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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23화 (23/201)

23화

【 집안싸움 】

콱― 콱―

그림자 하나가 시체를 주시하는 동안, 나머지 그림자는 삽으로 뒷산 땅을 팠다. 마침내 꼭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파이자 그림자가 삽을 놓고 말했다.

“어이, 시체 던져.”

“알았어.”

구멍 속에 시체가 던져졌다.

철퍼덕―

“……?”

그런데 그림자가 보기에 그 시체는 어딘가 이상했다.

“이건……?”

시체의 얼굴이 제이슨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헉!”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툭―

무언가가 그림자의 뒷덜미를 강타했다. 그건 바로 제이슨의 손이었다.

구멍 양옆으로 쓰러진 두 그림자를 보며 제이슨은 생각했다.

‘아이젠 공자님이 말씀하신 대로였어.’

제이슨은 피스풀 지하 감옥에서 나오기 전 아이젠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제이슨, 네가 날 죽였다고 보고하면 네 주인은 분명히 너도 죽여 없애려 할 거다.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예? 아니, 그럴 수가……. 그럼 제가 어찌해야겠습니까?’

‘어쩌긴. 그냥 죽어 줘.’

‘예?’

‘죽은 척만 하라고.’

제이슨은 주인의 검에 꿰뚫리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은 제이슨을 죽였다고 느꼈을 것이었다. 제이슨이 암흑 마법을 활용해 그에게 환술을 걸었으므로.

‘아주 미약한 암흑 마법이었기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임기응변치곤 나쁘지 않았어.’

감회에 빠지기도 잠시, 제이슨은 곧바로 암흑 마법의 술식을 만들었다.

‘암흑 마법, 졸음의 파도: 개(開)!’

그리고 체내에 있는 마나를 전부 써서 졸음의 파도를 최대치로 전개했다. 암기의 바람이 두 그림자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이제 두 그림자는 최소 한 달 이상 잠들어 있게 될 것이었다.

이 뒤로는 아이젠이 지시한 대로, 다음에 아이젠이 부를 때를 기다리며 몸을 숨기고 있으면 된다.

‘한 달…….’

아이젠이 감옥에 남아 있을 기간은 한 달. 겨우 두 달 만에 감옥에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해진 아이젠이었다. 감히 제이슨이 범접하지도 못할 정도로.

‘한 달이 지나면 대체 얼마나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실 것인가.’

그 기묘한 기대감에 제이슨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 * *

한 달 후. 마침내 아이젠의 출감일이 다가왔다.

“휴우…….”

모니카를 포함해 아이젠을 모셨던 하인들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아이젠이 감옥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중 가장 초조한 것은 단연 모니카였다. 지난 석 달간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아다녔기 때문이었다. 아이젠이 죄수들을 평정하고 감옥의 일인자가 됐다느니, 별안간 혼자 독방 안에 들어가 갇혔다느니, 갑자기 근력 운동에 미친 놈이 됐다느니.

그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건 아이젠이 감옥에서 죽었다는 풍문이었다.

“그럴 리 없어. 아이젠 도련님이 설마 돌아가셨을 리가.”

모니카가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잣말을 했다.

“돌아가셨으면 또 뭐 어쩔 건데? 어차피 서자에 불과한데.”

옆에 서 있던 다른 남자 하수인이 퉁명스레 말했다.

“말씀 좀 가려 해 주세요!”

“흥, 난 차라리 그 소문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아~ 세 달간 망나니 얼굴 볼 일 없어서 편했는데. 제기랄.”

“이보세요!”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안 그래?”

남자의 말에 하인들이 작은 목소리로 동조했다. 모니카는 입술을 질끈 씹었지만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돌리고 다시 감옥 입구를 바라봤다.

“도련님, 부디 그간 아무 일 없으셨어야 할 텐데…….”

철커덩!

마침내 옆에 서 있던 문지기가 지하 감옥의 빗장을 걷어 내고 감옥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은.

“……?”

처음 보는 얼굴의 남자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것은 처음의 몇 초 정도. 모니카는 금방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곧바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도련님?!!”

“아, 놀라라.”

남자는 바로 아이젠이었다.

