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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06화 (106/201)

106화

에버쏜즈 지역.

이곳은 그린우드만 출입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과는 다르게, 경비도 없고 따로 지켜보는 자도 없고 철책이 쳐져 있지도 않다.

즉 입성하고자 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

다만 그러지 않을 뿐이다. 그러다가 만에 하나라도 걸리면 문책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따라오게.”

사울 장로는 태연하게 에버쏜즈로 들어갔고.

모니카는 조마조마한 발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자, 장로님.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요?”

“허허, 괜찮아, 괜찮아.”

사울 장로는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태연하게 걷는 것이었다.

모니카는 뭔가 사울 장로가 믿음직스럽지 못했으나.

생각해 보면 사울 장로는 예전부터 장난스러운 편인 것 같기도 했다. 그저 나이가 꽤 있으시고, 인자한 인상 탓에 그런 점이 잘 부각되지 않았을 뿐.

그렇게 한참을 걷던 두 사람의 눈에, 멀리 계율의 관으로 통하는 지하 문이 보였다.

“저긴가 봐요.”

“음.”

모니카가 빠른 걸음으로 문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푸화악!

문 근처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으앗!”

덕분에 모니카는 팔로 얼굴을 가리며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예요?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흠. 글쎄.”

지하 문은 분명 단단하게 닫혀 있다. 공기가 새어 나올 틈도 없이.

그런데 대체 어디로부터 이런 열기가 나오고 있단 말인가.

사울 장로는 뜨겁지도 않은지 문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그래서 모니카도 참으며 사울 장로 가까이 다가섰다.

‘대체 이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모니카의 예상에, 아마 아이젠은 이 밑에서 알브레히트 5방주님과 수련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수련’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맞는 걸까?

당장에라도 문을 열어젖히고 싶었지만, 모니카는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이 단단한 철문을 들어 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사울 장로를 돌아보는데.

“허허허.”

사울 장로는 갑자기 헛헛 하고 웃었다.

“왜, 왜 그러세요?”

“아니야. 난 이만 돌아가지.”

“네? 아, 아니, 안 들어가 보시구요?”

“괜찮아. 이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확인했으니.”

저는 확인 못 했는데요? 모니카는 그렇게 대꾸할 뻔했다.

사울 장로도 모니카의 눈빛에서 그 질문을 인식했는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걱정 말게, 모니카. 곧 문을 열 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네? 오다뇨, 누가…….”

“그건 기다리면 알아. 그럼 난 이만 가겠네. 때가 되면 알아서 돌아오게.”

“네? 자, 장로님!”

사울 장로는 여전히 태연한 발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모니카는 황망한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모니카.

그녀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철문을 잡아당겨 보았다.

“끄으응!”

그러나 당연하게도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명주실 한 가닥 들어갈 만큼의 틈도 벌어지지 않았다.

“으윽!”

닷새 동안 검술을 배웠는데도 힘이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물론 겨우 5일 정도로 뭐가 되기야 했겠느냐마는, 모니카에게는 나름대로 평생 중 가장 열심히 운동했던 시간이었기에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휴우……! 못 들겠어.”

그렇게 모니카가 좌절하고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았다.

바로 그때였다.

멀리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모니카는 조금 전 사울 장로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문을 열 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지.

대체 누가? 누가 이곳에 온단 말인가?

저벅. 저벅.

마침내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모니카는 다가온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당신은……!”

모니카의 앞에 선 남자는.

다름 아닌 유진 그레이번스였다.

그는 예의 대망치 레테논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엉? 뭐야.”

“……뭐냐뇨! 그건 제가 물어볼 말인데요! 여긴 어떻게 들어오신 거죠?”

아니, 아무리 경비병이 없다고 해도.

외부인이 이렇게 막 들어와도 되는 건가?

에버쏜즈는 그린우드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 그 의미가 가지는 바가 적지 않을진대.

유진까지 들락거리는 걸 보니 모니카는 왠지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유진은 왼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모니카를 가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

“……?”

“……아! 알았다. 너 그때 걔구나. 이름이 모니카였나?”

“뭐야! 기억도 못 하고 있던 거였어요?”

유진의 뇌리에 모니카의 얼굴은 딱히 각인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억될 만큼 뜻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모니카는 유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여긴 대체 어떻게 오신 거예요? 아니, 그보다, 왜 오신…….”

그때였다.

푸화악!!

지하 문이 덜컹거리며 뜨거운 열기가 방출됐다.

“엄마야!”

모니카는 화들짝 놀라 유진의 뒤에 숨어버리고 말았다.

유진이 그녀를 뒤돌아보았다.

“……뭐 하냐?”

“윽.”

모니카는 닷새간 배운 파생검술이 무색해지는 순간인 듯해 괜히 자괴감이 들었다.

유진은 모니카를 떼어놓더니, 태연한 걸음으로 지하 문 가까이 다가갔다.

초고열의 온도가 상당할 텐데 뜨겁지도 않은지, 유진은 연신 생글생글한 얼굴이었다.

“이 안에 철이가 있는 거지?”

“네? 철이?”

“아, 뭐랬더라, 아이젠 말이야. 그 녀석한테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어. 물어물어 왔더니 여기 있다길래.”

“아. ……그런데 왜요?”

“그건 내가 너한테 말해줄 필요 없잖아.”

하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니카는 왠지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참았다.

‘철이는 또 뭐야? 무슨 이상한 별명을.’

아니, 아이젠의 이름 뜻은 철이니 또 이상한 별명인 것만도 아닌가?

