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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35화 (35/201)

35화

카인이라고 했나? 데릭보다 위라고 했고, 2성을 뛰어넘은 경지라 했다. 그건 바꿔 말하자면 한스보다도 위라는 소리.

‘한스의 오러는 형편없었어. 이 녀석이라면 어떨까.’

걸어오는 시비는 피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결사신권 3성을 달성하기도 해야 하니 특별히 싸움을 가릴 이유가 없었다. 아이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하자. 아, 혹시 아는지 모르겠는데 난 주먹으로 싸울 거야.”

“들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조건이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오러를 써라.”

“……!”

그러자 생도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오러? 방금 오러라고 한 거야? 카인한테?”

“미친, 카인이 오러를 쓰면 거의 3성에 이를 텐데?”

“정신 나갔나? 카인은 상급반에서 이인자라고!”

“왜, 재밌겠는데. 크크.”

“이참에 주먹질 따위 못 하게 손모가지를 박살 내 버리는 것도 좋지.”

물론 아이젠은 그 역시 한 귀로 흘려 넘겼다.

그나저나 이인자라. 그럼 일인자는 또 따로 있단 소린가?

카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이젠을 바라봤다.

“…도련님, 정말 제가 오러를 쓰길 원하십니까?”

“그래. 나도 쓸게.”

“하지만 저는 사울 장로님께 오러 봉인을 명령받았습니다.”

“지금 사울 장로 없잖아.”

“…….”

카인은 망설이는 듯하다가, 곧바로 상급반 중앙으로 가 섰다. 그러자 생도들이 우르르 밀려나 순식간에 큰 원이 만들어졌다.

카인은 허리춤에 꽂아 둔 목검을 뽑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 사울 장로님이 돌아오시면 전 경을 칠 겁니다. 그 전에 어서 끝내시죠.”

사울은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새 몇 분이 지났으니 대충 5분 정도 남았다고 치면…….

“충분해.”

아이젠은 돌바닥에서 내려와 카인과 마주 보고 섰다. 그는 카인이 오러를 개방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기로 했다. 아이젠이 눈웃음을 보이자 카인은 그것이 얼른 오러를 개방하라는 뜻임을 알아채고 숨을 들이켰다.

“후우…….”

단전에 쌓인 오러를 밖으로 끄집어낸다. 그것은 마치 머리채를 잡아 쥐어뜯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수도, 그저 그릇에 담긴 물을 바닥에 쏟아붓는 것처럼 손쉬울 수도 있으나, 카인은 전자였다.

“…흡!”

카인은 고통을 참고자 입술을 씹으며 오러를 끌어모았다. 오러는 순식간에 카인이 쥔 목검에 휘휘 둘렸다. 그 날카로운 오러 끝을 본 아이젠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이 녀석……?’

“도련님, 가겠습니다!”

팟!

카인이 아이젠을 향해 목검 끝을 들이밀었다. 거리가 꽤 먼데도 이런 공격을 날린 이유는, 카인의 오러가 목검을 에워싸 길이를 연장시켰기 때문이었다.

아이젠은 뒤로 펄쩍 뛰어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카인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쉬익! 카인은 발을 끌어 순식간에 아이젠에게 바짝 붙었다. 아이젠의 몸은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상태.

“파생검술 2성, 연공난무(聯攻亂舞)!”

파바바바박!

카인의 목검이 형태를 일그러뜨리며 무너졌다. 그러더니 뱀처럼 아이젠을 향해 덤벼들었다.

“저것 봐!”

“오러를 저렇게 날카롭게 벼리다니.”

“역시 파생검술 3성의 경지다!”

주변 생도들의 칭찬이 이어질 때, 아이젠은 눈앞으로 날아드는 대여섯 개는 되는 뱀의 머리를…….

‘박살(撲殺) 연타.’

파바바바방!

전부 일격씩에 날려 버렸다.

‘다르다.’

카인의 검로는 어딘가 달랐다. 데릭, 한스, 사울과는 그 결이 달랐다. 특별히 뛰어나다기보다는, 이건 분명히…….

카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뱀들의 머리를 보고서도 주저 없이 아이젠을 향해 발을 디뎠다.

