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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39화 (139/201)

139화

강철이 무의식중에 돌아보니 그곳에는 지난날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 무리가 서 있었다.

강철은 물 양동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성큼성큼 그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들은 기껏해야 다섯 명. 나이는 오늘날의 아이젠보다 어린, 이제 막 13~14살 정도 되었을까 싶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강철은 그들을 올려다봐야 했다. 강철의 지금 나이가 더 어리다는 뜻이었다.

“야, 팔푼이. 뭘 멀뚱멀뚱 쳐다보고 앉았어? 얼른 주머니에서 돈 안 꺼내?”

“크크크. 대룡이 주먹을 덜 맞았나 봐.”

눈앞 다섯 명의 아이 중 가장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아이의 이름은 남궁대룡. 무림에서는 이름 날린 남궁세가의 아이로, 대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무위를 갖추고 있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남궁대룡에게 한 가지 흠결이 있다면 바로 강약약강인 그 성격이었다.

짝!

남궁대룡이 이강철의 뺨을 날렸다. 강철은 저항 없이 맞아야 했다.

“이 새끼가. 귀먹었냐? 빨리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

강철은 고개를 원위치시켰다. 그리고 남궁대룡과 다른 아이들을 올려다보았다.

‘참, 이 어린아이들이 뭐가 무섭다고 그때의 나는 지레 겁먹었던 건지.’

강철의 눈에는 그들 모두 풋내기에 불과했다.

“야.”

“‘야’? 이 새끼가 돌았나. 남궁대룡 형님이라고 불러야지!”

“지금 사과하면 봐줄 테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무릎 꿇어.”

“뭐라고?”

“셋 센다. 하나.”

남궁대룡은 어이가 없었는지 주먹을 매만졌다. 그는 허리춤에서 목검을 뽑아 들었다. 아마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진검이 허락되지 않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그 목검은 단단하고 위세가 있어 보였다. 아마 벽조목이나 오동나무로 만든 듯 보였다.

“너 진짜 돌았냐? 하, 요 며칠 매질 좀 안 했다고 정신을 못 차렸네, 얘가.”

“둘.”

“네가 목검 맛 좀 봐야 정신 차리지! 엎드려 기어야 하는 건 너야, 이 새끼야!”

휘익! 남궁대룡이 목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목검은 너무 터무니없이 느렸다. 적어도 강철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강철은 목검이 자신의 머리통 위에 맞닿으려는 순간, 작게 속삭였다.

“셋.”

퍽!

남궁대룡의 목검이 강철의 머리를 결딴내야 했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털썩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진 것은 강철이 아니라 대룡이었다.

대룡은 어느새 목검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자신의 목덜미를 양손으로 붙들고 있었다.

“커억…….”

“대, 대룡? 왜 그래?”

다른 아이들이 당황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강철은 결사신권도 쓰지 않고 그저 가볍게 대룡의 목에 주먹을 박아 넣었을 뿐이다.

대룡에게는 치명타가 될 법한 공격일 것이었다.

“으걱…….”

쿵!

결국 대룡이 누운 자리에서 기절하고, 다른 아이들이 강철을 돌아보았다. 강철은 주먹을 매만졌다.

“더 할 사람?”

“으, 으아아! 괴물이다!”

“도망가!!”

아이들은 헐레벌떡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저 나이대 애들이 그렇지 뭐. 애초에 의리란 건 없고 그저 강자 옆에 빌붙어 사는 녀석들이었을 뿐이다. 강철은 관대하게 용서해 주기로 했다.

“이제 알겠느냐?”

그때였다. 바로 옆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린 것은.

강철이 돌아보자 그곳에는 정정한 모습의 스승 이화도가 서 있었다.

“스승님.”

“전부 네게는 하찮을 만큼 어린아이들이다.”

“…네.”

이화도는 무릎을 굽혀, 강철과 눈을 맞추었다. 이화도의 미소는 부드럽고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게오르크 역시 마찬가지다. 네게는 하찮은 어린아이에 불과하지 않으냐? 철아.”

팟!

