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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57화 (157/201)

157화

펑! 콰앙! 요한은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져 부딪혔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이미 중상 또는 사망이었겠지만, 요한은 잘 다져진 몸과 오러로 신체를 보호해 전혀 아무런 피해 없이 벌떡 일어설 수 있었다.

“으음!”

요한이 먼지를 헤집으며 몸을 일으켰다. 퉤! 하고 침을 뱉는 그의 타액에는 피가 조금 섞여 있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완전히 무사할 순 없었던 것이다.

“크흠. 카악, 퉤.”

가래침을 내뱉은 요한은 발바닥 옆에 떨어져 있는 파라슈를 보았다. 마침 요한이 날아간 위치가 파라슈가 있던 곳이었던 것.

요한은 태연하게 파라슈를 집어 들었다.

“흥. 주먹이 단단한 건 알겠다만. 보다시피 그 정도론 내게 치명상을 주진 못해.”

“치명상이라. 알았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아이젠은 한 달 만에 다시 그 기술을 쓸 생각을 하니 왠지 긴장감이 온몸을 휘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신강림과 천수관음을 동시에 운용하고도 이기기 곤란한 상대가 있다면, 남은 답은 하나뿐이다.

“사신강림, 강망태신(江望太神).”

아이젠의 눈빛이 찬란히 빛나기 시작했다.

* * *

한편 모니카는 어느새 가문 영지의 본 저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창졸간에 사울 장로의 지시를 받고 온 것이었다.

그녀가 받은 지시는 바로 옆 마을에 가 있는 장로들에게 전서구를 부치는 것.

“펜이… 종이가… 여깄다!”

불경하게도 소가주실의 이 장소 저 장소를 헤집던 모니카는 서랍 끝에서 고이 잠들어 있던 펜과 구겨진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녀는 움츠러든 모습 그대로 허공에 대고 말했다.

“죄송해요, 소가주님. 사안이 급해서!”

짧은 반성을 마친 그녀는 책상에 대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가운데 울려 퍼졌다.

장로 연합이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전력이 된다. 그들이 제아무리 나이 먹은 노인들이라지만, 모두 파생검술을 일정 수준만큼은 익힌 실력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방주들에게까지 보내기엔, 방주들은 너무 멀리 살기 때문에 전서구가 날아가는 데만 몇 주는 걸릴 것이다. 옆 마을이라면 반나절 만에도 소식통이 오갈 수 있다.

반나절 안에 모든 전투가 끝나지 않는다는 전제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따라 조속히 복귀해 주시길 원하는 바입니다……. 됐다!”

그녀가 이제 편지를 대충 품에 넣고 소가주실을 나가려는 그때였다.

소가주실 문 바깥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물들을 부수고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

이곳에 저렇게 험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모니카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고 소가주실 문을 걸어 잠갔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소가주실의 문손잡이가 덜그럭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흐읍!’

모니카는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여야 했다. 목도 정도는 들고 왔지만 진검은 없고, 바깥에 있는 것이 만약 공화국군이라면 모니카는 사면초가다.

그때였다.

“아무도 없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모니카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기 때문이다.

“에밀 공자님!”

끼익― 소가주실 문을 열어젖힌 모니카는 그린우드 가문의 다섯째, 에밀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겨우 열세 살인 에밀이었지만 모니카보다 키는 조금 작은 정도에 그쳤다.

“다들 어디 갔어?”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숨어요, 공자님.”

“왜?”

“왜냐면 지금 공화국군 녀석들이…….”

덜컥! 그때였다. 저쪽 모퉁이를 돌며 걸어 나오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건 공화국군 병졸이었다. 말단으로 보였지만 틀림없었다.

“앗. 제국 놈들!”

그는 사실 상황이 화급한 가운데 정문에서 여기까지 몰래 도망쳐 온, 말하자면 싸우기를 두려워하는 공화국군 병졸이었다. 그러나 그는 진검을 들고 있었고 그것은 모니카와 에밀에게 충분한 위협이 됐다.

“당장 이리 와. 여기 가주실이 어디지? 말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 병졸도 어린 여자와 더 어린아이를 마주한 탓에 괜히 기세가 등등해져 소리쳤다. 정문에는 온갖 괴물들 천지인데, 여기는 그가 쉽게 이길 수 있을 법한 유약한 이들밖에 없었다.

“으으.”

모니카는 뒤편의 에밀을 슬쩍 내려다보니, 이내 입술을 질끈 깨물고 목검을 꺼내 들었다.

“제길!”

할 수밖에 없었다. 모니카는 여기서 공화국군 병졸을 쓰러뜨려야 했다. 병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 목검을 꺼내 드는 모니카를 보고 놀란 것이다.

“푸하하! 뭐야, 너. 겨우 그딴 나무조각으로 날 이기겠다고? 이 미친년.”

병졸이 든 검이 창밖으로 들어온 빛을 받고 선명하게 빛났다. 모니카는 덜덜 떨면서도 목검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후, 후우. 실전은 처음인데…….”

“괜찮아, 모니카? 손이 덜덜 떨려.”

“괘, 괜찮아요. 에밀 공자님, 뒤에서 물러나 계세요!”

마치 영설산이 아이젠이 모니카를 뒤편에 두고 지켜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모니카가 에밀에게 그러려 하고 있었다.

* * *

치이익!!

맡으면 왠지 달콤하기도 해서 더 기분이 나쁜, 살이 구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울 장로는 팔을 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레온에게 팔을 붙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레온의 적검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의 칼날이 사울 장로의 팔 안쪽을 태우고 있었다. 부들거리던 사울 장로는 겨우 팔을 뿌리쳐 냈다.

“크음……!”

