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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83화 (183/201)

183화

【 문지기 라이언 소장 】

두두두두두!

아이젠이 선봉에 선 제국의 화살표 기마대가 적진으로 돌격했다. 목표는 라르페소의 성문.

라르페소의 성은 높이가 높지 않다. 낮은 높이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공화국 병졸들은 별안간 멀리서 제국군이 몰려오자 다급히 북을 쳐댔다.

“적습! 적습이다!!”

둥! 둥! 둥! 둥! 둥!

아이젠의 말 머리가 라르페소성의 50m 안팎까지 접근했을 때, 성문이 벌컥 열리며 안에서 공화국의 기마대가 쏟아져 들어왔다. 급하게 군복을 차려입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지만 그들 모두 전사의 기세였다.

“제국 놈들의 기습이다!”

“제국군을 모조리 섬멸해 버려!”

“죽여! 죽여라!”

둥! 둥! 둥! 둥! 둥!

북 소리, 고함 소리, 말이 우짖는 소리, 땅을 고르게 밟는 소리. 여러 소음이 뒤섞여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전쟁의 광기가 시작됐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젠은 침착하게 자신의 목소리로 대기를 울렸다.

“전군! 각자의 위치에서 공성하라!”

“와아아아아!”

펄쩍! 달리는 말 위에서 뛰어내린 아이젠은, 땅 위에 발을 딛자마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공화국군의 얼굴에 주먹을 먹였다.

뻐억! 쿠웅! 공화국군은 반동으로 낙마하여 사망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주변에 있던 공화국 병졸들의 시선이 아이젠에게 집중됐다. 그들은 저마다의 손에 쥔 창칼 끝을 아이젠을 향해 겨누었다.

“적병이다!”

“적군 소년병이 아군을 죽였다! 죽여라!”

아이젠의 얼굴을 모르는 자들은 그를 소년병으로 오해하고 덤벼들었다. 쉬익!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의 창대를 팔에 끼운 아이젠은, 그대로 주저앉아 적 병졸을 낙마시켰다.

다른 병졸들이라고 사정 봐주지는 않았다. 아이젠은 재빠르게 주먹에 암화의 기운을 불어넣어, 그들의 면상을 작살내 주었다.

‘권왕백무!’

퍼버버버버벅!

“크윽!”

“커억!”

“퍼헙!”

얼굴을 맞은 병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낙마했고, 이어지는 공화국군 기마대의 돌진에 짓밟혀 죽어버렸다.

아이젠의 옆에 있던 테오발트는 모처럼 에레디아를 뽑아 들었으나, 아이젠을 호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긴, 애초에 그러리라 생각은 했었다.

“전진! 전진하라! 성문이 열려 있는 지금을 틈타 꿰뚫는다!”

테오발트의 거센 외침에, 주변에 있던 제국군이 흥분 상태로 반응했다. 기마대의 쐐기 부분을 담당하던 제국 병사들이 일렬종대로 전진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아직 열려 있는 라르페소성의 문. 기습 때문에 아직 공화국군이 정신없어하는 틈을 타서 라르페소를 뚫는 것이다.

“전진!!”

그렇게 가장 앞서가던 제국 기마병이 라르페소성의 문지방을 밟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직!

제국 기마병이 한순간 위아래로 압착되어 짓눌려 버렸다. 누가 봐도 즉사였다. 기괴한 광경에 소란스럽던 주변이 잠시 잠잠해졌다. 아이젠 역시 성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둥! 둥!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걸어 나오는 것은, 사자 같은 갈깃머리를 뒤로 넘긴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제국 놈들.”

“라이언 소장!”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고성을 내질렀다. 라이언 소장, 그는 바로 수도 라르페소의 문지기다.

“이런 막무가내인 놈들을 봤나. 이렇게 주먹구구로 습격을 해와?!”

라이언이 주먹을 꽉 쥐자, 조금 전 압착됐던 제국 병사가 한 번 더 짓눌렸다. 그러더니 ‘그것’은 작은 큐브의 형태가 되어버렸다.

“타이거 준장! 하이에나 대위!”

팟! 라이언의 부름에 그의 양옆으로 두 사람이 나타났다. 라이언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타이거 준장과 하이에나 대위였다.

“제국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

“존명!”

“받들겠습니다!”

