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9화 (19/228)

(1)

그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영주의 범죄자 소탕 덕이었다. 한동안은 배고픔을 벗어날 수 없었으나, 어찌되었든 자유를 얻은 것은 로우드에게 고마운 일이었다.

현생에서 괴롭힘 받은 바는 없지만 전생(前生)을 기억하고 있는 로우드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왠지 반가운 소식을 안고 돌아가려는 로우드에게 집사가 무언가를 건넸다. 이번에 영지민이 진상한 것인데 영주가 집사에게도 먹어보라고 건네준 것이란다.

집사가 로우드를 좋게 보았는지 한번 맛이라도 보라는 것이다. 노랗고 동그란 것. 집사가 건넨 그것은 전생에 단 한번 맛보았던 것 참외였다.

특산물. 전생의 로우드 나이 30쯤에 한창 귀족들 사이에서 참외 붐이 일어났었다. 그것은 농민 사이에 혁명과 다름없었다.

평생을 키우는 밀은 키워보아야 고작 먹고살만한 상태만 유지 될 뿐이다. 발전이 없다. 혹여라도 생산량이 낮거나, 영지의 세금이 높으면 먹고살기도 힘들어지는 빈곤만이 남는다. 누가 농법을 발견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참외라는 작물은 혁명이었다.

과수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치품이다. 그렇다면 사치품이니 만큼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 다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높은 가격인 참외 같은 것을 길렀었다.

그 외에 시간이 지나 사과와 같은 다른 과일들도 키우는 붐이 일어났었고. 어찌되었던 그런 붐의 처음 시작은 참외였다.

다른 것에 비해서 키우기 쉽고 높은 가격을 가졌으니까 말이다.

이때 일어난 여유로움으로 농민들이 지금의 삶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부를 가진 평민들의 생활수준도 높아진 것과 함께 문화수준도 함께 올라갔다. 덕분에 나라도 많이 변화하였었지만 이것에 대해 지금은 논외로 치자.

집사의 범죄 토벌령에 대한 설명도 듣고 참외라는 새로운 힌트를 얻은 로우드는 영지 직할령에 와서도 영주를 보지 못했다는 허탈함은 사라지고 좋은 기분으로 영주관을 나설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답답함이 사라진 영주관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나온 로우드. 다음에 가야할 곳은 사실 가야할 곳은 정해져 있다.

마법재료 거래소. 거래소 앞에 도착하고서도 로우드는 한참을 망설였다. 아직도 어제의 설레임과 어색함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하고 들어가려는 그 때,

거래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상인들인들 했다.

그런 상인들을 마중을 나오는 것인지 미리아도 같이 나왔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의 뒤에 눈이 마주친 둘. 그리고 아직 감도는 어색함. 그들은 쑥맥이었다.

"드.. 들어와."

들어가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 둘. 역시나 풋풋하다.

그렇게 영주직할지에서 하루를 더 보낸 로우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을로 돌아갔다.

다음에 미리아와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며.

**

미리아와의 첫 입맞춤으로 기분 좋은 맘으로 돌아온 로우드. 그렇지만 아직 남은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고른 마을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 줄 것인가.

보통의 베일리프라면 이러지 않을 것이다. 그저 맡은바 일만해도 베일리프 직에 문제는 생기지 않으니까 말이다. 마을 사람들의 행복이 곧 로우드 자신의 행복이기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다.

베일리프가 되고 현실을 알자마자 한 달을 넘게 해온 고민이다. 참외로 무엇을 키울지는 해결하였지만 하나가 남았다.

바로 농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한기 때에 사람들을 동원해서 방책은 어떻게 늘리더라도 땅을 개간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겨울에 언 땅을 개간하는 것은 별다른 장비가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 매우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한창 바쁠 봄에서 가을까지 할 여유도 없지 않은가. 지금도 매일같이 일해도 빈곤함이 함께하는데 말이다.

