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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17화 (117/201)

117화

2방계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하길래 뮬러의 예의범절이 저렇게 엉망인 건지.

아우구스트는 괜히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되었다.

‘경기가 시작하는 순간 곡도를 뽑는다. 그리고 뮬러의 오른손을 쳐낸 다음 검을 떨어뜨리게 해서, 목을 겨눠 기권하게 만드는 거야.’

꼭 상대를 죽여서 경기를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게서 기권을 받아낸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제1 경기도 그런 식으로 끝나지 않았나.

아우구스트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마테오 백작의 입에서 경기 시작 신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마테오 백작이 입술을 뗐다.

“그럼, 제3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파직!

그 말과 함께 마테오 백작은 사라졌다.

아우구스트는 지체 없이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곡도를 뽑―’

그런데.

―털썩!

“어?”

아우구스트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바닥에 엎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사실 깨닫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우두커니 잘만 서 있었는데, 눈 깜빡하자마자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무, 무슨 일이 있었지?’

짐작조차 못 할 만한 현상 속에서, 아우구스트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악!”

발 뒤꿈치 쪽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트가 누운 채로 뒤돌아보니, 그의 양발 아킬레스건이 선명하게 잘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윽!!”

그가 황당해 마지않는 사이, 그의 시야 안으로 불쑥 들어오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뮬러 반 그린우드였다. 그는 한없이 조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아우구스트를 보고 있었다.

“끝났지? 기권해라.”

“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왜 반말이야, 씨.”

자기도 반말하고 있으면서? 아우구스트는 어이가 없어서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뮬러가 말했다.

“내가 살면서 아직 아킬레스건이 잘리고서도 일어나는 사람은 못 봤거든? 헛짓거리하지 말고 기권해. 귀찮으니까.”

“할 수 있……! 악!!”

아우구스트는 통증을 참고 일어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고통의 문제가 아니라 힘줄이 끊긴 것이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대체 어느 틈에 잘랐단 말인가! 아우구스트로서는 냅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경이었다.

“빨리 기권 안 해? 모가지를 베어줘야 정신 차리겠어?”

“……큭!”

아우구스트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겸허하게 대응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권밖에 없었다.

그렇게 제3 경기는 허무하리만치 빠르게 끝났다. 게오르크와 한스가 맞붙은 제1 경기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아이젠은 뮬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았다. 제2 경기에서 타케오가 바네사에게 한 것처럼 폭풍처럼 빠른 속도였으나, 아이젠은 볼 수 있었다.

뮬러의 칼놀림에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아우구스트의 발뒤꿈치 두 부위를 정확히 잘라냈다. 완벽하게 숙달된 검사의 솜씨였다.

아이젠 역시 미리 한번 봐두지 않았다면 당할지도 모를 정도로 깔끔한 솜씨였다. 물론 그래 봤자 아이젠은 무혈신공으로 어떻게든 일어섰겠지만.

“재밌는 놈들이 많이 나오네.”

게오르크, 타케오에 이어서 뮬러까지. 다들 칼솜씨가 제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젠의 주먹 솜씨도 보여줄 시간이었다.

펄쩍―!

아이젠은 대기실로 돌아가지도 않고, 관객석에서 곧바로 원형 경기장으로 뛰어나왔다. 다음 제4 경기가 아이젠의 경합이었기 때문이다.

우두둑. 우두둑.

아이젠은 손목의 묵은 체증을 풀며 경기장에 오도카니 섰고.

맞은편에서는 베르너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안녕.”

아이젠이 능청스럽게 손을 들어 인사했지만.

“…….”

베르너는 받아주지 않았다. 긴장했다기보다는 아이젠과 말도 섞기 싫은 것처럼 보였다.

“인사도 안 받아주네. 매정하다, 매정해.”

“검사가 아닌 그린우드와는 대화 나눌 생각 없다. 경기에나 집중해라.”

“집중하면 큰일 날 텐데. 네가.”

파직―!

모습을 감추고 있던 마테오 백작이 나타났다. 마테오 백작은 베르너와 아이젠 사이에 서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경기를…….”

“백작님.”

“시작…… 예?”

갑자기 말을 걸자 마테오 백작은 아이젠을 올려다보았다. 이때껏 누구도 그에게 경기 시작 전 말을 걸지 않았기에 마테오 백작은 당황스러웠으나, 예를 갖춰 허리를 숙였다.

“여쭤보실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이젠 공자님.”

“별건 아니고요, 혹시 경기가 진행되는 중에는 어디 계신 건가 해서. 벽력 마법으로 사라지시던데 이 경기장 안에 계시긴 한 건가요?”

그러고 보니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고 있던 부분이었다. 마테오 백작은 번개와 함께 사라지고 어디로 가 있는 걸까?

“이 자식! 백작님께 무례하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베르너도 내심 궁금하긴 했지만 아이젠을 꾸짖었다. 방계가 직계를 꾸짖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마테오 백작은 허허 웃었다.

“아닙니다. 저는 번개가 치면 어디에도 없습니다. 혹여라도 공격이 제게 잘못 맞을까를 걱정하시는 거라면 염두에 두실 필요 없습니다.”

“음. 알겠어요.”