와아아아아! 또다시 전쟁 양상이 시작되었다. 테오발트는 뒤에 서 있던 다른 전쟁영웅들을 돌아보고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마테오 백작이 씨익 웃었다.

“제가 하이에나 대위를 맡겠습니다…….”

“내가 타이거 준장을 맡지.”

두 사람이 각자의 적을 추살하러 사라졌다. 오마르와 불라트는 이미 다른 공화국군을 섬멸 중이었다.

혼란의 전장에서, 자연스레 서로를 바라보게 된 것은 아이젠과 라이언 소장이었다. 아이젠은 라이언 소장에게 성큼성큼 걸어갔고, 라이언 소장은 당장에라도 아이젠을 짓눌러 버릴 기세로 그를 노려봤다.

“소년병이냐? 이름이 뭐지?”

“아이젠 폰 그린우드.”

“……! 위스퍼가 말한 그놈인가.”

라이언 소장의 눈동자가 낮게 내려앉았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것을 아이젠은 보았다.

“네가 바로 콜레몽의 망골대왕을 쓰러뜨린 장본인이라지? 하지만 난 내 두 눈으로 보지 않고선 믿지 않는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어린아이에 불과하군.”

“다들 그렇게 말하고 죽어가던데.”

아이젠이 조용히 사신강림을 피어올렸다. 그의 몸 안에서 암화가 넘실거렸다.

“라이언 소장. 주먹구구로 습격해 왔다고 했는데, 그건 잘못 안 거야. 계획이 있다구.”

“무슨 놈의 계획 말이냐?”

“라르페소성을 함락할 방법.”

아이젠의 양 주먹에 암화가 깃들었다.

“네놈만 쓰러뜨리면 되는 거지.”

“하! 그게 계획이냐? 너 계획이라는 말이 뭘 뜻하는지는 아는 거야? 꼬맹이가 어딜 감히.”

라이언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의 손 안에서 가공할 위력의 오러가 뭉쳐들기 시작했다. 아이젠은 잠시 지켜보다가, 흠칫! 하는 기운을 느끼고 몸을 틀었다.

파앙!

“커억!”

아이젠의 옆에 있던 제국 병사가 단말마를 내며 쓰러졌다. 그의 목이 잔뜩 쪼그라들어 있었다. 라이언은 손을 털어내고 비웃었다.

“빗나갔나.”

‘이 자식.’

아이젠은 라이언의 능력을 분석했다. 조금 전에 선보였던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대상을 잔뜩 압축해 버리는 기술인 듯했다. 이건 잘못 맞으면 바로 즉사다. 아이젠은 일단은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결사신권, 공간지배.’

그리고 암화의 원을 펼쳤다. 라이언은 원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다시 한번 손바닥을 뻗었다. 이번에도 그의 손에 강한 오러가 모여들었다.

“압축!”

‘공간참보!’

파앙! 아이젠이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곳이 팡 하고 터졌다. 압축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닌 듯했다. 대기 자체를 짓눌러 버려, 공깃방울이 터져 버린 것이다.

아이젠은 공간참보를 이용해 라이언의 옆으로 이동했다. 암화의 원은 이미 라이언을 안에 두고 있었다.

‘권왕백무!’

퍼버버버버벅!

아이젠의 권왕백무가 작렬하고, 라이언의 몸이 공중에 잠시 붕 떴으나 그의 복근은 단단했다. 아이젠은 손이 저릿저릿한 감정이 들었다.

“멍청이!”

파앙! 라이언이 또다시 압축의 힘을 사용했고 아이젠은 뒤로 재주넘어 피했다. 아이젠의 옷 끝자락이 짓눌려 찢겨 나갔다. 아이젠은 곧바로 주먹에 암화를 눌러 담았다.

‘환교신권!’

타앙! 쏘아진 환교신권은 라이언의 턱을 가격했다. 라이언의 얼굴이 크게 돌아갔으나, 이번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얼굴에 크게 상처가 남긴 했지만 말이다.

“그깟 어린애 주먹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겠냐?!”

전쟁회의에서 라르페소의 문지기인 라이언을 쓰러뜨리는 것부터 문제라고 했다. 아이젠은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놈, 몸 안에 담고 있는 오러의 양이 차원이 달라.’

