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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55화 (155/201)

155화

콰앙!!

아이젠의 주먹. 그리고 대장군 요한의 전투도끼 파라슈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전투하던 다른 이들도 시선을 돌릴 정도였다.

‘꿀꺽!’

‘아이젠 소가주님, 좀 쉬시더니 더 강해지신 느낌이야.’

‘몸이 근질근질하셨던 건가.’

그린우드의 기사들은 오랜만에 보는 아이젠의 주먹질에 저마다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왜인지 각자가 들고 있는 검이 초라하게 보였다.

그러나 감탄하는 것은 이 정도로 그쳐야 한다. 그들은 다시 눈앞의 적, 공화국군에게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했다.

‘흠집도 안 났네.’

한편 아이젠은 회혼을 담은 박살(撲殺)로도 부서지지 않는 요한의 파라슈에 조금 놀랐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보통 하나.

“아티팩트인가?”

“그래. 분쇄하는 전투도끼 파라슈라고 한다.”

“이름도 기네. 파라, 뭐?”

팟!

요한이 파라슈를 휘두르고, 아이젠은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났다.

“파라슈. 기억해 둬라.”

“싫슈.”

아이젠은 정확히는 후퇴했다기보다는 거리를 벌린 것이었다. 다름 아닌.

‘결사신권, 환교신권(患矯神拳)!’

환교신권을 쏘기 위해서.

퍼엉! 퍼엉!

아이젠의 양손에서 환교신권이 쏘아졌다. 쏜살같이 날아간 두 발의 환교신권은 요한의 파라슈의 도끼날 위에서 흩어져 무위로 돌아갔다.

“그린우드의 소가주는 학습능력이 없는 건가? 아티팩트라고 방금 말하지 않았나. 그 정도 별 볼 일 없는 주먹으로는 실금 하나 가지 않아.”

“너 너무 말 험하게 한다. 그냥 한번 테스트해 본 거야.”

“테스트? 뭘 테스트한단 말이지?”

“네놈한테 내가 온 힘을 쏟아부어도 될지 테스트.”

“…흥! 겨우 네까짓 놈이 뭘 할 수 있다고! 열일곱 살의 어린 소가주라고 들었다만.”

요한은 파라슈를 어깨에 걸치고 아이젠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상당한 근육질인 것은 둘째 치고, 몸 안에 흐르고 있는 오러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열일곱 살이라기에는 대단한 수준. 요한의 판단에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의 이야기다. 요한은 오늘 아이젠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앞으로’란 없다.

“제법 실력자라는 것은 알겠다. 그래, 뭐. 단순한 작위 승계로 따낸 소가주 자리는 아닌 듯하군.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소가주라니, 그린우드 가문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군그래.”

“아직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상대한테 너무 쉽게 방심하는 거 아니야?”

“큭큭. 방심이라? 사자는 토끼를 상대로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있지. 그 자세는 존경할 만한 일이야. 하지만 말이야…….”

요한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난 전장에서 수십, 수백 번의 방심을 해오며 살아왔다. 그러나 내가 만난 수많은 방심한 상대 중에서, 내게 치명상을 먹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척! 요한의 파라슈 끝이 아이젠을 겨누었다. 그의 전투도끼는 굵은 목봉의 양옆으로 거대한 도끼날이 달려 있는 형태였다. 도끼날에는 용이 음각으로 그려져 있었다. 실력 좋은 장인의 솜씨로 보였다.

“네놈은 과연 어떨까? 그린우드의 소가주 아이젠.”

“…대답하기 전에 하나 묻자. 네놈들은 조금 전 우리 영지로 바위를 날렸어. 투석기를 쓴 거겠지?”

“그렇다.”

“그렇다면 그 투석기를 계속 이용했다면 영지를 아예 황무지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지? 왜 직접 찾아온 거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채로.”

굳이 아이젠의 판단이 아니더라도, 정면 돌파보다는 기습이 쉬운 것이 전쟁의 일반적인 양상이다. 이들은 기습할 만한 충분한 전력이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고 당당히 그린우드의 정문으로 찾아왔다. 단순히 선전포고를 하기 위한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요한은 피식 웃더니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거야 뻔한 일 아닌가.”

“뻔한 일?”

“네놈들을 상대로 기습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정면 돌파로도 충분히 이길 수가 있지.”

“흐음.”

“자만으로 보이는가? 아니. 이것은 자신감이다. 네놈들 따위 아무렇지 않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오늘 이 자리에서 그린우드는 멸문할 것이다.”

“…오냐, 그래.”

아이젠은 짧은 판단을 끝냈다. 그는 결사신권을 온몸에 담아내고 자신의 내공 회혼을 혈관 곳곳에 흘려보냈다. 아이기스도 시퍼런 빛을 내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아이젠이 말했다.

“그동안 네놈에게 치명상을 먹인 놈이 없었다고 했지? 대장군 요한.”

“그렇다.”

“나도 그럴 수 있을지 확신 같은 건 없어. 아직 너와 제대로 싸워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게 있지.”

“…뭐지?”

결사신권, 사신강림(死神降臨)!

푸화악!

아이젠의 온몸 위로 곧장 회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회혼의 기운을 본 요한은 살짝 흠칫하더니 파라슈를 꽈악 움켜쥐었다.

“그린우드 가문에 전력은,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팟!

아이젠의 주먹이 요한의 명치로 날아들었다.

* * *

카앙! 카앙! 카앙!

사울 장로는 적검 레온과 맞붙고 있었다. 이명처럼 붉은 대검을 들고 있는 그의 검은 묵직했고, 그 탓에 사울 장로는 역근검격을 운용한 채로 레온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레온이 빨간 머리칼을 흩날리며 비웃었다.

