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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61화 (161/201)

161화

‘흐음.’

제이슨은 생각했다. 이사키오스가 말한 요한 대장군이라는 놈이 적들의 대장이라면, 아마 아이젠 소가주님이 그를 직접 상대할 것이다.

그리고 제이슨의 판단에, 아이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건 충성심과 믿음의 발로라기보다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이었다.

“너희의 대장, 이름이 요한이라고 했나?”

“어딜 그분 존함을 함부로 불러! 요한 대장군님이라고 해라.”

“그 요한이라는 놈, 아마 지금쯤 얼굴이 짓이겨져 있을걸.”

“존함 똑바로… 뭐야?”

“인상착의를 잘 기억하고 있길 바란다. 아마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결딴이 나 있을 테니까.”

“이 새끼가. 혓바닥 한 번만 더 놀리면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다.”

“나는 흑기사 제이슨. 네놈에게 쉽게 찢길 만큼 연약하지 않아.”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네!”

촤악!! 이사키오스의 배틀라이트에서 또다시 녹색 물질이 뻗어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당했다만, 제이슨은 또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팟! 옆으로 뛴 제이슨은 녹색 물질을 가볍게 피했다. 다음 순간 또다시 뻗어 나왔고, 그다음 순간 또 한 번 뻗어 나왔지만 그 모두를 제이슨은 가뿐히 피했다.

제이슨이 천연덕스레 말했다.

“그 아티팩트, 별로 쓸모없는 거 아니냐? 맞춰야 의미가 있지.”

“흥. 네깟 놈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나!”

촤악! 촤악! 촤악!

배틀라이트가 연속으로 녹색 물질을 뱉어냈다. 횟수만 많을 뿐 실속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제이슨이 계속 번쩍번쩍 뛰며 피하는데, 별안간 이사키오스의 뒤쪽에 멀뚱멀뚱 서 있던 병졸 몇이 제이슨을 향해 덤벼왔다.

“이야아!”

“죽어라!”

제이슨은 그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백검을 꼬나쥐어 그들을 벨 준비를 했다. 다음 순간 놀랄 일이 벌어졌다.

촤악!! 배틀라이트의 녹색 물질이 병졸들에게 가 맞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병졸이 다른 병졸을 붙잡자 녹색 물질이 연결되며 마치 하나의 인간 사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인간 사슬의 끝에 있던 병졸은 제이슨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파생검술, 풍참!”

제이슨은 주저하지 않고 풍참을 사용해 그 병졸을 베었다.

“크악!”

병졸은 단칼에 쓰러졌다. 문제는 병졸의 몸에 묻어 있던 녹색 물질이 결국 백검에 닿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녹색 물질은 끊어지지 않았다.

이제 사슬 끝에 연결된 것은 다름 아닌 제이슨이었다.

“……!”

“맞춰야 의미가 있다고? 맞는 말이야.”

이사키오스가 비아냥거렸다. 그는 배틀라이트를 높이 들어 올린 뒤 확 잡아당겼다. 반작용으로 제이슨이 이사키오스를 향해 부웅 당겨져 날아갔다.

이사키오스는 어느새 배틀라이트를 휘두를 준비를 마친 자세였다.

“커다란 무기를 우습게 보면 곤란하지!”

콰앙!!!

제이슨은 이번에는 백검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날아갈 때의 바람 저항력을 제이슨이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두둑! 배틀라이트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제이슨은 한순간 목이 꺾일 뻔했으나, 그것만은 안 된다고 생각하며 몸을 비틀었다.

“크읏!”

입에 피가 고이는 감각과 함께 제이슨이 땅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입술이 터지고, 이마가 찢어져 피멍이 들었다. 찢어진 눈썹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가 제이슨의 왼쪽 눈 시야를 가렸다.

“후우. 후우.”

“크크. 이걸로 내가 완전히 우위를 점했다. 그렇지?”

“그래. 그런 듯하군.”

설마 자기 부하들을 사슬로 엮어 공격해 올 줄이야. 의리를 중요시하는 제이슨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으나 그것이 저들의 방식이라면 인정해야 한다.