“파생검술 2성, 커버넌트 오러!”

파앙!

카인의 오러가 넓게 퍼졌다. 오러는 아이젠을 둘러싸듯 점점 아이젠을 향해 좁혀 들었고…….

‘…짜증 나게.’

날카롭게 벼려진 오러를 보며 아이젠은 자못 어두워진 얼굴로 카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기분 나쁜 얼굴이 떠올랐잖아.”

콰앙―!

* * *

중원 무림, 이강철의 얼굴은 피로 범벅되어 있었다.

“헉, 헉.”

숨소리는 강철의 것이 아니었다. 강철과 마주 서 있는 남자들의 것. 저마다 우락부락한 체격을 가진 남자들이 날카로운 투기를 몸에 두른 채 강철에게 달려들었다.

뻐억! 퍽!

그러나 강철의 주먹에 맞고 모두 소리도 없이 바닥에 엎어져 기절했다.

강철은 그들 모두가 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멀리 천마신교 본교 앞에 서 있는 천마 도강문을 향해 외쳤다.

“도강문!!”

쿠릉쿠릉―!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공기 중을 적시며 도강문에게 가 닿았다. 도강문은 대기를 쩌렁쩌렁 울리는 그 목소리에 일순 당황하였으나 이내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이강철을 내려다봤다.

“후후, 왜 그러지? 투신 이강철이 일기당천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벌써 지친 건가?”

“지쳐? 그럴 리가. 난 지금 화가 난 거야.”

펄쩍!

이강철은 높이 도약해 한달음에 도강문의 앞에 뚝 떨어졌다. 도강문은 주춤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야만 했다.

“넌 너를 따르는 천마신교 신도들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보는 거냐? 대체 저놈들 몸에 무슨 짓을 해 놓은 거야!!”

천마신교 신도들의 몸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그래, 물론 겉모습만 봤을 땐 대단히 뛰어나 보일 거다. 근육도 빵빵하고, 내공도 되는대로 마음껏 뽑아 쓰니까.

하지만 그건 바르게 정련한 내공이 아니었다. 저대로라면 천마신교 신도들은 5년도 더 살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 것이었다.

천마 도강문이 간악하게 웃었다.

“크크크. 내가 뭘 했다고 그러나? 단기간에 강해지길 원한 것은 저 녀석들이야. 그래서 녀석들의 몸에 내 내공을 조금 흘려 넣어 줬지.”

그러니까 도강문은 자신의 내공으로 신도들을 강하게 만들어 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타인의 내공을 몸에 받아들였다간 필연적으로 큰 부작용이 따랐다. 그런 타격기가 있을 정도니까 말 다 했지.

천마의 내공을 몸에 받았다니, 그래서 신도들이 저렇게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었던 거였나.

“난 신도들의 바람을 이뤄 줬을 뿐이라고?”

“단기간에 강해지기야 하겠지! 하지만 제대로 습득하지 않은 내공은 언젠가 반드시 주인의 목을 찌른다!”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잖나.”

“뭐라고?”

“내 알 바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네 알 바도 아니지 않나? 투신 이강철이 왜 갑자기 착한 척이지? 네가 무슨 상관이냐!”

무슨 상관이냐고? 그야 당연히 상관이 있지!

‘저런 형편없는 무재로 단련한 놈들에게, 스승님이 살해당하셨으니까!’

뿌득―!

이강철은 이를 갈았다. 어금니에 너무 힘을 줘서 이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 그는 간신히 숨을 가다듬고 어린애 타이르듯 말했다.

“도강문, 인간이라면 지켜야 하는 선이라는 게 있다. 근데 넌 그걸 넘은 거야!”

이강철은 꽉 쥔 주먹을 그대로 천마 도강문을 향해 뻗었다.

콰앙!

* * *

콰앙!

뽀각―! 털그렁!

아이젠이 휘두른 주먹에 맞닿은 카인의 목검이 두 동강 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카인은 망연히 바닥에 떨어진 목검 조각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젠의 주먹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 목검을 부러뜨리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제가 졌습니다, 도련님.”

스스로 불계패를 인정하는 카인이었으나 아이젠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서도 분노를 가라앉힐 길이 없어 얼굴을 붉혔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급반 생도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아이젠의 귀로 흘러들어 왔다.