“하! 노친네 힘도 좋으시네! 나랑 싸울 수 있겠어? 은퇴할 나이 아니신가?”

“아직은 팔팔하다네. 그대가 보기엔 어떤지 모르겠다만.”

“흥! 네놈들의 검, 참철검이라고 부른다지? 철조차 베는 검이라, 참 오만한 이름이야. 안 그래?!”

“자넨 참 말이 많군.”

카앙! 카앙!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울 장로는 다소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레온의 붉은 대검은 이상하게도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그 힘이 점점 상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레온이 외쳤다.

“내 검의 이름은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 싸우면 싸울수록 힘이 상승한다. 이 색깔 보이나, 노친네?”

레온이 가리킨 자신의 검 색깔은 붉은색이었다. 색이 붉은 것은 같았으나 사울 장로가 처음 검을 맞댔을 때보다 좀 더 색이 진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색이 점점 더 진해지지. 그러면 칼날의 온도가 상승하고, 나는 그 열기로 적을 벤다! 그것이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이다!”

“온도가 상승한다고?”

“그래! 최대 온도는 무려 1,600도! 그렇게 되면 강철조차 녹여버리는 절삭력을 가지게 되지! 참철검 따위가 아니어도 강철을 베는 건 쉬운 일이다, 이 말이야! 알아들어?!”

“그것참 신비한 검이구먼. 그나저나 자네 목소리가 너무 크다네. 조금만 조용히 해주겠나?”

“뭐야?! 내가 왜!”

“왜긴 왜인가.”

싹둑!

사울 장로가 레온의 왼쪽 손목을 베었다. 그 탓에 그가 검을 놓치고 비틀거렸다. 땡그랑! 레온은 아파하면서도 잽싸게 다시 붉은 대검을 들어 올렸지만 그의 표정은 푸르뎅뎅해져 있었다.

“이, 이 노친네 새끼가……!”

“자네 목소리가 클수록, 소가주님께서 싸우시는 데 방해되기 때문이라네. 방금 맞은 그 공격, 보였는가?”

“큭, 다 보였거든?!”

“보였다면 막았을 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자네의 수위가 내게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네.”

사울 장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마치 먹잇감을 눈앞에 둔 호랑이의 그것과 같았다.

“파생검술 6성, 발도지경. 칼날은 매섭고 빠르게 진격하지. 자네는 내 검을 보지 못했어.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아나?”

“뭐, 뭔데?”

슈팟!

사울 장로가 레온의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레온은 움찔거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파들파들 몸을 떨면서도 일어나지를 못했다.

“으크윽!!”

“자네는 앞으로도 내 검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뜻이네.”

“……!”

“힘이 상승한다고? 온도가 상승해?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하하.”

사울 장로의 비웃음이 레온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들렸다.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으나 사울 장로는 검을 휘두르는 것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레온이 게레다스의 붉은 대검을 지지대 삼아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사울 장로는 태연하게 파생검술을 시전할 자세를 잡았다.

“자, 계속하지.”

* * *

“본인은 공화국의 중위, 미하일이라고 하오. 그린우드 가문의 셋째인 바네사 공이라고 사료되오만.”

“……!”

“아, 미안하오. 내가 숨통을 조여놔서 제대로 말씀을 못 하시는구려.”

공화국군의 간부, 청검 미하일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인 같은 말투를 구사하는 남자였다. 그의 푸른색 검이 바네사의 등 뒤를 뚫고 나와 있었다. 바네사는 비장을 찔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큭. 으큭.”

“이거 안됐소, 바네사 공. 오늘 여기서 나를 만난 게 패착이라면 패착이오. 나의 검은 아티팩트 ‘푸른 세검 슈바인’. 비전투 기간이 길어질수록 검 안에 힘을 축적할 수 있는 신비로운 무기이지.”

미하일은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회중시계를 꺼내더니 시간을 살펴보았다.

“본인이 슈바인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어언 일주일째. 검 안에 축적된 힘도 만만치 않은 양이오. 귀공께는 미안하오. 제대로 싸워볼 시간도 주지 않아서.”

“큭… 쿨럭! 미안, 미안해할 필요… 없어.”

“어찌 그렇소?”

슈왁!

뒤쪽에서 거센 바람이 불자 미하일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 뒷덜미에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직후 미하일의 한쪽 무릎이 꿇렸다. 힘이 풀린 탓이다.

“……?!”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미하일이 다시 올려다본 바네사에게는 찔린 상처가 없었다.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했다. 다만 그녀의 참철검에 피가 조금 묻어 있었을 뿐이다.

“요즘 참철검술에 응용을 담는 게 유행이라기에. 나도 좀 해봤거든. 잘 통하네? 생각보다.”

“으, 응용……?!”

“나만의 기법이야. 아직 이름은 없고, 일단은 ‘잔상’이라고 부를까 하는데. 어때?”

“잔상… 그렇군, 내가 찌른 것은 잔상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잔상이 어딨단 말인가? 찔렀을 때의 촉감도 있었고, 찌른 후에도 바네사는 한참을 아파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런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그린우드라는 가문의 핏줄이 지닌 재능이었다. 바네사는 싱긋 웃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어머, 아프니? 겨우 그거 하나 베였다구?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

그 말을 들은 미하일은 목덜미를 만져보았다. 흘러나오는 피의 양이 생각보다 만만찮았지만 치명상은 피한 듯 보였다.

“본인도… 마찬가지요.”

“그래? 그럼 계속할까?”

바네사는 후훗 웃었다. 아이젠에게 성질이 옮은 기분이었다. 가문의 식솔들과 하인들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싸움을 즐기고 있다니.

물론 복수심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원동력이 되어 바네사의 싸움에 도움을 주었다.

“어서 덤벼봐. 그 아티팩트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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