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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47화 (147/201)

147화

아이젠의 물음에 레유리에가 대답했다.

“난 레유리에. 여기는 그레고리.”

“둘 다 간츠펠트가 아니란 거군. 그 간츠펠트라는 놈은 겁쟁이냐? 자기는 계속 모습을 감추고 부하들만 보내게? 그 부하란 것들을 내가 몽땅 없애버렸지만.”

아이젠은 일부러 자극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레유리에와 그레고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레유리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 요아힘이나 블렌하임 같은 애들을 말하는 거지?”

“그래.”

“그 녀석들은… 간츠펠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게 아니야. 아니, 애초에 간츠펠트는 명령 같은 거 하지 않아. 그 자식들이 간츠펠트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다닌 거라구. 헤르만은 간츠펠트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써먹긴 했지만…….”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간츠펠트는 시킨 적도 없는데 그들이 알아서 사람들을 죽이고, 아이젠을 추격하고 다녔다는 것인가?

“그런 것치곤 너희도 상당히 많은 사람을… 죽인 거로 보이는데.”

아이젠은 레유리에와 그레고리 너머로 보이는 6량 앞쪽 열차칸들을 바라보았다. 사방에는 시체가 즐비해 있었고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어 보였다. 문자 그대로 단 한 명도 말이다. 열차의 승객이 한두 명이 아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었어.”

“뭐라고?”

“어쩔 수 없었다구. 저 사람들은 우리 일에 방해가 되는걸.”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레유리에의 대답에 아이젠은 하마터면 자신이 오해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젠은 어이가 없어 숨을 토하고 말았다.

“제정신이 아니구만. 사람들을 학살한 게 불가항력이었단 거냐?”

“그래.”

“…잠깐, 생각 좀 하자. 생각 끝. 결정했다.”

아이젠은 온몸에서 회혼을 불태웠다. 그는 주저 없이 혈관 곳곳에 회혼을 흘려넣어 ‘사신강림’의 상태가 되었다. 아이젠에게 일어난 변화를 사울 장로가 모르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엄청난 투기이시군.’

경기장 객석에서 지켜볼 때와는 또 달랐다. 그때도 놀라웠지만 가까이서 지켜보자니 말 그대로 놀랄 노 자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경탄해 마지않을 때가 아니다. 적들과 대치 중인 상황이니.

아이젠이 말했다.

“너희들. 오늘 전부 여기서 살아서 못 나갈 줄 알아.”

푸화아악!

아이젠의 몸에서 회혼이 뿜어져 나왔다. 레유리에와 그레고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충분히 당황할 만한 내공의 양이었음에도.

레유리에가 손가락을 들었다.

“잠깐, 그전에 한 가지 정정할 게 있어. 우리 간츠펠트더러 겁쟁이라고 했는데 사과해 줄 수 있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그놈은 실제로 여기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있어.”

“그러니까 사과해. 간츠펠트는 바로 여기 있으니까. 간츠펠트.”

레유리에가 뒤쪽 사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6량 연결문 쪽에서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다.

“…후우…….”

도깨비 뿔이 네 개나 달린 가면 위에 호흡기를 장착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몹시도 연약하고 부서질 듯 보였지만, 아이젠은 그 유약한 모습에서 그의 정체를 직감할 수 있었다.

“…네가, 간츠펠트냐?”

아이젠의 눈동자에 벼락이 휘몰아쳤다.

간츠펠트는 도깨비 뿔이 다섯 개나 달린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 중에서 다섯 개짜리 가면을 달고 있는 것은 그가 유일했다. 그러니까, 이자가 결국 이 운타시드들의 우두머리였다.

얼굴은 안 보이지만 휠체어 위에 얹힌 팔과 다리의 상태를 보면 그의 건강 현황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뭉그러질 대로 뭉그러져, 만지면 왠지 움푹 파여 들어갈 것 같은 물렁한 재질일 것 같았다.

아이젠은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됐지만, 그 모습에서 요아힘을 떠올렸다.

“…후우…….”

