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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201화 (완결) (201/201)

201화

【 나의 이름은 (完) 】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아이젠은 스무 살이 되었다. 아틀란티스성에서 나온 아이젠의 키는 확실히 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커져 있었다. 그를 수행하는 가신은 당연히 다름 아닌 모니카였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제이슨 역시 서 있었다.

제이슨은 어차피 게오르크도 죽은지라, 아이젠이 사후 신고를 다시 해 그를 흑기사로 재승격 시켰다. 그래서 제이슨은 더 이상 정체를 숨길 필요도 없이 아이젠의 최측근이 되었다. 그는 현재 모든 흑기사들을 통솔하는 기사단장의 위치에 있었다.

“가주님, 어서 가요.”

“어, 그래.”

그리고 아이젠 폰 그린우드는 그린우드 가문의 가주가 되었다.

테오발트는 약 1년 전 사망했다. 데미안의 신살검으로 낸 상처는 끝없이 덧나, 결국 테오발트의 목숨을 앗아갔다. 오마르의 불꽃으로도 치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에 테오발트는 가족들의 품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전쟁통 속에서, 호상이라면 호상이었다.

‘그래. 전쟁.’

탄탈리스 제국과 리타스나트 공화국 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데미안이 아이젠에 의해 사망하긴 했지만, 공화국에서는 발언 철회를 외치며 공화국의 복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하긴, 나라도 그러겠지만.’

물론 그렇다 해도 공화국의 대부분 지역은 이미 제국에 점령당했다. 공화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었다. 이곳 아틀란티스성 역시, 아이젠이 주축이 되어 빼앗아 온 땅 아니던가.

“엇차. 얼른 가자.”

아이젠은 벗은 상반신 위에 대련복을 대충 걸친 채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이젠의 단련된 몸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그의 양팔에 아이기스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모니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가주님. 옷 좀 잘 좀 입고 다니시면 안 돼요? 저 진짜 같이 다니기 창피해서 그래요.”

“이 자식이? 누가 너더러 같이 다녀 달랬어? 가만 보면 말이 점점 엇나가, 너.”

“아무튼요! 제대로 입으시라구요.”

모니카는 파생검술 3성에 올랐다. 3년 만에 3성에 오르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성과였다. 어쩌면 모니카에게 재능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젠만은 그 사실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냥 운이야, 운. 같은 3성끼리라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3성이 있고 꽉 찬 3성이 있는 거라고.”

“제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3성이란 거예요?!”

“그럼 꽉 찬 3성이겠냐? 내가 봤을 땐 너 2성도 한참 모자라. 커버넌트 오러 만드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 돼, 모니카 넌.”

“윽, 너, 너무하세요.”

아이젠은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제이슨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몇 달 전 아이젠에게서 유머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은 뒤 충격을 받고 입을 닫아버린 제이슨이었다.

벌컥! 아이젠이 열어젖힌 것은 아틀란티스성에 새로 만든 대련장이었다. 대련장 안에는 아이젠도 익히 아는 얼굴들이 자리해 있었다.

“오셨습니까, 아이젠 가주.”

“예, 방주님들. 다들 강녕하시죠?”

그것은 그린우드의 방주들이었다.

1방주 프리드리히, 2방주 하인리히, 3방주 페르디난트, 4방주 콘라트, 그리고 5방주 알브레히트가 아이젠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이젠 역시 예우를 담아 그들에게 인사했다.

“다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영광이지요.”

“알브레히트 방주님은 살이 좀 찌셨는데요?”

“커험. 그게 티가 납니까?”

상호 간의 존중을 담아 존대하는 그들이었다.

아이젠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대련복을 대충 바닥에 던져놓은 뒤, 방주들을 향해 눈빛을 빛내 보였다.

“자, 그럼 해볼까요? 1 대 5 대련. 기대하고 있었다고요.”

“쉽지 않을 겁니다, 아이젠 가주. 아이기스도 없이 우리를 상대하려면 말입니다.”

“그럴지도요?”

스릉― 방주들 역시 각자의 참철검을 뽑아 들었다. 아이젠은 오늘 이날만을 고대해왔다. 방주들과 1 대 5로 싸우는 오늘을 말이다. 특히 참철검술의 최후 기술이라 일컬어지는 ‘그린 디바우어러’를 쓸 수 있다는 콘라트와의 대련이 기대되었다.

아이젠의 몸에, 천연한 기운이 깃들었다.

“시작하죠.”

파밧! 여섯 사람의 신형이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 * *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아이젠은, 침대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가주님께 무례하다며 경을 칠 일이지만, 아이젠은 씨익 웃을 따름이었다.

