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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05화 (105/201)

105화

강망태신의 능력은 지극히 단순하다.

‘사신강림보다 열 배 강해지는 것.’

그러나 최대 운용 시간은 1분에 불과하고.

사용 후에는 운용 시간의 100배에 달하는 반동이 찾아온다.

그때의 고통은 사신강림의 반동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즉, 뒤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금단의 비기.

그런 아이젠이 강망태신을 사용한 이유는.

‘알브레히트 방주님에게서 힘의 안배법을 배운다.’

알브레히트의 힘 안배법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서였다.

알브레히트는 200의 힘이 온몸에 고루 퍼져 있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했다.

그렇다면 아이젠 역시, 200의 힘을 온몸에 고루 퍼뜨릴 수 있을 만큼의 내공 수위를 낼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방법은 강망태신밖에 없다.

“방주님, 방주님처럼 힘의 운용을 온몸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한 기술인가.”

“그런 셈이죠.”

마침내 알브레히트가 바닥을 딛고 일어났다.

알브레히트는 오른쪽 다리를 주물럭거렸다. 아직도 조금 불편한 모양이었다.

“팁을 주마. 활활 타오르는 양초는 뜨겁지만 금세 사그라지지. 힘을 써야 할 때를 정해야 한다.”

“그 말은?”

“온몸에 힘을 고루 분배하고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항상 풀파워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 하지만 알다시피 언제나 풀파워 상태라면 역설적이게도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어.”

그의 말대로, 언제나 풀파워를 낸다면 힘은 금세 풀려 버리고 만다.

결국은 힘을 써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제대로 알고 내공을 발현해야 한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알브레히트는 그 운용 방법의 달인인 셈이었다.

“주먹을 내지를 때는 내공을 내고, 당길 때는 내공을 다시 거둬야 한다. 뭐 이런 말인가요?”

“쉽게 말하자면 그렇다.”

“말은 쉽네요.”

아이젠은 축이 되는 왼발을 비틀고, 다시 결사신권의 자세를 잡았다.

“말처럼 쉬운지 알아볼까요.”

파앙!

아이젠의 몸이 사라졌다.

알브레히트도 이제는 쉽게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잊은 건 아니겠지? 아이젠 폰 그린우드.’

그는 마음속으로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네 아버지와 같이 소가주전에 참전했던 사람이다!’

참철검술 4성, 속동검격!

알브레히트의 신형도 순식간에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심히 공포스럽게도, 계율의 관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만약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귀신들의 혈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간간이 공기 중에서 울려 퍼지는.

타앙!

파앙!

콰앙!

쉬익!

슈팟!

바람을 가르고, 찢고, 터뜨리는 소리는, 가히 두려움에 젖게 하기 충분했다.

다만 대치 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결사신권, 권왕백무(拳王百舞)!’

아이젠이 주먹을 뻗는 순간.

“음!”

알브레히트는 또다시 오른쪽 다리에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권왕백무는 알브레히트가 오러 아머를 사용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몸을 향해 날아갔고.

퍼버버버버버벅!

안 그래도 주저앉아 있던 알브레히트의 몸을, 뒤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쿵!

그가 쓰러지자 아이젠도 다시 나타났다.

“맞으셨네요, 백 대.”

“크음.”

알브레히트는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전장에서 핑계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패자에게는 오로지 죽음만이 있을 뿐.

그렇기에 아이젠도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것이리라.

알브레히트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래. 묻고 싶은 게 뭐지?”

아이젠이 백 대를 가격하는 데 성공하면, 알브레히트는 아이젠의 질문에 대답해 주겠노라고 했다.

설마 그 백 대를 한 번에 몰아서 맞을 줄은 몰랐던 알브레히트지만 말이다.

아이젠이 얼마 남지 않은 강망태신의 운용 시간을 쪼개 물었다.

“저를 이곳에 데려오신 이유가 뭡니까?”

알브레히트가 아이젠을 이곳에 데려올 이유는 없다.

