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뻐억!
“크악!”
아이젠은 볼 장 다 봤다고 생각하며 거리낌 없이 한스의 코에 주먹을 날렸다. 한스의 코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큭, 이놈!”
“아니, 고작 검에 오러 두르는 게 끝입니까? 진짜 그게 끝?”
“뭐라고?!”
“아, 뭐야. 재미없네.”
“이, 이 자식이 감히 무슨 망발을!”
참철검술 2성은 마치 중원 무림 남궁 세가의 천풍검법 같았다. 바람까지 다스린다는 그 검법. 그게 전부라면 2성에서 더 기대할 건 없었다.
‘이러면 제이슨이랑 다를 게 뭐야.’
차라리 흑기사 제이슨 때가 더 위협적이었다. 이건 뭐 검에 살기도 제대로 못 담는 풋내기랑 대련하려니 김이 빠지네.
“둘 중 하나겠지. 2성이 진짜 별 볼 일 없는 경지이거나, 네가 오러를 제대로 못 쓰는 거거나.”
“갑자기 왜 반말을…….”
“너도 반말하잖아. 그리고…….”
아이젠이 주먹에 내공을 모았다.
“왜 또 서자니 첩의 자식이니 핏줄을 들먹여? 정통 직계가 나한테 계속 처맞는 게 자랑이야?”
“어? 아니, 그게…….”
“내가 부끄러워질 것 같아서 사람들을 치웠다고? 잘했어. 안 치웠으면 넌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망신당했을 거다.”
퍽!
아이젠이 한스의 배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으헉!”
한스는 몸이 ‘ㄱ’ 자로 꺾이며 공중에 붕 떴고.
털썩.
“쿨럭, 쿨럭!! 이, 이 첩의 아들놈이!”
학습 능력도 없이 지난번과 똑같이 아이젠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입에서 첩 비슷한 소리 나올 때마다 다섯 대씩 갈길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일단 다섯 대.”
퍽!
“크헉! 이, 이 새끼! 네놈 어머니를 잡아서…….”
“다섯 대 추가요.”
“푸흐억! 감히 서자 주제에에에!!”
“다섯 대 더요.”
“카학! 내가 네 어미를 죽일 게 두렵지도 않으……!”
“다섯 대 추가요. 이야, 장사 잘된다.”
“크악! 그, 그만해! 미안해!”
하지만 아직 남은 횟수가 많았다.
퍽! 콰직! 퍼억! 투콱!
마침내 폭력이 끝났을 때 한스는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그는 코피를 쏟아 내며 아이젠의 뒤로 물러났다.
“그, 그만! 그마아아아안!”
“다 때렸어.”
“크윽! 후우, 젠장! 이 망할……!”
“어어? 또?”
“……!”
한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젠이 허탈하게 입을 열었다.
“결투는 내가 이긴 건가?”
“…….”
“대답은?”
“대체…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한스가 고개를 불쑥 들어 올렸다.
“겨우 3개월이었잖아! 네가 감옥에 들어가 있었던 건!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네가 이렇게 강해진 거냐고!”
그 말에 아이젠이 한스와 눈을 맞췄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꿀꺽. 한스가 침을 삼켰다.
“그, 그래!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수련했어.”
“뭐?”
“체력 단련 했다고. 하루에 20시간씩.”
응? 20시간? 그게 말이 되나?
“헛소리하지 마! 사람 근육에는 한계라는 게 있어! 하루에 어떻게 20시간씩 체력 단련을 해!”
“못 믿겠으면 믿지 말든가. 알려 줘도 지랄이야. 결투는 내가 이긴 거로 한다.”
아이젠이 한스를 툭 밀었다. 별로 세게 밀지 않았는데도 한스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한스에게는 어마어마한 굴욕이었다.
“젠장……. 젠장!”
한스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동안 그의 하수인들이 뒤늦게 한스에게 다가와 여기저기 묻은 피를 닦아 냈다.
모니카 역시 아이젠의 가까이로 다가와, 옷 위로 드러난 아이젠의 몸을 보고 놀란 듯 물었다.
“도, 도련님, 대체 지난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왜 이래, 수련했다니까. 아까 감옥에서 나올 때 다 봤잖아.”
“전 제대로 못 봤어요! 이렇게 권법 실력이 뛰어나신 줄도 몰랐고요!”
