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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18화 (118/201)

118화

【 접근 】

퍼엉!

아이젠이 베르너를 향해 박살을 먹이자, 베르너는 가볍게 참철검을 들어 그것을 막아냈다. 그런데 가볍지 않았다. 무거웠다.

‘살짝 휘두른 것뿐일 텐데!’

베르너는 아이젠의 주먹이 마치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을 튕겨내 아이젠의 주먹을 흘렸다. 그리고 재빨리 아이젠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검을 위로 올려쳤다.

‘참철검술, 성승(星昇: 별이 떠오르다)!’

슈팟! 아이젠의 턱 끝이 베일 뻔했으나 그는 뒤로 반보 물러나는 것만으로 검을 피해냈다. 빠르고 매서운 공격이다. 하지만, 아이젠에게는 되지 않는다.

‘알브레히트 5방주님에 비하면 형편없는걸.’

알브레히트는 연로하고 전선에서는 은퇴해야 마땅한 나이다. 그런데도 그가 몸 안에 품고 있는 참철검술의 기운은 전성기의 전사처럼 흉흉하고 야심만만했다.

알브레히트보다 훨씬 어리고 훨씬 성긴 오러를 쓰는 베르너는, 애시당초 아이젠의 상대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사신권 회혼―’

아이젠의 주먹이 으스러질 듯 꽉 쥐였다. 베르너는 다음 공격을 막지 못하던 자신이 리타이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끝마쳤다. 그래서 참철검을 들어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마침내 아이젠의 주먹이 움직였다.

‘권왕백무(拳王百舞) : 신(伸)!’

관(貫)이 권왕백무의 백 번의 공격을 한 점에 응축하여 공격하는 기술이라면, 신(伸)은 권왕백무의 공격을 사방팔방으로 뻗어 펼치는 기술.

즉, 베르너가 제아무리 참철검 뒤에 몸을 감춰봤자.

“앗?!”

신(伸)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퍼버버버벅!

아이젠의 권왕백무가 베르너의 좌반신 우반신을 타격했다. 참철검 뒤에 급소를 가려 치명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베르너는 한 번의 기술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미 눈동자가 뒤집히고 있었다.

쿵!

베르너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아니! 정말 검을 안 쓰잖아!

- 소가주전에서 주먹질이라니, 이런 야만적인!

- 당장 제지하지 않고 뭐 하는 거요! 참철검가의 소가주전 대련에서 주먹을 쓰는 저 아이를 왜 안 내쫓느냔 말이오!

- 저 아이는 실격이야, 실격!

경기를 강제 종료시켜야 한다는 아우성이 장로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그린우드의 장로들, 그들은 이미 테오발트 가주가 아이젠이 주먹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 틈에 아이젠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장로들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방계의 하인들, 그노시스의 시민들과 대장장이들도 혼란스러운 듯했다.

- 정말 검을 안 써도 되는 거야?

- 그럼 저 아이젠이라는 분께서 우승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 그냥 만에 하나를 묻는 거야. 만약 아이젠 님이 우승자가 되면 그린우드 가문은 어떻게 되는 건데? 참철검가라는 이름이 무색하잖아.

- 우리 대장장이들도 더 이상 검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대장장이의 명맥이…….

그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참철검가라는 이름이 오늘 이 자리에서 흩어지는 것이 아닐까. 특히 대장장이들은 지난 천 년간 그린우드 가문의 참철검 제작을 도맡아 해왔다. 그들로서는 단순히 직업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와 역사를 잃는 셈이 되었다.

잠자코 듣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울 장로와 카론 그레이번스, 그리고 유진 그레이번스였다.

유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거 시끄럽네. 다들 조용히 좀 하죠?”

“저거 유진 아니야? 인마, 네가 대장장이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들어! 카론 영감님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딴 거 알 바 아니고. 주먹을 쓰든 검을 쓰든 아니면 창을 쓰든, 우리랑 뭔 상관입니까? 우리는 대장장이입니다. 그린우드 없으면 못 살아요?”

“아니, 그래도, 그린우드 공작가에서 우리 마을을 통째로…….”

“그러니까! 그럼 뭐, 그린우드에서 앞으로 무기 만들지 마쇼 하면 안 만들 거예요? 아니잖아요.”

그러자 듣고 있던 대장장이들이 우물쭈물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아이젠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자신들의 안위만 따지고 있다는 것을.

유진은 그노시스 시민들과 그린우드 방계들이 앉아 있는 쪽을 돌아보고 말했다.

“그쪽도 그래요. 듣자 하니 뭐, 가주님께서 이미 주먹 쓰는 걸 허락하셨다던데? 그런데 거기에 시비를 거는 건 그린우드 공작님의 명령에 반대하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그래요?”

“…….”

그러자 이번엔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모니카와 제이슨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울 장로도 유진의 기개에 놀라고 있었다.

그때 장로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한 명이 불쑥 일어나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인데 그리 함부로 말하는 것이냐! 우리가 누군지 모르느냐?”

“누구신데요?”

“뭣……! 그린우드의 밑에서 일하면서, 나 오드니엘을 모른단 말이냐?”

“제가 무슨 그린우드 밑에서 일해요. 그냥 땅 주인 같은 거 아닌가?”

“저, 저 무엄한 놈!”

자신을 오드니엘이라 밝힌 장로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소리치자, 다른 장로들이 그를 말렸다. 오드니엘은 사울 장로에 이어 이인자 격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사울과는 달리 오만하고 심성이 고약한 남자였다.

오드니엘 장로가 소리쳤다.