다만, 인정과 공감은 다른 문제다. 제이슨은 백검을 틀어쥐고 가려진 시야의 한쪽 눈을 감아버렸다.

“이번엔 내가 우위를 점할 차례야.”

슉!

제이슨이 이사키오스를 향해 빠르게 전진했다. 이사키오스는 뒤로 달아나려다 멈칫 섰다. 그도 그럴 것이.

휘익.

제이슨의 칼날은 이사키오스에게 닿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한쪽 눈을 뜰 수 없게 되자 원근감이 잡히지 않는 탓이다. 이사키오스가 비웃었다.

“푸하. 어이, 그런 눈으로 괜찮겠어?!”

부웅! 이사키오스의 배틀라이트가 높이 들렸다. 그리고 제이슨을 내려쳤다. 카앙! 제이슨은 투박하게 백검을 들어 배틀라이트를 막아냈다.

충격을 완화해 피해는 없었지만 이사키오스의 팔뚝 힘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카가각.

이사키오스는 위에서 배틀라이트로 제이슨을 짓눌렀다.

“깔아뭉개주마!”

“―!”

팟! 그때 제이슨이 기지를 발휘해 백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이미 힘을 주고 있던 이사키오스는 기우뚱하며 넘어질 뻔했고, 그 위로 제이슨의 백검이 먹잇감을 노렸다.

“파생검술, 풍양단!”

“출력 개방!”

츠팟!

제이슨의 검술은 말끔했다. 이사키오스가 달아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것이 흠이었다. 배틀라이트의 출력을 개방한 이사키오스는 그 반작용으로 멀찍이 날아가 버렸다.

“어딜!”

촤악! 그리고 배틀라이트에서 또다시 녹색 물질이 뻗어 나왔다. 제이슨은 반사적으로 왼손을 들어 막고 말았다. 막은 뒤에야 깨달았다. 이건 막아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녹색 물질은 제이슨의 왼팔을 묶었다. 한 번 묶이기 시작하니 속수무책이다. 촤악! 촤악! 다음으로 왼다리, 오른다리까지 묶이고 말았다.

“흠.”

제이슨은 태연한 척해보려 했지만 진퇴양난이었다.

이사키오스는 병졸들에게 눈짓하곤 위풍당당하게 제이슨을 향해 걸었다. 병졸들이 스릉― 하며 검을 꺼내 들더니 제이슨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섰다.

처억!

제이슨은 움직일 수 없었다. 백검이 들려 있는 오른손을 빼면 다른 사지는 배틀라이트에 묶여 있고, 주변으로는 저마다의 검을 든 병졸들이 서 있다. 정면에는 이사키오스가 배틀라이트를 들고 있다.

“흑기사라고 했나? 기사랑은 다르게 암살 같은 게 특기겠지.”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팔다리가 모두 묶인 상태에서는 암살을 할 수도 없겠어. 안 그래?”

“그렇겠지.”

“그럼 이쯤 됐으니 하나 물어보겠다.”

저벅저벅. 이사키오스가 느릿느릿 제이슨에게 다가섰다.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제이슨이 실제로 위압감을 느끼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너희 그린우드 공작가. 공작가의 문장(紋章)은 어디 있지?”

“……!”

제이슨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들이 무모하게 선전포고를 감행하면서까지 전쟁영웅의 가문에 침투해 온 이유.

“그린우드의 문장을 노리는 건가.”

“그렇다.”

가문에 있어 문장이란 제국으로 치면 옥새다. 절대 잃어버려서도, 도난되어서도 안 되는 물건. 공작가가 공작가임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문장이다.

‘그런 공작가의 문장이 만약 공화국군 손에 들어간다면 제국군의 사기는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린우드의 명예에 흠결이 갈 테니까.’

이들은 지금 전쟁통인 현 상황에서 반전을 노리고 문장을 훔치러 온 것이다. 옥사비나를 재탈환하긴 했으나 공화국에서는 선전포고까지 시행한 만큼 확실한 승리가 필요할 터.

