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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56화 (56/201)

56화

“방금 그 주먹… 파괴권이라고 했나?”

“그렇다.”

아이젠의 물음에 블렌하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파괴권. 들어 본 적이 있는 권법 이름이었다. 지하 감옥에서, 파괴권을 쓰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름이 그렉이라고 했던가?

“파괴권의 그렉과 같은 권법인가?”

“그게 누구지?”

“엄…….”

파괴권의 그렉 자식, 유명한 척하더니 아니었잖아.

“후후. 어디서 아류를 본 모양인데.”

블렌하임이 다시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가 원조다. 파괴권은 아모스를 통해 만들어 낸 나만의 권법이지.”

블렌하임의 파괴권은 아모스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 블렌하임의 양손은 그렉과 달리 어느 한쪽이 비대하다거나 하지 않았다.

“파괴권을 탐내던 놈들이 아모스를 남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놈을 만났던 모양이군.”

“그래……. 그렉의 그 비대했던 손도 그렇다면 아모스의 부작용이었단 건가.”

들으면 들을수록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은 물질이었다. 그걸 만드는, 천마 도강문 같은 악질 녀석은 대체 누구지?

“물어봐도 대답 안 해 주겠지?”

“뭐라고?”

“괜찮아. 네 입을 강제로 열게 해 줄 테니까.”

아이젠은 내공을 풀었다. 그리고 목을 가누며 온몸의 근육을 풀었다.

“후우. 하루에 두 번은 좀 빡센데.”

하지만 그래도 할 땐 해야지.

아이젠은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펼쳐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했다.

“무혈신공, 사신강림.”

그의 온몸에서 다시 연분홍빛 내공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 * *

히힝―

모니카를 태운 말은 어느새 산속 깊숙이 들어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기수의 지시 없이 들어온 것이기에 말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확실한 건 아이젠과 블렌하임이 있는 곳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산 중턱 어딘가라는 것이었다.

“끄응…….”

그때 모니카가 정신을 차렸다. 모니카를 걱정한 아이젠이 그녀의 기혈을 깊게 눌러 두진 않았기에 금세 깬 것이었다.

“콜록, 콜록. 도련님?”

주변에 아이젠이 없자 모니카는 스스로 밧줄을 풀어 말에서 내려왔다. 비틀거리면서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젠이 보이지 않았다.

“도련님! 콜록, 어디 계세요!”

쿠궁…….

그때 산 아래쪽에서 큰 땅울림이 들렸다. 필시 아이젠이 누군가와 겨루고 있는 게 분명한 소리. 모니카는 그곳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도련님…….”

* * *

콰아아아아!

아이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연분홍빛 오러는.

휘오오오오!

이제는 아이젠의 몸을 완전히 휘어 감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젠의 몸에서는 오러가 끊임없이 솟구쳐 나왔다. 마치 심장이 피는 ‘뼈’에서 만들어지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계속 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아이젠의 몸이 계속해서 오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건 위험하다!’

블렌하임은 그 분홍빛 오러에 담긴 위협을 감지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 있던 쿠크리 나이프를 쥐어 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그 추진력으로, 아이젠의 목을 향해 쿠크리 나이프의 도신을 휘둘렀다.

쉬익!!

칼날이 바람을 베어 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태앵!

블렌하임의 쿠크리 나이프는 아이젠의 왼손에 막혔다. 뼈가 완전히 부러졌다고 생각했던 그 왼손에 말이다.

블렌하임은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고 생각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블렌하임은 쿠크리 나이프를 쥔 주먹을 그대로 아이젠의 목에 갖다 붙였다.

‘파괴권!’

블렌하임의 주먹 끝이 아이젠의 목에 닿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쑤욱!

파아앙!!

음속을 돌파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젠의 몸이 뒤로 둥실 떠 날아갔다.

쐐애애액!

아이젠은 마치 화살처럼 날았다. 그렇게 허공에 뜬 채로 몇 미터는 더 날아가는가 싶더니.

빙글!

몸을 한 바퀴 돌려 두 다리로 눈 바닥 위에 착지했다.

치이익.

새하얀 눈밭 위에 발자국이 길게 남은 것은 덤이었다.

