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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99화 (199/201)

199화

두 마리의 시간 조율자가 아이젠에게 발을 박찼다.

거의 20cm 길이로 길게 자란 손톱을 앞세워 덤벼드는 그들의 움직임은 마물에 가까웠다.

고지능의 상급 마물은 아니었다. 하급 마물에 가까운 단순한 움직임.

하지만, 아이젠은 피하긴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부욱! 그들의 손톱은 허공마저 찢어발기고 있었으니까.

‘그럼 맞받아쳐야지.’

아이젠의 주먹에 천연한 기운이 깃들었다.

“박살, 연타!”

퍼벅! 아이젠은 일단 한 발씩 시간 조율자들에게 먹여줬다. 시간 조율자들은 얼굴에 정통으로 박살을 맞고도 조금도 움직임이 느려지지 않았다.

결국 아이젠은 펄쩍 뛰어 유랑보를 시전해 그들의 손톱 공격을 피했다.

부우욱! 부욱!

조금 전까지 아이젠이 서 있던 자리가 공간과 함께 통째로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아이젠은 섬뜩함을 느끼는 한편 데미안은 어쩌고 있나 흘깃 보았다.

데미안 역시 시간 조율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능숙하게 그들의 공격을 피하는 걸 보면 데미안은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닌 듯했다. 하긴, 미래전시의 힘을 자주 사용할 일이 많았을 테니.

부욱! 그때 아이젠을 향해 또다시 손톱이 덤벼들었다. 아이젠은 남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판단, 양손에 천연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환교신권!”

뻐벅! 그러나 이번에도 시간 조율자들은 조금도 멈칫하지 않았다. 아이젠이 칫 하는 사이 현무가 혀를 찼다.

[이 멍청아, 내 설명 다 귓등으로 들었어? 시간 조율자들은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들었지. 그래도 설마 아예 안 먹히려나 싶어서 시험해 본 건데.’

[시간 조율자는 ‘적’이 아니야. ‘자연현상’이라고. 넌 태풍이나 해일을 상대로도 주먹을 휘두를 거야? 얼른 피해!]

부우욱! 시간 조율자들이 손톱으로 무지갯빛 공간을 가르며 진격해 왔다. 아이젠은 몸을 뒤로 젖혀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다시 데미안이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저 멀리서 달아나고 있었다.

시간 조율자들의 공격은 매섭지만 엄청나게 빠르지는 않다. 즉 아이젠의 속도라면 얼마든지 피해 다닐 수 있을 만한 정도. 하지만.

‘피하기만 하는 건 성격에 안 맞는데!’

결국 아이젠은 차선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린 오러를 불어넣은 아이기스에서 시린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현무기공, 마비규정!”

쩌적! 그러자 시간 조율자들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금방 와장창하고 얼음이 깨졌다. 1초도 버티지 못하는 마비규정의 힘에 아이젠이 실망했다.

‘그럼… 이건 어떠냐!’

아이젠이 다시 아이기스를 앞세웠다.

“현무기공, 개량빙경작!”

팟― 아이젠의 온몸이 빛살에 반사되며 사라졌다. 먹잇감을 놓친 시간 조율자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은 아이젠을 볼 수도, 그의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다. 아이젠이 새로이 개량한 빙경작은 이제 후각까지 원천 차단하고 있었다.

아이젠은 데미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쫓기고 있는 그를 향해 발을 굴렀다. 아이젠은 데미안을 향해 만귀변국의 힘을 휘둘렀다.

“만귀변국!”

외침과 동시에 아이젠의 형상이 나타났고, 데미안은 눈에 띄게 당황한 눈치였다. 너무 놀라서 입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콰과과과과과과!

꺄아아아아아아!

“크헉?!”

갈비뼈를 제대로 허용한 데미안은 바닥에 쿵 하고 떨어져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사이 네 마리의 시간 조율자가 데미안을 향해 일제히 모여들었다. 이대로라면 데미안은 속수무책으로 죽게 생겼다.

“윽, 타임 레버리지(Time leverage)!”

그러자 갑자기 데미안을 중심으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간 조율자들의 손톱이 천천히 덤볐고, 데미안은 그사이 잽싸게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서 벗어났다.

반보 뒤에서 관망하던 아이젠은 여전히 느껴지는 배의 통증을 참는 중이었다.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 수도 있는 건가.’

데미안의 기술은 완전히 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다.

혼란에서 벗어난 데미안은 아이젠을 노려보았다. 그의 손에서 오러가 빚어졌다.

“스터본리 타임(Stubbornly time).”

그러자,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젠의 발밑이 푹 꺼졌다. 아이젠이 바라보자 땅이 아이젠의 발목을 붙든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뭐지?”

