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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93화 (193/201)

193화

쉬익― 아이젠의 주먹이 오거스틴의 입을 향해 날아갔다. 아이젠은 언더스로로 오거스틴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

‘철권!’

뻐억!! 우드드득!

오거스틴의 얼굴 뼈가 함몰되며 멀리 나자빠졌다. 오거스틴은 제 얼굴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나, 아이젠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공간지배.’

무채색의 공간을 펼친 아이젠은 그 안에서 빠르게 이동해, 오거스틴의 얼굴로 주먹을 연타했다.

‘공간제권!’

뻐버버버버버벅!

우드득! 우드드득!

오거스틴이 뒤로 쿵 넘어졌다.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으아아아! 아프다! 하지만 난 더 강해졌다고!! 무후후후!”

퍼버벙! 매그넘 글러브가 폭발음과 함께 날아왔다. 이제는 연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매그넘 에이트 샷!”

“철권.”

아이젠은 철권으로 맞대응했고,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꽈르르릉! 음속을 돌파하며 튕겨 나가는 파열음. 오거스틴은 주저하지 않고 다음 주먹을 뻗었다.

“나인 샷!”

“철권.”

꽈르릉! 우두두둑! 이번에도 파열음, 그리고 뼈 부러지는 소리. 오거스틴의 왼손이 매그넘 글러브 안에서 결딴났다. 오거스틴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한 채 오른손을 다시 뻗었다.

“매그넘 텐 샷!!”

“철권!”

퍼억!! 꽈르르릉!

으지지직!

마치맨, 오거스틴의 매그넘 글러브가 박살 났다. 아이젠의 팔찌를 지탱하던 아이기스도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끄트머리가 살짝 갈라졌다.

[야! 조심하라고 했지!]

‘내 의지로 안 되는 걸 어째.’

오거스틴의 매그넘 글러브는 단단하고, 그의 주먹 역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그 고강함을 구경하는 것도 이젠 끝이다.

“무, 무으아아아아!!!”

오거스틴이 오른손을 부여잡았다. 빠직! 매그넘 글러브의 잔해가 바닥에 떨어져 내리고 드러난 그의 오른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으스러져 있었다. 왼손이라고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조금 나은 수준에 그쳤다.

“무후, 무후후! 블러드 버서커인 나에게 이 정도 고통은 힘으로 승화될 뿐!”

“아니.”

아이젠은 오거스틴의 눈앞에 서 있었다. 어느새 이곳에 다가왔는가? 아이젠은 주먹을 쥐었다. 그는 오거스틴을 더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오거스틴은 아이젠이 온 힘을 다해 상대해야 하는 적이 아니다. 생사경에 오르는 계기를 마련해 줄 상대가 아니란 얘기다.

오거스틴의 실력은 몹시 빼어나고, 만약 아이젠이 쇄지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다면 어쩌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그건 가정일 뿐. 아이젠은 실제로 쇄지에 올랐고 오거스틴은 실력을 나란히 할 강자가 못 된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시간 끌 생각 따위는 없는 아이젠이었다.

“더 놀 생각 없어. 꺼져.”

뻐억!

아이젠의 오른 주먹이 오거스틴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쉬이익! 팡! 오거스틴의 머리 안쪽에서 소용돌이가 퍼져 나가며 바람을 찢었다.

우두두둑! 오거스틴의 두개골이 부서지고, 그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감억귀군.”

“으, 으어어? 어어…….”

“잘 가라, 오거스틴.”

쿵!! 오거스틴의 육중한 몸이 땅에 엎어졌다. 영혼을 파괴당한 그의 말로는 깔끔하디깔끔한 죽음이었다.

“후우. 윽.”

지크프리트에 이어 오거스틴까지, 짧은 시간 동안 감억귀군을 연발로 사용한 탓에 아이젠은 천연한 기운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주먹에서 빛나던 기운의 불이 잠시간 훅하고 꺼졌다. 조금 쉬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일단은 아직 사용할 수 없다.

“오거스틴 소장님이 쓰러졌다!”

“이럴 수가!”

“소, 소장님의 복수를!”

“다들 이리로 모여!”

그때 공화국군들이 아이젠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귀찮아졌다고 생각하며 아이젠은 아이기스의 힘을 발현했다.

