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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37화 (37/201)

37화

【 혈통빨 】

우는 여인이 사용한 것은 전쟁 영웅 코르비노 대공가의 옥염(獄炎) 마법. 우는 여인은 그 편린을 구사할 뿐인 만큼 지옥 불이라 불릴 정도의 위력은 내지 못했으나 손에서 불이 나오는 경지는 되었다.

덜걱! 덜그럭!

우는 여인은 제 팔을 접더니 다시 창을 움켜쥐고 아이젠에게 창을 쑥 뻗어 왔다. 아이젠은 보법을 이용해 재빠르게 우는 여인의 뒤로 이동했고.

‘교아(鮫牙)!’

우는 여인의 어깨 접합 부위에 손날을 날렸다. 그러나.

덜그럭!

별안간 우는 여인의 뒷덜미가 좌우로 갈라지며 열리더니.

번쩍!

파지지직―!!

“윽?!”

자줏빛 벼락이 뿜어져 나와 아이젠에게 짜릿한 충격을 선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 하지만 아이젠은 내공을 온몸에 두르고 있어 따끔한 정도에 그치고 끝났다.

이번 것은 전쟁 영웅 잔니니 백작가의 벽력 마법이었다.

“창, 불, 그다음은 번개라.”

참 다양하게도 쓴다.

아이젠은 잘 몰랐지만, 우는 여인이 사용하는 기술들의 초식이 제대로 짜인 것으로 봐서는 실존하는 기술들일 것이라 추측했다.

‘이게 생도들의 훈련용이라고?’

피식. 아이젠은 웃고 말았다. 이건 단언컨대 훈련용이 아니었다. 아마 정교하게 짜인, 생도들에게 패배를 경험시켜 주는 병기일 터. 사울 장로가 고약한 장난질을 한 게 분명했다.

‘열받는 양반이네? 온화한 척하더니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었잖아.’

뭔가 한번 골탕을 먹여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는 여인과 눈을 맞춘 아이젠은 생각했다. 우는 여인의 온몸에는 그 살아온 세월이 길었음을 증명하듯 흠집이 적지 않게 나 있었다. 부서졌을 때마다 수리를 통해 다시 생도들의 훈련 용도로서의 소임을 다하게 한 것일 터.

얼마나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을까? 5년? 10년? 아니면 아이젠보다 더 오랜 세월?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숴 주마.”

쉭!

아이젠은 허리를 굽혀 우는 여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자세 그대로 오른손 주먹을 꽉 쥔 채, 가속력을 붙여 우는 여인에게 쇄도했다.

‘박살(撲殺)!’

그 순간.

딸깍!

이번에는 우는 여인의 입이 호두까기 인형 같은 소릴 내며 위아래로 크게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요한 한기를 내뿜어 왔다.

사아아아―

전쟁 영웅이자 황가인 베네딕토 가문의 얼음 마법이었다.

‘앗, 차가!’

아이젠은 본능적으로 발을 끌어 동작을 멈췄다. 한기는 아이젠의 발끝만을 차갑게 적셨고, 그나마도 아이젠이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젠의 동작이 잠시 멈추자, 이번에는 우는 여인의 왼손이 소리를 내며 장검의 형태로 모습을 변화했다. 그것은 아이젠도 아는 것이었다.

“와라.”

바로 전쟁 영웅인 그린우드 공작가의 참철검술.

파앙―!!

아이젠은 내려오는 검에 손가락을 끼워 그것을 멈춰 세웠다.

“그렇구만. 테오발트 가주는 분명 전쟁 영웅이라 했던 것 같은데, 네놈은 제국 전쟁 영웅들의 기술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가 보구나?”

정확히 들어맞았지만 아이젠으로서는 기뻐할 생각은 없었다.

슈팟!

곧장 우는 여인의 오른손에 쥐인 창이 날아들었으니까. 마치 그걸 알아서 뭘 어쩔 거냐는 것처럼!

펄쩍! 뒤로 공중제비를 뛰어 창을 피하니 그다음에는 불꽃이었다.

푸화악! 허리를 뒤로 당기며 피하자 그다음에는 얼음 마법이 직선으로 들어왔다.

쩌엉! 더 이상 뒤로 피할 공간이 없어 아이젠은 우는 여인의 뒤로 이동했다. 그 즉시 이번에는 번개가 날아들었다.

파지지직!

‘이거야 원, 쉴 틈이 없잖아?’