“당신 발밑에 시간의 늪을 만들었습니다. 늪 안에서 시간은 1초가 천 년처럼 흐르죠. 바꿔 말하면, 당신이 발을 움직이려면 천 년이 필요해요.”

“……!”

“천 년만 기다리세요. 물론, 그사이 시간 조율자들이 당신을 죽이지 않아야겠지만!”

팟! 데미안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먹잇감을 찾던 시간 조율자들은 홀로 남은 아이젠을 일제히 쳐다봤다.

아이젠의 발은 굳어버린 듯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시간 조율자들이 아이젠을 죽일 기세로 덤벼들어 왔다.

“부오오오오!”

“부오오오!”

“부오아아아아아!”

“이런 젠장?”

날카로운 시간 조율자들의 손톱이 허공을 찢으며 달려들었다. 아이젠이 절세지경이라도 시전해 시간을 끌어보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앙…….

빵빵하게 부푼 풍선이 힘을 잃고 터지는 것처럼, 시간 조율자들이 터져 갈기갈기 찢어졌다. 아이젠이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는데 데미안은 아쉽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시간 조율자들의 시간이 다 됐군요. 그들은 자연현상. 눈발이든 비바람이든 때가 되면 걷히게 마련이죠.”

“휴, 놀라라. 십 년 감수했네.”

흐물텅! 아이젠의 발밑에 있던 시간의 늪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건 자연적으로 사라졌다기보단 데미안이 직접 거둔 것으로 보였다.

“그 안에 당신을 묶어둘 수도 있겠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으니까요. 시간 조율자들도 사라졌으니 다시 제대로 해볼까요?”

“…그래.”

그사이 아이젠은 데미안이 또 한 번 변화했음을 알아차렸다. 시간 조율자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데미안의 분위기는 더욱더 어둡고 시커멓게 변했다. 이것이 바로 현무가 말한 네 번째 각성.

데미안의 최후 각성 상태였다.

모습이 이전과 달라진 데는 없었다. 하지만 마치 아이젠의 홍화가 암화로, 암화가 또다시 천연한 기운으로 뒤바뀌는 것처럼, 데미안의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러의 질이 차원이 달라져 있었다.

“시간 조율자들과의 싸움에서 견뎌낸 저는 또 한 번 높은 위치에 올라섭니다. 지안니도 이 상태의 저는 이길 수 없었죠.”

“그래. 대충 들었어. 1년 동안 싸웠다지?”

“지안니도 대단했죠. 저를 상대로 1년이나 버티다니요.”

아이젠은 주먹을 꽉 쥐었다. 공간지배의 영역을 펼친 그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데미안의 궤도를 정확히 헤아렸다.

[아이젠, 조심해. 지안니가 1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데미안과 싸운 건 바로 이 네 번째 각성 때문이야. 이 네 번째 각성 상태에서만 364일을 싸웠다구.]

‘그래?’

어쩐지 각성 속도가 빠르다 했다. 하지만 아이젠은 두렵다기보단 기대가 되었다. 과연 데미안은 어디까지 강해졌을까.

아이젠이 호의로 물든 얼굴을 하고 있을 때, 데미안의 눈빛이 변했다.

“천지개벽(天地開闢).”

쿠구구구구구! 땅이 제멋대로 뒤바뀌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제 아이젠과 데미안이 서 있는 곳은 마치 중원 무림의 대련장과 비슷했다.

“천지개벽은 정해진 현상의 대안을 마련하는 힘. 마지막 싸움이라면 이런 장소에서 싸우는 걸 원할 것 같아서요.”

“배려 좋네.”

“계속하죠. 영체분신(影體分身).”

사아아아! 데미안의 몸에서 그와 똑같이 생긴 분신들이 나타났다. 그 숫자는 눈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았다.

아이젠은 분신 하나하나에서 모두 데미안 본체와 똑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이것은 단순한 ‘분신’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모두 데미안 그 자체이다.

“참철발도.”

그리고 그 모든 데미안의 본신이 참철발도로 공격해 온다.

슈파파파파파파파파팟!

“절세지경!”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마치 화살 비 사이에 뛰어드는 것처럼, 아이젠은 절세지경을 극한까지 운용하며 데미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데미안에게 만귀변국을 날렸다.

콰과과과과과!

꺄아아아아아!

그 뒤로도 한 발 한 발, 아이젠은 주먹에 온 힘을 담아 만귀변국을 날렸다. 천연한 기운이 다 타버려 없어질 만큼 아이젠은 불사르고 있었다.

[아이젠, 진정해! 이러다가 네가 제풀에 지쳐 죽어버리겠어!]

‘걱정하지 마, 현무!’