[야! 현무기공이 무슨 짬 처리하는 무공인 줄 알아? 네 내기 다 떨어졌다고 쓰면 어떡해.]

“뭐야. 현무기공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나 보지?”

[…….]

“대답 좀 해라. 말 막히면 맨날 입 꾹 다무네, 열 받게.”

아이젠은 찬란하게 빛나는 한 쌍의 아이기스로 현무기공을 취했다. 다가오는 공화국 병졸들이 창칼을 꼬나쥘 때, 아이젠은 씨익 웃었다.

“현무기공, 청풍범람.”

화아아! 아이젠의 몸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 * *

퍼엉! 퍼엉!

워크맨의 파란 불꽃이 대기를 터뜨렸다. 그나마 가까이 있던 제국 병사와 공화국 병졸들도, 저기만은 피하자며 좁은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캬하하! 뭐 하는 거지, 오마르? 내 불이 너무 빨라서 힘을 쓸 틈도 없나?!”

“…….”

퍼엉! 푸화악! 마침내 워크맨의 파란 불꽃이 오마르를 정통으로 불태웠다. 화르륵! 하고 타오르는 오마르의 온몸은 가스라도 끼얹은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쩍이고 있었다. 오마르는 칫 소리를 내며 워크맨의 불꽃을 옆으로 떨쳐냈다.

“캬하하! 대단한 척하더니 그 옥염마법이란 건 써보지도 못하고 있잖아?”

“…….”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지? 왜, 부끄러워서 말도 안 나와?!”

퍼엉! 워크맨의 불꽃이 또다시 날아들고, 오마르는 간발의 차로 피해 옷자락만 타올랐다. 오마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두 사람 주변에는 아무도 몰려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을 중심으로 그려진 원의 직경이 아직 조금 작다.

오마르가 워크맨을 도발했다.

“그런 불꽃은 아무리 맞아도 하나도 안 뜨겁겠는데. 영광의 등불이랬나? 영광은 무슨, 절망이구만.”

“…이 새끼가!”

워크맨이 흥분해서 양손에 파란 불꽃을 태웠다. 퍼엉! 하고 터져 나온 화기가 오마르에게 날아갔다.

“블루 플레임!”

콰아아아! 오마르를 집어삼킨 푸른 화염이 잔영을 남기며 사라졌다.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오마르는 잔뜩 그을려 있었지만, 그의 주황빛 머리와 수염만은 솟아오르기만 했을 뿐 멀쩡했다.

“꺼억! 아함, 이런. 추태를 보였군. 실례.”

“……!”

오마르는 이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트림까지 해댔다. 불꽃이 입안까지 들어간 탓이다. 보통 사람의 몸이란 건 외부는 단련할 수 있어도 안쪽까지 수련할 순 없는 법. 그런데 어떻게 불을 삼키고도 멀쩡하단 말인가?

워크맨이 의문을 표할 때, 오마르가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좀 전보다 원이 더 커져 있었고, 오마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 놀 만큼 놀게 해줬으니 이제 내 차례군.”

“…뭐?”

“왜 옥염마법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지? 애석하게도, 이놈은 주변에 아군이 있으면 사용하기 곤란해서 말이야.”

오마르의 손에서 또다시 전처럼 끈적끈적한 빨간 불이 새어 나왔다. 좀 전에는 오마르가 미처 사용하지 않고 다시 거둬들였던 그 질감이었다. 오마르가 이것을 다시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워크맨을, 단숨에 불태우기 위해서.

“워크맨. 네놈의 불꽃은 몇 도냐? 1,500도? 2,000도?”

“…뭐야?”

“내 옥염마법은―”

화륵!

오마르의 손에서 옥염마법의 편린이 구사되었다. 그건 참철검술로 치면 중단베기 정도인, 그러니까 1성 정도인 기술에 불과했다.

하나 단지 그것만으로 워크맨 소장의 가슴팍에는 구멍이 뚫렸다.

“!!!”

구멍의 지름은 15cm. 심장쯤은 잿더미로 만들고도 남을 만큼의 커다란 구멍이 워크맨의 가슴에 났고, 그는 곧 비틀거리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워크맨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랐다. 아니, 그보다. 자신의 파란 불꽃을 뚫고 들어올 수 있는 화염이 있다니? 그게 말이나 되나?