알브레히트는 아이젠의 아버지도 아니고, 삼촌이라고는 할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도 조금 애매하니까.

게다가 알브레히트는 아이젠을 두 아들을 죽인 살인범으로 오해해 죽이려고까지 했다.

그런 알브레히트가 아이젠을 왜 이런 계율의 관이라는 곳까지 데려와서, 직접 대련까지 해가며 수련을 시켜주고 있는가?

“걱정하지 마라. 두 아들의 대체재인 것은 아니니.”

알브레히트는 다리가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쓸 만하구나.”

알브레히트는 아픈 와중에도 빅샤크를 손에서 떼어놓지는 않았다.

“내가 이곳에 널 데리고 온 이유가 뭐든, 설령 그것이 두 아들의 대용품으로 널 데려온 것이라 하더라도. 그 연유에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하긴.”

아이젠은 다시 허벅다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강자끼리의 싸움에,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죠.”

강망태신의 남은 운용 시간은 20초 남짓.

아이젠은 그사이 온 힘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콰아아앙!!!

아이젠의 주먹과 알브레히트의 빅샤크가 부딪치는 소리는, 수를 헤아릴 줄 모르고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 * *

닷새 후.

“헉! 헉! 헉!”

그노시스 땅바닥에 엎어져 목검을 쥔 채 숨을 헐떡거리는 여인이 있었다.

그것은 모니카. 그녀는 평생 이 정도의 땀을 흘려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아 고통스러웠다.

마치 운동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오버트레이닝을 했을 때 겪는 근육통 같달까.

“어머, 끝난 거니, 모니카?”

그런 모니카에게 얄밉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바네사였다.

바네사는 모니카와 사뭇 대조적이었다. 땀은커녕 얼굴은 뽀송뽀송했고, 마치 가문 행사 자리에 나온 것처럼 옷매무새에도 더럽혀진 구색이 하나 없었다.

모니카는 헐떡거리며 땅을 짚고 일어났다.

“헉, 헉! 아니요! 괜찮습니다!”

닷새 전, 모니카는 바네사에게 강해지기 위해 가르침을 하사받고자 찾아왔다.

모니카의 예상과는 다르게 바네사는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 줬고.

하여 현재는, 모니카는 바네사에게 참철검술의 하위 검술인 파생검술을 하사받는 중이었다.

파생검술이라고 해봐야, 모니카는 1성은커녕 그 근처도 못 가고 있었지만.

모니카가 목검을 쥐고 단단히 섰다. 그런 그녀에게서 바네사는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아이는 어째서 검을 쥐려는 걸까?’

그것은 역시 아이젠 탓이리라.

물론 아이젠이 모니카보다 훨씬 강하고, 모니카가 백 년을 수련해 봤자 아이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모니카가 이렇게 스스로를 단련하는 이유는.

‘이 아이도 아이젠에게 감화되어서이겠지. 기사학교에서의 나처럼.’

모니카도, 아이젠처럼 정진하고 싶게 된 것일 테다.

바네사는 모니카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구석을 느끼고 선뜻 친근감이 들었다.

“모니카, 알겠지만 지금 네가 배우고 있는 것은 파생검술이야. 참철검술과 파생검술의 차이를 알고 있니?”

“……아니요!”

모니카뿐만 아니라 그린우드의 하인들 또한 참철검술과 파생검술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자는 많지 않다.

경계가 뭔가 묘하기도 하고, 두 검법 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

바네사는 목검을 쥐고 설명했다.

“그건 쉽게 말해 그린 오러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할 수 있어. 그린 오러는 ‘연풍의 오러’. 검술과는 시너지를 내는 힘이지. 그렇기에 그린 오러가 없는 참철검술은 반쪽짜리인 검술, 즉 파생검술밖에 되지 못해.”

“그,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린 오러는 그린우드 가문만 쓸 수 있느냐는 건데…….”

바네사는 목검을 더 강하게 틀어쥐었다.

“웬걸, 사실 그렇지만도 않단다?”

