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4화 (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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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동북쪽으로는 아크란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마의 숲 덕분에 국경지대가 좁아서 제국과 국경을 맞서고 있음에도 나라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 곳으로는 바다로서 다른 나라와 맞대고 있는 곳이 없다.

나라의 안을 살펴보면 먼저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중앙에 왕령 직할지가 있다. 대를 이어 작위를 인정받는 세습 귀족으로는 공작 2명, 후작 3명, 백작 3명, 자작 3명, 남작 7명의 세습귀족들이 있다. 이들은 나라가 건국 될 때부터 인정받은 귀족으로서 국가 권력의 중심이다.

다른 많은 귀족들도 꽤나 많은 숫자가 있는데 이들은 세습귀족이 아니다. 대체로 유명한 기사라거나 행정관들이 공작, 후작, 백작의 밑에서 대대로 작위를 받고 있다. 대대로 작위를 받고는 있지만 진정한 세습귀족은 아니므로 권력의 중심에 서지는 못한다. 세습 귀족들이 권력의 중심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로우드가 있는 영지는 휠튼 남작령으로 18명의 세습 귀족 중에 하나이다. 위치는 빈란드 내에서 중앙의 약간 아래에 있다.

아래로는 샤렌 공작령을 끼고 있고 양 옆으로는 훼린후작령과 미린백작령이 위로는 또 다른 남작 자작 등의 영지가 있다. 곳곳에 둘러 쌓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남작이 있는 영지는 리든 강이 관통을 하고 있는 곡창지대로 매해 많은 양의 곡물을 수확한다. 또한 휠튼 남작령 사람들은 대대로 상재에 밝아서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로우드가 있는 고른 마을은 휠튼 남작령의 남서쪽에 위치해서 작은 마을치고는 매년 많은 양의 세금을 내고 있다. 지류이지만 강물을 끼고 있어서 많은 양의 곡물을 수확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로우드의 설명이 끝났다. 콥슨은 그런 로우드의 설명이 흡족한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정도면 되었다. 이제 며칠 후면 자작령에 가겠구나."

"예 베일리프님. 그동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남았다고 빈둥대지말고 마지막 정리라도 하려므나. 뭐 로우드 너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말이다."

"예."

로우드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그 날의 수업은 끝이 났다. 이제 휠튼 남작령으로 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제 시험만 보면 되는 건가.'

로우드는 약간의 긴장을 느꼈다.

**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로 4일 후 오전.

각각의 행랑을 든 로우드와 콥슨의 뒤로 마을 사람 세 사람과 함께 수레가 따른다.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베일리프인 콥슨이 은퇴를 하겠다는 말도 전할 겸 마을의 세금을 내기위해 가기 때문에 수레도 같이 따르는 것이다.

베일리프가 되려고 로우드가 따라 나서는 것은 작은 마을에서 꽤나 큰 행사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배웅을 하고 있었다. 배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로우드의 부모님도 끼어 있었다. 로우드의 합격을 기원하며 바쁜 와중에도 나선 것이다.

"로우드, 꼭 시험 잘보고 오렴."

"네, 어머니. 최선을 다하고 올게요."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려 로우드는 어머니를 꼭 껴안고 길을 나섰다.

드디어 시험을 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비록 하루 걸리는 거리지만 말이다.

로우드의 일행이 자작령을 향하는 여정. 전에 있던 강도떼를 처리해서인지 아니면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인지 일행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실 로우드의 첫 자작 행 때에 강도가 나타난 것이 이상한 것이다.

일행은 한 밤이 되어서 도착하였다. 세금을 위한 짐이 있기 때문에 혼자서 나설 때보다는 늦은 것이다.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너무 늦어 영주는 다음날 영접하기로 했다. 일행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피곤했기 때문에 별다른 말이 없이 하루의 마지막을 보냈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밝았다.

별달리 어려운 시험도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로우드는 크게는 긴장을 하지 않았다.