“목검을 부러뜨렸어! 참철검만은 못해도 최고급 나무로 만들어서 엄청 단단한 건데!”

“와, 진짜 주먹만으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거 아냐? 카인의 목검이 곧 부러지기 직전이었다든지.”

“당연하지. 아니라면 설마 카인이 저렇게 허무하게 질 리가 없잖아.”

“멍청하게 주먹을 휘둘러서 지하 감옥이나 드나드는 집쥐 공자가 그렇게 힘이 셀 턱이 없지.”

“하지만 가주님이 가문 회의에서 아이젠 도련님이 주먹을 쓰는 걸 허락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실력 행사를 해 보여도 여전히 아이젠을 깔보는 말투들. 그 사이로 몹시 거슬리는 말이 아이젠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거 엄마가 창부라서 그런 거라던데? 애초에 자식으로 인정 안 하니까 주먹을 써도 별말 안 하겠다는 거지.”

아이젠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생도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이젠이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

“방금 떠든 놈 나와. 좋게 말로 할 때.”

그러자 생도들 사이로 쭈뼛쭈뼛 한 앳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카인처럼 검은 띠를 허리에 둘러매고 있었다.

“저, 전데요. 들리시는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한 말 그대로 다시 해 봐.”

“…….”

“귀먹었어? 다시 해 보라고.”

“저기, 도련님,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하지 말고. 방금 한 말 다시 해 보라고.”

“근데요, 도련님, 이거 그냥 저도 들은 얘기거든요? 왜 저한테만 뭐라고 하십니까…….”

아이젠은 소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소년과 아이젠은 키가 엇비슷했지만 소년이 좀 더 큰 편이었다.

“키가 크네.”

“네?”

뻐억!

“……?!”

소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뒤이어 소년은 눈에 핏발을 세웠다. 순간 뭔가 역류하는가 싶더니 소년이 상급반 바닥에 구토를 했다.

“우웨에엑!”

“넌 나보다 높이 서 있지 마라. 뒤지기 싫으면.”

소년은 그대로 서 있던 자리에 엎어져 신물을 토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싶었는데, 아이젠 도련님이 자신의 명치를 때린 것이었다.

“왜, 왜 이러십……!”

“이 새끼들이 오냐오냐해 주니까 아주 험담이 기본 탑재네. 앞으로 내 귀에 욕지거리가 한 번이라도 더 들려오면 그 녀석은 이 그린우드 가문 부지에서 시체로 나가게 될 거다. 알아들어?”

장내를 둘러보며 아이젠이 한 말이었다. 그 말에 상급반 생도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한마디 잘못 말했다간 곧바로 저기 엎어진 소년 꼴이 되고 말 테니까.

‘역시 망나니 본성 어디 안 가네…….’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불똥 맞기 싫으면.’

아이젠은 소년을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신경을 끄고 카인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그리고.

덥석!

“도, 도련님!”

카인의 멱살을 꽉 잡았다. 카인이 당황해서 외치는데, 아이젠은 최대한 숨을 길게 삼킨 뒤 물었다.

“누구지?”

“뭐, 뭐가 말씀이십니까?”

“너한테 오러를 흘려 넣어 준 사람.”

카인의 내공, 그러니까 오러는 그 사용법이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다. 마치 중원 무림 천마신교 신도들이 쓰고 있던 그 방식과 유사했다. 즉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카인의 오러를 엉망으로 뒤틀어 놓은 것이었다.

자신의 내공을 신도들에게 준 천마처럼, 누군가가 카인에게 자신의 오러를 흘려 넣어 줬을 것이었다. 카인은 지금 생도 신분이니 이곳에서는 검은 띠를 맬 정도의 실력자 취급을 받겠지만, 5년 뒤에는 팔다리를 몽땅 잃고 시골로 요양이나 가야 할지 몰랐다.

“묻잖아. 누가 너한테 오러를 흘렸지?”

설마하니 사울 장로가 그 범인은 아닐 터였다. 들켰다간 사울은 파면 정도로는 안 끝날 테니까.

카인은 망설이며 입술을 달싹달싹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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