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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45화 (145/201)

145화

“가라, ‘운타시드’들아.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 버려!”

그레고리가 외쳤다.

운타시드(Unterschied)란 가면을 쓴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 그들은 그레고리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찢어 죽이고 있었다.

그들 뒤에 서 있던 레유리에도, 손에 들고 있던 기관총을 작동시켜 승객들을 하나하나 쏴 죽였다.

위이이잉!

타타타타타탕!

“꺄아아악!”

“으아악!”

“커헉!”

“푸훕!”

기관총은 자동 유도 시스템이 달려 운타시드들은 공격하지 않고 무고한 승객들만을 사살했다.

승객 중 누군가는 마력열차의 창문을 깨부수고 탈출하려 했지만, 창문은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승객의 손만 창문에서 튕겨 나올 뿐이었다.

“왜, 왜 안 부서져, 이거!”

“제발 누가 좀 살려줘요!”

그레고리는 손끝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반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멍청이들. 차단의 반지는 이 공간 밖으로 나가는 모든 것을 차단한다. 아무도 너희를 도와주지 않아.”

마침내 2량의 승객이 거의 다 사망하고,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나이 많은 승객 하나만이 남았다. 그 승객은 그레고리를 올려다보며 부들거렸다.

“왜,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난 그저 손녀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뿐이었단 말이오…….”

“…그거 안됐군, 영감.”

그레고리는 무릎을 굽혀 승객과 눈을 맞춰주었다.

“그런데 누구나 딱한 사정은 있는 법이잖아. 우리의 대의를 위해 얌전히 죽어줘.”

“천벌을 받을 것이다, 네놈들…….”

“언젠간 그럴지도 모르지.”

퍽!

그레고리의 주먹질 한 방에 승객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승객의 목 아래는 파들거리다가 이내 멈추었다.

“근데 지금은 아니야.”

그레고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을 살폈다. 단검이나 칼 따위를 들고 있던 운타시드들의 몸은 온통 피범벅이었고, 그건 레유리에와 그레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간츠펠트만은 몸에 피가 거의 튀지 않았는데, 그건 그가 학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간츠펠트. 몸은 좀 어때?”

“…후우…….”

그레고리의 가벼운 물음에 간츠펠트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레고리는 해맑은 얼굴로 레유리에를 돌아보았고, 레유리에는 차원가방에서 기관총의 탄띠를 꺼내 목에 둘러멨다.

“간츠펠트, 이젠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멈추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줘. 알았지? 우린… 네 친구잖아.”

“…후우…….”

“그럼 갈게.”

레유리에의 눈짓에 그레고리가 고갯짓했다.

“레유리에, 알겠지만 이 너머에는 호송병들이 있어.”

“응.”

3량에는 호송병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아이젠을 호송하기 위해 왔던 바로 그 호송병들이었다. 다만 간츠펠트 일당으로서는 왜 3량에 호송병들이 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탑승 전 미리 조사해 둔 정보로 파악만 해두었을 뿐.

그래서 호송병들을 상대하려는 그들에게는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크악!”

“끄아악! 살려줘!”

“꺄아아!”

학살이 계속되었다.

* * *

한편 7량 쪽 아이젠과 사울은.

“공자님, 아니, 소가주님. 정말 후회 안 하시겠습니까?”

흔들리는 7량의 열차 위에서 서로 대치 중이었다. 그들은 멀쩡한 좌석 놔두고 통로 길에 우두커니 서서 서로를 향해 대결의 자세를 취했다.

사울 장로의 말에 아이젠이 답했다.

“가는 데만 두어 시간 걸린다면서요. 좀이 쑤셔서 못 참죠.”

이제 강망태신의 반동도 끝났겠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아이젠의 체질상 맞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울 장로와 일대일로 겨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아니던가.

물론 검은뿔 기사학교에서도 수차례 대련을 해왔던 두 사람이지만, 그때의 대련과 오늘의 겨루기는 차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오러를 쓰세요, 사울 장로님.”

