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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67화 (67/201)

67화

두근!

마침내 아이젠의 심장이 시련에 못 견디고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분당 200회 이상의 빠른 속도였다. 자칫하면 터져 버릴 것처럼, 바늘에 찔리기라도 하면 바로 폭발할 것처럼.

쿵!

아이젠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윽! 크으으으……!”

왼손으로 바닥을 짚었지만, 부들거려 오래갈 수 없었다.

지안니는 바른 자세로 앉아 초연한 눈으로 아이젠을 내려다보았다.

- ‘안됐군. 블랙아웃이 왔어.’

아이젠은 단기간에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미 체력 소진으로 목숨을 잃었을 터. 아이젠 정도라면 오래 버틴 편이었다. 물론 초대 가주 지안니에게 만족스러운 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겨우 이 정도냐? 나의 100대손이?’

실제론 100대손까지 가지야 않겠지만, 지안니는 조금 전 아이젠이 했던 말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지안니는 사념에 불과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린우드 가문은 참철검가로, 지난 천 년간 검을 쓰는 가문으로만 살아왔으리라는 것을.

- ‘참철검은 가문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검보다 뛰어난 무기가 있다면 검에만 치중하지 말라고 말해 두긴 했지만.’

그것이 지난 천 년간 깨어지지 않았음을 지안니는 알았다. 그런데 그 율법을 처음으로 깬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아이젠 폰 그린우드. 그의 머나먼 후손. 가문에서 최초로 참철검이 아닌 권법을 쓰는 자.

지안니는 그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가 소가주전의 정점에 서기를 바랐다.

- ‘가지가 모두 썩어 버린 나무라면, 밑동까지 잘라 내야 다시 새 가지가 자라나는 법이니까.’

그러나, 아이젠은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버티기는커녕 그는 심장을 움켜쥔 채 바닥에 구토를 해 대고 있었다.

- ‘아쉽구나. 정말 아쉬워. 쓸 만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안니 자신의 생각이 틀렸던 걸까? 그렇다면 별수 없었다. 아이젠이 이 자리에서 숨을 거두더라도 지안니로서는 천 년을 더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천 년이 지나고도 참철검가라는 이명을 깰 수 있는 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럼 천 년을 더 기다리면 될 것이었다. 지안니는 사념이었으므로 그에게 천 년이라는 시간은 찰나와도 같았다.

- ‘안타깝구나, 후손. 그래도 천 년 만에 만난 사람이라 썩 즐거웠다. 잘 가라.’

그 순간이었다. 아이젠의 심장 박동 소리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 뭐지?

지안니가 반사적으로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뱉을 때도 고동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줄어드는 속도는 가속을 더해, 마침내 이젠 아이젠의 심장 뛰는 소리가 지안니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 ‘아니? 말이 이상하잖아.’

타인의 심장 뛰는 소리 따위, 애초에 들리지 않아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자신은 어떻게 아이젠의 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소리가 점점 줄었다. 단순히 아이젠의 심장 박동 소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 이 공동의 소리가, 이 공간 전체의 소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아이젠을 중심으로 잡아먹히는 듯이.

두근― 두근― 두근―

……! ……! ……!

마침내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지안니는 입 밖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어 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조차, 지안니는 들을 수 없었다.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마침내 그의 고민이 끝났다. 공동의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생기를 찾고, 활기를 띠며. 눈 골렘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그오오오?

- 그오오.

- 그오오오…….

그들로서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눈치. 이 넓은 공동 안에서, 해답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아이젠 혼자였다.

“…후우.”

아이젠은 무릎을 펴고 일어섰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연분홍빛 오러는 어느새 차가운 기운을 띠며 몸 안 여기저기로 자취를 감춘 뒤였다.

“무혈신공 4성, 홍화(紅花)의 경지.”

아이젠이 마침내 무혈신공 4성에 올랐다.

지안니는 이화도의 무혈신공이 무엇인지 몰랐으므로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보기에도 아이젠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 ‘겉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어.’

하지만, 지안니는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허상에 불과한 그에게도 ‘피부’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만.

두근두근―

조금 전까지 울려 대던 아이젠의 고동이 지안니에게로 옮겨 간 기분이었다. 이곳에 있는 그는 분명 허상이다. 그런데도.

- ‘심장이 뛰는걸.’

어딘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기분을 쉽게 거둘 수 없는 지안니였다.

확실한 것 하나. 아이젠은 강해졌다. 조금 전보다 아득히 더.

- 홍화(紅花)라는 건?

지안니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아이젠은 몸을 꼿꼿이 펴 세우고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손바닥 위에서 연분홍빛의 오러가 마치 꽃처럼 피어올랐다.

“이 연분홍의 내공을 말하죠.”

연분홍빛의 오러는 3성일 때도 다룰 수 있다. ‘사신강림(死神降臨)’이라는 이름으로. 사신강림은 사용자의 힘을 다섯 배 이상 강화하는 것. 그렇기에 아이젠은 일시적으로 4성에 오른 것과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만큼의 반동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이젠은 사신강림을 5분만 운용해도 한 시간은 끙끙 앓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신강림을 사용하지 않아도 4성의 힘을 낼 수 있었다. 4성에 오른 아이젠은, 3성까지의 아이젠과는 격이 달랐다. 이제 그는 자신의 내공 ‘홍화’를 자유자재로 몸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대의 머리에 내공을 흘려 넣는 ‘뇌살’이나 쏘는 ‘환교신권’ 등의 기술이 이미 있긴 하지만.

‘홍화의 기운을 정밀하게 다루기 위해선 4성의 경지에 올라서야만 하지.’

비유하자면 3성까지의 아이젠이 물을 손에 담아 던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4성부터의 아이젠은 스스로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작은 손바닥 위에서.

