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0화 (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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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로우드의 세계이기에 아직 책들은 필사본밖에 없다. 모두 수공업으로 제작된다는 것이다. 그런 책이니 얼마나 비싸겠는가? 일반 평민은 사지도 못할 가격이다.

베일리프가 기초적인 것만 공부해도 된다고 하더라도 교재 값만 5골드는 들어간다.

일반 집의 1년치 생활비를 살짝 넘는다. 거기서 부모님이 걱정을 하시는 것이다.

로우드에게 얼마나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로우드는 쉽게 이야기했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제가 그동안 약초를 캐서 모아둔 돈이 있잖아요."

"그러니? 부모가 돼서 미안하다. 그래도 우린 로우드 너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부모님의 정성어린 마음에 다시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되뇌이며 로우드는 베일리프가 되기로 결심한다.

까짓거 전생(前生)에서 치열하게 살던 것보다는 쉽지 않겠는가?

**

저녁식사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날. 로우드는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리고 휠튼 남작령으로 가겠다고 말하였다.

로우드가 살고있는 마을인 고른 마을은 휠튼 남작령에 속해있다.

남작령의 크기는 현대로 치면 시정도의 크기가 된다.

그렇지만 아직은 개발이 덜 되어서 대부분이 숲이고 성을 중심으로 띄엄 띄엄 마을과 몬스터 숲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휠튼 남작령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영지의 중심인 휠튼 남작령은 현대로 치면 읍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반나절 정도 보통의 성인 남자가 꾸준히 걸어가면 도착할 거리다.

로우드의 어머니는 그 혼자서 영지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여비하나 내주지 못하는 것을 못내 미안해 하셨다.

로우드의 짐안에 큰돈이 있는 것을 모르시니 하는 행동이었다.

배웅을 받으면서 로우드는 길을 나섰다.

그리곤 노다지를 얻었던 그 때를 생각했다.

'노다지였지, 정말.'

**

사실 지난 홍수를 막고나서 로우드에게는 큰 돈이 생겼었다.

어디서 났냐고?

대신 홍수를 맞아준 곳이 있지 않은가. 마을 옆 몬스터의 숲.

그곳에서 로우드는 노다지를 발견했었다.

전생(前生)에서 마을을 휩쓸 정도의 큰 홍수였다. 그런 홍수가 현생에서는 몬스터의 숲으로 이어졌다. 사람도 대비하지 않는데 몬스터가 홍수에 대비를 할리는 없다.

몬스터들에게는 로우드덕에 받은 갑작스런 천재지변이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홍수가 모두 휩쓸었다.

사람보다 본능이 발달한 짐승이나 몬스터가 어느정도는 감지하고 피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은 급작스런 홍수에 죽은 것이다.

숲에서 열심히 물을 빨아들인 덕인지 홍수가 사라지고 며칠 후.

마을 옆 몬스터의 숲 안쪽에는 몬스터와 짐승들의 시체만이 남았다.

그게 로우드가 얻은 노다지였다.

마을 사람들은 평상시에도 몬스터의 숲을 불길하게 여겨서 안쪽까지 가지않는다.

그러나 경험만은 로우드는 그러지 않는다.

안에 무엇이 있는데 무서울 게 무엇이겠는가. 시체뿐인데.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몬스터는 가죽에 실험재료까지 남긴다.

로우드는 몬스터의 숲 안쪽에서 죽어있는 시체들에서 다량의 오크의 어금니나 코볼트의 두개골 같은 여러 재료를 얻었다.

코볼트의 독침 같은 것도 구할 수 있으면 큰 돈이 되었겠지만 비에 휩쓸린 것 때문에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렇지만 실험재료들로만 해도 어디인가.

질보다는 양이라고 숲에서 사는 대부분의 몬스터가 휩쓸리니 많은 양의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아직은 로우드의 행낭안에 재료로만 있지만 자작령에 있는 상점에 가서 판매하면 큰 돈이 될 것이다.

