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4화 (4/228)

군주의 시간 4편 - 수련하다(1)

전생(前生)의 기억에 있는 단련된 큰 손이 없기에 이런 도구를 만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덕분에 며칠이나 걸린 것이다.

다 만들어진 덫들을 가지고 로우드는 방책 밖 이곳 저곳에 설치했다.

짐승이든 하급 몬스터이든 피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아침 수련을 매일 하면서도 언제 잡히나 안달을 내던 며칠.

자신이 설치한 것 중 가장 멀리에 있는 덫에서 드디어 첫 수확을 했다.

"끼리륵. 끼륵."

고블린이었다.

원래 고블린은 부락생활을 하는지라 하급몬스터지만 잡기 힘든 몬스터이다.

그런 이유로 로우드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디 보자. 확실히 없군.'

혹시나 다른 고블린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어떠한 이유로 부락에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고블린이 있는데 덫에 걸린 고블린은 그런 고블린 인 듯 했다.

한숨 돌린 로우드는 함정에 기진맥진 해 있는 고블린에 미리 만들어 놓은 뾰족한 죽창으로 고블린을 찔러 죽였다.

'푹.'

드디어 고블린의 시체에서 마법진을 위한 첫 피를 얻었다.

그날 저녁 로우드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함정에서 구한 고블린의 피로 마법진을 그렸다.

오랜만에 그리는 것이기 떄문에 두 번 세 번 확인을 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것을 확인하고 마법진의 가운데에 가서 앉았다.

'드디어! 할 수 있다.'

첫 명상.

드디어 마법 수련을 위한 첫 걸음을 뗀 것이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의 흐름도 느끼지 못하고 한참을 집중해서 명상을 하던 로우드는 눈을 퍼뜩 떳다.

"뭔가 이상한데?"

마법 수련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자신이 전생(前生)에서 처음 마법을 할 때엔 이 정도의 속도가 나지 않았다.

마법진을 그렸다 하더라도 마나를 느끼는데도 한달 이상의 긴 시간이 걸렸었다.

느껴진 마나를 자신의 몸속에 넣어서 쌓기까지가 다시 반년이 걸렸었다.

마나를 쌓은 1서클이 되기까지 7개월이나 걸렸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작을 하자마자 마나를 느꼈다.

너무도 빠른 성장이었다.

다음날부터 마법진을 그렸지만 며칠간이나 로우드는 수련을 하지 않았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스승이라도 있었다면 물어보기라도 하겠지만 로우드에게는 스승이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로우드는 아직은 불안하였지만 자신이 전에도 수련을 하였었기 때문에 빠르게 익히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조금의 불안을 안고 진행한 일주일간의 마법수련.

로우드의 작은 방을 환한 빛이 감쌓다. 로우드가 1서클이 되었다는 증표.

"휴."

로우드는 1서클이 되었다는 기쁨보다 잘못 된 수련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렇지만 확인은 필요했다.

1서클이 된 다음날 로우드는 방책 밖으로 나갔다.

새롭게 달성한 1서클을 시험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서클을 달성하였는지 수련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알아야했다.

1서클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1서클 마법 횟수는 약 10회.

마법사 개개인과 마법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회 전후로 시전 할 수 있다.

방책 밖 적당한 공터로 간 로우드는 전생(前生)에서 자신이 가장많이 사용하고 활용한 기초적 마법을 사용하였다.

웅얼웅얼 거리는 주문이 뒤에 로우드가 외쳤다

"매직에로우"

그때 '팟'하고 파란 빛의 투명한 화살 모양의 에너지 체가 생겨났다.

성공이었다.

12세 어느 날 로우드는 1서클 마법사가 되었다.

'이제 한걸음.'

기쁘지만 앞으로도 이어질 훈련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로우드였다.

**

새벽부터 시작된 부모님과의 일. 한참을 하다 보니 해가 어느새 중천에 떠있었다.

"로우드, 오늘은 이만 됐다."

"수고하셨어요 아버지."

오전의 일이 끝났다.

고블린의 피를 얻고 마법수련을 했다. 전생(前生)보다 금방 1서클이 된 후 로우드는 여유로워 졌다.

