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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99화 (99/201)

99화

“물어볼 게 있어서 당장은 살려뒀다.”

아이젠이 묻자.

잭스가 더듬거리며 답했다.

“대, 대답할 것 같나…….”

“반년쯤 전이었나? 그 당시의 난 약하디약한, 종잇장처럼 형편없는 놈이었는데. 게오르크는 왜 나를 죽이려고 했지? 굳이 그럴 필요 없었잖아.”

아이젠이 이강철이라는 전생을 깨달았던 바로 그 날.

만약 그날 전생을 깨닫지 못했다면, 아이젠은 지금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강력한 맹독에 의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궁금한 점이 있다. 지금은 아이젠이 제법 강해졌으니 죽이려고 든다 해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겠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왜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가?

그것도 맹독까지 써가며.

“모른다, 그런 건 몰라.”

잭스가 영양가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아이젠은 주먹에 다시 홍화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 모습이 잭스에게도 보였다.

“쓸모가 없네. 아, 하긴 그러고 보니 어차피 주박 때문에 말을 못 하는구나?”

생각해 보니, 제이슨 역시 주박 때문에 자신의 주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그 탓에 배후가 게오르크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까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버리고 말았지.

제이슨이 그렇다면, 잭스 등 나머지도 마찬가지일 터.

아이젠이 체념한 얼굴로 일어섰다.

“잘 가라. ABC는 재밌었어.”

그렇게 아이젠이 잭스의 얼굴에 박살을 내리꽂으려는 순간.

바로 그때였다.

―파지지지지직!!!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키오오오오.

벼락이 매캐한 연기를 만들어냈다.

아이젠마저 번쩍거리는 빛에 제대로 눈을 뜨기 힘들었는데.

그 벼락을 뭉그러뜨리며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마테오 디 잔니니 백작이었다.

아이젠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마테오 백작님? 콜록.”

아이젠이 먼지 탓에 콜록콜록 기침을 해 보이자.

마테오 백작은 예의 그 인자한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위험한 일을 겪으셨군요, 아이젠 공자…….”

“네? 네, 뭐…….”

대답하는 한편 아이젠은 생각했다.

‘이 사람도 날 공자라고 부르네.’

사울 장로 이후로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공자라고 불리는 건 처음이다.

아이젠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테오 백작은 잭스와 제럴드와 번치의 타버린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흑기사들이 설마 주인을 노리고 달려들 줄이야. 예상외의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오러의 근원을 추적해 이곳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음. 기왕이면 싸우기 전에 미리 좀 나타나 주시지.”

“허허, 늙은이 몸인지라 감지력이 많이 미흡합니다……. 젊었을 적과 비교하면 말이지요.”

마테오 백작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허허 웃었지만.

아이젠은 속이 꿈틀거렸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군. 내가 감당할 수 있나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야.’

이 세 명의 흑기사들을, 아이젠이 어떻게 상대하는지. 마테오 백작은 그것이 궁금해 바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아이젠은 세 흑기사의 시체를 보았다. 셋 다 조금 전 마테오 백작이 선사한 번개에 바싹 구워져, 키 차이가 아니면 얼굴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불타 있었다.

별로 대단한 힘을 사용한 것도 아닐 텐데 이 정도라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위력.

‘이 정도는 돼야 전쟁영웅이라고 불리는 건가?’

전쟁영웅 가문은 그린우드와 잔니니를 포함하고도 세 가문이 더 있다.

그들 모두가 이 정도의 실력을 낸다면…….

아이젠은 자신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마테오 백작이 말했다.

“이자들은 율법에 따라 즉결 처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하셨는데요.”

“허허, 그도 그렇군요. 그나저나…….”

마테오 백작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아이젠의 양 팔뚝에 달린 아이기스를 검지로 가리켰다.

“전부터 궁금했습니다만, 그 물건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후욱!

아이젠은 마테오 백작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에게서 테오발트 수준의 강기를 느꼈다.

번개의 성질을 띤 찌릿찌릿한 오러. 덕분에 아이젠은 닭살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짜릿한데.’

하지만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테오 백작이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기스를 눈여겨봤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 피쉬트랩 던전에 입성하기 전부터, 마테오 백작은 아이젠을 주시하지 않았던가.

아이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이거요. 별거 아닙니다.”

“별것처럼 보이는군요.”

“오다 주웠어요.”

“그런 것치곤 상태가 깨끗합니다.”

“깨끗이 닦아서.”

“글쎄요? 제 생각에는…….”

마테오 백작이 손을 뻗었다.

그는 분명 저 멀리 있었는데, 손가락은 어느새 아이젠의 아이기스 브레이슬릿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 물건은…… 분명히…….”

그 순간이었다.

마테오 백작의 눈빛이 돌변한 것은.

“음. 이런.”

“왜 그러세요?”

“허허, 아닙니다. 탈락자가 또다시 발생해서 말입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요.”

마테오 백작은 세 흑기사에게 손을 돌렸다.

그리고 아이젠은 보았다. 마테오 백작의 손가락에서, 얇게 찢어진 전기 가닥이 수백 갈래로 흩어져 나오는 것을.

―파지지지직!!

그러자 세 흑기사의 시체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마테오 백작은 아이젠에게 다시 한번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제가 시험을 방해하면 안 되니 저는 이만…….”

―파직!

아이젠이 대답하기도 전에, 또다시 눈앞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앞을 바라보면 마테오 백작은 사라진 뒤였다.

빛을 피해 실눈을 뜨고 봤는데도 아이젠은 마테오 백작의 모습을 포착조차 하지 못했다.

텔레포트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야, 편하겠다.”

