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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52화 (52/201)

52화

으드드득.

우두두둑!

아이젠은 현재 결사신권 3성의 무투가. 결사신권이 3성의 경지에 오르면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오늘 쓸 생각은 없었는데.”

제대로 힘을 좀 발휘해야 이 새끼들이 정신을 차릴까, 생각하는 아이젠이었다.

“무혈신공―”

뿌드드득!

아이젠은 온몸에 있는 근육을 활성화했다. 정확히는 근육을 뒤틀어 버렸다. 근섬유 하나하나를 찢고, 자르고, 갈라 버리고, 끝내는 재구성하여 일시적으로 평상시의 최소 다섯 배 이상 강한 힘을 내는 기술. 그 모습이 마치 사신을 영접한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사신강림(死神降臨).”

콰아아아아!!

아이젠의 온몸에서 연분홍빛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스퀴드와 제리의 얼굴은 정반대로 새파래졌다.

“뭐, 뭐야?!”

“이, 이, 이상해, 스퀴드. 이, 이 자식…….”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의, 경이로운 오러의 발산!

스퀴드와 제리는 분명 각자의 기술을 사용해 아이젠을 막을 수 있었지만(적어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째선지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침내.

챙강!

아이젠의 몸을 옥죄고 있던 어둠의 사슬이 부서졌다. 사슬들은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연기처럼 화해 사라졌다.

“저, 저, 저건 말도 안 돼. 어, 어둠의 사슬을…….”

어둠의 사슬은 아모스의 오러를 형상화한 것. 인력으로 부수고 어쩌고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스퀴드와 제리는 호흡을 맞춘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 잘못 건드렸다는 감정을.

저벅― 저벅―

아이젠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스퀴드와 제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온몸에서는 연분홍빛 내공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내공을 실은 발이 바닥을 디딜 때마다 그 위치의 눈이 녹아 없어졌다. 덕분에 아이젠의 행보가 눈밭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너희 대장이 날 데려오라고 했다고?”

꿀꺽.

질문을 받은 스퀴드와 제리, 두 사람 중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이젠의 모습은 글자 그대로 사신. 붉은 기운을 내뿜는 사신의 형상이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실제로 아이젠의 등 뒤에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사신의 형상이 서 있음을 보았다.

“그, 그렇…습니다…….”

스퀴드는 저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고 말았다. 아이젠은 스퀴드를 향해 걸어갔고.

“허, 허억.”

제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눈동자가 풀려서는 바닥에 털썩 넘어졌다. 기절한 것이었다.

스퀴드는 제리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부러웠다. 자신도 제리처럼 기절할 수 있다면!

“이름이 스퀴드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하나 묻지. 내가 갈까, 네가 데려올래?”

스퀴드는 아이젠의 말에서 행간을 파악하고 고개를 두어 차례 끄덕이며 아이젠이 원하는 말을 해 주었다.

“대, 대장을 불러오겠습니다.”

* * *

같은 시각, 사막 땅 그노시스. 그린우드 가문의 소가주전이 열리는 이곳은 영설산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뜨거운 날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 피로 물든 발을 디디는 한 사람이 있었다.

“허억, 허억…….”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바네사. 바네사가 피투성이가 된 몰골로 다리를 질질 끌며 그노시스에 입성한 것이었다. 소가주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아니다. 영설산에 있는 위협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위, 위험해. 영설산에는…….”

블렌하임이라는 괴물이 있어.

그러나 바네사는 말을 미처 끝까지 다 하지도 못하고.

풀썩―

그노시스의 사막 위에 몸을 뉘었다. 그녀의 매끈하던 왼팔은 어느새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나간 뒤였다.

* * *

“그래서, 꽁무니를 뺐단 말인가?”

스퀴드와 제리는 한 남자 앞에 서 있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두 사람이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뒷짐을 진 채임에도 벌벌 떨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 그렇습니다.”

남자, 블렌하임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분명 천천히 다가오는 손인데도, 스퀴드는 피하기는커녕 제 머리를 직접 내밀어 그가 쓰다듬도록 놔두는 수밖에 없었다.

블렌하임은 스퀴드의 머리를 슥슥 매만져 헝클어뜨렸다.

“피터는 죽었고, 너와 제리는 도망쳐 왔다라……. 스퀴드, 네가 내 밑에 있은 지 얼마나 됐지?”

“오, 올해로 3년이 좀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무엇이 말씀이신지…….”

희번덕― 블렌하임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빛났다.

“제리는 얼마 안 됐으니 그렇다 치겠다. 하지만 넌 내 밑에서 3년간 뒷바라지를 해 오며 나의 성정이 어떠한지 잘 알았을 텐데…….”

“…….”

“아이젠이라고 했던가. 그놈은 무섭고, 나는 안 무서운 모양이지?”

꿀꺽!

스퀴드의 귀에는 자신의 침 삼키는 소리가 벼락이 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물론 그것은 그의 착각일 뿐, 실제로 블렌하임과 그의 주변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이곳은 영설산 중턱 어딘가에 있는 공터. 날리는 눈발을 벽이 막고 있어 눈보라가 들이치지 않는 곳이었다. 블렌하임은 이곳을 자신의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대답해 봐라, 스퀴드.”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블렌하임 대장. 정말 오해입니다.”

사실 반만 오해였다. 스퀴드는 물론 블렌하임이 두려웠다. 저 큼지막한 주먹이 언제 자신의 머리를 두 동강 낼지 모르기에 두려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이젠이 무섭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꼬맹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투기는…….’

연분홍빛으로 빛나던 아이젠의 몸에서는, 분명 열여섯 살 꼬마임에도 백전노장의 투기가 느껴졌다. 블렌하임을 도와 몇 차례 귀족 사냥을 해 본 스퀴드조차도 그간 만났던 귀족 중 그런 기운을 가진 자를 맞이한 적은 없었다.