아이젠은 지금 그 누구보다 기쁜 상태였다. 그리고 이 기꺼워 마지않는 사이, 아이젠은 현무기공의 또 다른 힘을 스스로 각성해 냈다.

슉! 아이젠의 뒤편에서 신살검을 쥔 데미안이 찔러왔다. 아이젠은 곧바로 몸을 360도 회전시켜, 벼락처럼 내리쳤다. ‘다리’를.

“현무기공, 현무장각(玄武匠脚).”

빠각!! 아이젠의 다리가 데미안의 머리통을 터뜨렸다. 뒤이어 다른 데미안들이 저마다의 신살검으로 덤벼왔고, 그럴 때마다 아이젠은 손발을 다채롭게 사용해 그들을 밀쳐내고 파괴했다.

“아이젠, 주먹만 쓰는 게 아니었나요!”

“그런 말 한 적 있나, 내가? 그리고, 했으면 또 어쩔 건데!”

아이젠이 그간 주먹만 휘둘러온 이유는 주먹이야말로 온 힘을 바치기에 적절한 하나의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린 오러와 서릿바람의 아이기스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다리라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긴 이상, 아이젠이 그것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철권! 현무장각! 교아! 박살! 그리고… 감억귀군!’

콰아아아아아!!

아이젠은 데미안을 하나하나 격파했고 마침내 그 숫자는 셋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이쯤 되면 현무도 놀라 나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너 이렇게 강한 녀석이었어?! 엄청나잖아!]

아이젠은 자그마치 현경에 도달한 자다. 중원 무림이었다면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을 거다.

바야흐로 아이젠은 투신이 아니라 ‘무신’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조각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승님.’

스승 이화도의 별호였던 ‘무신’을 물려받기에 아이젠은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데미안은 데미안이다. 그 하나가 참철검술 7성에 도달한 검술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셋이나 있다면 아이젠이 마냥 쉽게 이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푸욱! 아이젠의 발등에 칼날이 박혔다. 죽인 줄 알았던 데미안 하나가 아이젠의 하반신을 노린 것이다.

아이젠은 큭 하는 소리와 함께 현무장각으로 데미안의 목을 부러뜨렸다.

‘난 절대 지지 않아! 이번 생에서만큼은 반드시!’

이번에야말로 생사경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젠이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욱!”

왈칵! 아이젠이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발이 찔린 것이 트리거가 되어 결국 고통을 참는 것도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아이젠은 더는 참지 못할 만큼 악독한 통증에 몸부림쳤다. 누군가가 창칼을 심장에 넣고 후벼파는 기분이었다.

“큭……!”

털썩.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아이젠은 몸 안에 자리한 신살검의 악한 기운을 밖으로 밀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마치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처럼 신살검의 기운은 밀려나지 않았다.

‘젠장, 이대로 지는 건가?!’

아이젠은 전생에 이강철이었을 때도, 생사경에 도달하기 직전 생명의 불씨가 꺼졌다. 이번에도 같은 역사가 반복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이곳에서 전생을 각성할 필요가 어디 있었단 말인가.

‘이대로, 이대로 질 수는 없어!’

아이젠은 어떻게든 일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의지가 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법. 아이젠은 반대쪽 무릎까지 꿇어버리고 말았다. 온몸에서 힘이 역방향으로 흘러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이젠의 그런 모습을 확인한 데미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미래전시의 힘을 사용했다.

“미래전시 : 익사이트먼트(Excitement).”

그러자 조금 전 아이젠에게 파괴되었던 ‘데미안들’이 다시 나타났다. 과거의 대안을 마련한 데미안은 지나온 사건을 바꿔 버린 것이다. 물론 모든 숫자가 복구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래전시 : 언어보이더블(Unavoidable).”

그리고 현실의 대안을 마련한 데미안들은, 눈 깜짝할 새 아이젠의 온몸을 옭아매고 말았다. 다시 무지갯빛 영상이 공간을 잠식하려 들고 있었다.

시간 조율자가 공간을 찢고 들어오기 전에 데미안은 아이젠을 끝장내고자 했다.

“아이젠, 당신은 제법 오래 버텼어요. 지안니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죠.”

“쿨럭! 쿨럭!”

“피를 토하는군요. 많이 아프시겠죠? 걱정 말아요, 이제 끝이니까.”

데미안의 진짜 본체가 아이젠에게 신살검을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아이젠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신살검의 칼날을 부여잡았다.

부들거리며 힘겨루기를 하던 데미안은 더욱 천천히 검 끝을 밀었다.

그때였다.

“크하하! 이강철! 네놈은 여기서도 내게 당해낼 수 없구나!”

아이젠의 귀가 토끼처럼 쫑긋 섰다. 이 목소리는?

어떻게 잊겠는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간악하고 얄밉기 그지없는 간신배의 목소리.

“도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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