아이젠이 3성에만 이르렀어도 이 모든 공격을 피한 후 빈틈으로 주먹까지 먹였을 것인데. 2성 상위의 경지로는 우는 여인의 공격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당하는 건 아이젠의 성정에 맞지 않았다.

‘박살(撲殺) 연타!’

슈슈슈슈슉!

아이젠은 끊어 치는 주먹으로 빠르게 우는 여인에게 연타를 먹였다.

퍼버버버벅!

연타는 우는 여인의 얼굴에 가 닿아 정확히 면상을 타격했고.

삐거덕!

우는 여인은 잠시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자세를 잡고 왼손을 휘둘렀다. 저건 조금 전 카인이 보여 준 기술과 비슷한…….

‘아니, 똑같은 거잖아?’

파생검술 2성, 연공난무!

바로 그것이 우는 여인의 왼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기술까지 따라 할 수 있단 말이야? 대단한데?’

이쯤 되면 기술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츠파파파파팟!

아이젠은 찰나의 순간 날아드는 검로를 모두 살폈다. 총 여섯 개의 검로 중 아이젠이 비껴 나갈 공간은 없었다. 그렇다면.

‘교아(鮫牙)!’

파바바바바방!

모든 검로를 똑같이 찍어 맞혀 각개 격파 한다.

연공난무가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우는 여인은 주저 없이 아이젠에게 오른팔을 뻗었다.

화륵― 쐐액!

창과 화염이 동시에 아이젠에게 덤벼들자.

‘박살(撲殺)―’

빠각!

아이젠은 우선 우는 여인의 오른쪽 손가락 마디를 일 점으로 타격해 창을 떨어뜨린 다음.

‘연타!’

퍼벅!

뒤이어 불을 뿜어내는 우는 여인의 손바닥에 방점을 찍듯 쏜살처럼 주먹을 치고 빠졌다.

까드드득!

우는 여인의 오른팔이 기묘한 각도로 틀어지며 일그러졌다.

아이젠은 짧은 숨을 들이켠 다음 또다시 우는 여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완벽히 무력한 그녀의 품 안, 아이젠은 주먹에 위력을 담아 우는 여인의 턱을 노렸다.

‘박살(撲殺), 악지섬(顎之殲: 턱을 부수다)!’

그리고 손바닥을 쫙 펼쳐 장을 먹이듯 올려 쳤다.

뿌드득―!

나무가 기묘하게 갈라지는 소리를 냈으나.

절걱! 절그럭!

우는 여인은 잠시 멈칫하는가 싶다가 다시 본래의 형태로 돌아왔다. 마치 의지를 갖고 부서지기를 거부한다는 듯이. 그 후 펄쩍 뛰어 아이젠에게서 멀어졌다.

“단단하네, 이 자식.”

치익! 치익!

그때 우는 여인이 글자 그대로 우는 소리를 냈다. 뭔가 싶어 아이젠이 우는 여인을 쳐다보니.

“뭐야. 너 우냐?”

우는 여인이 울고 있었다.

우는 여인은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색이 약간 노란빛을 띠는 걸 보면 눈물이 아니라…….

“기름인가?”

기름인 듯했다.

알 만했다. 우는 여인의 몸 안에는 기름이 있고, 원리는 모르겠지만 그 기름으로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전투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내부가 뜨거워져 끓는 기름이 눈물샘 밖으로 배출되고.

“그래서 ‘우는 여인’이군.”

그 모습이 여인이 우는 것처럼 보여 우는 여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했다. 참 일차원적인 작명이네.

“야, 그만 울고 덤벼. 운다고 봐줄 줄 알아?”

치익― 치익!

우는 여인은 말하는 듯했다. 맞아서 우는 게 아니라 과열된 것뿐이라고.

펄쩍!

그 얇은 나무다리로 뛰어오른 우는 여인은 온몸에 장비한 무기와 마법을 동시에 아이젠을 향해 내밀었다.

그러나 아이젠은 알 수 있었다. 우는 여인의 모든 기술은 기껏 해 봐야 2, 3성 정도의 경지. 상급반 생도들이라면 몰라도 아이젠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기름의 배출구가 다른 부위도 아니고 눈물샘이라는 건…….’

시간이 멈춘 듯한 흐름 속에서, 아이젠은 우는 여인의 작동 원리를 분석했다.

‘기관 장치가 머리에 있다는 뜻이지!’