“왔어? 유진.”

“오냐.”

아이젠은 면직물로 땀을 닦아내며 유진의 앞에 섰다. 유진 역시도 지난 3년간 외모에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가장 유별난 특징이라면 체급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는 거의 120kg에 육박하는 몸무게의 소유자였다. 살이 찐 게 아니라 몽땅 근육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아이젠보다 유진을 더 고수로 쳐줄 듯했다.

유진은 아이젠의 앞에 마주 서며, 보따리에 귀하게 모셔둔 물건을 꺼내 보였다. 새파란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그것은 아이기스였다. 그런데 아이기스 ‘브레이슬릿’이 아니라, 진짜 이름 그대로 참철검 아이기스였다.

“요구한 대로 만들어 왔다. 아이기스 브레이슬릿을 다시 참철검 아이기스로.”

“고마워. 훌륭하네.”

“고문서 뒤적이면서 열심히 만들어 본 건데, 괜찮아?”

아이젠이 아이기스의 손잡이를 잡고 들어 보였다. 그러자 현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아이젠. 이 녀석 대체 뭐야? 대체 뭐길래 아이기스를 이렇게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거지? 겨우 1년 만에!]

아이젠은 1년 전 유진에게 모종의 이유로 아이기스의 원상 복귀를 요청했다. 그리고 유진은 1년 만에 아이기스를 완벽하게 참철검의 형태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천 년 전과 비교해도 흠잡을 데 없는 아이기스의 모습에, 현무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아이젠이 씨익 웃었다.

“만족스럽대. 이 안에 있는 놈이.”

“고생 좀 했다. 알아줘. 그래서, 이걸 다시 검의 형태로 만든 이유가 뭔데?”

아이젠은 생각하는 얼굴로 대답을 유보했다.

* * *

아이젠이 홀로 도착한 곳은 영설산이었다. 모니카와 제이슨도 대동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그 혼자뿐이었다. 그가 들고 온 짐이라곤 고작해야 참철검 아이기스와 그 검집뿐이었다.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아이젠에게 영설산 등반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트들을 가볍게 웃어넘긴 그는 눈 깜짝할 새 영설산 정상에 도달했고, 금세 그 아래 지안니가 잠들어 있는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아니, 아이젠?

“안녕하세요?”

가부좌를 튼 채로 앉아 있던 그린우드 가문의 초대 가주 지안니는, 갑작스러운 아이젠의 등장에 황당한 눈치였다.

- 아니, 여길 이렇게 쉽게 들어올 일이야? 여기 나름대로 꼭꼭 숨겨진 공동인데.

“전 한 번 와봤잖아요.”

- 그래도. 일단 앉아.

“아뇨. 전해 드릴 것만 드리고 갈 겁니다.”

- 전해?

아이젠은 등에 메고 있던 아이기스의 보를 풀어 지안니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지안니가 잠들어 있을 법한 땅에 아이기스를 십자가처럼 콱 박았다.

“묻어드리려고요.”

- 호오. 이제 필요 없는 거냐?

“네. 현무 녀석도 이제 지안니 가주님이랑 같이 있게 해드려야죠.”

- 그래. 요 몇 년 말동무가 없어져서 심심하긴 하더라. 말하는 걸 보니… 데미안을 쓰러뜨렸나 보지?

지안니는 역시 지안니였다. 그는 아이젠이 데미안과 만나서, 그 데미안을 쓰러뜨렸다는 것까지 짐작하고 있었다. 아이젠이 피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 멋지네.

“안 놀라세요?”

- 놀란 건데? 천 년 전, 내가 싸울 땐 1년 내내 못 이겼는데.

“제가 초대 가주님을 뛰어넘었다고 봐야겠죠.”

- 사람이 겸손이 없어, 겸손이.

“하하.”

아이젠은 지안니에게 합장했다. 지안니는 미소를 지은 채였다.

“성불하십시오, 초대 가주님.”

- 오냐. 나의 100대째 후손아.

피식. 아이젠의 입이 귀에 걸렸다.

“100대째 아니라니까요.”

* * *

영설산에 간 김에 화이트 오크와도 간단한 소회를 풀고, 아이젠은 그린우드 영지로 돌아왔다.

여기서 아틀란티스까지 가려면 마법무구 ‘빛의 새’를 수차례나 써야 했지만 그로서는 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젠이 들른 곳은 게오르크의 비석이었다. 3년여 전 게오르크가 사망한 뒤 테오발트가 만들어준 비석이었다. 아닌 척해도 첫째 아들을 끔찍이도 아꼈던 테오발트는, 게오르크의 비석을 양지바른 좋은 땅에 세워주었다.