“하! 노친네 잘난 척하더니, 쪽도 못 쓰잖아?”

사울 장로가 간과한 것은 레온의 적검이 가진 공격 범위였다. 그러니까, 칼날을 피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검면이 몸에 닿는 것조차 주의해야 한다.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은 칼날 표면 온도가 점점 상승하는 아티팩트이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그 표면에 살을 갖다 대기만 해도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은 온도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닌지, 사울 장로의 겨드랑이 밑은 바싹 탄 정도에 그쳤다.

“음.”

사울 장로는 주저 없이 자신의 상처 부위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커버넌트 오러가 활성화되며 냄새가 그치고, 바싹 탄 자국이 3도 화상 정도로 나았다.

레온이 놀랐다.

“뭐야, 영감탱이! 마법사였나?”

“계속하지.”

사울 장로는 파생검술의 검로를 시선의 경로상에 올리고,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웬만한 기사라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발도지경의 경지에 오른 자였으니까.

“파생검술, 속동검격!”

슈팟!!

카앙!

하지만 레온도 웬만한 기사 정도에 그치는 실력은 아니었다. 그는 가까스로 사울 장로의 참철검을 막아냈다.

“보인다고 했잖아!”

“아슬아슬했던 것 같네만.”

“아니라고!”

촤악!

레온이 대검을 휘두르자 사울 장로의 팔뚝이 베였다. 일부러 베여준 것이었다. 다음 일격을 위해서.

“파생검술, 역근검격!”

콰직!

강한 힘을 주고 레온을 밀어냈다. 칼날에 찔려 멀찍이 밀려난 레온은 고통스러웠는지 가슴을 움켜쥐었다. 부서진 것은 그의 갈비뼈.

레온이 순간적으로 오러를 펼쳐 막지 않았다면 갈비뼈가 아닌 심장이 부서졌을 것이다.

“큭!”

“반응이 빠르구먼. 하지만 멀었다네.”

“뭐야?!”

“이것도 막아보게나.”

사울 장로의 발에 힘이 들어갔다.

“파생검술, 속동검격 : 연격!”

촤악! 슈팟! 카앙! 촥! 파밧!

사울 장로의 칼날은 매서웠다. 그는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레온에게 덤볐다가,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나타나 베었다. 레온은 몇 차례의 공격은 막아냈지만 너무 빨라서 속수무책이었다.

“크아아아!!”

그가 비명을 내지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레온은 결국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칼날이 밑으로 가게 쥐더니, 땅에 내리꽂았다.

콰지직! 갈라진 땅 사이로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이 반쯤 박혔다. 그러자 붉은 대검의 표면이 점점 더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가만두지 않겠어, 이 노친네 새끼! 늙은이라고 봐주면서 하려 했더니!”

“음?”

사울 장로는 무슨 일이 펼쳐지려나 싶어 그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빨리 여러 차례 움직였는데도 그는 헐떡이는 기색도 없었다.

“붉은 대검 풀파워다! 1,600도로 달궈진 칼날에 베여 죽어!”

후욱!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이 뜨거워졌다.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울 장로는 땀이 삐질삐질 흐를 지경이었다. 한겨울인데 말이다.

그때, 옆에서 싸우고 있던 공화국군 병졸 하나가 사울 장로에게 달려들어 왔다.

“죽어라!”

그와 동시에 레온도 뛰었다. 사울 장로는 삽시간에 샌드위치 상태가 되어 진퇴유곡이었다.

그런데 그가 파생검술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이것 참. 참으로 엄청난 ‘객기’로군.”

부웅! 별안간 사울 장로의 몸 근처로 반경 1m 정도의 노란색 반구가 펼쳐졌다. 레온과 병졸은 이게 무슨 현상이지 싶으면서도 이미 공격을 내질렀기에 거둬들일 수 없었다.

“파생검술, 그린 도미네이션.”

그리고 사울 장로는 참철검을 검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아주 재빨리, 다시 뽑았다.

칼날이 뽑혀 나오는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레온이 눈을 깜짝하자 사울 장로의 참철검은 다시 검집 안에 들어가 있었으니.

‘어? 저게 왜 저기에.’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레온의 시야가 기우뚱하더니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갑자기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어……?’

캉! 그제야 자신이 들고 있던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이 쩌적 하고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야가 넘어간 것은 그의 목도 함께 잘렸기 때문이었다. 인제 보니 사울 장로의 뒤편에 있던 병졸 역시 마찬가지로 목이 잘려 쓰러지고 있었다.

사울 장로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파생검술, 참철발도.”

털썩! 털썩!

레온과 병졸의 주검이 바닥에 쓰러진 것을 확인한 뒤, 사울 장로는 크게 심호흡했다. 오랜만에 사용해 보는 파생검술 6성의 절기였기에 실패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역시 그의 실력은 죽지 않았다.

“허허허. 이러면 이스보셋 장로가 아니라 내가 최전선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야.”

사울 장로는 농담을 하더니 비틀거리며 레온에게 다가섰다. 비틀거리는 이유는 겨드랑이 밑의 상처가 아직 많이 쓰라렸기 때문이다.

사울 장로가 내려다보는 것은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이었다. 칼날이 두 동강 나 있었지만, 스미스쏜즈의 대장장이들에게 맡기면 금세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좋은 검이로군. 아티팩트란 게 역시 뭔가 다른가. 하하.”

그러나 사울 장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온도가 상승한다고?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참철검 밑에서는 다 똑같은 주머니칼일 뿐. 이깟 게 아티팩트라면 참철검은 모두 아티팩트겠군.”

툭! 사울 장로는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을 발로 툭 차버렸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아직 싸우고 있는 아군 기사들의 품으로 향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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