‘예사 놈이 아니야.’

위험하다. 그동안 블렌하임이 사냥해 온 귀족들과는 어딘가 결이 달랐다.

그러나 그 말을 지금 이 자리에서 입 밖으로 냈다간, 스퀴드는 이른 나이에 이승을 하직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대신 찬양의 말을 입에 올렸다.

“블렌하임 대장께서야말로 힘에 의한 통치를 하는 분이시죠. 제가 어찌 대장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아이젠 폰 그린우드, 그 직계를 내게 데려오라는 명령을 왜 무시했지?”

“그건…….”

어떻게든 변명하려 했으나 대꾸할 말이 없었다.

블렌하임은 일그러진 얼굴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 난 자상이 녹색으로 빛나는 듯도 보였다. 그 상처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이었다.

“스퀴드. 그간 내 밑에서 수고 많았다.”

“예?”

“내 명령을 듣지 않는 팔푼이는 더는 필요 없다. 저세상으로 가라.”

블렌하임의 팔뚝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스퀴드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눈치챘다. 그건 상대적으로 약한 생물로서 스퀴드가 가지고 있는 생존 본능의 발로였다.

‘이, 이대론 못 죽어!’

이렇게 허무하겐 죽을 수 없다!

스퀴드는 블렌하임을 만나러 오기 전 아모스를 미리 먹어 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옥토퍼스!”

빠지직!!

스퀴드의 날갯죽지 뼈가 부서졌다. 그의 광배근을 꿰뚫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팔이었다. 세 쌍의 팔. 스퀴드는 총 여덟 개의 팔로 블렌하임을 힘껏 밀어냈다.

부웅!

그 반동으로 블렌하임이 뒤로 크게 밀려나고.

“제리, 도망쳐!”

스퀴드는 이미 달아나며 그렇게 외쳤다. 제리가 뒤늦게 반응해 스퀴드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쥐새끼 같은 놈들이 감히!!”

블렌하임이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리는 순간, 스퀴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이미 죽은 몸이라는 걸.

콰아아앙!!

바닥이 갈라졌다. 실금이 굵은 선이 되고, 굵은 선이 나무뿌리처럼 뻗어 나가며 땅을 박살 냈다.

으지직!! 으지지직!!

땅이 갈라지는 속도가 스퀴드와 제리가 달아나는 속도보다 빨랐다. 스퀴드는 필사의 움직임으로 달아나려 했지만.

‘아모스의 힘으로도… 역부족이라니!’

마침내 발이 땅에 걸리며 철퍼덕 넘어졌다. 그러나 그러고도 땅은 갈라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 안 돼! 안 돼, 이렇겐 못 죽어!!”

콰지지직!

두 쪽이 나 버린 땅의 크레바스로, 스퀴드는 빠졌다. 여덟 개의 팔로 어떻게든 땅을 붙들어 버텨 보려 했지만.

“으크윽, 안 돼애애애!!”

그의 힘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역부족이었다. 스퀴드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비명이 점점 잦아들었다.

…쿵!

마침내 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닥 그 밑으로.

“히, 히이익…….”

제리는 갈라지는 땅의 옆쪽으로 몸을 던져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명함의 승리였다. 그러나 그는 다리가 풀렸고, 사타구니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흘렀다.

눈물짓는 제리를 향해 블렌하임은 천천히 발을 옮겼다.

“제리.”

“대, 대장,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제리가 어느새 양손을 비비며 조아리자 블렌하임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와 눈을 맞췄다.

“그놈에게 날 인도해라. 그게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 *

아이젠은 눈나무 숲에서 빠져나왔고, 마침내 영설산 초입을 지나 중턱에 입성했다.

“모니카, 조금만 참아.”

아이젠은 뒤쪽에서 따라오는 말을 바라보았다. 피터가 타고 온 말이었다. 그 위에는 모니카가 안정적으로 고정된 채 누워 있었다.

모니카는 해독제를 맞고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그래도 아직 몸을 가눌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힘겹게 말했다.

“네, 도련님…….”

어쩌면 모니카를 태운 말을 이대로 산 아래까지 내려보내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추위에 모니카만 내려보냈다가 상태가 악화되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모니카, 이런 데서 죽으면 진짜 개죽음인 거 알지?”

“알아요, 도련님…….”

“그래. 빨리 낫자.”

모니카는 몰래 미소를 지었다. 퉁명스레 말해도 아이젠이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임을 알아서였다.

‘도련님, 상냥하셔…….’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이 저토록 상냥하단 사실에, 모니카는 묘한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독 때문에 아픈 와중임에도 말이다.

모니카를 태운 말이 아이젠을 따라온다. 그렇다면 아이젠은 무엇을 타고 있는가?

“야, 똑바로 안 걸어? 흔들리잖아.”

“그, 그릉…….”

아이젠을 태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런트였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마리의 그런트가 조금 전 아이젠에게 덤벼들었다. 가볍게 맞서 싸운 아이젠은 그런트를 굴복시키고 놈에게 조랑말 역할을 시키는 중이었다.

그런트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목을 울렸다.

“그릉.”

“뭐라고? 최대한 조심히 걷는 거라고?”

“그릉.”

“아닌데? 난 흔들리는데?”

“그릉!”

“어허, 근데 이 새끼가 어디서 목소리를 높이고.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내 운공을 방해하면 널 눈 밑에 묻어 버려 주마.”

“그, 그르릉…….”

그런트는 결국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트가 허벅지에 좀 더 힘을 주고 걸을 때, 아이젠은 그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무혈신공을 운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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