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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31화 (31/201)

31화

* * *

“헉, 헉……!”

비틀거리며 서 있던 후보생이 검을 휘둘렀다. 아이젠은 검로를 읽고 가볍게 검을 피해 후보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털썩.

그러자 후보생이 그대로 엎어져 기절했다.

“다음.”

아이젠이 조금도 헐떡이는 기색 없이 말하자 바닥에 엎어져 있는 후보생들을 바라보던 한 생도가 비장한 얼굴로 아이젠의 앞에 섰다.

“저, 저도 도전하겠습니다!”

“멈추지 말고 덤벼.”

휘익! 생도가 검을 높이 쳐들고 내려쳤다. 아이젠은 내려치는 그의 검 손잡이를 주먹으로 꽉 잡아 움켜쥐었다.

“아악! 손, 손!”

“동작이 너무 커. 실전이었다면 이미 갈비뼈가 박살 났을 거다. 무투가를 상대로 검을 내려칠 때는 팔꿈치를 더 구부려서 동작을 최소화해야 해.”

“그, 그렇군요!”

“다시 해 봐.”

아이젠이 손을 놓자 생도가 다시 검을 높이 쳐들었다. 이번엔 팔꿈치를 굽혀서 동작을 줄였다.

“옳지.”

휘익! 탁―

그러나 당연히 그의 검이 아이젠을 베는 일은 없었다. 검은 맥없이 바닥과 입을 맞췄다.

아이젠은 옆으로 휘돌아 생도의 오른쪽에서 그의 얼굴을 향해 손등을 날렸다.

부웅!

손등은 생도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생도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으윽!”

“눈 감지 말고. 무투가의 주먹은 맞을지언정 시야에서 놓쳐서는 안 돼. 이다음에 무슨 공격이 날아올 줄 알고?”

“죄, 죄송합니다!”

“좋아. 넌 여기까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 꿀잠 자라.”

퍽!

손등이 다시 전진하자 생도는 코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다음? 또 도전할 사람?”

그러나 남아 있는 생도들은 모두 겁을 집어먹고 손사래를 쳤다.

“저, 저흰 괜찮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젠은 손을 뿌득 쥐었다.

“그러지 말고 다들 덤비지? 대(對)무투가 훈련을 받을 기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괘, 괜찮은데요!”

“정말?”

“네!”

“사양하지 말래도.”

휘익! 아이젠이 무시하고 주먹을 휘두르려던 그때.

“아이젠 공자님!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십니까! 이 어린아이들에게 이토록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시다니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아이젠은 주먹을 멈췄다. 기사 학교 쪽에서 익숙한 얼굴인 사울 장로가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공자님이라고?’

사울은 분명 공자님이라고 했다. 자신을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처음 보는 아이젠이었다.

‘다들 도련님이라고 불렀는데.’

사울은 바닥에 엎어져 있는 생도들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이, 이런 무도한 짓을 하시다니! 해명해 주셔야겠습니다, 아이젠 공자님!”

“그게―”

“제가 그동안 공자님을 오해하고 있었나 봅니다! 망나니이던 과오를 뉘우치고 선한 사람이 되신 줄로만 알았는데 말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이 일은 정식으로 가주님께 보고를 올려서 공자님께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겠습―”

“아니, 그게 아니고!!”

아이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침내 사울이 입을 다물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장로. 이자들이 먼저 요청한 거니까.”

“요청했다고요? 생도들이 두들겨 맞는 걸 요청했단 말입니까?”

* * *

아이젠은 사울 장로를 따라 학교 뒤뜰에 있는 정자로 향했다. 정자 안에 나란히 앉은 아이젠과 사울은 녹차를 나눠 마셨다. 사울이 잔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생도들이 먼저 아이젠 도련님께 대무투가 훈련을 요청했다는 거군요?”

“그… 콜트였나? 그 녀석은 빼고요.”

“콜트는 왜…….”

“개기길래 때렸습니다. 그러니까 생도들이 너도나도 대련을 요청하던데요.”

후루룩. 아이젠은 태연하게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다들 너무 허약하던데요. 생도들 훈련 강도를 좀 더 높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이 망나니 공자님이 예전같이 돌아 버린 것은 아니었구나.

“그 아이들은 초급반 생도들입니다. 검을 쥔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이라 지금 정도가 적당하지요. 상급반까지 가면 일개 평기사보다는 검을 더 잘 다루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오호라. 그래요?”

가능하다면 그쪽이랑도 대련해 보면 좋겠군.

아이젠은 속으로 생각을 감췄다.

“콜트는 예전부터 말썽이 많던 녀석이었습니다. 오늘 일을 근거로 퇴교 조치 하겠습니다.”

“네, 뭐. 굳이 저한테 보고하듯이 말씀하실 것까지야.”

“예……. 참, 그나저나 저를 찾으셨다고요?”

“아, 맞다.”

여기 찾아온 게 그것 때문이었지?

아이젠은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사울 장로님, 제가 소가주전에 나가기 전까지 준비가 좀 필요합니다. 한 달간 제 대련 상대가 좀 돼 주시겠습니까?”

너무나 당당한 요구인지라 사울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대련 상대? 아니, 그러니까 내게 배움을 구하러 온 게 아니라, 단지 대련 상대로서 내가 필요하단 말인가?’

허허, 헛웃음이 나왔다. 전장에선 일당백이라 불릴 만큼 잔뼈가 굵은 사울이었다. 그런데 대련이라니. 이런 귀여운 공자를 보았나.

사울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하필 저를 찾아오셨지요? 다 늙은 저보다는 더 나은 실력자들이 많은데.”

“제가 소가주전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

아이젠은 잠시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아이젠이 소가주전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던 그때, 아이젠을 비웃지 않았던 것은 가주와 모니카를 제외하면 사울 장로가 유일했다.

사람 좋은 체하던 첫째 공자 게오르크도, 둘째 공자 바네사도, 셋째 한스, 다섯째 에밀, 그리고 다른 수많은 장로들과 가신들까지 모두가 아이젠을 향해 옅은 조소를 흘렸다. 하지만 사울 장로만은 아니었다.

“저를 비웃지 않았던 것은 사울 장로가 유일했으니까요.”

“…흐음.”

사울은 내려놓았던 잔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러곤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공자님, 저는 검이 반드시 주먹을 이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주먹이 반드시 검을 이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방심을 하지 않지요.”

사울이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빛에는 어두컴컴한 흉계가 서려 있었다.

“이래 봬도 전장에서 구르던 몸이라 힘 조절 하는 게 서투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의 말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아이젠이 결코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이젠을 깔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힘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기에 취할 수 있는 태도.

“어디 몇 군데 부러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울의 태도에 아이젠은 웃음을 지었다.

“바라던 바입니다.”

* * *

아이젠과 사울은 대련장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참관인은 없었다. 오직 둘의 대련만이 있을 뿐.

아이젠은 익숙지 않은 대련복의 옷매무시를 매만졌다.

“꼭 이걸 입고 해야 하는 건가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마음가짐의 문제이지요. 서로에게 예를 갖춰 가르침을 받는 것이 대련의 본질이니 그에 맞게 격식을 차리는 거랄까요.”

“흐음.”

그래, 뭐, 그건 차치하더라도, 아이젠은 사울이 쥐고 있는 목검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검이 아니라 목검으로 상대해 주실 겁니까? 가능하다면 진검을 들어 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러자 사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놀란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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