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20화 (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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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방책의 문제도 그렇다. 로우드는 자신의 무력을 아직 마을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로우드만의 욕심이었다. 단 하나의 욕심. 그런 욕심을 깨야만 할 때가 왔다. 평범한 로우드로는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의 더 높은 행복을 추구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있을 불안한 점의 설득을 해야 하는 것이 로우드의 할 일이다.

그리고 로우드도 직접 키우는 것은 처음 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직접해보면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농업으로 치면 생각지도 못한 병이라든지, 심는 시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던지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로우드는 마을 사람들의 불안감과 시행착오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싶었다. 심리적인 것을 해결해야 모든 일이 잘 되는 것이다. 뭐든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고 서두르다보면 될 일도 되지 않는다.

'수련처럼 단계적으로 하나 하나 씩.'

로우드는 일단 하나하나 차분히 해결하려 마음을 먹었다. 대규모로 하는 것은 겨울에 방책을 늘리고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가장 처음 있을 거부감 문제. 이는 이번에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지금은 여름 마침 참외를 심기도 딱 좋은 때다. 문제는 누가 심을 것인가이다. 소규모라도 올해 잘되는 것을 보아야 올해 방책을 늘리고 내년에 대규모로 심는 것을 다들 찬성하지 않겠는가?

베일리프가 마을에서 가장 큰 권력자라고 해도 독재자는 아닌 것이다.

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로우드 자신에게 가장 믿음을 주는 이들을 설득함으로서 해결했다. 바로 부모님인 것이다.

로우드가 마을의 베일리프가 되고나서 로우드의 부모님의 그에 대한 믿음은 어마어마하다.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20대도 되지 않은 나이에 당당히 시험을 치고 베일리프가 된 아들이다.

그것도 다른 베일리프보다도 힘든 시험을 치고 말이다. 그런 아들이 나서서 설득을 시작했다.

가장 처음에는 야생을 참외를 보여주고 맛을 알려주었다. 아버지는 처음에 참외가 누렇게 생긴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 듣도보도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이곳의 완전한 토박이라기 보다는 이웃마을에서 시집을 온 경우이기 때문에 한번이지만 맛을 본 듯 했다. 맛있어 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도 함께 맛을 보았고 맛에 관한 부분은 합격을 했다.

판매에 관한 문제야 로우드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하였으니 패스.

믿음직한 아들 로우드의 설득에 부모님은 함께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밭을 꾸리기로 하였다.

밭을 만들면서 로우드는 자신의 본래의 힘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었다. 빠르게 밭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있고 자신만의 힘에 대해서 미리 적응시킬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마나를 사용해서 육체적으로 강한 힘을 약간이나마 보여준 것이다. 처음에 그런 로우드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혼비백산했다.

아들이 기사나 보일 수 있는 힘을 자신 앞에서 처음 보인 것이다. 그 때에 로우드는 준비한 이야기를 했다. 새벽에 매일같이 나가서 단련한 것과 약초를 캐면서 얻은 육체적 단련으로 얻은 것이라고 말이다.

많이 억지인 것을 로우드도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수련을 해본 상급병사나 기사들은 전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스승도 없이 혼자서 마나를 사용하는 마나유저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단지 수련을 해서 힘을 기르는 것과는 별게의 문제다.

꼭 수준높은 검술이 아닌 노력으로 되는 경지이기는 하지만 체계적인 수련이 있어야하고 스승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도 부모님의 로우드에 대한 믿음과 검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일인 것이다.

어찌되었든 부모님이 로우드가 가진 힘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적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부러 마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마법이란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일 뿐이니까.

무슨 이유든 부모님이 하나 하나씩 로우드의 힘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 뒤로는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

아들이 이런 힘을 가졌다는 것은 로우드의 부모님에게 자랑할 만한 일이다. 어머니가 말을 하고 다닐 것이고 이런 작은 마을에서 새로운 소식은 날개를 단 듯 금방이나마 퍼져 나가는 것은 금방이다.

'내가 전생(前生)에 그랬듯, 사람은 금방 적응하지.'

로우드가 생각하기에 방책을 늘릴 겨울 정도가 되면 모두가 로우드의 새로운 힘에 대해서 적응할 것이라 계산했다. 모든 건 로우드의 계획안에서 돌아가는 것이다.

부모님의 놀람을 뒤로하고 텃밭을 만드는 건 금방 이루어 졌다. 마나를 다루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런 이가 텃밭을 가꾸는데 힘을 쓰니 일이 느리게 이루어 질 이유가 없다.

씨앗은 전에 집사에게서 얻었던 참외를 사용해서 심었다. 심고 나서 남은 문제는 처음 하는 일에 대한 시행착오. 이것에 대한 것도 로우드는 해결책을 미리 찾아냈다.

어느정도는 잘못 심어도 상관없다. 부모님 몰래 마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로우드가 사용할 마법은 1서클 저급 마법 '플렌트'

플렌트는 전투용이 아닌 생활마법이 아니기에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하급 마법사들의 마법 활용을 위해 사용되는 마법이다.

1서클 마법사가 마나 활용이나 계산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아무래도 저 서클이고 처음 마법을 사용하니 천재가 아닌 한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매직 미사일같은 전투마법을 아무 곳에나 난사할 수 도 없지 않는가.

그래서 그나마 마법이 제대로 활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위험하지도 않은 마법을 마법연습에 사용한다. '디그'는 범위가 넓고 다시 땅을 되돌리기 힘들다. '그리스'도 매일 마법사 자신이 걸고 나서 넘어지면서 확인할 순 없지 않는가. 그래서 자주 활용되는 게 앞서 말한 '플렌트'이다.

'플렌트' 마법을 식물에 쓰면서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식물이 시듬으로써 확인을 한다. 잘 걸렸다면 생장속도가 빨라지는 것이고 말이다. 안 죽으면 성공인 것이다.

전생에서 로우드는 플렌트를 죽어라 사용했었다. 스승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마법을 연습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 때문에라도 '플렌트'는 로우드에게 가장 자신 있는 마법 중에 하나이다.

뭐든지 익혀서 손해가 될 것은 없다. 연습을 하려고 죽어라 쓰던 것을 이렇게 농업으로 실제 활용하게 되었으니 세상사는 신기한 것이다.

"잠시 산책하고 올게요."

로우드는 밤마다 산책을 한다는 핑계로 텃밭을 가서 '플렌트'를 사용했다. 부모님은 참외 농사라는 새로 시작한 일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구나하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지켜봐 주었다.

매일 매일 눈에 띄게 빨리 자라나는 참외를 보고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참외라는 거 이거 굉장히 빨리 자라는 식물이구나. 난 이걸 왜 몰랐는지. 허허. 신기하다 신기해."

그런 아버지의 순진한 반응에 로우드는 작게 웃을 뿐이다.

**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온 여름의 끝자락. 3개월이 지나고 참외를 수확할 때가 왔다.

"고놈 참 실하다. 실해."

첫 참외를 수확 한 로우드 아버지의 말이었다.

로우드의 마법의 힘까지 들어갔으니 실패할 리가 있겠는가. 마법의 힘은 실생활에서도 대단하다. 첫 참외 수확의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수확물을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먹어보니 결과는 대 성공. 아직까지 이게 돈이 될 것이라 믿는 마을 사람들은 없었다.

맛있기만 한 신기한 식물에서 돈이 되는 식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로우드가 해야할 일은 단 하나. 바로 참외를 판매하는 것이다.

군주의 시간 19편 - 참외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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