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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37화 (137/201)

137화

* * *

아이젠은 앞으로 네 번의 섬광권기 안에 게오르크를 쓰러뜨려야 한다.

‘문제는.’

문제가 있다면, 게오르크는 방금 전 아티팩트의 힘으로 영역 선포를 사용했다는 점. 게오르크의 오러 아머는 좀 전보다 강화되어 이제 아이젠의 섬광권기로도 뚫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젠은 현재.

주르륵…….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가 시작하고 게오르크에게 수차례나 베인 탓이었다.

제아무리 아이젠이라 해도 몸에서 피가 빠져나감으로써 따라오는 피곤함은 견디기 힘든 법.

‘아, 졸리다.’

잠들면 그대로 죽으리라는 것쯤은 아이젠은 잘 알고 있었다.

게오르크는 그린 라인 안에 서서 유유히 아이젠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으냐? 피곤해 보이는데. 좀 쉬지 그래.”

“괜찮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번쩍!

아이젠이 사라졌다. 그의 발이 쏜살처럼 움직인 탓이었다. 아이젠은 순식간에 자신의 오른 주먹에 회혼의 기운을 듬뿍 담았다. 그리고.

‘결사신권 회혼, 섬광권기!’

슈우웅…….

파앙!

섬광권기를 내질렀다. 게오르크가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아이젠의 섬광과 같은 주먹의 속도를 눈으로 좇기란 불가능했다. 그건 사울 장로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게오르크는 굳이 볼 필요도 없이, 가장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펼쳤다.

‘오러 아머만 있다면!’

자신의 몸에 이미 오러 아머를 둘러싸 둔 상태였던 것이다. 아이젠의 저 주먹질이 제아무리 대단한 권법이더라도 자신의 강화된 오러 아머를 뚫을 수 있을 리는 없다.

퓨퓨퓨퓨퓩!

그러나 그것은 게오르크의 착각이었다.

캉캉캉캉캉!

섬광권기가 오러 아머를 타격할 때마다, 오러 아머는 밀리미터 단위로 밀려나다가 마침내 그 끄트머리가 살짝.

카앙!

깨져 버렸다.

“?!”

게오르크는 놀랐지만, 앞서 말한 대로 섬광에 반응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퍼버버버벅!

“크윽!”

또다시 옆구리를 타격당한 게오르크는 뒤로 크게 물러났다. 반동으로 물러난 것도 있지만 그 반동을 이용해 게오르크가 좀 더 후진한 것이다. 이유는 아이젠의 주먹이 대단했기 때문이었지만, 예상 못 한 피해를 입은 탓에 당황한 것도 있었다.

‘설마 영역 선포로 강화된 오러 아머마저 뚫을 줄이야!’

라니에를 통해 펼친 그린 라인마저도 아이젠의 섬광권기를 막아낼 만큼의 영역을 선포할 순 없단 말인가?

치이익.

발을 끌며 멈춰 선 게오르크는, 그린 라인에 자신의 발 뒤꿈치를 살짝 올린 채 라니에의 칼날을 앞으로 치켜들었다.

“참철검술, 성진!”

그리고 찌르기를 시도했다. 아이젠은 발에 회혼을 실어 담았다.

‘유랑보.’

그리고 유랑보를 이용해 게오르크의 공격을 가볍게 간파해 피해냈다. 게오르크는 검을 뻗은 그 자세 상태로 그대로 검을 쳐올렸다.

“참철검술, 성승!”

그러나 검이 올라가는 것을 아이젠이 막았다. 아이젠은 손끝으로 가볍게 라니에의 칼날을 툭 치는 것만으로 검로의 상승 기세를 막았고, 섬광권기를 또다시 주먹 위에 실었다.

“앗.”

‘결사신권―’

아이젠이 노리는 것은, 게오르크가 미처 수복하지 못한 오러 아머의 빈틈이었다.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이 뚫었던 그 부분 말이다.

‘―섬광권기!’

슈욱……!

뻐엉!

이번에야말로 게오르크의 맨몸에, 섬광권기가 적중했다.

퓨퓨퓨퓨퓩!

“크아아악!!!”

게오르크는 섬광에 옆구리를 맞아 멀리 날아가더니.

쉬익! 퍼엉!

경기장 내벽에 머리를 처박고 부딪쳤다. 빛에 맞았으니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 아니!

- 저, 저럴 수가. 어떻게 저런 권법을 구사할 수 있단 말인가.

- 저 정도면 게오르크도 손을 못 쓸 수밖에…….

- 허어…… 정말로 무투가가 소가주가 된단 말인가?

-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충분하지. 나쁘지 않을지도…….

객석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다채롭게 놀라고 있었다. 게오르크가 아직 경기장 내벽에 박힌 채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이, 그들은 어느덧 아이젠을 무투가로서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흥! 주먹이나 쓰는 왈패가 어떻게 소가주가 된단 말인가! 다들 말을 삼가시오!”

오드니엘 장로처럼 극단적인 배척주의자도 있었지만 말이다.

오드니엘 장로의 일갈에 장내가 다시 고요해졌다. 그들은 이제 게오르크가 일어날 수 있는지 없는지에 초점을 두고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

아이젠은 경기장 위에 우뚝 선 채로 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았다.

벌써 섬광권기의 남은 시한을 두 번이나 써버렸고, 이제 두 번만 더 사용하면 아이젠은 온몸에서 모든 기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즉, 말하자면 지금 게오르크가 저 벽에 박힌 채 일어나지 않는 편이 아이젠에게는 좋다.

“…….”

고오오― 한동안 적막감이 원형 경기장을 둘러쌌다. 게오르크의 모습은 먼지 구덩이 속에 휩싸여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파직! 하고 마테오 백작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으음…….”

