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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56화 (156/201)

156화

【 그린우드 가(家)의 소란 】

슉! 파악!

“크억!”

테오도라가 쏜 화살에 그린우드의 기사 한 명이 명줄을 놓았다. 테오도라는 지체하지 않고 다음 화살을 검은 활에 메겼다.

그때, 테오도라의 손목을 덥석 붙잡는 이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한스였다.

“이 새끼가! 감히 날 앞에 두고 눈을 돌려?”

“…….”

테오도라는 말없이 한스를 뿌리치곤, 검은 활 끝으로 한스의 턱주가리를 날렸다. 뻐억! 저항 없이 날아간 한스는 자신의 턱을 붙잡았다. 조금 전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맞은 것이었다.

“윽!”

한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테오도라가 다시 화살을 메기고 있었다. 한스는 열이 확 올라서 들고 있던 참철검에 그린 오러를 불어넣었다.

“이 공화국의 쓰레기들이. 날 깔보지 말란 말이다!”

슈팟! 한스의 검이 휘둘렸다. 테오도라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검은 활 현에 한스의 참철검을 걸어 막아냈다.

덜그럭! 소리와 함께 한스의 몸이 휘청였다. 테오도라는 이미 메겨놓았던 화살을 주저 없이 한스에게 쏘았다.

슈욱!

“윽?!”

파앙! 한스가 고개를 재빨리 돌리지 않았다면 그의 목에는 검은 화살이 박히고 말았을 것이다. 한스는 검에 미리 집어넣어 놓은 그린 오러를 운용하기로 했다.

“얕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참철검술, 연풍참!”

카가각!

한스가 휘두른 참철검을 테오도라는 이번에도 검은 활로 막았다. 활의 현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참철검에도 잘려 나가지 않을 만큼 단단했다.

그러나 현 끝에 살짝 금 정도는 갔다. 이대로 팽팽함을 유지한다면 금세라도 떨어져 나갈 만큼.

“칫.”

결국 테오도라는 몸을 비틀어 투우사처럼 한스를 몸 뒤로 넘겼다. 테오도라는 현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시 화살을 메겨 한스를 겨누었다.

그러나 한스도 계속 맞아줄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어딜!”

참철검술, 성승!

슈팟! 한스의 참철검이 테오도라의 화살을 튕겨냈다. 멀리 날아간 화살은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바닥에 콱 박혔다. 한스는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아하. 네년의 무기, 바람의 저항을 무시하는군?”

“…….”

“신기한데? 아티팩트인가 뭔가 하는 건가? 게오르크가 썼던 것처럼?”

한스는 게오르크를 더 이상 첫째 공자님 내지는 형님이라 부르지 않았다. 게오르크는 한스가 믿어왔던 만큼 뛰어난 검술의 실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백번 양보해 검술만큼은 빼어났다고 쳐도, 게오르크가 허락되지 않은 불결한 힘을 활용해 소가주의 자리에 올라서려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스도 성격이 좋은 위인은 아니지만, 그는 편법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강해질 거라면 확실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그래. 아이젠 녀석처럼!’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기서 싸우고 있는 아이젠은 자신보다 월등히 높이 있다는 것을. 하긴 자기가 인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 녀석은 늘 나를 앞서갔지. 그러다가 이젠 소가주까지 되어버리고.”

“……?”

“그런 녀석의 앞길을, 가로막지 마라.”

한스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의 눈은 전과 달리 흉험했다.

“아이젠 소가주의 손위 형으로서 명한다. 덤벼라, 여자. 아주 그냥 포를 떠주지.”

* * *

그린우드 영지의 최후미.

제이슨은 공화국군 병졸들을 남김없이 쓰러뜨렸다. 남은 것은 녹색 망치를 든 이사키오스 한 명뿐이었다.

이사키오스는 놀란 눈으로 망치를 든 채 멍하니 있었다. 제이슨은 백검에 묻은 불쾌한 피를 털어내고 그 칼끝으로 이사키오스를 겨누었다.

“어이, 녹색 망치. 지금 항복하고 물러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그래? 정말? 정말 항복하면 살려줄 건가?”

“그래. 팔다리는 영영 못 쓰게 불구로 만들겠다만.”

“크크. 농담이야.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로서도 물러날 길은 없다. 제법 실력자구나. 놀랐어.”