모니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유진은 레테논으로 중심을 잡더니 다리 한쪽을 들어 지하 문을 쾅쾅 내리찍었다.

탕! 탕! 탕!

“어이, 아이젠! 나와봐! 할 말 있어!”

“뭐,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모니카는 유진을 말리려 했지만.

푸화악!

금세 날아드는 열기 탓에 또다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런데도 유진은 아랑곳없이 다리로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탕! 탕! 탕!

“나와보라고, 인마!”

“그만, 윽, 그만두세요!”

모니카는 양손으로 열기를 가로막으며 애쓴 끝에 유진의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그는 유진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나와요, 얼른!”

“이거 놔봐. 철이가 들으면 좋아할 만한 소식을 들고 왔다니까.”

“아무튼 나오세요!”

유진은 모니카를 다시금 뿌리치더니.

레테논에 자신의 오러를 불어넣었다.

“후우.”

부웅!

레테논에 오러가 실리는 광경을 본 모니카는 조금 놀랐다.

‘이 사람도 오러를 쓸 수 있구나.’

이렇게 되면 모니카가 아는 중에 오러를 못 쓰는 건 자기뿐인가 싶어 또다시 자괴감이 드는 모니카였다.

아무튼 유진은, 오러를 듬뿍 담은 레테논을 들어 올리더니.

“나오라고!”

지하 문을 향해 내려쳤다.

쿠웅!!

레테논은 지하 문을 찌그러뜨릴 듯이 요란스러운 소릴 내더니.

떠엉!!

철과 철이 부딪쳤을 때의 음파가 하늘 넓은 줄 모르고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꺄악!”

모니카는 그 탓에 뒤로 밀려났다.

…….

잠시 사위가 조용해지고.

열기는 어느새 반쯤은 잦아 들어 있었다.

지하 문은 조금 구겨지긴 했지만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열린 문 틈새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으니.

끼이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유진이 뒤로 물러서자.

휘익!

쿵!!

지하 문이 활짝 젖혀지며 180도로 넘어가 열렸다.

쉬이이이이.

안에서는 파리 날개도 녹여 버릴 만한 초고열의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탓에 안쪽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았는데.

“도, 도련님?”

모니카는 왠지 그 안에서 아이젠의 기척을 느끼고 불러보았다.

텅. 텅. 텅.

마침내 철 계단 밟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휴우. 뭐야, 왜 다들 여기 와 있지?”

아이젠이었다.

‘아이젠… 도련님……?’

아니, 정확히는 아이젠이 맞나 인지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왜인고 하면, 아이젠의 지금 모습은.

“도, 도련니임?!!”

온몸이 온통 피 칠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핏물에 전 듯한 그의 모습은, 보기 불쾌하게도 끈적거리는 점성마저 느껴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게 아이젠인지 걸어 다니는 시체인지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의 형상.

덕분에 모니카는 벌벌거리며 일어났고.

“도, 도련님, 대체, 아, 안에서, 무슨, 무슨 일이 있었던, 어, 어어어…….”

“모니카?”

말을 더듬더듬거리다가.

끼이이―

마치 장짓문이 뒤로 넘어가듯 쿵! 바닥에 쓰러졌다.

“야. 왜 그래.”

아이젠은 성큼 걸어가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다행히 몸에 이상은 없었다. 그냥 기절만 한 모양이었다.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기절하지. 나도 깜짝이야.”

뒤를 돌아보니 아이젠의 시선에 유진이 들어왔다.

얼마 전에 보았는데 왠지 꽤나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은 인상이 들었다.

“넌 여기 무슨 일이냐?”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지하 문에서 한 사람이 더 걸어 나오고 있었기에.

그 정체는 당연히 알브레히트 5방주였다. 그도 아이젠과 마찬가지로 온몸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음? 친구들이 찾아왔나 본데.”

“네? 네, 뭐 그 비슷한 녀석들이죠.”

“비슷하다니. 서운하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유진이 퉁명스레 대꾸했지만 아이젠은 받아주지 않았다.

알브레히트가 마저 말했다.

“이제 힘을 다루는 방법은 얼추 습득한 듯하니… 내가 더 알려줄 건 없을 것 같군.”

“네. 감사했습니다.”

“몸은 좀 괜찮은 게 맞나?”

“보시다시피요.”

아이젠이 양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온몸은 피 칠갑이었고, 실제로 온몸에 자상이 꽤나 많이 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컨디션만큼은 완벽한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생기에서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알브레히트 5방주는 피식 웃었다.

“그래. 난 이제 좀 씻어야겠어. 2차전까지는 이틀 정도 남았으니 너도 좀 쉬거라.”

“생각해 볼게요.”

“하하. 생각만이라.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아니, 그나저나 뭐라 안 하세요?”

아이젠은 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 좀 보세요. 얘 그린우드 아닌데요? 에버쏜즈에 출입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음.”

“음이라뇨.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면서요. 혼 좀 내주시죠.”

“얌전히 돌아가게.”

알브레히트는 유진에게 그 정도로만 말했다.

유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알브레히트는 빙긋 웃고는 에버쏜즈의 출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아니, 뭐야. 어이가 없네.”

아이젠이 열변을 토하는 사이.

알브레히트의 뒷모습이 어느 정도 멀리까지 사라졌다.

아이젠은 유진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넌 무슨 일인데? 할 말이 있다고?”

“어, 그래.”

“그럼 잠깐 같이 가지.”

아이젠은 쓰러져 있는 모니카를 돌아보았다.

“저 녀석 좀 업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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