아이젠의 행색은 초라했다. 입고 있는 죄수복은 다 낡고 찢어져 있었으며, 얼굴과 온몸도 먼지투성이였다. 그런데 그걸 다 감상하고 나면,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찢어진 죄수복 사이사이로 선명하게 올라서 있는 아이젠의 근육질 몸이었다.

하인들은 저마다 속으로 놀란 감정을 삼켰다.

‘아니, 몸이… 왜 저렇게 커지셨지?’

‘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게 진짜 아이젠 도련님이라고?’

‘원래 저렇게 잘생기셨던가?’

‘미소년이다, 미소년.’

아이젠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거의 콩나물처럼 머리만 둥둥 떠다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마른 몸매의 소유자였다. 머리 아래로는 근육이 쌀알 한 톨만큼도 붙어 있지 않을 것 같았었다. 저 얇은 발목으로 걷기는 또 어떻게 걷는 건지 그게 의아할 만큼.

그런데 지금은 늠름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공자’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모습이 아닌가. 게다가 왜소한 체구에 가려져 있던 호남형 얼굴마저 드러나니 미소년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싸우면 5초 안에 짓밟힐 자신 있다.’

‘망할. 망나니 도련님이 이젠 몸까지 빵빵하게 키워 오셨네.’

하수인 중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아이젠의 한쪽 팔에, 지금껏 미처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어이.”

아이젠은 문을 열었던 문지기에게 그 무언가를 높이 던졌다. 그건 바로 쉐인이었다.

“이자는……?”

“치료해서 다시 감옥 안에 넣어 줘. 죽진 않았는데, 내가 안에서 좀 많이 괴롭혔거든.”

지난 한 달, 실전 경험의 축적이 필요했던 아이젠은 쉐인과의 무자비한 대련으로 그를 초주검으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아이젠은 현재 절정 상위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아직 한참 멀었어.’

비록 생사경까진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 말이다.

아이젠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던 모니카는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도련니이임!”

그러더니 아이젠을 껴안기 위해 펄쩍 달려들었다.

“……!”

아이젠은 매서운 눈빛으로 모니카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결사신권, 박살지(撲殺指)!’

그리고 날아드는 모니카의 이마를 집게손가락으로 멈춰 세웠다. 물론 모니카의 머리를 박살 내면 곤란할 테니 아주 작은 힘만을 담아.

모니카는 아이젠의 손가락에 가로막혔음에도 계속해서 아이젠을 향해 뛰어들려 했다.

“도련님, 도련니이임~! 으흑흑!”

“제발 그만해. 동네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너무 반가워요, 도련님!! 어쩜 이렇게 늠름해지셨어요!”

“전에는 안 늠름했다는 거야, 지금?”

“…….”

농담으로 한 말인데 모니카가 금세 표정을 지우고 말을 멈췄다. 아이젠도 손을 거두었다.

“야, 왜 그래. 장난이야.”

“도련님.”

“왜.”

모니카가 찌르는 듯한 눈으로 아이젠을 쳐다봤다.

“방금 막 출감하신지라 경황이 없으신 줄은 알지만, 지금부터는 저를 따라오셔야 합니다.”

“따라가다니. 어딜.”

모니카가 간격을 두고 말했다.

“가주님께서 부르십니다. 도련님께서는 조금 전 그린우드 가문 회의에 소집되셨습니다.”

* * *

뚜벅뚜벅.

모니카 등의 하인들을 대동하여 복도를 걷고 있던 아이젠은 생각했다.

‘그린우드 가문 회의라면…….’

가문의 모든 핏줄이 모이는 자리였던 것을 기억한다. 가주와 공작 부인도 포함해서. 그가 이미 봤던 첫째 게오르크나, 셋째 한스도 올 것이고.

‘이 몸이 넷째이니 남은 건 둘째와 다섯째.’

그리고 거기에 더해 가문의 장로들까지 참석할 것이었다. 그중, 분명 암살의 배후가 있었다.

‘내놓은 자식 취급이라고 해도 또 공식 행사에까지 얼굴을 못 들이밀게 하는 건 아닌가 보네.’

마침내 멀리 회의장이 보였다. 두 기사가 굳건히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아이젠이 좀 더 빨리 걸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

그는 뒤에서 바람이 갈라지는 감각을 느끼고 곧바로 주먹을 뻗었다.

탱―!

아이젠의 오른손이 어떤 검의 칼날과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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