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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09화 (109/201)

109화

아이젠은 양 주먹이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결사신권, 환교신권!’

한 발 한 발 내공을 담은 환교신권을, 주먹에 담았다.

한 쌍, 열 쌍, 오십 쌍, 마침내 백 쌍의 환교신권을 주먹에 담은 아이젠은.

고개를 쳐들고 아이기스를 노려보았다.

[뭘 하려는 거지?]

“뭘 하긴.”

아이젠이 주먹을 잡아당기자.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아이젠의 주먹에서 환교신권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네놈을 족치려는 거지.”

[읏?!]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아이기스는 처음에는 손에 들고 있던 참철검으로 환교신권을 막아보려 했다.

다음에는 조금 전 아이젠의 몸을 묶었을 때처럼, 빙결 마법을 사용해 환교신권을 무력화하려 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소용없었다. 아이젠의 환교신권은 마력열차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퍼버버버버벙!

아이기스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으니.

‘역시.’

아이젠의 예상대로, 아이기스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피하지 않는 게 아니다.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쉬이이이…….

환교신권의 세례가 끝나고, 잠시 자욱해진 연기가 걷히면.

[윽.]

아이기스는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서 있었다.

그렇다, 서 있었다. 아이기스는 넘어지지 않았다.

아이젠이 생각하는 이유. 그것은.

“너, 무겁구나. 그것도 상당히.”

[…….]

아이기스는 무거운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아이젠은 이제 가설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아이기스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아티팩트인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처럼 피를 흘리니까.

즉.

“너, 마물이지?”

아이기스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다.

마물. 그 단어가 아이기스의 심기를 거슬렀나 보다. 아이기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불쾌한 얼굴로 변한 것을 보면 말이다.

[마물? 내가?]

“왜, 아냐?”

아이젠의 반문에 아이기스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안니 녀석한테 별별 소리 다 들어봤지만 설마 마물 소리까지 들을 줄은. 오래 살고 볼 일인걸.]

“오해하지 마. 마물은 추론의 결과를 도출한 것일 뿐이니까.”

아이기스의 실체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둔중한 몸무게를 저 작은 몸집 안에 가둬두고 있는 것일 터.

말하자면 인간 같은 새하얀 모습의 아이기스는, 껍데기일 뿐. 그 안에는 나방이 들어 있을지 말벌이 들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이젠의 짐작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마물이었다.

어떻게 마물이 아티팩트가 되었는가?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기분 나빠. 마물이라고 부르지 마.]

“그럼 뭔데?”

[하아… 이런 햇병아리한테 내 본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싫으면 관둬.”

아이젠의 모습이, 한순간 허공에서 사라졌다.

‘결사신권, 사신강림(死神降臨).’

빠르게 다시금 사신강림을 시전한 후 유랑보를 사용해 아이기스의 뒤로 이동한 탓이었다.

아이젠은 주먹을 뻗어 아이기스의 등덜미를 치려 했다.

‘박살(撲殺)!’

그 순간.

푸욱!

아이기스의 등에서 솟구쳐 나온 가시가, 아이젠의 손바닥을 찔렀다. 아이젠은 재빠르게 손을 빼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했다.

‘가시?’

그것은 가시. 아이기스의 등에서 나온 것은 가시였다.

그는 귀찮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건방진 놈. 내가 오냐오냐해 주니까 너보다 어리게만 보이나 보지?]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겉모습만 보면 아이기스는 아이젠 또래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이기스는 어느새 그 껍데기를 벗고, 몸을 뒤틀고 있었다.

뿌득! 뿌드득!

아이기스의 몸이 기묘하게 꺾이는가 싶더니.

아이젠은 어쩐지 고개를 점점 올려다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호라.’

그건 경외감보다는 놀라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이기스는 점점 체구를 부풀려 가더니, 시간이 좀 지나면 어느새 새하얀 인간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다시 나타난 아이기스의 모습은.

[후우.]