저런 이동 수단이 있다니, 좋겠어.

아이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프란츠 반 그린우드 님께서 탈락하였습니다…….]

때마침 마테오 백작의 음성이 다시 하늘 위에서 울려 퍼졌다.

탈락자가 또 발생했다더니, 그게 프란츠였나 보다.

아이젠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프란츠라. 힘깨나 쓰는 놈 같았는데.’

물론 아이젠과 비교하면 하잘것없는 놈이지만.

1차전에서 탈락할 녀석처럼은 안 보였는데, 상대를 잘못 만났나 보다.

“내 알 바는 아니지 뭐.”

아이젠은 몸에서 홍화의 기운을 거뒀다.

그리고 자세를 잡고 호흡했다.

‘결사신권, 결자해지(結者解之)!’

―후욱!

근섬유에 기운이 꽉꽉 들어차고, 아이젠은 온몸에 쥐가 난 것처럼 신음했다.

“끙.”

피쉬트랩 초입에서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전투가 있었고.

그 모든 실전 수련치를 결자해지를 통해 흡수하니, 어느덧 5성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후우. 아깝다, 진짜 조금 남았는데.”

그러나 아이젠은 아까워할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많은 프렘린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흑기사들을 상대하느라 바닥에 떨어뜨려 놓았던 레드스톤 가방을 어깨에 짊어졌다.

이제 허리에 매기에는 너무 무거운 중량이었으므로.

“가볼까.”

아이젠은 발길을 돌렸다.

이제 슬슬, 피쉬트랩 던전을 통과할 시간이다.

* * *

한편, 다시 게오르크의 시점에서는.

흑기사 포터는 게오르크의 손길을 받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런데 게오르크는 포터를 향해 눈을 부릅뜨는 것이었다.

“포터.”

“예, 예?”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나?”

―슈팟!

게오르크는 포터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무언가를 뺏어 들었다.

그것은 흑기사들이 모습을 감추고자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연막탄.

만약 연막탄을 쓰게 되면 반경 500m까지는 자신의 오러와 모습을 감출 수 있게 된다.

게오르크는 연막탄을 손으로 꽉 그러쥐어 부서뜨렸다. 안에서 희미하게 회색 연기가 새어 나왔다.

“고, 공자님!”

포터가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났고.

게오르크는 그런 포터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아이젠은 죽지 않았어. 정확히는 죽이지 ‘못’했군. 그래서 달아나려 했나? 이 연막탄을 이용해서?”

“오, 오해입니다, 공자님!”

만약 포터가 여기서 연막탄을 터뜨리고 달아났다면.

게오르크조차 포터를 추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포터의 생각일 뿐이지만.

아무튼 포터는 게오르크를 방심하게끔 만들어, 몸을 숨겨 달아날 셈이었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세 부하, 잭스와 제럴드와 번치가 아이젠을 암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부득 깨물었다.

‘멍청한 놈들. 고작 열여섯 살짜리 꼬마 한 놈 못 잡아서……!’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도 직접 나서는 건데.

포터는 물러서면서 본능적으로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게오르크는 멈칫하며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었다.

“뭐냐. 해보자는 거냐?”

“예? 아, 아니, 이건 오해입니다, 공자님! 그냥 몸이 멋대로…….”

“어리석네, 포터. 아이젠을 죽였다는 거짓 보고를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내게 반기를 들려 하다니.”

“아닙니다. 정말 오해입니다, 공자님.”

포터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그는 4성 상위의 흑기사. 그린우드를 모시는 흑기사 중에서는 꽤나 고참으로, 기사에게 주어지는 가장 명예로운 작위인 ‘영기사’ 작위 후보에도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마치 아비에게 혼나는 어린아이처럼 울먹일 뿐이었다.

게오르크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처구니가 없군. 흑기사들을 몇이나 보냈는데 그깟 어린아이 하나 제압하지 못하다니……. 검도 쓸 줄 모르는 아이젠, 그 꼬마 녀석한테.”

“제, 제가! 제가 직접 가서 처단하고 오겠습니다, 공자님.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부디 한 번만 용서를!”

“필요 없다.”

―덥석!

게오르크는 포터의 목덜미를 붙들었다.

그러자 포터는 소리를 지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고, 공자, 공자님…… 자비르으으을!”

“내게 그런 게 없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나? 포터.”

“으어아아아, 안 돼애애!!!”

―퍽!

포터의 목이 피를 쏟아내며, 그의 머리와 몸통이 분리됐다.

게오르크는 몸에 튄 피를 불쾌한 시선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아이젠. 네가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이냐?”

게오르크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실타래가 풀렸는지,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 손 빌릴 필요 없이 내가 직접 처단해 줘야겠구나. 크크크크.”

게오르크는 허리에 찬 레드스톤 가방에 손을 올렸다.

그가 모은 레드스톤은 무려 15개.

아이젠과 같은 양이었음에도, 게오르크는 무거운 기색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 형님이 굽어살펴 주겠다, 아이젠.”

그의 목소리는 아무것도 없는 싸늘한 숲속에 고고히 울려 퍼질 따름이었다.

* * *

“아이젠 폰 그린우드 님, 통과하시면 됩니다.”

아이젠은 피쉬트랩 끝자락에 다다랐다.

그러자 그곳에 서 있던 많은 흑기사 중 한 명이 아이젠의 통과를 말했다.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 외로, 그 이후 아이젠은 별다른 만남 없이 숲을 통과할 수 있었다.

프렘린도 더는 만나지 못했다. 마치 던전에서 프렘린 씨가 말라버린 것처럼.

흑기사가 말했다.

“그럼, 가방을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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