영주의 영주관에서 문지기들에게 간단한 검사 절차를 거치고 콥슨과 로우드는 영주관 한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을의 베일리프라고는 해도 평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다림은 필수인 것이다.

두 시간 가량이나 기다렸을까. 시종하나가 나와서 영주관 안쪽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영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똑똑'

노크 후 시종 하나가 영주관 내의 어느 문을 하나 열어 놓고는 서 있었다. 다 도착했다는 뜻이다.

콥슨이 고갯짓으로 조용히 시종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영주관의 한 방안에 들어섰다.

흘낏 본 영주는 평민들이 쉽게 그리는 뚱뚱한 몸에 탐욕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약간은 마른 듯 한 몸매에 보기 좋게 붙은 근육.

그리고 또렷한 눈매에 보기 좋게 정리된 수염까지.

곱게 나이를 먹은 40대의 중년이었다.

탐욕스러운 영주를 상상하는 평민들의 기대를 깨는 너무도 멀쑥한 모습이었다.

무언가 기대했던 것에 대해서 작은 실망을 느끼며 로우드는 콥슨에게 배운 것대로 콥슨과 예를 다해 함께 인사를 했다.

"휠튼 남작령 고른 마을의 베일리프 콥슨. 영주님을 뵙기 위해 왔습니다."

"그래. 아직 세금을 내기엔 기간이 좀 남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왔군. 마을 내에 무슨 일이 있나?"

당당함이 느껴지는 영주의 목소리였다. 그에 반해서 콥슨은 신분조차 아랫사람이기 때문일까. 평상시의 모습과 다르게 조금은 아부조의 콥슨의 목소리였다.

"예.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사옵니다."

귀족의 답이 있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자연스레 길어진다. 로우드가 예의를 되 뇌이고 있을 때 들려오는 영주의 대답,

"뭐지?"

"송구하오나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이만 베일리프 직을 놓으려고 합니다."

"콥슨의 나이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닐 텐데 말이지. 그래 그럼 그 뒤에 있는 아이는?"

"저희 마을에서 베일리프 직을 이어받으려고 하는 아이이옵니다. 시험을 치기 위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영주님께 보여드릴 겸 데려왔사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베일리프 직의 시험 자체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귀족에게는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의 평민에게 많은 돈은 없기 때문에 그런 간단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평민들 대부분이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통 마을의 베일리프 직을 이으려는 자는 마을에 하나에서 많아야 두 명.

많은 이들이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간단한 시험을 치고 이어 받는다.

그런 관례가 있기 때문에 콥슨은 자신이 보고만 하면 로우드가 당연히 시험에 합격해서 다음 베일리프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험 이전에 로우드를 소개를 하려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콥슨의 예상과 다른 답이 영주에게서 돌아왔다.

"그래 그럼 베일리프 시험 공고를 내리도록 하지."

"네?"

'시험 공고라니?'

콥슨은 내심 당황했다.

본래 귀족의 말을 되묻는 것은 예의는 아니지만 콥슨은 너무 당황해서 되물었다. 휠튼 영주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지 별달리 화를 내지 않고 대답했다.

"무슨 문제 있나?"

시험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는 없었지만 말이다.

"용건이 끝났으면 돌아가게나. 세금 정산은 집사와 마무리 하도록 하고."

"휠튼 남작님에게 경의를. 소신은 이만 가보겠사옵니다."

"은퇴하고서 푹 쉬게나. 수고했어. 특별히 하사금은 내가 후에 보내주도록 하지."

영주의 말을 마지막으로 콥슨은 집사의 사무실로 갔다. 이 시대의 집사는 집의 대소사를 맡는 것 이외에도 행정관의 일을 담당한다. 그래서 콥슨의 세금 일도 집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세금에서 문제가 일어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집사와 콥슨의 일은 금방 끝났다.

군주의 시간 13편 - 시험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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