몹시 거대했다. 아이젠이 까마득히 올려다봐야 할 만큼.

그의 몸은 제법 넓은 계율의 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다란 목은 쫙 펴면 5m도 넘을 것 같았으나, 계율의 관 천장 높이가 3m밖에 되지 않아 머리를 앞으로 당길 수밖에 없었다.

아이기스의 등에서 솟아난 것은 정확히는 가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 그의 몸은 거대한 등딱지로 덮여 있었는데, 등딱지의 외피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었던 것이다.

기다란 목의 끝에는 이무기처럼 생긴 머리가 자리해 있었으며.

네 개의 다리 뒤로 기다랗게 나 있는 꼬리는, 끝을 모르고 뻗어 계율의 관 곳곳에 말려 있는 지경이었다.

한마디로 아이기스의 모습은 비유하자면 마치 거북과 뱀을 합친 것 같았다.

아이젠은 전에도, 아마 앞으로도 이런 생명체를 구경할 일은 없으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마물’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신성해 보였다.

‘구태여 단어를 붙여 표현해야 한다면 영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젠은 이런 생명체를 실물로 본 적은 없지만, 역사서에서는 묘사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린우드 가문의 역사서에서?

아니, 아이젠이 읽은 것은 전생 이강철이던 때의 일이다. 그는 우연히 빌려 읽은 책에서 눈앞에 있는 아이기스의 모습을 똑같이 그림으로 옮겨 담은 삽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삽화에서는 그 생명체의 이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수 현무(玄武). 그것이 너의 정체인가?”

세상을 수호하는 사방 신수 중 하나인 현무.

아이기스는 그 거대한 머리에 달린 큰 눈을 더욱 키워 보였다.

[뭐야. 날 알고 있네?]

“……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거든.”

[그래? 별 이상한 책을 다 가지고 있었구나.]

지안니의 아티팩트, 아이기스의 정체는 현무였던 것인가.

그야말로 놀랄 노 자다. 무엇보다, 어떻게 기껏해야 인간이 만든 무기 따위에 현무라는 신수를 담아냈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일이야?’

아이젠의 눈빛에서 생각을 읽었는지, 아이기스가 고개를 모로 꼬았다. 작은 움직임이었음에도 워낙 덩치가 커서 큰 동작으로 보였다.

[오해하지 마. 지안니가 날 보쌈해서 아티팩트 안에 가뒀다든지, 그런 건 아니니까.]

“……그럼 어째서?”

[상호 합의가 있었어.]

“합의?”

[자, 제삼자한테는 불필요한 얘기 같은걸. 의미 없는 얘긴 이쯤 하고.]

아이기스의 눈동자가 매섭게 변했다. 그래, 마치 뱀의 눈동자처럼.

[나한테 건방 떤 대가는 받아야지? 나더러 마물이라고 했겠다.]

“어라.”

콰아아아아!!!

아이젠이 반응할 틈도 없었다.

아이기스가 그 커다란 입을 쫙 벌리는 순간, 그의 입안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으니까.

그것은 말이 한기일 뿐, 실제로는 바위만 한 얼음덩어리가 아이젠을 향해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그것도 수백, 수천 개의 얼음덩어리가 말이다.

카가가가가가각!

순식간의 아이젠의 온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젠은 두 다리를 딛고 팔을 뻗어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결사신권, 천수관음(千手觀音)!

푸화악―!

아이젠의 몸 안에서 홍화가 솟구쳤다. 그는 천수관음과 사신강림의 힘을 이용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천 발의 얼음덩어리들을 모조리 쳐내고 있었다.

‘어림없어, 어림없어, 어림없다고!’

투다다다다!

아이젠이 모조리 막아내고 있자, 아이기스의 표정이 한층 더 아니꼽다는 얼굴로 변했다.

아이기스는 한쪽 발을 들어 올렸다. 그대로 아이젠을 내려치려는 건가 싶었으나, 그것보다 더한 일이 펼쳐졌다.