라이언은 그 몸 안에 어마어마한 양의 오러를 품고 있었다. 아이젠과는 비견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아이젠이 내공이 폭포라면 라이언의 오러는 강(江)과 같다.

“난 날 때부터 오러의 양이 남달랐지. 이 금단의 기술 ‘압축’을 익혀 어린 나이에 소장이라는 직함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덕이다.”

“아, 그러냐.”

그 어마어마한 양의 오러 덕에, 라이언은 마치 갑옷처럼 오러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이젠의 암화를 실은 주먹조차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이었다.

‘공간제권!’

슈파파파팟!

공간지배의 영역 안에서, 아이젠이 의식하고 내지른 주먹은 상대가 어디 있든 무조건 명중한다. 교아가 범위화되었다고 보면 편하다.

파바바바박!

무수히 많은 공격이 라이언의 머리, 턱, 명치를 노리고 덤볐다. 라이언은 그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모두 얻어맞은 후에도 그의 몸에서 오러는 깎여 나간 기색 하나 없었다.

“크으. 소용없다니까?”

“그렇다면.”

아이젠이 강망태신을 시전했다. 콰아아아! 거센 내공이 아이젠의 몸 위에서 흘러넘친다. 이제 아이젠은 사신강림과 강망태신을 웬만큼 운용해도 멀쩡했다.

‘결사신권, 천차횡도!’

아이젠의 주먹에서 검보랏빛 불길이 대지를 덮을 듯 뿜어져 나왔다.

“이건 어떠냐!”

콰아아아아아!!

쉬이이이이.

내공의 잔상을 남긴 천차횡도가 먼지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전쟁통이 시끄러운 탓에 제국군과 공화국군은 이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았다.

아이젠만이 라이언의 용태를 살폈다. 놀랍게도 라이언은 이번에도 먼지투성이인 공기 속에서 멀쩡히 걸어 나왔다. 그는 단지 입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을 뿐이다.

“크아. 이번 건 좀 위력적인데? 하지만, 그래도 나한텐 안 돼.”

“……!”

라이언은 강하다. 아이젠은 판단을 완료했다.

“압축!”

파앙! 아이젠이 가볍게 옆으로 뛰어 라이언의 공격을 피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라이언의 압축은 눈으로 보고 피하기 쉽다는 것이었다.

아이젠은 뛴 자세 그대로 허공에서 발을 디뎌 일직선으로 라이언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반동을 오른쪽 주먹에 담아 내질렀다.

‘철권!’

퍼억!! 아이젠의 주먹이 라이언의 얼굴을 강타했다. 라이언의 고개가 한순간 홱 하고 크게 꺾여 돌아갔다.

‘오러 갑옷이 그리 단단하다면, 그 속을 뭉그러뜨려 주마!’

그러나.

우드득!

소리를 내는 것은 아이젠의 주먹 쪽이었다. 라이언은 돌아간 머리를 원위치시켰다. 그리고 아이젠을 덥석 붙잡았다.

“압축!”

“―?!”

파앙!!

우지지직!!

아이젠은 찰나의 순간 라이언을 밀쳐냈지만, 모든 피해를 무위로 돌릴 수는 없었다. 아이젠은 상반신 앞쪽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거렸다.

“윽……!”

그의 가슴 근육 아래쪽, 배를 감싸는 살갗이 터져 나가 있었다. 라이언의 압축은 다행히 아이젠의 피부 일부를 앗아가는 데에 그쳤지만, 그 가공할 위력의 여파로 아이젠은 갈비뼈를 몇 개 잃었다. 그의 부러진 갈빗대가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속살을 찌르고 있었다.

“후우……!”

“큭큭. 그 짧은 사이에 피하다니, 제법이군. 하지만 그래도 망골대왕을 이겼다는 건 납득이―?!”

시큰시큰! 라이언은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에 손목을 부여잡았다. 이내 원인을 깨달았다. 아이젠이 조금 전 붙잡혔다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라이언의 손목에 주먹을 난타한 것이다.

라이언은 자신의 손목뼈가 금이 갔다는 것을 알았다. 오러 갑옷에도 빈틈은 있게 마련이고, 아이젠은 그 빈틈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다.

“모든 공격을 막는 절대 갑옷은 아닌가 보지?”

“흠. 그래. 제법이구만. 그래도 내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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