모니카가 아이젠의 근육을 만지려고 할 때마다 아이젠이 손날로 그녀의 손을 쳐 냈다.
“왜, 왜 저만 안 보여 주시고! 너무하세요!”
“너 말고도 아무한테도 보라고 안 했어.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본 거지.”
아이젠은 옷매무시를 다듬었다.
젠장, 땀 한 방울 안 흘렸잖아?
‘이래서야 실전 수련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겠구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단 낫겠지.
아이젠은 피떡이 된 한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괜찮아?”
“거, 걱정해 주는 척하지 마라. 흑.”
훌쩍거리는 것 같지만 모른 체해 주기로 하자. 자존심은 지켜 줘야지.
“한스.”
“왜, 왜.”
“걱정하지 마.”
“뭐라고?”
한스가 무슨 의미냐는 듯 아이젠을 올려다봤다. 아이젠은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네 참철검술 나쁘지 않았어. 소가주전에 나갈 만한 실력이라고 생각해.”
“저, 정말?”
한스는 한순간 기뻐했다가 이내 빈정이 상했는지 퉁명스레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 마라! 서자… 아니, 그러니까, 나보다 서열도 낮은 주제에 감히 날 칭찬이라도 하려는 거냐?”
“칭찬하는 데도 서열을 따지냐? 그냥 말해 주는 거야. 네 검술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참철검술 2성의 경지가 아이젠이 받아들이기엔 형편없었다고 해도, 사실 한스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리 못난 것도 아니었다. 고작 열아홉 살에 이 정도 경지를 이룬 거면 대단한 거지.
‘물론 난 열아홉 살에 이미 결사신권 3성을 달성했었지만.’
한스는 천재까진 아니어도 범재 정도는 됐다. 그래서 아이젠은 일부러 말을 좀 구슬려서 해 줬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너무 자존심 상해 하지 마. 다음에 또 대련하자.”
더 단련해서 다시 덤비라는 의미에서. 실전 수련치는 쌓으면 쌓을수록 좋으니까. 나중에 3성, 4성이 돼서 다시 와라, 인간 샌드백 녀석아.
“흥, 그런 말 한다고 누가 용서해 줄 줄 알고?”
…용서? 용서는 뭔 놈의 용서? 누가 보면 내가 자기한테 뭐 잘못이라도 한 줄 알겠네.
더 대꾸할 말이 없어서 아이젠은 연무장 밖으로 나섰다.
한스는 아이젠이 완전히 밖으로 나간 후에야 슬쩍 웃었다. 이어 그는 옆에 있던 하수인을 향해 물었다.
“내 검술 봤지? 어땠어? 정말 소가주전에 나갈 만한 실력이었어?”
“예?”
사실 검술을 볼 틈도 없이 아이젠의 주먹에 나가떨어진 한스였지만, 하수인은 하얀 거짓말을 해 주기로 했다.
“예, 정말 훌륭하셨습니다…….”
* * *
“후우.”
씻은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아이젠은 침대 위에 정좌 자세로 앉았다. 그런 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음속으로 영창했다.
‘결사신권, 결자해지(結者解之).’
화악―!
그러자 아직도 아이젠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던 열기가 아이젠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열기는 혈관을 타고 아이젠의 온몸 구석구석으로 흘러갔다.
‘결자해지’는 결사신권을 통해 얻은 수련치를 모두 무혈신공의 호흡으로 치환하는 것. 결사신권 2성부터는 실전을 통해서만 강해진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실전 대련을 하지 않으면 수련치는 얻지 못하니까.
“쳇.”
아이젠은 아쉬움에 한탄을 내뱉었다. 역시 한스에게서 얻은 수련치는 좁쌀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한 달 뒤에 있을 소가주전.’
아이젠의 사전에 2등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왕 나가게 됐으니 소가주전에서 반드시 1등을 거머쥐어야 마땅했다.
‘소가주가 되어 다음 대의 가주 후보가 되는 건 귀찮은 일이겠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쨌든 지금 이 실력으로는 소가주전에 나간들 우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첫째 공자인 게오르크와 비교했을 때 아이젠의 실력은 아직 갓난아기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뭔가 방법이 없나, 아이젠이 그런 고민을 할 때.
똑똑―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