아이기스가 들어 올린 발에서, 한기가 모여들며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입에서 나오고 있는 한기와는 별개로.

뭉쳐 드는 한기는 삽시간에 거석만큼이나 거대해졌고.

휘오오오오!

휘몰아치며 아이젠의 피부를 얼려 버릴 듯한 찬 공기는 덤이었다.

‘저거 맞으면 죽는다!’

아이젠은 본능적으로 아이기스의 한기가 거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일시후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후퇴하지? 이곳은 계율의 관. 도망칠 곳도, 몸을 숨길 만한 곳도 없다!

“윽!”

아이젠은 천수관음과 사신강림을 사용한 상태로도 이미 얼음덩어리들만을 쳐내는 데만도 바빴다.

저 거대한 거석까지 막아낼 틈은 없었다.

[받아라.]

아이기스의 나지막한 음성과 함께.

거석이 아이젠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으아아앗!”

콰아아아아앙!!!

쿠구구구구구구구구!!

휘오오오오오!!

지축을 흔들 듯한 굉음들이 연달아 퍼져 울렸다.

찬 공기는 칼바람이 되어 아이젠의 온몸을 찢어발길 듯이 펼쳐졌고, 그 와중에 날아드는 한기는 아이젠의 몸을 꽁꽁 얼리고 있었다.

아이젠은 실시간으로 몸이 줄어드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살이 칼에 잘리듯 깎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론 안 돼!’

이대로 멍청하게 당할 수는 없다. 그건 아이젠이 아니니까.

아이젠은 시야마저 가리는 폭풍우 속에서, 유일하게 달아날 수 있는 활로를 찾아냈고.

‘결사신권, 유랑보(流浪步)!’

얼음덩어리들과 칼바람들을 조금씩 흘리며, 그 활로를 꿰뚫었다. 물론 완벽하진 못하고 그저 공격들을 조금씩 무력화하는 데 그쳤지만.

카가가가가각!

푸화악!

결국 아이젠이 폭풍 속에서 탈출했을 때.

그의 온몸에는 서리가 올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아이젠은 급격하게 낮아진 체온 탓에 덜덜 떨었고, 입술도 벌벌 떨렸다.

“으으, 젠장. 추워라.”

다행히 목소리는 잘 나왔다. 성대까지 얼어붙진 않은 모양.

아이젠은 온몸이 칼에 베인 상처투성이였지만, 피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한기가 상처 밖으로 새어 나오는 핏방울마저 얼려 버린 탓이다.

아이기스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아이젠을 내려다봤다.

[어때? 반성할 마음이 좀 들어?]

“후우. 후우…….”

아이젠은 문득 현재 자신의 체온이 몇 도 정도일까 생각해 봤다. 이 정도면 몇 도지? 체감상으로는 거의 영하까지 내려간 듯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랬다간 살아 있지도 못했을 테니.

아이젠은 조심스레 온몸에 홍화를 흘려보았다. 사신강림과 천수관음은 어느새 풀려 있는 상태였다. 아이젠이 사신강림을 유지하지도 못할 만큼, 천수관음을 지속하지도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보니 손끝에서 잘게 갈린 얼음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홍화가 서리를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

“강한데.”

[지안니가 괜히 날 아티팩트로 쓴 게 아니니까.]

아이젠은 역사서에 쓰여 있는 현무의 기록을 상기해 보았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현무는 물과 겨울을 관장하는 신수라 했다.

‘물과 겨울이라.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능력이로군.’

아이젠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여기서 강망태신(江望太神)까지 쓴다 한들, 아이기스에게는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이기스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달아난다면, 아이젠은 아이기스 브레이슬릿을 영원히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아이기스 브레이슬릿은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이젠은 전생에도 두 주먹만으로 정점에 섰던 인물. 아티팩트 따위에 의지할 만큼 아이젠은 자신이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당하는 건 조금 열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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