자신의 수련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계획대로 새벽과 저녁에 수련을 하기만 하면 되었다.

수련은 수련대로 진행을 하며 로우드는 생활도 충실히 하였다.

방금도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와 오전을 보냈다.

요즘 들어서는 수련을 제외한 오전에는 부모님의 일을 돕고, 오후에는 소꿉친구들과 어울렸다. 오늘의 일이 끝난 지금은 친구들과 놀 시간이다.

40살의 전생(前生)을 잊기라도 한 듯 로우드는 해맑은 얼굴로 친구들을 보러갔다.

아이들다운 싸움이다.

나이를 먹은 로우드가 다른 아이들처럼 유치한 놀이에서 재미를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여유와 소중한 이들과의 경험이 행복했기 때문에 로우드는 매일같이 소꿉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오늘은 또 어떻게 행복할까 하며 로우드는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로우드 로우드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친구들이 로우드를 보고 달려온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로우드가 외쳤다.

"얘들아 오늘은 발튼 기사 놀이 하자."

"내가 기사다!"

"야 멜른 너는 전에도 했잖아! 내가할거야."

아이들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전생(前生)과는 다른 것이 있었다.

아이들도 자신들보다는 로우드가 성숙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로우드에게 자연스럽게 리더의 역할이 넘겨졌다.

전생(前生)에서 가장 친한 소꿉친구인 벨른과만 소심하게 놀던 전생(前生)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덕분에 로우드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만 하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끄는 역할이었다.

충실한 하루하루

성공을 위한 준비를 하는 충실함과 함께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의 일상이다.

챕터3. 사냥하다

고른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잡화점에서 떼 아닌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노을에 비치는 사막의 모래바다와 같이 빛나는 금발의 머리에 또래의 나이보다 훤칠한 키를 가진 아이.

그 아이 앞의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은 상점의 주인 레이든 이었다.

"에이 레이든 아저씨. 조금만 더 쳐줘요."

"안돼! 30실버면 얼마나 쳐주는 건데."

"어린 제가 목숨 걸고 방책 밖에 나가서 따온 거라구요. 이정도면 말린 것도 상등품이잖아요. 네?"

"뭐, 그건 안다만. 그래도 많이 벌어 갔잔냐? 35실버 이거 아니면 안돼."

"휴..2실버라도 더 해주세요."

"알았다. 알았어, 요 놈. 언제부턴가 돈독이 들었다니까? 아마 이 마을에서 니가 제일 부자일꺼다."

"헤헤. 감사합니다. 여기요."

"어서가. 장사 거덜 나겠다."

"다음에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후후. 오늘도 많이 벌었군!'

능청스럽게 잡화점을 나오는 이는 로우드였다.

로우드가 현생에서 보낸 시간은 어느세 3년, 그도 벌써 15세의 나이였다.

로우드는 방책을 나서기 위해서 약초도 캐고 있었다. 15세 이전에는 몰래 방책을 나섰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로우드는 그의 부모님을 설득했다. 약초를 캐서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고 말이다.

보통의 아이라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로우드가 성실하게 부모님의 일을 도와 왔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에게 또래의 나이에 비해서 높은 믿음을 가졌다.

덕분에 로우드는 약초를 핑계로 방책을 나설 수 있는 유일한 또래 아이였다.

로우드가 공식적으로 방책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약초를 캐고 얻은 돈은 작은 돈이 아니었다. 어떻게 벌어들였냐고?

허락을 받은 봄부터 여름이 되어가는 이때까지 전생(前生)에서의 용병일의 경험을 살렸다.

용병과 약초가 잘 연관이 지어지지 않는가?

용병은 어찌 보면 뛰어난 약초 전문가 이다.

이 시대에서 사람이 다쳤을 때에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없다.

신관들의 신성력을 이용한 치유, 마법사의 치유마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간요법을 사용한 약초.

용병은 몸을 쓰는 일이니 만큼이나 많은 상처를 얻는다.

돈이 있으면 용병을 하겠는가? 당연한 말로 용병은 돈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마법치료도 신관의 치유도 받기 힘들다.

군주의 시간 5편 - 사냥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