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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26화 (26/201)

26화

“이노옴, 아이젠!! 대체 가주님께 그 무슨 망발이란 말이냐?! 당장 사과드려라, 당장! 이 망나니 녀석, 넌 참형이야, 참형!”

한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게오르크랑 바네사도 가만있는데 저건 왜 혼자 성질이야.

가주 테오발트가 손을 뻗었다.

“앉아라, 한스.”

“하지만 가주님! 놈의 경거망동은 도를 지나쳤습니다!”

“앉아.”

“가주님, 아이젠의 만행을 바로잡지 않으시면 가문의 규율이 흔들리는!”

“나는 네게 앉으라고 말했다, 한스.”

쿠웅!

한순간, 회의장이 통째로 주저앉았다. 물론 실제로 주저앉은 것은 아니고 그렇게 느껴질 뿐이었지만. 장로들을 포함해 회의장 안에 있던 모두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크윽!’

‘이, 이런 기운이라니!’

‘엄청나다. 이것이 바로 그린우드 가주의 힘!’

저릿저릿―

아이젠도 마찬가지로 어깨에 돌을 얹은 듯했다.

‘강하다.’

가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건가.

한편 한스는 주저앉다 못해 아예 바닥에 손을 짚고 엎어져 버렸다.

“크, 으흐흑.”

굴종하는 한스의 모습은 마치 속죄하는 것만 같았다.

테오발트가 그를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렸다.

“한스. 나의 사랑스러운 셋째야. 내 말이 우스우냐?”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가주님……!”

“그런데 왜 내 말에 토를 다는 게지? 가문의 규율을 흔드는 건 다름 아닌 네가 아니냐?”

“그렇사옵니다. 깨달았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두웅―

그러자 모두의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기운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한스는 아직도 일어날 엄두를 못 내고 엎어져 있었지만.

테오발트는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아이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살벌하구만, 살벌해.’

“아이젠, 건방지지만 대답해 주마. 나는 너와 대련하지 않을 거다. 내 손으로 널 죽이고 말 테니까. 아직 천 년은 일러.”

“…….”

아이젠은 대답을 삼켰다. 천 년까지 걸리지야 않겠지만, 테오발트의 힘은 아이젠이 화경의 경지에 올랐을 적과 비슷했다.

“하지만…….”

테오발트가 말을 덧붙였다.

“네가 한 달 뒤 있을 소가주전에서 우승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

웅성웅성.

그 말에 다시 한번 장내가 시끌시끌해졌다.

“이게 무슨 소리지?”

“가주님은 게오르크 공자님을 후계로 점찍어 둔 것이 아니었나?”

“소가주전에 나가는 것은 게오르크 공자님뿐인 줄 알았는데…….”

“설마 아이젠 도련님도 출전시킬 생각이신 거야?”

그 소란이 다시 잦아드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을 쥘 수도 없는 네가 소가주전에서 당당히 우승한다면 네놈의 뜻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 주먹을 쓰는 게 직계 망신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가주 테오발트가 마귀처럼 웃었다.

“해 보겠느냐?”

벌떡! 그 말과 함께 장로 몇이 자리에서 불쑥 일어났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테오발트 가주!”

“당장 그 말을 거둬 주십시오!”

“불경합니다! 검가에서 주먹이라니요! 세상이 그린우드를 비웃을 겁니다!”

그중 사울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장로 중 한 명이 사울을 바라보았다.

“사울 장로, 자네도 뭐라고 말 좀 해 보시오! 가주님을 가장 가까이서 모셔 온 건 당신이지 않소!”

사울은 눈을 감은 채 그 말을 듣기만 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만들 하시게.”

“이보시오, 사울 장로!”

“어허, 그만들 하래도. 그대들은 선대의 말씀을 잊었는가?”

사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키는 다른 장로들보다 월등히 커서 마치 그 혼자 우뚝 선 홍학 같은 느낌이었다.