간츠펠트가 호흡했다. 그의 가면 위에는 호흡기가 달려 있었고 그것으로 숨을 쉬는 듯했다.

아이젠은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간츠펠트가 이들의 보스 자리에 설 만한 괴력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휠체어를 탄 것을 보면 몸을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 것이다.

대체 어떤 힘을 감추고 있기에?

“소가주님.”

사울 장로가 반응했다. 아이젠이 그를 돌아보자 사울 장로는 다소 당황한 듯싶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음.”

아이젠은 고민하다가 한마디로 축약했다.

“족쳐야 하는 놈들이에요.”

그때 레유리에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그의 양손에는 여전히 기관총이 들려 있었다.

“피 칠갑을 해놓고서 할 말은 안이지만, 우린 너와 싸울 생각이 없어, 아이젠.”

“아, 그러세요?”

“몸 안에 있는 룬만 얌전히 꺼내주면 어때? 그럼 넌 죽겠지만, 네 옆에 있는 노인분께는 절대 상처 입히지 않고 조용히 이 열차에서 내릴게.”

“어험, 노인이라니.”

사울 장로가 민망한 듯 헛기침했다.

‘룬이라.’

전부터 이자들은 계속 아이젠의 몸에 박혀 있는 룬을 노리고 있었다. 그 이유가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젠은 순순히 룬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거 알아? 내 심장에 있는 룬, 이름이 관철의 룬이라고 한대.”

“그래? 좋은 이름이네.”

레유리에가 대충 호응했다. 룬의 이름 따위에는 별로 관심도 없는 듯 보였다. 아이젠이 말을 이었다.

“관철의 룬이라는 건 내 뜻을 관철할 때마다 고강해진다는 뜻이지. 즉.”

아이젠의 눈동자가 매섭게 일변했다.

“내가 여기서 네놈들한테 룬을 넘겨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뜻이야.”

“…그렇다면 전쟁이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레유리에 역시, 눈에서 불꽃이 피어오를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후회하지 마.”

키이이잉!

레유리에의 기관총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젠이 소리쳤다.

“장로, 피하세요!”

투다다다다다!!!

기관총에서 수백 발의 총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젠은 양팔에 매여 있는 아이기스로 그 총탄들을 하나하나 맞춰 쳐냈다. 화살만큼이나 빠르지만 아이젠의 눈으로 따라잡지 못할 속도는 아니었다.

“방심하지 마, 인마!”

옆쪽에서 그레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레고리는 양팔을 높이 쳐들고 아이젠에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이젠은 주먹에 회혼을 불어넣었다.

‘철권!’

뻐억!!

아이젠의 주먹은 그레고리를 정통으로 맞혔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반동으로 날아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충격을 상쇄해 우뚝 멈춰 섰다. 그의 몸 위로 주황빛 반투명한 무언가가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아티팩트, 차단의 반지.”

“음!”

“네까짓 놈 주먹 따윈 간지럽지도 않아, 이 새끼야!”

퍽!

그레고리가 아이젠의 얼굴을 강타했다. 아이젠은 공중에 붕 떴고, 레유리에는 주저 없이 아이젠의 전신을 향해 기관총 총구를 겨누었다.

투다다다다다!

총알이 쏟아질 때, 아이젠은 입술을 깨물고 동심상의 묘리를 취했다. 침착해라.

‘저 총탄은 하나만 맞아도 치명상일 거야.’

처음 보는 이계의 무기지만 하나하나가 단단한 쐐기의 형태를 지녔다. 단 한 발만 맞아도 치명상이 될 터.

‘그렇다면.’

아이젠은 주먹을 뻗었다. 아이기스에서 시퍼런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현무신공, 마비규정!’

쩌엉!

아이젠이 주문을 외자, 그를 향해 날아들던 총탄들이 얼어붙어 곡선을 잃고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기를 얼어붙이는 기운은 그대로 뻗어 나가 레유리에의 기관총까지 가닿았다.

위이잉…….