“후우.”

아이젠은 사신강림의 운공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한 상태. 블렌하임은 쿠크리 나이프를 제 목에 걸쳤다.

“이것이 파괴권의 진수다. 아류들과는 격이 다르지.”

“손끝에 닿는 건 전부 날려 버리는 건가.”

“그렇다.”

블렌하임의 손은 그곳에 닿는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있었다. 단순히 날리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동반한다.

아이젠은 사신강림의 운공을 지속하며 말했다.

“대단한 권법인데? 결사신권만은 못하지만.”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운공을 다 마치기도 전에 공격한 것 때문에? 아니, 그럴 리가.”

아이젠은 양손을 풀었다. 마침내 사신강림의 내공이 그의 기혈 곳곳에 스며들고, 분홍빛 오러도 차츰 가라앉았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오러가 피부 밑으로 가라앉은 것일 뿐. 그 증거로 그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렁거리는 오러의 파동이 보였다.

“적이 무방비 상태를 자처하는데, 그때 옳다구나 공격하는 건 당연한 거지.”

중원 무림에도 상대가 내가기공을 운용할 때는 공격하면 반칙이라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젠, 아니, 이강철의 생각은 좀 달랐다. 전쟁 중에 적이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 멍청이 쪽이 잘못 아닌가? 준비 중에 공격받는 상황에 처했어도 그걸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무인의 자세였다. 지금의 아이젠처럼.

“덤벼.”

아이젠은 자세도 잡지 않았다. 그러나 사신강림의 컨디셔닝은 최상에 다다른 상태. 이제 아이젠은 전보다 다섯 배는 강해졌다. 적어도, 사신강림을 운용하는 동안은.

블렌하임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이번에야말로 쿠크리 나이프를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의 양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 나름대로 오러를 운공하고 있는 것일 터. 그러나, 아이젠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츠팟!!

아이젠의 몸은 어느새 블렌하임의 뒤로 이동해 있었다. 목롱보를 사용한 것이었다.

“나도 비겁한 거 아니다?”

“어느 틈에……?!”

콰앙!!

결사신권 박살이 작렬했다. 옆구리를 허용한 블렌하임은 몸이 90도 각도로 꺾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커헉……?!”

블렌하임의 몸이 잠시 공중에 붕 떴다. 아이젠은 그를 향해 주먹을 깊게 품어 당겼다.

‘결사신권, 권왕백무!’

퍼버버벅!!

뼈와 살이 잘 분리된 돼지고기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사실은 아이젠의 주먹이 블렌하임의 몸통을 가격하는 소리였다.

“끄…으윽!!”

슈욱!

콰당!

뒤늦게 충격을 받은 블렌하임은 쭈욱 뒤로 날아가 눈밭을 뒹굴었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일격이었다.

어떻게 한순간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지?

‘저 분홍빛 오러에 담긴 힘인가!’

그러나 블렌하임도 맷집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반동을 이용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젠이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아이젠이 없었다.

‘그렇다면!’

블렌하임은 왼팔에 파괴권의 힘을 담아 뒤쪽으로 휘둘렀다. 그곳에 서 있던 아이젠은 재빨리 허리를 굽혀 주먹을 피했으나.

틱!

나부끼는 옷에, 팔이 살짝 닿았다.

“이런.”

그러자 파괴권의 진수가 발동했다.

파아앙!

아이젠은 소닉 붐과 함께 또다시 뒤로 쭈욱 밀려났다. 그러나 이번엔 허공에 뜬 채가 아니라, 양손을 교차한 채로 무게 중심을 잡아 밀려난 것이었다. 덕분에 피해는 없었다.

아이젠이 양팔을 내리니.

“맛 좀 봐라!!”

블렌하임이 어느새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블렌하임의 주먹을, 아이젠은 반사적으로 양손으로 막았다.

‘앗.’

‘막으면’ 안 된다. ‘피해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그의 주먹을 잡아 버린 것. 덕분에 또다시 파괴권의 진수가 발동해.

파아앙!!

아이젠은 이번에도 뒤쪽으로 멀리 밀려났다.

“크윽!”