오러의 유무 차이.

그동안의 대련에서 사울 장로는 단 한 번도 오러를 쓰지 않았다.

그의 오러는 물론 ‘그린 오러’가 아니라 파생검술의 기법 중 하나인 ‘커버넌트 오러’에 불과하지만, 어찌 됐든 파생검술의 달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는 사울 장로에게 있어서 오러가 있느냐 없느냐는 막대한 차이일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젠은 그 사울 장로와 제대로 된 겨루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싸움을 준비하라더니 이걸 말씀하시는 거였습니까?”

“오랜만이잖아요. 이런 때 아니면 언제 겨뤄보겠어요, 저희가.”

“흐음. 하지만 뒤쪽에 보는 눈들이…….”

“어떻게 봅니까. 다른 그린우드들은 7량에 접근 금지 아니에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소가주전이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안 피곤하십니까? 아이젠 소가주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말똥말똥합니다.”

“허허. 참…….”

그때 사울 장로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는 허리춤에서 자신의 참철검을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스릉― 매끈하게 뽑혀 나오는 소리가 일품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도착할 때까지만입니다?”

팟!

사울 장로의 모습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것은 아이젠에게도 이미 익숙한 참철검술의 묘리, ‘속동검격’이다.

슈팟!

아니나 다를까 사울 장로는 곧바로 아이젠의 코앞에서 나타났고, 검이 자신에게 휘둘리는 지금이었다.

“파생검술, 속동검격!”

‘결사신권, 박살(撲殺)!’

파앙!

아이젠의 주먹과 사울 장로의 참철검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시간도 주지 않고 곧바로 4성의 기술부터 사용한다라. 아이젠은 손끝이 저릿저릿한 느낌이었다.

“빠르신데요?”

“예전만 못 합니다.”

물론 아이젠은 사울 장로가 기습을 한 것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기습이란 전선에서는 언제나 벌어지는 법. 등 뒤를 찔려놓고 비겁하다고 말해보았자 찔린 사람은 숨을 거두는 것이다. 그 누구도 비겁하고 저열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아이젠은 재빠르게 온몸에 회혼의 내공을 불어넣었다. 회혼이 손끝 발끝까지 닿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만에 무혈신공 운공을 마친 아이젠은.

“저도 제대로 갑니다.”

주먹을 으스러질 듯 꽉 쥐었다.

‘결사신권, 철권(鐵拳)!’

그리고 곧장 박살의 강화 형태인 철권을 날렸다. 철권은 대상의 외관이 아니라 뼈를 직접 타격해 분쇄하는 권법!

사울 장로가 제아무리 대단한 검술의 대가라도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다. 환갑을 넘은 나이인 그가 철권에 제대로 한 방이라도 맞는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퍼엉!

아이젠의 주먹은 사울 장로의 배를 때리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를 때린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 안쪽에까지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아이젠이 때린 것은 사울 장로의 배 위에 아주 얇은 두께로 펼쳐져 있는 커버넌트 오러였다.

“파생검술, 커버넌트 오러 실드.”

“……!”

때린 쪽인 아이젠의 주먹이 더 아플 지경이었다.

“분명 오러를 써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소가주님.”

“영광이죠, 사울 장로!”

결사신권, 철권!

아이젠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울 장로의 얼굴로 향한 주먹이 잽쌌다. 사울 장로는 가볍게 고개를 틀어 철권을 피해내고, 참철검의 손잡이를 거꾸로 쥐어 잡았다.

“파생검술, 연풍참!”

카각!

사울 장로의 검이 크게 휘둘리는 것을, 아이젠은 자신의 양팔에 매여 있는 아이기스로 막아냈다. 역시 아이기스에는 작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똑같은 만년한철로 만들었어도 수위가 있는 법이다.

‘결사신권, 권왕백무 : 신(伸)!’