그 탓에 기관총도 얼어붙어 돌아가기를 멈추었다. 레유리에는 쳇 하더니 기관총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사이 어느덧 다시 열차 바닥 위에 발을 디딘 아이젠은, 옆에 있던 그레고리에게 다시 주먹을 뻗었다.

‘쇄고!’

투둑!

아이젠의 손가락이 그레고리의 명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차단막에 가로막혀 아이젠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도련님, 엎드리십시오!”

그때 목소리가 들렸고, 아이젠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푹 숙였다. 아이젠의 등 위로 무언가가 풀쩍 날아갔다.

“파생검술, 역근검격!”

콰앙!

사울 장로의 역근검격이 그레고리를 내려쳤다. 그레고리는 힘에 부치는 듯 끙끙거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차단막은 꿰뚫리지 않았다.

“만년한철로도 뚫을 수 없는 방어막이라니.”

“헹, 왜, 놀랐냐? 노친네 눈에는 기막힌 신문물이지?”

“아직 그런 말 들을 정도로 늙진 않았다만.”

파앙! 그레고리가 사울 장로를 튕겨냈다. 그레고리의 몸 위에 다시 한번 주황빛으로 파장이 퍼져 나갔다.

아이젠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고민했다.

‘처음 놈들이 나타났을 때, 나랑 사울 장로가 가했던 공격이 먹히지 않은 건 이 때문이었나?’

녀석은 ‘아티팩트’라고 했다. 바라보니 그레고리의 손가락에 반지 같은 것이 끼워져 있었다. 저것이 바로 아티팩트 차단의 반지.

‘아무리 강한 아티팩트라도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무한히 쓸 수 있을 리는 없어.’

그사이 다른 운타시드들이 칼이나 단검 따위를 휘두르며 아이젠에게 덤벼왔다. 아이젠은 주먹에 박살의 힘을 담아 그들을 때려눕혔다.

“커억!”

“큭!”

그러나 아이젠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은 몸을 다시 우뚝 일으켜 세워 아이젠에게 덤벼들었다. 아이젠은 발터의 좀비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턱을 돌아쳤다.

‘박살!’

퍼억!

우두둑!

운타시드들의 턱이 박살 나는 소리. 아이젠은 이들 하나하나가 블렌하임 급 정도는 되는 실력자라고 판단했다.

한편 레유리에는, 다시 허공에 손을 뻗었다.

“차원가방.”

위이이잉!

레유리에가 이번에 이계의 가방에서 꺼내 든 것은, 다름 아닌 전기톱이었다. 배터리로 돌아가는 전기톱이 험악한 소리를 내며 닿는 것은 모조리 찢어발길 듯 작동했다.

아이젠과 사울 장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건 또 뭐야?”

“죽어, 아이젠!”

레유리에가 달려들었다. 아이젠이 유랑보로 그녀의 공격을 피하려는 순간, 반대쪽에서는 그레고리가 덤벼와 샌드위치 같은 구도가 되었다.

“파생검술, 속동검격!”

슈팟!

“크악!”

그때 사울 장로의 참철검이 레유리에의 손을 베었다. 레유리에는 들고 있던 전기톱을 놓쳤고, 그 탓에 바닥을 빙빙 돌던 전기톱이 몇몇 운타시드들의 발목을 베었다.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피가 열차 안에서 흩날리는 사이, 아이젠은 재빨리 내공을 안정시켰다.

‘결사신권, 천수관음!’

후웅!

아이젠의 등 뒤에서 천 개의 손이 뻗어 나왔다. 사신강림은 이미 운용해 둔 상태.

덥석! 아이젠은 그레고리에게 손을 뻗어 그를 붙잡았고.

‘결사신권, 권왕백무: 관!’

관의 힘으로 그레고리의 얼굴을 짓이겨 버릴 듯 강타했다.

퍼엉!!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레고리가 관성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날아가는 그의 얼굴은 멀쩡했다. 아이젠은 이번에도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음을 알았다.

‘제길, 열차가 흔들려서 힘을 제대로 주기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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