“그, 그런가요? 그린 오러는 그린우드 공작가에서만 발현되는 오러로 알고 있는데…….”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 그런데 의외로 배우면 배우는 대로 쓸 수 있는 오러라고 들었어. 물론 나도 다른 가문 사람이 사용하는 걸 본 적은 없고, 체득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실제로 가주님께서는 사울 장로님에게도 참철검술을 하사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셨다더라구. 물론 사울 장로님이 수차례 거절하셨지만.”

“와아.”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바네사는 목검으로 모니카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너도 결국 최소한의 오러를 낼 수는 있어야 해. 그린 오러가 아닌 다른 오러를 사용하는 검술이 파생검술인데, 그 다른 오러조차 사용하지 못한다면 파생검술도 제대로 쓸 수 없어.”

“…….”

실제로 요 닷새간, 모니카는 바네사에게 참철검술의 기본이 되는 상·중·하단 베기의 기본을 배우긴 했으나, 오러를 내지 못해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참철검술이건 파생검술이건 2성부터는 오러를 사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직 1성조차 달성하지 못한 모니카에게는 조금 이른 얘기겠지만.

어쨌든 그녀도 강해지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결국은 오러의 발현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오러를 자유자재로 낼 수 있게 될까요?”

“그건 좀 난해한 질문이네. 수련해야 한다고 말은 하겠지만, 그 수련이라는 것도 정해져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보통은 재능의 영역이거든.”

“재능…….”

“뭐, 너무 상심하지는 마. 배우다 보면 너도 깨우치는 때가 올 테니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떠드느라 좀 쉬었네? 다시 할까?”

“……네!”

그렇게 모니카의 수련이 계속됐다.

한바탕의 수련을 끝낸 후, 모니카는 온몸에 든 피멍을 이끌고 아이젠의 천막으로 돌아왔다.

“…….”

그러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젠 도련님은 닷새 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알브레히트 5방주님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함께 갔다는 얘기만을 모니카는 전해 들었다.

물론 설마하니 아이젠 도련님이 죽어서 돌아오지야 않겠지만.

하인으로서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도련님…….”

그때 누군가가 장막을 걷고 들어왔다.

그건 다름 아닌 사울 장로였다.

“장로님.”

모니카가 허리 숙여 인사하자 사울 장로가 손을 들어 그것을 받았다.

“음, 모니카. 아이젠 공자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군?”

“예. 벌써 2차전이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언제 돌아오실는지…….”

“허허, 참. 계율의 관에서 무슨 실랑이를 벌이시는 걸지.”

“네? 어디요?”

모니카가 고개 들어 묻자.

사울 장로가 태연하게 답했다.

“아, 얘기 못 들었는가? 알브레히트 방주님과 아이젠 공자님, 두 분은 지금 계율의 관이라는 곳에 계시다네. 그곳에서 식사도 안 하고 5일째 밤낮으로 혈투만 벌이고 있다지.”

“그, 그럴 수가! 거기가 어딘가요?”

모니카가 선뜻 찾아가려는 말투로 묻자.

사울 장로는 허허 웃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그곳엔 접근하지 않는 게 좋아. 열기로 뜨거워져 주변에 가까이 가기도 어렵다고 하니까.”

“네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그렇게까지?

사울 장로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린우드가 아니라면 접근할 수도 없고 말이네.”

“하지만… 하지만 전 아이젠 도련님을 모시는 하인이에요! 제가 옆에 있어드리고 싶어요.”

“흐음.”

사울 장로는 턱을 쓸어 만지며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궁금하니 그럼 같이 가보기로 할까?”

“네? 그, 근데 방금 그린우드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다면서요.”

“그랬지.”

“그런데 어떻게…….”

“몰래.”

사울 장로는 전에 없이 장난기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야 몰래 다녀오면 되는 거 아니겠나?”

사울 장로님, 원래 이런 분이셨어요?

모니카는 그렇게 물어볼 뻔했지만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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