‘내 영광의 등불은 무려 2,500도에 달하는 초고온의 화염. 그런데 어떻게…….’

저벅. 오마르가 워크맨을 내려다보았다. 워크맨은 입에서 왈칵 피를 토했고, 오마르의 신발에 그 핏물이 묻었다. 오마르는 불쾌한 얼굴로 워크맨을 마구 짓밟았다.

퍽! 퍽! 퍽!

“더러워졌잖나.”

“끄윽…….”

“네놈의 불꽃이 아무리 뜨거워도 코르비노 가문의 옥염마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지옥 불이라는 게 비유적인 표현인 줄 알았냐?”

주륵. 오마르는 워크맨의 위에 손을 올리고 옥염마법을 시전했다. 찐득한 불꽃이 워크맨의 몸 위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내렸고, 닿을 때마다 피부가 처참하게 주저앉았다.

치이익! 치이익!

“끄으으! 끄으으으으!!”

“옥염마법의 최소 온도는 300만 도. 컨디션 좋을 땐 1,200만 도까지 거뜬하지. 그렇다 보니 아군이 있는 주변에선 쓰기가 힘들어. 너무 뜨거워서, 공기가 메말라 버리거든.”

그 말대로, 오마르와 워크맨이 있는 이 작은 공간만 마치 따로 뚝 떼어놓은 듯 한여름 같았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서, 사막에서 수 주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을 만큼의 갈증이 느껴졌다.

‘300만 도? 1,200만 도? 그게 말이 돼?’

하지만 워크맨은 입 밖으로 말을 내뱉을 수조차 없었다.

“끄으으으으! 끄으으!!”

“시체를 두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이대로 녹여 없애주마.”

치이익! 치이이익!

워크맨은 그렇게 시신도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사라져 갔다.

* * *

상황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마테오 백작은 로사리오 소장을 가볍게 이겨냈다. 로사리오 소장의 은빛 벼락은 몹시 강하지만, 마테오에게 그의 마법은 ‘번개’가 아니라 살짝 따끔한 정도에 불과했다.

“내가 여든을 넘기는 동안 만난 적 중 가장 강한 벼락을 다루긴 하였소… 하지만 역시 안 되겠구려. 출력이 너무 약하오. 더 정진하시오.”

그렇게 말하는 마테오는, 사실 로사리오를 살려두지도 않았다. 바싹 구워진 로사리오의 시체에 대고 말하는 마테오의 모습은 오싹하기 그지없었다.

하이젠베르크 대장과 맞붙고 있던 레오 황제 역시, 달의 힘에 가로막혀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이젠베르크가 ‘달의 몰락’을 사용해 레오 황제를 공격했음에도, 레오 황제는 끄떡없었다.

“이런 미친……! 이게 바로 베네딕토 가문의 얼음 마법이란 말인가!”

“그렇다네, 하이젠베르크.”

쩌정!! 하이젠베르크가 얼어붙었다. 지크프리트 다음가는 무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하이젠베르크는 레오 황제에게 제대로 된 힘도 못 써보고 빙결로 박제되어 버렸다.

레오 황제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프로스트 크라운을 거둬들였다.

하이젠베르크를 감싼 얼음은 천 년간 녹지 않을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이 얼음 안에 갇혀 있을 것이다.

“어딜 감히 달 따위가 내게 덤비려 드느냐. 나는 황제다.”

전쟁에 참여한 각지의 이름난 인물들도, 그렇지 아니한 인물들도 모두 하나씩 전공을 차지해 가고 있었다. 개중에는 죽어 나가는 이 역시 적지 않았지만, 승기는 완전히 제국에게로 기울고 있었다.

전선 어딘가에 있던 알브레히트 5방주는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전쟁을 제국의 승리로 끝낼 수 있겠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다면, 25년 전에도 제국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냉전이 길어졌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이유란 바로.

“커헉…….”

집정관 데미안이었다.

테오발트는 입에서 핏물을 토하며 쓰러졌다.

그의 배를 꿰뚫어 놓은 것은 바로 데미안의 신살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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