뭐지? 진짜 그렇게 생각한 건가? 자기가 잘못 맞기라도 할 거라고? 마테오 백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애초에 맞을 일도 없겠지만, 설령 아이젠의 주먹이 자신에게 적중한다고 쳐도 마테오 백작은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전쟁영웅 정도 되는 위치란 그런 것이다. 나이가 아흔을 바라보고 있어도 어린아이의 공격쯤은 우습게 흘려 버릴 수 있는.

그런데, 이 작은 소년은 정말로 자신이 공격받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마테오 백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어쩐지 아이젠의 태도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부터 느꼈던 건데 아이젠 공자에게서는 마치 제왕의 냄새가 나는군.’

테오발트 가주 등 다른 전쟁영웅들에게서 느껴본 감상을 아이젠에게서도 느끼고 있는 마테오 백작이었다.

피식― 마치 소년처럼 웃는 마테오 백작의 모습에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객석의 사람들이 놀랐다.

마테오 백작은 다시 표정을 지우고, 벽력 마법을 쓸 준비를 마쳤다.

“그럼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파직―!

그가 다시 허공에서 사라졌다.

제4 경기는 앞서의 다른 경기들처럼 속전속결로 싸움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베르너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 뿐이었다.

아이젠은 베르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온 힘을 다할 수 있도록 최대한 넉넉히.

“……왜지?”

“응?”

“왜 날 공격하지 않는 거냐?”

“지금 공격해서 뭐해. 네가 풀파워를 내야 싸우는 게 재밌지.”

“……하. 전부터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이 자식.”

베르너는 지금 아이젠과 세 번 만남이었다. 시장에서 한 번, 피쉬트랩 던전에서 한 번, 그리고 지금 한 번. 총 세 번.

피쉬트랩 던전에서는 아이젠에게 처참하게 발렸지만, 베르너는 자신이 방심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시간만 넉넉히 주어진다면, 베르너의 계산에 아이젠에게 질 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5방계의 응용 참철검술은 오러를 세밀하게 담을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만하기는. 순식간에 끝내주마.’

베르너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 무렵 관객석에서는 술렁거리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번 제4 경기는 어딘가 이상했던 것이다.

무엇이 이상한고 하니.

- 이봐. 아이젠 님은 왜 검을 안 차고 있지?

아이젠이 참철검을 허리춤에 매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노시스에서도 이미 소문이 파다하고, 방계 가문 여기저기에서도 집쥐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설마하니 참철검을 쓰지 않는 직계가 있다는 소리가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아이젠이 검을 쓰지 않는 듯하자 놀란 것이다. 참철검가에서 검을 쓰지 않다니,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 정말 검을 안 쓰시는 건가?

- 허, 말도 안 돼. 주먹이 검을 이길 수가 있기나 해?

- 주먹을 내미는 순간 잘리지.

- 무슨 객기로 저러시는 거람?

- 멍청한 객기지 뭘! 2차전까진 어떻게 올라온 거야?

- 그 얘기 들었는데, 레드스톤을 돈 주고 샀다는 얘기가 있어.

- 흑기사들을 매수한 거야?

- 그게 아니면 뭐겠어. 설마 맨손으로 프렘린들을 때려잡은 거겠어? 말이 돼, 그게?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고 있었다.

객석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모니카는 당장에라도 일어나서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저기요! 우리 도련님 그런 분 아니시거……!”

그러나, 일어나는 순간 모니카를 다시 앉히는 손길이 있었으니.

바로 제이슨이었다. 제이슨은 모니카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제, 제이슨 흑기사님? 언제 오셨어요?”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 모니카 네가 내 옆자리로 와서 앉은 것이지.”

“모, 몰랐어요.”

모니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제이슨은 지금 자리에 앉아 있긴 하지만 순도 높은 은신 기술을 사용하여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이슨이 말했다.

“경거망동하게 행동하지 마라, 모니카. 네가 지금 일어나서 소리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지? 오히려 아이젠 주인님을 안 좋게 보는 눈길들만 늘어날 터.”

“윽…….”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니카는 그냥 얌전히 앉아 있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저들 모두를 혼구멍을 내주고 싶은 호승심이 부글부글 들끓었다.

사실, 그건 제이슨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제이슨은 표현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

“걱정하지 마라, 모니카. 저기 계신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야…… 아이젠 도련님이죠.”

“그래. 넌 설마 아이젠 주인님이 지실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도련님은 무조건 이길 거예요! 무조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제이슨은 경기장으로 눈을 돌리더니, 한쪽 입꼬리만 씨익 올렸다.

“저들의 비웃음, 주인님께서 모조리 환호성으로 바꿔놓을 테니.”

* * *

“동생이 못 나와서 슬프겠어, 베르너.”

아이젠은 베르너의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베르너는 피식 웃었다.

“슬퍼? 하, 천만에. 브루노는 실력이 부족해서 탈락한 거야. 난 처음부터 그 아이가 소가주전에 나오는 걸 반대했어.”

고오오오오―

마침내 베르너의 운기가 끝났다.

“그때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다. 아이젠, 널 끝장내 주마!”

팟! 베르너는 뛰었다. 아이젠을 향해, 조금도 엇나가지 않고 정면으로.

아이젠은 주먹에 무혈신공을 불어넣었다. 그의 결사신권 홍화의 기운은 회혼의 기운으로 변화하여 찌를 기세로 손을 감쌌다.

‘결사신권 회혼(灰混), 박살(撲殺).’

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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