이사키오스는 자신의 녹색 망치를 번쩍 들어 어깨에 걸쳤다. 마치 무게가 없는 것처럼 가벼웠다. 실제로 보기보다 훨씬 더 가벼운 재질인 듯싶었다.

“나는 리타스나트 공화국군 중위, 녹추(綠椎: 녹색 망치) 이사키오스. 내가 든 이 망치의 이름은 배틀라이트. 아티팩트다. 네 칼처럼.”

“…….”

“별 반응이 없군? 이 배틀라이트에 담긴 진귀한 힘을 좀 보여주려 했더니.”

쑤욱!

덥석!

이사키오스가 망치 배틀라이트를 한번 휘두르자, 쏜살같이 뻗어 나온 무언가가 제이슨의 오른손을 붙들었다. 백검을 쥐고 있던 손을 말이다.

무엇인가 하고 제이슨이 바라보니, 배틀라이트로부터 녹색의 찐득하고 콧물 같은 무언가가 직선으로 뻗쳐 나와 있었다. 망치 자체가 마치 젤라틴 같은 재질인 것처럼 보였다.

“뭐지?”

제이슨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자신의 손목을 붙들고 있는 힘이 예사롭지 않아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사키오스가 대꾸했다.

“별거 아니야. 접착제 같은 거지. 네놈같이 날랜 녀석들을 붙잡아놓는 용도다. 너, 조금 전까지 보니까 엄청 빠르던걸.”

그 말대로 제이슨은 그야말로 빛살처럼 공화국군 병졸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제이슨의 발은 묶인 거나 진배없었다.

“…날 멍청이로 보는군. 이까짓 콧물 같은 거.”

착! 제이슨은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백검을 왼손에 던졌다. 그리고 칼날을 높이 솟구쳐 들었다.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슈팟!

물컹!

“?!”

그러나 백검은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젤라틴에서 튕겨 나왔다. 이사키오스가 하하 웃으며 허리를 젖혔다.

“인마. 그 정도로 잘리면 이게 왜 아티팩트겠어? 내가 거둬들이지 않는 한 그 접착제는 절대 잘리지 않는다. 물론 거둬들일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성큼성큼. 이사키오스가 제이슨을 향해 걸어왔다. 그제야 제이슨은 망치 배틀라이트에 담긴 위력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사키오스는 배틀라이트를 양손 높이 들어 올리고 제이슨을 노려보았다.

“좀 아플 거다. 어금니 꽉 깨물라고.”

부웅! 배틀라이트가 휘둘렸다. 제이슨의 머리통을 향해. 제이슨은 반사적으로 이를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콰앙!

* * *

뻐억! 아이젠의 오른 주먹이 요한의 배에 박혔다. 요한은 꿈틀거렸지만 아이젠이 느낀 감각은 조금 달랐다.

‘안 먹혔다.’

분명 배를 정통으로 찔렀는데도 먹혀들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요한은 아이젠의 오른팔을 덥석 붙잡았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고작 이딴 주먹질에 내가 쉽게 당할 것 같나?!”

“……!”

“나는 리타스나트 공화국의 대령이자 돌격부대의 지휘관, 대장군 ‘패아지근(覇牙之斤: 도끼질의 으뜸)’ 요한이다! 네까짓 어린 애송이 주먹은 내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해!!”

뻐억!! 요한이 주먹으로 아이젠의 광대를 날려 버렸다. 도끼가 아니라 주먹으로 아이젠을 때린 것이다.

아이젠은 털썩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고통은 참을 만했다. 아이젠이 놀란 것은 자신의 주먹이 요한에게 조금도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단단하네, 너.”

“나의 전투도끼 파라슈의 진수를 보여주마. 파라슈는 힘을 흘려 넣으면 그 힘의 무게가 제곱으로 상승하는 아티팩트.”

“뭔 소리야?”

“즉, 내가 100만큼의 힘을 주고 파라슈를 휘두르면―”

부웅! 요한의 파라슈가 잽싸게 아이젠을 향해 휘둘렸다.

“10,000만큼의 힘을 낸단 소리다!!”

펄쩍! 아이젠이 뒤로 뛰어 공격을 피했다. 요한의 파라슈는 근처에 있던 벽가지를 베었다. 서걱! 그런데 그 절단면이 마치 우무를 자른 것처럼 매끄러웠다. 자그마한 흠집도 나지 않았다.