“저자를 당장 붙잡아라! 하옥하란 말이다!”

그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갈팡질팡하자, 결국 사울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드니엘. 그만 좀 하게.”

“이보게, 사울! 뭘 그만하란 말인가! 저자는 우리 그린우드를 무시했어!”

“그래서 뭐 어쩌겠단 말인가? 끌어내서 참하기라도 할 셈인가?”

“그야 당연하지!”

오드니엘 장로가 소리치자, 사울 장로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적당히 좀 하게, 오드니엘. 신성한 소가주전에서 무슨 짓거리인가. 테오발트 가주님께서 일이 있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셨는데, 만약 가주님께서 계셨다면 자네가 이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

사실이 그랬다. 만약 테오발트 가주가 객석 어디에든 자리하고 있었다면, 오드니엘 장로는 물론이고 다른 장로들, 그리고 객석의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사울 장로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오드니엘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만하고 앉게. 품위를 지켜.”

“……아, 알았네.”

결국 사태는 정리됐다. 사울 장로가 문득 경기장을 내려다보는데, 거기 서 있는 아이젠과 눈이 마주쳤다.

사울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젠은 미소 지었다.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는구만.’

잠깐 상황이 멈췄다. 그사이 아이젠은 베르너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베르너는 비록 바닥에 쓰러졌지만.

‘안 끝났어.’

아이젠은 아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베르너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아이젠에게 참철검을 휘둘렀다.

“큭, 받아라!”

쉬익―!

칼날이 정직하게도 올곧게 날아들자, 아이젠은 교아(鮫牙)를 통해 공격을 흘리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륵―

푸욱―!

“음?”

아이젠의 옆구리가 싸했다. 베르너의 칼날이 아이젠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다행히 아이젠이 공격받자마자 쳐냈기에 망정이지, 아이젠 정도의 반응 속도가 아니었다면 이미 피를 한 바가지 쏟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휘었다.’

아이젠은 예전에 그노시스 시장에서 베르너를 맞닥뜨렸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베르너의 검은 기교 있게 휘어 아이젠을 공격할 뻔했다. 때마침 나타난 4방주님 덕에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그렇군. 이것이 4방계의 응용인가.’

아이젠은 생각을 끝마쳤다. 그는 경기가 재밌어지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 * *

한편, 그노시스 외곽.

원형 경기장이 있는 에버쏜즈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기사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곳의 경비를 맡고 있는 그린우드 속하의 기사들이었다.

“하아. 나도 경기 보고 싶었는데.”

“나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문지기 기사 두 명이 서로에게 한탄했다. 그들은 혹여라도 누가 지나갈까 싶어 자세만은 완벽한 경비의 자세였지만, 속으로는 내심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해 안달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이곳을 지키고 서 있는 동안 소가주전은 끝날 테고, 그러면 두 사람은 경기 결과를 타인에게 전해 듣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비 한 장 잘못 뽑았다고 경기를 볼 수조차 없게 하다니.”

“그러게나 말이야. 하다못해 교대라도 붙여주지.”

“누가 우승자일 것 같냐?”

두 사람은 따분함을 못 견디고 우승자를 예상해 보기로 했다. 한 기사의 물음에 다른 기사가 대답했다.

“아이젠 님.”

“응? 아이젠? 아이젠 폰 그린우드 집쥐…… 아니, 도련님?”

“응. 그 아이젠 님.”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오자 물어본 기사가 놀랐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얘기 못 들었어? 레드스톤을 열다섯 개나 모아 왔다잖아.”

“야, 넌 그 말을 믿냐? 당연히 매수한 거잖아.”

“매수하다니, 누구를?”

“그야…….”

기사는 할 말이 없었다. 대체 누구를 매수한단 말인가? 그린우드 공작가의 소가주전에서 말이다.

마테오 백작을? 흑기사들을? 다른 누군가를? 그 모두가 불가능한 경우의 수임을 기사는 어렵지 않게 추리해 낼 수 있었다.

“…….”

“대답 못 하겠지? 매수했다는 건 말이 안 돼. 여긴 그린우드잖아.”

“그럼 어떻게 열다섯 개나 되는 레드스톤을…….”

“이건 기사학교에 있는 내 동생한테 들은 얘긴데, 거기서 아이젠 님의 활약이 대단했대.”

“기사학교? 아, 그러고 보니 아이젠 집쥐…… 도련님이 검은뿔 기사학교에서 수련했단 얘긴 들었지.”

“바네사 공자님도 이길 정도였다던데.”

“에이, 설마.”

“진짜라니까.”

기사가 계속 안 믿자, 다른 기사는 결국 화두를 바꾸기로 했다.

“그러는 넌 누가 우승자가 될 것 같은데?”

“말해 뭐하냐? 당연히 게오르크 공자님이지.”

“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레드스톤을 열다섯 개나 모아오셨다잖아.”

“쯧, 창의력 진짜 없네.”

“아니, 이 자식이 근데.”

그렇게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그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누군가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에버쏜즈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인파가 마치 밀물처럼 에버쏜즈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두 기사는 갑자기 바짝 긴장하여 그들을 맞이했다. 인파 맨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이상한 가면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

그 탓에 기사들은 서로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으나.

직업의식이 투철하여 우선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고 그 사람을 멈춰 세웠다.

“정지. 지금 이곳은 들어갈 수 없다.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발터.”

“발터?”

기사가 처음 듣는 이름인지라 다른 기사를 보자, 그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발터라는 건 누구지? 초대받고 온 건가?”

발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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