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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86화 (86/201)

86화

“보여 주마! 어디 가서 쉽게 볼 수 없는 거니까 감사히 여겨라. 이것이 3 방계의 비술―”

프란츠가 호기롭게 외치는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쉬이익!

아이젠과 프란츠 쪽으로 날아들어 왔다.

“응?”

“뭣―”

아이젠과 프란츠가 둘 다 멍청하게 반응할 때.

팟!

아이젠은 별안간 허리춤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아이젠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나간 쪽을 돌아보니.

“으하하! 잘 있어라, 멍청이들아! 동생아, 가자!”

“알았어, 형!”

사흘 전, 아이젠이 시장터에서 만났던 4 방계의 베르너와 브루노였다. 베르너와 브루노가 아이젠과 프란츠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가, 전투가 고조되자 두 사람의 가방을 낚아채 간 것이었다. 가방이란, 당연히 프렘린의 부산물인 레드 스톤이 들어 있는 그 가방.

아이젠은 재밌다는 얼굴로 웃어 보였다.

“와, 뺏겼네? 하긴, 뺏으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구나. 나는 마물들 대가리를 일일이 다 깨고 다녀야 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뺏으면 되는 거였어.”

“크윽! 젠장! 내 레드 스톤이!”

프란츠가 격노하자 아이젠이 궁금해서 물었다.

“몇 개나 들어 있었는데?”

“몇 개냐니! 본선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 한 개는 들어 있었단 말이다! 네놈은 하나도 없어서 그렇게 태평한 거겠지만!”

실제로 아이젠은 레드 스톤을 세 개나 주운 상태였지만, 저렇게 자랑스러워하니 그냥 그 말이 맞는 척해 주기로 했다.

“…….”

“…….”

잠시 아이젠과 프란츠의 눈이 마주쳤다. 프란츠는 흥분한 기색을 조금씩 죽이고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니 머리가 차가워졌다.

두 사람은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프란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연풍의 오러를 둘러 주마. 네가 쫓아.”

“명령하는 것처럼 말하네. 근데 뭐, 그래 줄게.”

아이젠의 보법은 뛰어나다. 목롱보를 이용해 베르너와 브루노를 쫓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프란츠가 연풍의 오러를 둘러 준다는데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그린 오러!”

부웅!

연풍의 오러가 온몸에 둘리자 아이젠은 몸무게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결?

‘아니, 몇 배는 가벼워진 느낌인데.’

“어이!”

프란츠의 부름에 아이젠이 돌아보자 프란츠가 마저 말했다.

“입 싹 닫으면 진짜 목 잘라 버린다.”

“걱정 마.”

아이젠은 피식 웃었다.

“가방 갖다줄게.”

내가 또 보답은 할 줄 아는 놈이거든.

퍼엉!

아이젠이 바닥을 박찼다. 바닥이 큰 소리를 내며 움푹 팼다. 아이젠의 신형은 조금 전 브루노와 베르너가 사라진 쪽으로 날아갔고.

쐐애액!

그 속도는 빨랐다.

부우우우웅!!

아이젠의 온몸이 바람을 가르며 거칠게 쏘아졌다. 그는 이윽고 멀리 나무 사이를 뛰며 날듯이 달아나고 있는 베르너와 브루노의 신형을 포착했다.

“응?”

“어?”

베르너와 브루노가 공기 흐름의 위화감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

“어딜 가, 이 좀도둑놈들아.”

아이젠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덥석!

각자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붙들었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수직 낙하였다.

“어―”

“잠까―”

“늦었어.”

쿠과과과과과!!

* * *

허공에 붕 떠 있던 베르너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 마치 영혼이 떨어져 내리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크윽?!’

그의 뒤통수를 붙든 것은 다름 아닌 아이젠. 조금 전 그가 가방을 빼앗은 존재.

가방이 묵직했다. 최소 두 개 이상, 어쩌면 세 개 이상의 레드 스톤이 들어 있을 터. 어떻게 이런 단시간 만에 레드 스톤을 이만큼이나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베르너는 자신을 대신해 레드 스톤을 모아 준 아이젠을 실컷 비웃어 줄 생각이었다. 15초 전까지만 해도.