‘힘이 제곱으로 상승한다고?’

뭐 그런 엄청난 기술이 있대.

아이젠은 두려움 따윈 느끼지 않았다. 그가 느끼는 것은 오히려 기대감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6성으로 올라설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후우…….”

아이젠이 오랜만에 길게 심호흡했다. 자세를 잡고 몸 안의 내기를 모두 뽑아낼 듯 호흡한 아이젠은, 양손 주먹을 부서지라 꽉 쥐었다.

“결자해지, 일수일도(一手一度).”

오늘 이 결투에서 아이젠은 6성에 오른다. 그러기로 결정했다. 그럴 만한 상대였으므로.

“덤벼라, 요한. 이제 장난은 끝났어.”

“장난은 끝났다? 그럼 네가 뭘 더 보여줄 수 있단 거지?”

슉! 아이젠의 신형이 사라졌다. 일렁이며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은 요한의 등 뒤편이었다. 목롱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그의 뒤로 이동한 것이다.

아이젠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지옥.”

결사신권, 철권!

뻐억!! 아이젠의 주먹이 작렬했다. 위력은 좀 전과는 다를 것이었다. 왜냐하면 아이젠의 등 뒤에는 어느새 천 개의 손이 뻗어 나와 있었으니까.

‘결사신권, 천수관음(千手觀音)!’

옆구리를 얻어맞은 요한은, 순간적으로 각혈을 하더니 입 밖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으컥!”

쉬잉― 콰앙!

요한은 풀썩 날아가다가 땅 어딘가에 처박혔다. 그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펄쩍 일어나 파라슈를 휘둘렀다.

“이놈! 이 파라슈의 이명이 왜 ‘분쇄하는 전투도끼’인지 모르겠나!”

“모르겠는데?”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리기 때문이다! 죽어라!”

부웅!!

거센 바람이 먼저 아이젠을 향해 들이닥칠 때. 아이젠은 마음속으로 1초를 세고 주먹을 낮게 뻗었다.

‘결사신권, 나교아(拏鮫牙).’

나교아는 낚아채는 교아. 그리고 아이젠이 낚아챈 것은 다름 아닌.

츠팟!

바로 요한의 전투도끼, 파라슈였다. 한순간 무기를 빼앗긴 요한은 황망한 얼굴로 아이젠을 돌아보았다. 언제 어느 틈에 빼앗긴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신강림에 천수관음까지 사용한 아이젠에게 이 정도의 속도감은 전력도 아니었다.

“흐음. 제법 묵직하네. 이걸 무슨 죽도 휘두르듯 다루다니, 기본 힘이 좋긴 한가 봐?”

“뭐, 뭐야? 당장 내놓지 못해!”

“나도 필요 없어. 난 이런 날붙이 무기는 쓰지 않으니까. 그러니 네가 와서 가져가.”

아이젠이 금세라도 줘버릴 듯 파라슈를 내밀자 요한이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잽싸게 뒤로 물러서는 아이젠이었다.

“에비.”

“……!”

요한의 얼굴이 시뻘게지는 것은 자명한 일.

“이 풋내기 애송이 놈이… 감히 날 능욕해!”

“풋내기 애송이 놈한테 능욕당할 만큼 네놈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왜 묵과하지? 무도인이 무기를 빼앗겨서 쓰나.”

“놈!”

휘익! 아이젠이 파라슈를 뒤쪽으로 멀리 던져 버렸다. 요한의 시선이 그리로 향할 때, 아이젠은 목롱보라는 문자 그대로 요한의 눈동자를 희롱하여 그의 등을 잡았다.

아이젠의 주먹이 또 한 번 요한의 옆구리로 작렬하는 순간이었다.

‘권왕백무 : 관(貫)!’

이번에는 관(貫)의 힘이었다.

콰앙!

으드득! 으지지직!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으극……!”

요한이 불쾌하기 짝없는 얼굴로 이를 꽉 문 채 날아갈 때, 자신의 귓가에 날아드는 목소리를 들었다.

“허무하게 당하진 말아줘. 난 네놈을 통해 6성에 올라설 생각이니까.”

아이젠의 목소리는 차갑고 또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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