순간 시야에 불이 켜졌다. 강철은 다가오는 실루엣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은 점점 선명해지더니 마침내 강철, 아니, 아이젠의 시력이 돌아왔다.

아이젠은 게오르크의 손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마침내 자신을 죽이기 직전이었던 그의 검 라니에를 붙잡은 손을.

“아니. 아직도 힘이 남아 있었나?”

“…….”

아이젠은 게오르크를 올려다보았다. 누운 자세로 보니 게오르크의 모습은 위엄 있기 짝없다. 그야말로 그린우드의 다음 대 가주에 어울릴 만한 위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젠의 지금 눈에, 게오르크는.

“어리네.”

“뭐? …아이젠. 잊은 건 아니겠다만 내가 너보다 열한 살은 더 연상이란다.”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타인의 힘에 빌붙는 그 정신이 어리다는 거야.”

마치 남궁대룡의 위세를 빌려 입던 그 도망친 아이들처럼.

게오르크는 간츠펠트의 힘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결사신권, 강망태신.”

푸화악!

아이젠의 몸에서 회혼이 피어올랐다. 아이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온몸에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강망태신을 이미 한 번 사용한 상태에서 또다시 사용한 것이기에, 다음에 찾아올 강망태신의 반동은 제곱.

100배의 제곱이니 즉 10,000배의 반동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아이젠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을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게오르크, 널 박살 낸다.”

“……!”

게오르크의 검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아마 그도 흥분을 지우기 어려운 듯 보였다. 아이젠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 것이니 놀랄 만도 했다.

아이젠의 배에서는 여전히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 게오르크가 찌른 자리이기에 당연했다.

“중상을 입은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아이젠. 너에 비해서 난 너무 멀쩡하구나. 네 주먹이 내게는 별 효력이 없었나 보지.”

“이까짓 상처.”

아이젠은 왼손에 회혼을 듬뿍 담아, 상처 부위에 찔러 넣었다. 자신의 배를 후벼 파는 그 공격에 객석의 대부분은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게오르크는 아이젠이 명예롭게 자결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끄으응……!!”

아이젠은 길게 신음했다. 그의 배에 있던 복직근과 내복사근이 깊게 수축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멈추었다. 근육의 오그라드는 현상을 이용해서 출혈을 멈춘 것이다.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해서 아이젠은 계속 고통을 느끼긴 해야 할 것이다.

“미친놈.”

“후우!”

게오르크가 아이젠을 평했다. 아이젠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피식 웃어 보였다.

“미친놈이라. 마음에 드는 호칭이야.”

아이젠은 숨을 크게 내뱉고, 다시 회혼을 온몸에서 피웠다. 그리고 일부 회혼은 오른쪽 주먹으로 옮겨두었다.

푸확!

아이젠의 몸에서 천불처럼 회색 내공이 들끓자, 게오르크가 주춤 물러섰다.

‘결사신권 제1 권법의 이름은 박살(撲殺).’

그것은 아이젠, 아니, 강철의 의도가 깊이 담겨 있는 작명이었다.

“결사신권, 박살!”

퍼억!!

게오르크는 별안간 날아드는 주먹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맞은 것은 게오르크가 아니었다. 게오르크의 검, 라니에였다.

지이이잉…!

게오르크의 손에 기다란 진동이 전해져 왔다. 게오르크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싶었다가도, 아이젠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켰다.

“설마. 주먹으로 내 라니에를 부서뜨리기라도 할 셈이었나? 푸핫! 그런 무의미한 시도가 어딨단 말이냐!”

라니에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아이젠이 혼신의 힘을 담은 박살을 날려도 무용지물.

그도 그럴 것이 라니에는 스미스쏜즈의 장인이 만든 아티팩트다. 일개 주먹이 먹혀들 리가 없다.

아이젠은 당황한 얼굴은 아니었다.

“글쎄, 어떨까?”

“멍청한 녀석. 참철검술, 성진!”

타닷!

게오르크가 라니에의 칼날을 앞세운 채로 아이젠에게 돌격했다. 아이젠은 검로에서 벗어나 몸을 비틀어,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박살!”

