음으로 인재를 만난 것이다. 중앙 아카데미를 나온 난다 긴다 싶은 영재들보다도 더욱 뛰어난 인물을 말이다.

이런 영주의 호감과 호기심이 로우드에게 어떤 일로 다가올 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로우드는 영주와의 마지막 독대는 조금 걸렸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냈다.

순진한 우른은 기쁘게 웃고 있었다. 로우드는 일이 성공한 것은 좋지만 남작과의 독대로 인해 약간은 씁쓸함을 느꼈다.

18세의 겨울이 다가오던 때. 로우드는 마을 사람들의 여유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실행해냈다.

영주의 호감은 덤으로 얻고 말이다. 이런 변화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알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로우드는 단지 행복할 뿐이다. 앞으로 행복해 질 영주민을 생각하면 말이다.

군주의 시간 21편 - 발전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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