답답하기만 한 머리라도 식힐 겸, 로우드는 안에서만 고민하기보다는 방책 밖으로 나섰다. 전에 최대의 트라우마인 장마를 해결할 때에도 강의 지류에서 해결했었다. 그때부터 로우드에게 생긴 습관.

'한곳에서 푹 쳐 박히기 보다는 밖에서 생각의 전환을 해보자.'

이다.

그 동안 방책 밖을 잘 나서지 않았다. 공부를 하느라고 나갈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부모님에게 베일리프 공부를 하겠다고 했는데 매일같이 약초를 캐러 나갈 수 는 없지 않은가?

마법진은 조금 효율이 낮지만 3서클 마법사가 되면서 자신의 마력으로 해결을 해 나갔다. 효율 문제를 떠나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랜만에 도착한 방책 밖 몬스터의 숲. 그런데 도착한 몬스터의 숲은 엉망이었다. 홍수 때문에 어느 정도야 예상을 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전생의 로우드의 기억에 크진 않지만 방책도 있는 마을을 휩쓸었던 홍수이니 얼마나 컸겠는가.

크고 뿌리 깊은 나무들이야 남아 있었지만 숲 외곽에 있는 생명이 얼마 되지 않은 나무들은 뿌리채 뽑혀 있었다. 홍수가 얼마나 심했는지 갈아 엎어진 채였다. 그나마는 새로 자란 작은 풀뿌리들.

'이거다!'

머리를 식히려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지만 행운이었다. 마을의 주민들에게 필요하지만 없는 것은 시간이다. 즉 비옥할 토지를 만들어낼 시간과 새로운 것을 키울 시간이다. 새로운 것을 무엇을 키울지는 영주 직할지에서 집사와의 만남으로 해결했었다.

키우기 쉽고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참외다. 나머지 하나의 문제인 비옥한 토지를 몬스터 숲 외곽에서 공짜로 얻어낸 것이다.

방책의 문제는 농한기가 곧 다가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다. 어차피 수확이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별달리 할 일이 없기에 보수를 겸해서 마을 방책을 늘리면 될 것이다. 한번에 튼튼하게 만들 필요도 홍수 덕에 그리 필요가 없다. 저번의 홍수에 몬스터들이 한번 휩쓸렸었다. 아직까지도 간간히 쳐들어오긴 하지만 전보단 훨씬 나은 것이다. 거기다 3서클 마법사이자 하급 소드 유저인 자신도 있지 않은가?

로우드는 베일리프이자 자경단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다 드러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핑계야 어떻게 되든 지금의 삶이 변화할 때가 되었다.

아니 변화는 홍수를 막고 부모님의 죽음을 막을 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숨겨진 변화.

평범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로우드가 변화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당장에는 마을 사람들도 당황할 것이다.

그렇지만 로우드의 마음이 전해진 다면 지금의 행복한 삶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생산물은 참외.

농지는 전의 몬스터 숲 외곽

방책은 농한기의 겨울, 공사동안의 보호는 로우드 자신.

새로운 행복을 위한 모든 준비가 되었다.

이제 실행만이 남았을 뿐이다.

챕터 8. 참외를 심다.

참외를 마을의 특산물로 삼으려 마음을 먹은 로우드는 참외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참외는 양지바르고 물 빠짐이 좋은 곳이 키우기에 적당하다. 새로 참외밭이 될 몬스터의 숲도 나무가 사라진 덕분에 양지가 바르고 강 옆이기에 물 빠짐도 적당하다.

주변의 흙이 부드러운 장소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곳 고른 마을 주변의 땅은 부드러운 것으로 이미 수확량이 높았다. 안성맞춤이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초기에 적응하지 못할 마을 사람들이다. 처음에 참외를 심어보면 처음에는 거의 자라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새로운 도전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밀만을 키우면서 지내는 것은 빠듯하지만 나름 안정적인 삶이다. 그렇지만 참외를 심는다고 생각해 보라. 괜히 투자를 해놓고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특산물이 성공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로우드야 미래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다른 마을 사람들은 미래의 흐름을 모르는 것이다.

군주의 시간 18편 - 참외를 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