“참철검은 가문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검보다 뛰어난 무기가 있다면 검에만 치중하지 말라 하셨던 게 바로 초대 가주님의 말씀이네. 그대들은 그걸 잊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린우드는 참철검가요! 무려 천 년간 검을 쥐어 온 가문이란 말이오! 뒷골목 왈패들이나 쓰는 주먹을 우리더러 인정하란 거요? 세상이 우릴 비웃을 거요!”

“주먹이 검을 부러뜨린다면 인정하고 말고 할 게 어딨단 말인가! 덩그러니 남은 손잡이로 주먹을 베기라도 할 셈인가?”

“……!”

그러자 반대했던 장로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첫째 공자인 게오르크가 상황을 갈무리하듯 입을 열었다.

“소가주전은 그린우드의 이름을 가진 자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죠. 아이젠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가주 테오발트가 게오르크를 슬쩍 돌아보더니 다시 아이젠을 쳐다봤다.

“그렇다는구나. 어찌할 테냐?”

사실 아이젠은 장로들끼리 떠드는 사이 이미 고민을 마친 상태였다.

‘소가주전 같은 거엔 관심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소가주전에 나간다면 각종 경합을 벌일 수 있으니 더 많은 실전 수련치를 쌓을 수 있을 것이었다. 생사경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대련해야 하는 아이젠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가문 안에서 주먹 좀 마음 놓고 쓰자고.

“소가주전에 참가해서 제 주먹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좋다. 한 달 뒤 있을 소가주전에는 첫째인 게오르크와 넷째인 아이젠이 참가한다.”

장로들이 다시 반발하려 했지만, 테오발트가 말을 끝맺었다.

“장로들에겐 반대할 명분이 없네. 다들 받아들이게.”

“하나……!”

“무엇이 걱정인가? 그대들 말대로 주먹이 검보다 약하다면 아이젠이 소가주전에서 우승할 수는 없을 터인데. 설마 아이젠이 소가주전에서 정점에 오를 거라고 생각들 하는 겐가?”

“…하나 저 망나니는!”

“망나니는?”

“…….”

장로들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방어할 논리가 없었다.

가주 테오발트가 원탁(부서졌지만)에 둘러앉은 제 자식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게오르크와 아이젠 말고 또 소가주전에 참가하고 싶은 아이가 있느냐? 말해 보라.”

조용―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 가운데.

“크으으아!”

한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마침내 굴종의 자세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한스는 헉헉대며 말했다.

“저도!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참철검가 그린우드의 이름을 더럽히려 드는 아이젠에게, 검이란 무엇인지 톡톡히 알려 주도록 하겠습니다!”

한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예기가 서린 참철검의 끝이 아이젠에게로 향했다.

“또한 저는 가주님께 건방을 떤 아이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한스가 외쳤다.

“아이젠! 지금 여기서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이 형이 네게 예의범절을 가르쳐 주겠다!”

흠칫. 다들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다.

“갑자기 결투를?”

“어허, 이곳은 회의장이오!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이오!”

“아니, 그렇지 않소. 한스 공자는 지금 아이젠에게 바로 그 예절을 교육하려는 것이오.”

아이젠만 빼고.

갑자기 결투 신청을 받았지만, 아이젠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당황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한스라면 이럴 것 같았거든.

‘석 달 전 맞은 상처가 아프겠지.’

한스가 말했다.

“아이젠, 결투의 규칙은 알고 있겠지?”

“계급이 더 높은 자가 결투를 제안하면 계급이 낮은 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그야 아이젠도 이미 평기사 데릭과 결투를 해 봐서 알고 있었다.

“너와 나는 같은 공작 직계 후손이지만, 내가 너보다 형이니 너는 결투를 거부할 수 없다!”

아이젠은 한스의 그 말을 듣고 씨익 웃고 말았다. 참으려 했는데 참지 못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셋째 공자님. 거부할 생각 없거든.”

실전 경험을 쌓을 생각에 웃음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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