아이젠의 주먹 끝에서 신(伸)이 쏟아졌고, 사울 장로는 커버넌트 오러를 온몸에 펼쳤다.

“파생검술, 커버넌트 오러 아머!”

파바바바방!

마치 강철 위를 때리는 듯한 소음과 함께 신(伸)이 흩어지고, 아이젠은 반보 뒤로 물러선 뒤 주먹에 회혼을 듬뿍 담았다. 그리고 주저 없이 눈앞의 사울 장로를 향해 쏘았다.

‘결사신권, 환교신권(患矯神拳)!’

퍼엉!

대포알이 발사되는 듯한 소리

와 함께, 환교신권이 사울 장로의 머리에 적중하고.

“으음!”

기우뚱!

사울 장로는 커버넌트 오러 아머를 당연히 머리까지 펼쳐 감쌌지만, 그 반동만은 어찌할 수 없어 몸을 크게 기울였다. 관성 탓에 넘어질 뻔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젠에게는 그 사소한 틈마저 승리로 가는 절호의 기회였다.

“?!”

사울 장로가 화들짝 놀랐다. 뒤로 넘어갈 뻔한 자신의 몸 위로, 아이젠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젠의 주먹에서 회색빛의 오러가 휩싸이는 걸 사울 장로는 모르지 않았다.

‘결사신권―’

“큭!”

‘권왕백무 : 관(貫)!’

콰앙!

관(貫)이 45도 각도로 꺾이며 사울 장로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쩌적― 커버넌트 오러 아머에 금이 가며 사울 장로는 바닥에 넘어졌다.

쿵!

그러자 그 여파로 7량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뒤쪽에 있는 8량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이야?

- 앞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 아이젠 소가주님께 무슨 일이?

술렁술렁. 8량 너머 통로문의 작은 창문 위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젠은 조금 시끄러웠나 싶었다.

“계속하시죠, 사울 장로.”

사울 장로의 얼굴을 정통으로 때렸어도 그가 기절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았다.

사울 장로는 멀끔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넘어져 있던 바닥이 움푹 패 있었지만, 사울 장로의 얼굴에는 작은 상처 하나 없었다.

“후우, 기사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지셨군요, 소가주님.”

“노력의 성과랄까요.”

“정말이지 그 권법은… 보여주실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울 장로의 검술도 마찬가지인데요.”

“후후. 그럼, 가보겠습니다!”

슉!

사울 장로가 다시 아이젠에게 직선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덥석!

아이젠이 사울 장로의 팔을 붙잡았다. 다름 아니라 사울 장로는 참철검을 휘두르려 했는데 아이젠에게 붙잡힌 것이다.

“역시 빠르시…….”

“쉿.”

사울 장로가 평소처럼 감탄을 토하려는 때, 아이젠이 반대쪽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사울 장로는 무슨 일인가 싶어 입을 꾹 다물었다.

“…….”

“……?”

아이젠이 어딘가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자 사울 장로도 귀를 열어봤다.

그러나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마력열차가 덜컹거리며 나팔관 위를 지나가는 소리와 창밖 풍경이 뒤바뀌는 소리, 바람이 나부끼는 소리만 들려올 뿐.

“왜 그러십니까?”

“뭔가를 들었어요.”

“뭔가라면……?”

“조용.”

아이젠의 눈빛이 매서웠다. 사울 장로는 이제야말로 아이젠에게서 소가주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다.

‘아이젠 소가주님…….’

아이젠은 단순히 주먹을 쥔 독특한 소가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엔 싸움에 미친 호전광,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이지만, 언제나 소름 돋는 상황 판단 능력으로 전세를 바꿔놓는 데도 능하다. 그것은 가히 클라우디아의 기세를 물려받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마침내 아이젠의 손이 내려갔다. 그는 조용히 사울 장로에게 눈짓했다.

“사울 장로.”

“예, 소가주님.”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예?”

갑자기 아이젠의 눈동자가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물들었다.

“숨바꼭질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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