그리고 게오르크의 비석 옆에는 테오발트의 비석이 나란히 있다.

“어머님?”

아이젠이 그곳에 갔을 때는 기젤라와 클라우디아가 비석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오늘이 테오발트의 기일이기 때문이었다.

“아이젠 가주.”

“두 분 다 거참 딱딱하게. 그냥 아이젠이라고 부르시라니까요. 이러면 저만 더 불편합니다?”

아이젠은 들고 있던 술을 퍽 하고 따서, 두 비석 위에 부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한 모금 들이켰다.

“…….”

그리고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 대화는 한마디도 없었다. 어색한 가운데 아이젠의 목소리만이 허공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화기애애하네요.”

* * *

덜컹! 끼이이이!

아이젠은 오랜만에 피스풀 지하감옥의 문을 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가 또다시 폐관에 들려 하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옆에 서 있던 모니카는 여전히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 진짜 이러실 거예요? 이미 높은 경지까지 올라갈 만큼 올라가신 분이 대체 왜 이러세요.”

“어허. 모니카, 내가 가준데 뭘 자꾸 따져?”

제이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은 왠지 감개가 무량했다. 아이젠을 처음 만났던 곳이 바로 여기 아니었나. 그때는 암살 목표였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모시는 주인님이라니. 게다가 그 주인님은 가주가 되어 있다니. 왠지 흐르는 눈물을 닦는 제이슨이었다.

아이젠이 말했다.

“자, 두 사람은 이만 돌아가. 폐관 수련 할 거니까.”

“잠깐만요! 얼마나, 얼마나 하시려구요?”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한 1년?”

“1년이요?! 마, 말도 안 돼! 그럼 그동안 전쟁은 어쩌구요!”

“이제 대충 마무리됐잖아. 오마르 대공전하랑 황제 폐하께서 알아서 해주실 거야.”

“안 돼요, 가주님! 잠, 잠깐만요!”

끼이이익― 쿵!

아이젠은 모니카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감옥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까맣기 그지없는 지하감옥의 복도로 발을 옮겼다.

저벅저벅―

아이젠이 걸을 때마다 쇠로 만들어진 벽이 탕탕 소리를 내며 울렸다. 이곳에는 이제 죄수가 없다. 제이슨이 다 죽였으니까. 단 한 사람만 빼고는.

“일어나, 쉐인. 오랜만이지?”

그러자 쉐인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젠의 얼굴을 보자마자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젠장, 또 너야? 이번엔 날 얼마나 괴롭히려고?”

“1년. 그사이 죽이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날 상대로 수련이 되기나 하겠어?”

“걱정 마. 넌 그냥 들러리니까. 내가 상대하는 건 쉐인 네가 아니야.”

아이젠이 마음속으로 천연한 기운을 내포한 분신을 형성했다. 그것은 무공의 형태가 되어 아이젠의 앞에 나타났다.

“적도심경.”

사아아아― 아이젠이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가 그동안 만나왔던 모든 적들.

평기사 데릭부터 시작해, 그렉, 도미니크, 카인, 해럴드, 콜트, 우는 여인, 블렌하임, 스퀴드, 제리, 피터, 메르헨, 길버트, 눈 골렘, 파파 그런트, 마마 그런트, 버디, 프렘린, 룬잭, 포터, 잭스, 제럴드, 번치, 요아힘, 헤르만, 발터, 간츠펠트, 레유리에, 그레고리, 요한, 헤나즈네, 스탕달, 베우제츠, 망골대왕, 라이언, 지크프리트, 오거스틴, 그리고 데미안까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가상의 ‘그들’이 아이젠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쉐인은 히익 기겁하며 뒤로 바짝 붙어 섰다.

“땀 닦아주는 역할을 주지, 쉐인. 제대로 수행해.”

“아, 아, 알았다고.”

아이젠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내뱉었다.

아이젠은 생사경에 도달했다. 그것은 무혈신공 9성의 경지. 도강문의 말을 빌리자면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불과한 위치.

하지만 아이젠은 올라섰다. 바로 그 생사경에.

그리고, 아이젠은 그것에 만족할 위인이 아니었다.

“생사경에 도달했지만 이 역시 끝이 아닐 거다. 나는 더더욱 높은 경지에 올라선다.”

나의 이름은, 바로 아이젠 폰 그린우드.

‘아니, 이강철이다.’

파밧! 아이젠의 신형이 뛰었다.

그의 몸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용맹했다.

‹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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