아이젠은 날아가는 도중에 멀리 거대한 눈나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직선상에 있는 저 눈나무에 부딪쳤다간 아이젠의 뒤통수가 깨지고 말 것이었다. 해서 아이젠은, 손으로 교아의 상태를 만들어 눈 바닥을 짚었다.

촤아아악!!

평범한 사람이라면 손톱이 다 뽑혀 나갈 정도의 관성. 그러나 아이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차가운 눈 위에 손을 얹음으로써 마찰력을 극대화해 감속에 성공했다.

“후우. 아프잖아.”

몸이 음속을 돌파할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아이젠은 목롱보를 사용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새 멀리 서 있던 블렌하임을 향해 접근했다. 그러나 블렌하임은 아이젠의 몸을 정확히 포착해 냈다.

“애송이 놈의 움직임 따윈 다 보인다!”

“앗?”

덥석!

블렌하임이 왼손으로 아이젠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아이젠은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 숨을 참았다.

“파괴권!”

블렌하임의 오른손이 아이젠의 명치에 작렬하고.

으드득! 뿌드드득!!

명치에 맞았는데 등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블렌하임의 파괴권이 몸통을 관통해 등까지 타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라!”

파아앙!

블렌하임이 손을 뻗음과 동시에, 아이젠이 멀리 날아갔다. 아이젠은 이번엔 허공에 높이 떠올랐다. 떨어지면 즉사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높이만큼.

허공에 뜬 아이젠은 방금 맞은 파괴권 때문에 온몸이 쿡쿡 쑤시는 기분이었으나, 어째선지 고양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재밌는데?’

피스풀 지하 감옥에 있던 그렉과는 결이 다른 움직임, 그리고 파괴력이었다.

아이젠은 강자와의 싸움에 목이 말라 있었다. 사울 장로나 바네사가 아이젠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줬지만 그들은 보다 근본적인 목마름은 충족해 주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대련이 아닌 ‘실전’에 대한 갈구. 그리고 아이젠은 지금 그 실전을 겪고 있었다.

“재밌잖아, 이 자식아!”

아이젠은 허공에 발을 디뎠다. 아이젠의 발끝에서 나온 분홍빛 오러가 허공을 답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젠은 마치 운석처럼 블렌하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는 오른손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 채였다.

‘결사신권, 권왕백무: 관(貫)!’

그리고 블렌하임 역시, 오른손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 채였다.

“파괴권!”

권왕백무와 파괴권의 진수가 허공을 사이에 두고 부딪쳤다.

콰과과광!!

천둥 번개 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쪽은.

“크윽!”

“우왓!”

둘 다였다.

아이젠은 공이 튀기듯 바닥에 여러 번 부닥치며 뒤로 날아갔다. 블렌하임은 큰 일격을 맞은 것처럼 뒤로 부웅 날아가 뒤쪽에 있던 바위에 등을 부딪쳤다.

“후우.”

아이젠은 벌떡 일어났다.

“끄응.”

블렌하임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젠과 블렌하임은 잠시 대치 상태로 서로 눈을 맞추었다.

“좀 하는데, 너.”

“너야말로, 귀족치고는 제법이구나.”

블렌하임은 품에서 아모스의 약병을 꺼냈다. 그렇게 심하게 충격을 여러 번 받았는데도 아모스의 약병은 금이 간 흔적도 없이 멀쩡했고, 그 안에 든 알약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너도 그걸 쓰는 건가.”

아이젠은 왠지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이 녀석도 아모스의 힘을 다루나. 하긴, 놈들의 대장이랬으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블렌하임은 약병에서 아모스 한 알을 꺼내 씹어 삼켰다. 그러자 잠깐 사이에 그의 몸이 약간 더 비대해진 느낌이 들었다.

“크으. 감히 내가 아모스를 먹게 만들다니.”

“칭찬이냐?”

“그나저나 이상한 일이군. 그린우드 가문 놈들은 직계 방계를 막론하고 모두 검을 쓰던데…….”

“‘모두’?”

아이젠은 잠시 자세를 풀었다. 그는 싸한 감정을 느끼고는 블렌하임을 향해 물었다.

“나 말고 또 누구를 만난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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