제이슨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새끼들. 대체 그린우드를 뭐로 보고. 한 가문의 문장을 그리 쉽게 훔칠 수 있을 줄 알았나?”

“훔치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우린 그저 승리의 징표를 가져갈 뿐이다. 우리 한 개 소대만으로도 전쟁영웅의 가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징표.”

“웃기지 마라.”

“흠. 보아하니 네놈은 모르나 보군. 하긴, 일개 흑기사가 가문의 문장이 어디 있는지 알 리 없나. 뭐, 괜찮다. 네놈들을 모조리 도륙 내고 그 뒤에 찾아내면 그만이니까.”

“이놈!”

“더 볼 것도 없다. 죽여라.”

이사키오스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제이슨을 둘러싸고 있던 병졸들의 검이 높이 들렸다.

“하찮은 기사 목숨 따위야 별것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법 즐거웠다. 흑기사 제이슨.”

“……!”

이내 병졸들의 검이 힘껏 내리쳐졌다.

촤악!!!

단 한 번의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 이사키오스는 소리를 몸소 만끽하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아름다운 하나의 소리로구…….”

잠깐.

하나라고?

“너희의 패착은 하나다.”

덜컹! 이사키오스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제이슨의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직 정면을 보고 있던 이사키오스는 공화국군 병졸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단말마조차 내지 않았다.

키이잉―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이사키오스의 목덜미에 차가운 감촉과 함께 가닿았다.

제이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특기가 암살만 있다고 생각한 점이지.”

“뭐, 뭐야. 어떻게. 어떻게 그새 내 뒤로.”

“아, 오해하지 마라. 내가 네놈의 이 더러운 콧물을 베어버린 것은 아니니까. 이것만큼은 도저히 벨 수가 없더군.”

그 말대로 이사키오스의 배틀라이트는 여전히 제이슨과 녹색 물질로써 연결되어 있었다.

제이슨은 그걸 굳이 베어내지 않고서도 다른 병사들을 모두 이길 수 있었을 뿐이다.

제이슨이 이사키오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팔뚝에 노란색 투명한 방패를 형성한 제이슨은 이사키오스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파생검술 4성, 오러 실드. 이 오러 실드 앞에 너희 병졸들의 칼날은 나뭇가지만도 못해.”

“겨, 겨우 그런 손바닥만 한 방패막이로?”

“너희 공화국군의 칼날을 막아내기엔 충분한 넓이지.”

“숨기고 있었나.”

“숨겨? 천만에. 감춘 것이다.”

“같은 말이잖…….”

“아니.”

촥!

제이슨은 더 지체하지 않고 이사키오스의 목을 갈랐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풍참이었다.

“그 두 개가 같다고 생각하니까, 네가 오늘 내게 패배하는 거다.”

그렇게 뒷마당에서의 승리는 제이슨에게로 돌아갔다.

* * *

공화국군의 병졸, 판보 일병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

눈앞에 있는 적 모니카가 들고 있는 목검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그녀 뒤에 서 있는 에밀이 너무 나약해 보여서?

그 둘 다 아니었다.

“이, 이야아아!”

모니카가 소리를 지르며 목검을 든 채 덤벼들었다. 판보는 들고 있던 검으로 모니카의 목검을 간단히 막아냈다.

티잉~

웃음이 나올 만큼 허무한 소리가 맥 없이 울려 퍼졌다. 판보가 난감한 이유는 모니카와 에밀을 죽일 만한 보람도 없는 놈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거 뭐. 참. 하이고.”

판보도 실력자는 아니었지만, 모니카의 검술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그래, 뭘 좀 배운 것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근데 그게 전부였다. 이제 한 6개월 배웠을 만한 수준. 아니면 그것보다 짧을 수도 있고. 딱히 재능이 느껴지지도 않는 그저 그런 검술이었다.

“이건 내가 검을 쥘 필요도 없겠는데.”

판보는 그렇게 모니카를 깔보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품에서 작은 단도를 꺼냈다. 날 길이가 15cm는 되기에 작다고 표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지만.

모니카가 겁을 집어먹자 판보가 피식 웃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 장검 대신 단검으로 상대해 주려는 거니까.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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