쿠과과과과과!!

베르너의 몸이 바닥을 헤집었다. 몸이 지면에 쓸리고 있었으나.

‘이대로 당할 순 없어!’

베르너는 불편한 자세로도 어떻게든 참철검을 뽑아 자신의 몸 바닥에 깔았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카각! 카가각!

베르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참철검의 단단한 면 덕분에 베르너는 거칠게 떨어진 것치고는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동생 브루노는 아닌 듯했지만 말이다.

“커헉, 형…….”

아이젠에게 뒷머리를 붙잡힌 채 바닥에 떨어진 브루노는 엎어진 채로 잠시 멍해 있는가 싶더니 털썩하고 쓰러졌다. 숨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기절했을 뿐.

베르너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이 새끼가……!”

그러나 아이젠의 모습을 본 베르너는 사마귀 앞에 선 날벌레처럼 얼굴을 파리하게 고치고 말았다.

‘뭐, 뭐지?’

아이젠의 옷은 여기저기 해져 있었다. 그 탓에 찢어진 거적때기 사이로 아이젠의 몸이 보였는데, 그 몸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저, 저게… 열여섯 살짜리의 몸?’

평하자면 더 단련하지 않아도 될 듯한 몸. 섬세하게 들어찬 근육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겁에 질리게 했으며, 팽팽하게 날이 선 허벅지는 도망치는 먹잇감을 반드시 낚아채는 맹수의 그것처럼 보였다.

사자? 호랑이?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그런 맹수들과 마주한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베르너는 자신의 다리가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음을 알았다. 그런 한편 이런 생각도 했다.

‘대체 난 뭘 믿고 장터에서 이 녀석한테 개겼던 거지?’

시장통에서 만났을 때의 아이젠은 한눈에 봐도 형편없어 보였다. 우스운 일이었다. 아이젠이 형편없는 것이 아니라 베르너와 브루노에게 보는 눈이 없었을 뿐인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범을 못 알아본 건 나였나?’

베르너는 깊은 후회를 느꼈다. 그러나 베르너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서 납작 엎드려 사과한들 변하는 것은 없을 테니.

아이젠이 뻐근한 목을 풀며 베르너에게 다가섰다.

“내놔, 그거.”

“…가방을 빼앗으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베르너는 애써 태연한 체하며 말을 받았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목소리가 덜덜 울리고 있었다.

아이젠은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비겁하대? 그냥 내놓으라고. 네 말대로 빼앗으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지. 내가 다시 빼앗으려는 것뿐.”

“싫다면?”

“힘으로 뺏지 않을까?”

베르너는 이미 뽑았던 참철검을 앞세웠다. 그리고.

팟―

아이젠에게 달려들었다.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베르너가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생각에는, 맹수라도 기습에는 약했다. 즉 자신이 재빠르게 아이젠을 돌파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벨 수만 있다면!’

단 한 번이라도 베는 데 성공하면 승리의 천칭은 베르너를 향해 기울 것이었다. 검에 베인 상처라는 것은, 생각보다 치명적인 법이므로. 하지만.

텁!

베르너의 양손은 허무하게 아이젠에게 붙잡혔다.

“엇?”

“느리다.”

퍼엉!

무슨 일이 벌어졌지? 베르너는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몸이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충격은 뒤늦게 찾아왔다.

“크아아악!!”

베르너는 자신의 뺨이 녹아 사라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래서 양손으로 뺨을 만지려는데, 자신이 참철검을 들고 있다는 것을 망각해.

서걱!

제 참철검에 다리를 베이는 터무니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으악! 허억!”

허공에 뜬 채로 발광하던 베르너는.

쿠웅!

마침내 땅으로 떨어졌다.

“커헉! 크헉!”

베르너는 다리도 아팠지만 얼굴 쪽의 고통이 더 컸다. 베인 것도 아니고 그저 ‘맞은’ 것인데.

“크흑…….”

그 짧은 사이 만에 베르너의 얼굴에 시뻘겋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는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젠은 사정 봐주지 않았다.