하급몬스터의 재료여도 일반인에게는 구하기 힘든 물건이니까 말이다.

마법사들은 돈이 많은 만큼 물 쓰듯 쓰는 인간들이다.

로우드는 몬스터의 숲에서 얻었던 돈덩이들을 생각하며 자작령에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로우드의 귀에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멈춰!"

무슨 일인가 싶어 로우드가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언제고 등장할 것이 있었다.

강도였다.

로우드의 세계는 개발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당연히 숲도 많다.

로우드의 마을에서 자작령 직할지까지는 반나절 거리이니 만큼 많이 멀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있는 길은 당연히 치안이 좋지 않다.

자작이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큰 산채가 있는 산적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재수가 없게 떠도는 부랑자 떼나 질 나쁜 용병들이 혼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전생(前生)에서 대부분을 혼자 지내는 로우드에게는 많지는 않지만 몇 번 있었던 일이다.

전생(前生)에서야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험악함이 어느 정도 보였었기에 그리 건들지는 않았었다. 용병 일을 하면서 검도 가지고 다녔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로우드를 보라. 강도들에게는 아주 맛있는 사냥감이다.

무기가 될 만한 검이나 혹은 지팡이도 없다.

갑옷은 당연히 입었을리도 없고 마법사처럼 보이는 로브 또한 없다.

거기에 몬스터들의 부산물이 든 큰 행낭.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강도들도 모르지만 큰 행낭에서 무언가 얻을게 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한 알지 않겠는가?

강도들도 나름 계산을 하고 로우드를 불러 세운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을 쳐다보는 로우드가 복덩이로 보였다.

"우리는 이름도 유명한 다울 오형제다."

로우드가 그딴 이름을 알게 뭔가. 정말 유명한 이들이었으면 전생(前生)에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별거 아닌 놈들이라는 것이다.

겁을 먹고 알아서 짐을 바칠꺼라 생각한 로우드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산적들도 조금 당황을 했다. 예상했던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갑자기 산적 중 하나라 품에서 칼을 하나 꺼내들었다.

작은 단검이었다.

위협하듯 검집에서 단검을 꺼내고서는 로우드를 가르켰다.

그리곤 집중해서 보라는 듯이 진지하게 단검을 꺼낸 산적이 외쳤다.

"파이어!"

작은 단검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불타기 시작했다.

우습게 보이는 단검이 마법 물품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강도들은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보이는 로우드가 이것을 보면 확실히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평민이 보기에 갑자기 단검이 빨갛게 물들면서 불타오르면 얼마나 겁이 나겠는가.

거기에 자신을 찌를 것처럼 위협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해보라.

'피식.'

이제는 놀라겠지 하는 강도들의 생각과는 달리 로우드는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 로우드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반가웠다.

얼마 전에 홍수를 극복하고 얻은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돈덩이들도 감사한데, 허접해 보이는 산적들이 나타나서 마법 무기까지 들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노다지다.'

산적들이 들고 있는 저런 작은 마법 무기만 해도 보통의 가격이 아니다.

오크의 뼈나 고블린의 두개골과 같은 하급몬스터의 시체가 꽤나 돈이 되듯이 그런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드는 마법 무기는 마법사들의 인건비까지 붙는다. 마법사들은 고급 인력이다. 얼마나 비싸겠는가?

보통의 단검이 5골드라고하면 저런 마법단검은 붙는 마법에 따라서 50골드도 쉽게 넘어가 버린다. 그런 단검을 이런 허접한 강도들이 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들고 있는지는 알바 아니다. 로우드는 착한 존재가 아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들은 로우드 자신을 위협하고 있었다.

전생(前生)의 경험을 비추어보아도 이런 존재들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면 되려 목숨을 걷어가는 것. 그것이 용병의 법칙이다.

용서나 자비는 지금의 시대에 사치다.

로우드가 먼저 위협을 한 것도 아니니 명분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로우드는 웃고 있는 것이다.

군주의 시간 10편 - 공부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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