안길 듯이 날아드는 우는 여인을 향해, 아이젠은 품을 열었다. 창, 검, 옥염 마법, 벽력 마법, 얼음 마법이 모두 아이젠을 향해 살을 겨냥하고 날아들었다. 그 순간에, 아이젠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듯 팔을 확 펼쳤다.

“생각해 보니까, 공격을 피할 이유가 없더라고.”

아이젠은 결사신권 2성 상위에 불과했다. 2성 상위로는 우는 여인의 공격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피하지 않으면 반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결사신권, 뇌살(腦殺)!’

빠각―!!

아이젠은 두 손으로 손톱을 세워 우는 여인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콰직! 우는 여인의 머리통이 한순간 박살 났고.

끼릭― 끼릭―

우는 여인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형체를 일그러뜨렸다. 마치 더 싸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아직 죽지 않았어. 더 싸울 수 있어!’

우는 여인은 이쑤시개처럼 얇은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났다.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는 것이, 마치 아이젠이 깡말랐을 때를 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이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우는 여인에게 경의를 표하듯 인사했다.

“그간 수고 많았다. 내 또래인 것 같은데,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니까 그만 쉬어.”

파앙!

아이젠은 일어나려는 우는 여인의 머리통에 박살을 먹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는 여인도 머리의 형체를 일부 잃어버리고 흐느적흐느적 무너져 내렸다.

‘고마워.’

순간 여인의 목소리가 아이젠의 고막을 때린 것 같았지만, 착각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만에.”

우는 여인의 눈물샘에서 안에 남아 있던 기름이 전부 쏟아져 나왔다. 최후의 순간 그녀는 방문에 등을 기대며 넘어졌고, 그렇게 생명을 다했다.

콰드득!

그녀가 넘어지며 방문이 부서졌다. 문 너머에는 사울이 서 있었다. 문이 부서지자 그는 자못 놀란 얼굴이었다.

“공자님, 이게 무슨 일…….”

흠칫.

사울 장로가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곧장 걸음을 멈추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럴 수가. 설마 이기셨단 말인가? 우는 여인과의 대결에서?’

상급반 생도들이 떼로 달려들어도 상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는 여인이었다. 그러기 위한 훈련 장비였고, 그렇기 때문에 무인 전투 병기였다. 최전선에서 적군 열 명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인 전투 병기 우는 여인. 그런데, 아이젠 공자님이 우는 여인을 이겼다니?

‘기껏해야 팔다리 한두 짝 부러뜨리는 수준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우는 여인은 약점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사울 장로도 쉽게 파훼할 수 없는 장비였다. 물론 오러를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게다가 전쟁 영웅 다섯 가문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병기를 만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사울 장로는 놀란 한편으로 속이 쓰렸지만 짐짓 태연한 체 입을 열었다.

“끝내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공자님.”

“잔인해.”

“예?”

“아무리 전투 병기라도 그렇지, 혼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생도들을 상대하게 두면 어떡합니까? 한 15년은 됐죠? 완전히 냉혈한이셨네, 사울 장로.”

“……?”

이게 뭔 소리야? 기껏해야 나무로 만든 전투 병기에게 웬 감정 이입을?

뭔가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사울은 속으로 삼켰다. 아이젠이 비아냥대듯 말을 이었다.

“제가 이 비싼 인형을 부숴 버리고 말았네요. 아이고, 이걸 어쩌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변상해 주셔야겠습니다.”

“…진짜로요?”

“물론 농담이지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설마하니 우는 여인을 이렇게 단번에 파괴하시다니. 겨뤄 보셨으니 아실 테지요. 이 아이는 제국의 전쟁 영웅 다섯 가문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획기적인 전투 병기입니다.”

역시 그런 거였구만.

중반쯤이 되어서야 눈치를 챘지만 아이젠은 처음부터 알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사울 장로가 깨끗이 인정했다.

“그런 아이를 가볍게 부수시다니. 제가 공자님을 조금 낮게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변상해 주셔야겠는데요?”

“무엇을요?”

“제 다친 마음을.”

후후. 사울 장로는 웃어 보였다.

우는 여인은 살펴보니 수리할 수 없을 만큼 파손되어 있었다. 놀란 건 사실이었지만, 사울로서는 사실 바로 이것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런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기 위해 아이젠 공자에게 우는 여인과의 대련을 요구한 것 아니겠는가.

“…공자님, 사실 저는 이런 일이 벌어지리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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