퍽!

지이잉…!

이번에도 아이젠이 때린 것은 게오르크가 아닌 라니에. 라니에의 검면을 때린 아이젠의 주먹도 검과 같이 공명했다. 라니에에는 여전히 작은 흠결조차 나지 않았다.

“소용없는 짓이라니까, 아이젠! 참철검술, 성승!”

슈팟!

올려 쳐진 검에 아이젠이 뺨을 조금 베였다. 상처는 깊지 않다. 아이젠은 잠깐의 빈틈을 노리고 주먹에 회혼을 실었다.

“결사신권, 박살!”

퍼억!!

지이잉…!

이번에도 아이젠의 주먹에 맞은 라니에는 진동하기만 할 뿐.

게오르크는 검을 휘둘렀다.

“참철검술, 역근검격!”

슈욱!

콰앙!!

게오르크가 뻗은 칼날에 아이젠의 어깨가 꿰뚫렸다. 아이젠은 주저 없이 자신을 관통한 칼날을 붙잡았다. 그리고 주먹에 회혼을 담아 온 힘을 다해 권법을 던졌다.

“박살!”

퍼어억!

지이잉…!

그러나, 이번에도 라니에는 진동만을 반복했다.

게오르크는 싸늘하게 웃었다.

“불필요한 짓이다, 아이젠. 백 번을 더 쳐봤자 내 검은 깨지지 않아.”

“내 생각은 좀 다른데.”

“뭐라고?”

“잘 봐.”

쩌적.

소리는 아주 작았다. 게오르크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절대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소리.

게오르크가 깜짝 놀라 라니에를 보자, 라니에에 아주 작은 흠집이 나 있었다. 손톱보다 작은 흠집이다. 겨우 2cm 남짓한 수준의 작은 결함.

그것이 아이젠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너…!”

그때였다. 게오르크가 아이젠의 몸에서, 푸르게 피어오르는 기운을 목격한 것은.

‘이건?!’

처음 보는 모습이었지만 게오르크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은 바로 아이젠의 몸 안에 박혀 있는 그것. ‘룬’의 힘.

아이젠의 가슴팍에서부터 퍼져 나오던 푸른 기운이, 그의 오른손에 소용돌이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결사신권―”

“―!”

아이젠은 오른쪽 주먹에 회혼을 심었다. 게오르크는 달아나지 못했다. 왜냐하면, 게오르크의 검은 아이젠의 어깨에 꽂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이젠은 게오르크의 검은 오러 아머 위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 자식, 아이젠!!!”

“―섬광권기!”

슈웅…….

파앙!!

게오르크가 찰나의 순간 당황한 탓에 검은 오러 아머가 뒤흔들렸다. 아이젠은 그 흔들리는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젠의 섬광권기는 틈새를 노리고 파고들어, 게오르크의 배 위를.

퓨뷰뷰뷰뷱!

강타했다.

“커헉!!”

게오르크가 충격에 검을 놓고 뒤로 밀려났다. 밀려난 정도가 아니라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젠은 고통스럽게 신음하더니, 어깨에서 라니에를 뽑아냈다. 쑤욱! 하고 뽑혀 나온 라니에의 칼날을 아이젠은 올려다보았다.

저 검으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아이젠이 해야 할 일은 명약관화였다.

“결사신권, 박살!”

퍼억!!

아이젠은 라니에의 칼날에 어김없이 박살을 박아 넣었고.

지잉…….

진동하던 라니에는, 한순간 검면 위에 나 있던 작은 흠집으로부터 시작된 지진으로, 자신의 온몸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우드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너무 선명해서 객석의 모두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아이젠은 다시 한번 주먹에 회혼을 불어넣었다.

“박살!!”

박살 나라는, 이름 그대로의 의미를 담아서!

퍼억!

쨍그랑!!

마침내, 라니에의 칼날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 내렸다. 그와 동시에.

부우웅…….

경기장을 기분 나쁘게 감싸고 있던 원형의 블랙 라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기장에 우뚝 서 있는 것은, 오로지 아이젠 폰 그린우드 단 한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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