‘옛날이야기가 떠오르는데.’

아이젠이 떠올리는 것은 전생의 기억이었다. 강철과 도유진이 아직 죽마고우였을 적에, 도유진은 강철의 내공 색을 보고 짐짓 비웃었더랬다.

‘사내대장부가 연분홍색이 뭐냐?’

그 말에 곧잘 발끈해 주먹다짐을 하곤 했던 이강철이었지만, 지금의 아이젠은 제법 철이 들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의 내공, 그러니까 오러가 연분홍빛을 띠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오러가 불꽃처럼 타는 성질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성질 덕에 아이젠은 자신의 힘을 오러에 모두 담아낼 수 있었다. 왜냐면, 아이젠 역시 불꽃처럼 타는 듯한 성정을 가진 자였으니까.

“계속할까.”

아이젠은 4성에 올랐지만, 눈앞에는 아직도 오십이 넘는 눈 골렘이 남아 있었다.

- 그오오오.

- 그오오.

눈 골렘들도 아이젠에게서 묘한 변화를 느꼈는지 울음소리만 내며 접근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젠이 먼저 그들을 향해 도발의 손짓을 해 보였다.

“왜? 쫄려? 쫄리면 나자빠져 있든가.”

- 그오오오.

“아니면 덤벼. 박살을 내 주마.”

아이젠은 물론 4성에 오르기 전에도 눈 골렘에 겁을 먹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4성에 오르고부터는 묘하게 좀 더 여유로운 기색이 되었다.

- 그오오오!

아이젠의 도발에 걸려든 몇몇 눈 골렘이 아이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퍼벅!

퍽!

쿠웅! 쿵!

그들은 모두 일격에 맞아 핵을 깨뜨리고 사그라졌다.

- 아니?

지안니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눈 골렘은 지상에 원래부터 존재했던 마물이 아니었다. 지안니가 본인의 소환술로 만들어 낸 비생명체. 그렇게 만들어 낸 눈 골렘은 한 기가 참철검술 3성 상위의 검사와 맞먹는다. 그런데 아이젠은 가볍게 눈 골렘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 ‘무공 수위가 올랐다고 해도, 겨우 1성 정도의 차이일 텐데?’

겨우 1성 정도의 차이로 이만큼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단 말인가? 저 권법이 대체 뭐길래?

지안니가 속으로 궁금증을 품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젠은 다시 한번 눈 골렘들을 향해 도발했다.

“이게 다야? 한꺼번에 덤비지 그래.”

- 그오오오!

“어디서 골렘이 짖나!”

퍼버벅! 퍼벅! 퍽!

아이젠은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눈 골렘들의 핵을 정확히 타격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그의 손에는 연분홍빛 오러가 둘렸다.

‘결사신권, 박살!’

퍼벅!

쿠우웅!

박살보다 한층 더 상위 호환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권왕백무를 사용하지 않아도, 눈 골렘들은 맥없이 나자빠졌다.

- 그오오오.

마침내 눈 골렘의 숫자가 서른 안팎까지 줄어들었다. 그러자 눈 골렘들이 서로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물론 그게 물리적인 ‘눈’은 아니었지만.

- 그오오.

- 그오오오.

저들끼리 무슨 밀담이라도 나누는 건지 고개를 끄덕이던 눈 골렘들은.

팟!

한순간 동시에 뛰어올라, 아이젠을 향해 모조리 덤벼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눈 골렘들의 궁여지책이었다.

- ‘한 번에 달려들면 아이젠도 당해 낼 수 없을 거다.’

눈 골렘들은 일단 소환되면 지안니의 조종 영역을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지만, 지안니는 자신이 조종할 수 있었다 해도 이렇게 행동하라고 지시했으리라 생각했다.

서른 기나 되는 눈 골렘들이 시야를 가리며 덤벼든다.

- ‘자, 어떻게 막을 테냐?’

지안니는 아이젠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했다.

아이젠은 가만히 자세를 잡고, 눈 골렘들의 면면을 살피며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 그오오오!!

마침내 눈 골렘들이 전부 아이젠을 향해 일 점으로 떨어져 내렸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 있는 이들의 귀가 뒤늦게 반응한 것이었다.

파앙.

음속을 돌파한 소리를 지안니가 가장 먼저 들었다. 그다음으로는 아이젠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눈 골렘들이 들었다.

- 그오?

“아서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영문을 몰라 하는 눈 골렘들에게, 아이젠이 나지막이 말했다.

“겨우 몇십 마리 따위가 천 개의 손을 막아 낼 수 있겠어?”

지안니는 보았다. 아이젠의 손이, 한순간 천 개의 손을 가진 괴수처럼 늘어난 것을.

그러나 눈을 비비고 보면 그것은 착각이었다. 아이젠의 손이 실제로 천 개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눈 골렘들의 주먹은 전부 허공에 멈춰 있었다. 마치 아이젠의 손이 그것들을 전부 붙잡고 있다는 양!

‘결사신권, 천수관음(千手觀音)!’

아이젠이 4성에 오름으로써 사용할 수 있게 된 무공, 천수관음(千手觀音)이 그 정체였다. 아이젠의 내공이 천수(千手)로 화한 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아이젠은 부들거리며 멈춰 있는 서른 기의 눈 골렘들을 향해 나머지 970개의 주먹을 뻗었다.

“딱 한 대씩만 칠게.”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박살이 작렬했다. 아이젠이 주먹을 다시 끌어당기고 허벅지에 줬던 힘을 풀자.

풀썩!

눈 골렘들은 일거에 같은 자세로 쓰러졌다. 그들은 모두 핵에 조그마한 실금이 나 있었는데.

키이잉!

쩌적.

파앙!

마침내 그 핵들이 조각조각 나 사라졌다.

휘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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