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민이 끝난 그날부터 로우드는 강가에 자리를 잡고 섰다.
"시작해 볼까."
로우드의 말과 함께 이어지는 주문 영창.
2서클이 되어서 1서클은 주문 영창이 없이도 마법 시전어만으로 시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로우드 입장에서는 한번이라도 더 시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웅얼거림뒤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시전어.
"디그.... 웅얼 웅얼... 디그"
한번 두 번 세 번 끊임없이 이어지는 디그의 영창.
몇 번이고 외치던 로우드는 어느세 숨을 헉헉 거리면서 주저 앉았다.
마나 탈진 현상이다. 모든 마나를 디그로 소모한 것이다.
로우드는 고민을 끝낸 그 뒤로 모든 마나를 디그 하나만을 위해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잠시 한숨을 고른 후에 땅에 몬스터의 피로 마법진을 그렸다.
바로 그 자리에서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으로 명상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하는데 정말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다.
혼자서 강의 수면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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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내야 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계속 되뇌이는 로우드의 속마음.
1개월, 2개월 - 로우드의 미친 짓은 계속되었다.
16세의 그해 여름까지 로우드는 매일같이 기진맥진 할 때까지 강바닥에 '디그'를 날렸다.
그의 눈에 리든 강의 수면이 낮아지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미친 척 모든 강의 수면을 낮추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리 마법사인 로우드라고 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이 있다면 평생을 들여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년도 안 되는 기간에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을과 몬스터의 숲 사이에서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었다.
마을도 지대가 낮듯이 그 주위에 있는 몬스터의 숲도 지대가 낮다.
그 점을 이용한 것이다.
몬스터의 숲 쪽으로 물길을 내는 것이다.
매일같이 마법을 난사한 로우드에게도 아무런 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가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사용하는 것을 마나 탈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나를 낭비해서 마나탈진에 이르는 것을 싫어한다.
마법을 쓰는 상황 자체가 생활에 관련된 일이라기보다는 전투에 관련될 때 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마나탈진을 할 만큼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마법사의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나빠지는 것 말고도 큰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마법사가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전투상황에서 검사는 검이 무기이고, 마법사는 마법이 무기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마나 없는 마법사는 일반 병사만도 못한 무용지물이 된다.
맨손으로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마법사들은 마법을 난사해서 자신의 마나를 고갈시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보물처럼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끼고 또 아낀다.
평생을 마나고갈을 느끼지 못하고 보내는 마법사도 있을 정도이다.
이런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어느 마법사가 로우드처럼 1서클 마법의 난사로 기진맥진할 때까지 마나를 쓰겠는가?
로우드는 자신의 소중한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아낌없이 마나를 사용했다.
평범한 마법사들은 한 번도 겪기 힘든 마나탈진을 6개월이 넘는 긴 시간동안 매일같이 몇 번이고 경험했다.
마나탈진을 매일 같이 겪다보니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계속 되는 마나 탈진에 몸이 적응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응의 일환으로 마법과 관련된 능력들이 상승한 것이다.
마법 수련을 할 때의 증가하는 마나량의 상승!
마법을 시전 하는 속도 상승!
마지막으로 마나 회복 속도가 상승했다!
마법사에게서 중요한 삼박자가 두루 상승한 것이다.
마법을 시전 하는 속도 상승은 검을 휘두르는 자에게 검을 빨리 휘두르는 능력을 키운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남이 1번 쓸 수 있을 때에 2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것보다는 마나회복 속도 상승과 마법수련 시 마나량의 상승 두 가지의 능력이 상승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보통의 2서클 마법사라고 한다면 2서클 마법을 약 10회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10번의 사용을 전투에서 사용해 본다고 생각해 보라.
로우드의 오크 사냥에서도 그랬듯이 10회의 마나난사는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다.
거기에다가 이 10회도 마나탈진에 이르는 것을 싫어하는 마법사들은 다 사용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최대 8회까지만 쓴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남은 2회는 구명절초의 한수로 남기고 말이다.
로우드의 다른 이보다 훨씬 우월한 마나 회복속도는 전투에서 빛을 발한다.
로우드가 오크들과 싸웠던 것처럼 위급한 상황에 들어섰다고 생각해보자.
오크일 경우에는 그저 마법의 난사만 이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지도 못한다. 전투가 길어질 경우에 1-2발 더 날리는 정도?
그런데 인간과 싸우게 될 때에는 이렇게 1-2발을 더 날리는 것이 매우 큰 차이를 낳는다.
보통의 평민들에게 마법사는 공포의 대상이다.
같은 마법사는 마법사에 대해서 당연히 안다.
그리고 마법사를 가장 잘 아는 자는 마법사를 상대하는 기사나 상급 병사들이다.
마법사를 잘 아는 자들은 마법사가 얼마나 마법을 날릴 수 있는 지를 안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마법사의 무기는 마법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무기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는지 아는 것은 필수이다.
각 클래스 별 마법사용량을 외우는 것은 마법사를 상대하는 이들의 기초이다.
이것은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 때문이다.
마법사의 마법은 무섭다. 한방이라도 맞을 경우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무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를 상대하는 이들은 마법사의 마법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방어자세만을 취한다. 그리곤 마법사의 마법이 모두 소모되면
"기회다!"
하면서 바로 달려가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마법사를 상대하는 이들은 마법사의 능력을 외우고 있다.
평민들처럼 단순히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검술이 있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상대할 수 있는 상대일 뿐이다. 마법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말이다.
마법사인 로우드가 사람을 상대할 때는 마법사에 대해서 잘 아는 이들을 상대할 확률이 높다.
일반 병사들일 경우에는 지휘관이 없을 경우 겁을 먹고 도망을 갈 것이다.
마법사인 로우드를 상대하려고 나서는 이들은 마법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기 때문에 맞서려고 하는 것 일 테니 말이다.
적에게 마법을 한방 두방 날릴 때마다 적은 로우드의 남은 마나량을 계산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로우드가 8번의 2서클 마법을 시전해서 날렸으면 남은 마법은 1서클 6번이나 2서클 2번이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이 때에 보통 마법사를 상대하는 적은 로우드가 마법을 2번 사용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기다린다. 계산상 로우드가 마법을 다 사용할 때까지.
마나량이 허용하는 한 마법사의 마법은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로우드의 다른 마법사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마나회복 속도가 빛을 발한다.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로우드의 마나는 시간에 따라서 1번에서 2번 정도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마나가 다시 회복된다.
로우드가 마법을 2번 날린다.
그럼 로우드를 상대하는 적은 그때부터 방어 자세를 풀고 마법사에게 다가간다.
로우드에게 마나가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마법이 없는 마법사는 검사의 밥이다.
방어 자세를 풀고 방심하는 순간 회심의 마법을 로우드는 더 날릴 수 있다.
이 때에 로우드와 상대의 승패는 갈린다.
방심하는 적만큼이나 상대하기 쉬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로우드의 마나회복속도는 다른 마법사들보다 전투에 사용되는 구명절초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마법수련 시의 마나상승은 전투가 아닌 평상시에 빛이 난다.
군주의 시간 9편 - 홍수를 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