마테오 백작 역시 게오르크가 패퇴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오르크의 오러는 현재 아이젠의 기감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조용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오러를 지운 게 아니라면 게오르크는 기절했을 것이다.

마테오 백작은 성큼성큼 게오르크가 처박힌 내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걸음은 느렸지만 어딘지 힘이 있었다.

‘이상한데.’

그때 아이젠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섬광권기는 천차횡도만큼은 아니지만 철권이나 박살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힘을 품고 있다. 괜히 강망태신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게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천수관음까지 시전한 상태라, 아이젠의 주먹은 한 대 맞으면 그야말로 온몸 뼈가 다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경지였다.

그리고 게오르크는 옆구리에 섬광권기를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오러 아머를 두르지도 않은 채로.

그렇다면 게오르크 역시 이대로 기절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해도 이상할 일이 없겠으나.

‘글쎄. 아직 모르겠는데.’

아이젠의 생각에는 왠지 게오르크라면 이 정도로 당할 것 같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다면 명확하게 말할 순 없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때릴 때 손맛이 별로 없었다.

“게오르크 공자님. 기절하셨습니까? 아니라면 대답해 주십시오…….”

마테오 백작이 어느 정도 걸어간 후 게오르크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러나 먼지 속에서 게오르크의 음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릴없이 마테오 백작은 좀 더 가까이 내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

아이젠은 무언가를 느끼고 반응했다. 마테오 백작도 뒤이어 반응한 듯했다. 그때 아이젠은 이미 마테오 백작을 향해 몸을 던진 뒤였다.

“백작님, 피하세요!”

그러나 아이젠의 외침은 의미 없었다.

푸슉!!

마테오 백작의 등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꼬박 한 자만큼 빠져나온 칼날은 핏방울을 묻힌 채 선명하게 빛났고.

“…쿨럭!”

마테오 백작은 곧 입에서 피를 토했다. 그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곧장 자신의 배에 꽂힌 칼날을 붙들었다. 그것은 라니에였다.

그리고 라니에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게오르크였다.

그는 어느새 먼지를 헤치고 우뚝 서 있었다. 게오르크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마치 이제 막 결승전에 나온 사람처럼 온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오러만큼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아이젠은 알 수 있었다. 게오르크의 오러가 더 이상 ‘연녹색’이 아님을.

촤앗!

마테오 백작의 배에서 칼날이 뽑혀 나왔다. 게오르크가 거둔 것이다. 마테오 백작은 제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핏방울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제야 객석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 마테오 백작님이?!

- 저, 저게 무슨 파렴치한!

- 전쟁영웅께 저 무슨 무도한 짓인가!!

아이젠은 그들의 음성을 뒤로하고, 마테오 백작을 부축하고자 성큼 다가섰다.

“괜찮으십니까?”

“크음… 괜찮습니다. 이 정도쯤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테오 백작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가 전쟁영웅인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벌써 25년 전 일이다. 그는 벌써 아흔을 목전에 둔 나이였고, 그 정도라면 제국에서는 기록적인 장수였다.

즉 냉정하게 말하자면 마테오 백작은 언제 자연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 것이다.

‘그러니 게오르크의 기습적인 공격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아이젠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테오 백작은 아이젠보다도 반응이 늦었다. 그의 벽력마법이 아무리 빼어나도 이런 기습에는 당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주무시면 안 됩니다, 백작님.”

“하지만 너무… 졸리는군요…….”

풀썩― 마테오 백작이 기절했다. 아이젠은 다급히 마테오 백작의 맥을 짚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마테오 백작은 기절만 했을 뿐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

‘휴.’

아이젠은 직후 게오르크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불길이 형형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게오르크. 이게 무슨 짓이지?”

“무엇이 말이냐.”

“마테오 백작님을 왜 찔렀냐고 묻는 거다. 너를 상대하는 것은 나. 마테오 백작님은 심판에 불과해.”

“글쎄… 귀찮아서였으려나?”

게오르크의 눈동자는 귀찮은 것을 보고 있다는 듯 무심하기 짝없었다. 마치 의욕을 모두 잃어버린 듯한 얼굴이었다. 그의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아이젠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모스를 먹었군.”

“그래. 역시 넌 눈치가 빠르구나, 아이젠.”

게오르크가 라니에를 든 채로 아이젠에게 다가왔다. 아이젠은 마테오 백작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인 뒤, 일어나 게오르크와 눈을 맞추었다.

게오르크의 키가 좀 더 컸다.

“헤르만을 죽였다고 했나? 아쉬운 일이야. 아모스를 더 얻을 수 없게 됐으니……. 그래도 괜찮아. 여기서 널 뭉개버릴 정도의 양은 있으니까.”

“그까짓 약에 의존하다니. 네가 장형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게오르크. 그간 그린우드에 다시없을 천재니 뭐니 칭송받던 소리는 전부 아모스의 덕이었나?”

아이젠이 도발하자 게오르크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머리를 한차례 털고 말했다.

“아이젠. 더 이상 경고는 하지 않겠다. 착한 척도 할 필요 없겠지. 넌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은 없나?”

“유언?”

아이젠의 주먹에 회혼이 깃들었다. 아이기스 브레이슬릿이 있었다면 동심상을 사용해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그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 불같은 마음을 해소할 방법은 단 하나.

“그건 네놈이 남겨야겠지, 게오르크.”

게오르크를 짓밟는 것이다.

팟!

아이젠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는 게오르크의 뒤에서 나타나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길 기세로 주먹을 휘둘렀다.

‘철권!’

그러나.

턱.

아이젠의 주먹은 게오르크에게 가볍게 붙들려 막혔다. 게오르크는 반대쪽 손에 들린 라니에로 아이젠의 팔을 베었다.

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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