“내놓으라니까.”

“내, 내가 고작 열여섯 살짜리한테 당할 것 같으냐?!”

“당할 것 같아.”

아이젠이 다시금 베르너의 코앞까지 다가섰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시간 만에 다가온 것이었다.

베르너는 호기롭게 외친 것도 잠시, 뒤늦게나마 품에 넣어 놨던 아이젠의 가방을 꺼내 보이려 했지만.

‘느, 늦었다.’

이미 늦었다. 아이젠의 주먹이 또다시 그의 얼굴로 날아들고 있었으니.

‘결사신권, 박살.’

콰앙!!

이번에는 마치 바위를 부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으드득!!

베르너의 얼굴뼈가 일부 무너져 내리고, 그는 이번에는 거의 10m를 부웅 날아가 모래가 깔린 바닥에 안착했다.

“…….”

베르너는 쓰러진 채로 더는 일어나지 못했다.

“흠.”

아이젠은 우선 천천히 브루노에게 다가가, 그가 가지고 있던 프란츠의 가방을 들었다. 그다음엔 베르너에게 가서 자신의 가방을 찾아 들었다.

“아따, 묵직하다.”

아이젠이 새삼스레 기뻐하는 순간.

사박.

뒤쪽에서 풀잎을 밟는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프란츠였다.

“휴, 젠장. 왜 이렇게 길이 험해.”

프란츠는 걸걸한 말투로 혼잣말을 지껄이더니 아이젠과 쓰러진 베르너 브루노 형제를 보고 화색이 되었다.

“가방은?”

“여기.”

아이젠이 손에 두 가방을 들어 올려 달랑거리자 프란츠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잘했어. 내놔, 내 가방.”

“싫은데.”

“뭐? 이리 내!”

“싫다니까.”

빠악!!

아이젠은 가볍게 자신의 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보지도 않고. 그런데 무언가가 주먹에 맞았다. 맞은 것은 다름 아닌 프란츠. 조금 전까지 아이젠의 앞에 서 있었던 프란츠가 어느새 뒤에 있었다.

“크헉?!”

프란츠가 코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아이젠의 앞쪽에 있던 프란츠가 일렁거리며 사라졌다. 잔상이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알았지……?!”

프란츠가 빨갛게 달아오른 코를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젠은 작게 대꾸했다.

“나도 비슷한 걸 할 줄 알아서.”

그렇게 아이젠이 자신의 허리 높이까지 내려간 프란츠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

‘결사신권, 박―’

슈팟!

무언가가 아이젠의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푸슉!

뒤늦게 아이젠의 팔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얕지만 일정한 형태가 없이 군데군데 베인 자상이 그의 팔에 나 있었다.

돌아보니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처음 보는 남자였다. 다만 머리색이 프란츠와 같은 주황색인 걸 보니 그의 동생인 듯했다.

“형, 괜찮아?!”

“아우구스트.”

아우구스트는 손에 곡도를 쥐고 있었다. 아이젠은 자신이 저 곡도에 베였나 보다 생각했다.

‘빠른데? 프란츠보다.’

프란츠와 아우구스트는 형제. 아우구스트가 프란츠보다 한 살 어리지만, 동생의 검술이 한 수 위였다. 프란츠도 그 사실을 아는지.

퍽!

그는 발로 아우구스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악!”

“이 새끼! 누가 날 구하라고 했지?! 너와 난 형제이기 이전에 경쟁 상대라고 누누이 말했을 텐데!”

“하, 하지만 형…….”

“닥쳐! 당장 여기서 네 목을 베어 버릴 수도 있어!”

프란츠는 아이젠의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발을 뒤로 뺐다.

“한 번만 봐주겠다, 아우구스트. 다음에 또 만나면 나와도 검을 겨룰 각오를 해야 할 거다.”

“혀, 형!”

팟!

프란츠는 그렇게 사라졌다. 아우구스트만 덩그러니 남아 아이젠을 돌아보았다.

“…….”

지켜본바 아이젠의 후기는.

‘꼴값들 떨고 있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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