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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21화 (21/201)

21화

제이슨이 닳고 닳은 기사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

소중한 애검의 칼날이 반으로 떨어져 나갔는데도 제이슨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뒤로 펄쩍 뛰어 아이젠과 거리를 벌렸을 뿐.

아이젠은 여전히 난감하다는 듯 부러진 도신을 들고 물었다.

“야, 이거 어떡해. 중요한 물건 아니냐? 안 가져가도 돼?”

그사이 제이슨은 순식간에 마음속으로 암흑 마법의 술식 전개를 마쳤다.

‘암흑 마법, 졸음의 파도!’

그리고 진득한 암기를 담아 아이젠에게 시선을 던졌다.

고오오오오―

번쩍! 제이슨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뒤이어.

부웅! 사방이 막힌 공간임에도 어디선가 큰 바람이 불어와 아이젠을 덮쳤다.

“잠들어라, 아이젠!”

그렇게 외치자 아이젠의 시선이 몽롱해졌다. 암흑 마법에 당한 자에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풀린 초점이었다. 아이젠은 곧 몸이 흐느적흐느적해지는가 싶더니…….

쐐액―!

제이슨을 향해 칼날을 던졌다.

“헉?!”

제이슨은 다급히 고개를 틀어 쏜살같이 날아드는 칼날을 피했다. 하지만 반응이 좀 늦었는지 칼날에 왼쪽 뺨을 허락하고 말았다.

투두둑!

제이슨의 핏방울이 감옥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젠이 태연하게 말했다.

“이게 그 암흑 마법이라던가 하는 그건가? 마치 혈교의 술법 같군. 물론 내게도 비슷한 기술이 있긴 하다만. 근데 나한텐 안 통해.”

“으윽!”

탓!

제이슨이 다시 뒤로 펄쩍 뛰어 물러서자 아이젠도 그를 따라 독방 바깥으로 나왔다.

“야, 사람이 말하면 반응을 좀 해. ‘비슷한 기술이 뭔데?’ 하고 물어봐야지. 친해지기 빡센 유형이네, 이거.”

“……!”

제이슨은 평정을 되찾으려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그가 아는 아이젠은 툭 치면 부러질 이쑤시개 같은 팔을 가진 자였다. 퍽 차면 부러질 회초리 같은 다리를 가진 자였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큭큭, 절대 못 이기겠지?”

아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제이슨은 번뜩 고개를 돌렸다. 벽에 몸을 붙인 채 다 죽어 가는 쉐인이 낸 음성이었다.

“너, 아직 안 죽었나……!”

“케케케. 당연히 안 죽었, 쿨럭, 쿨럭!”

쉐인은 수차례 피를 토하더니 다시 말했다.

“지난 두 달간 다녀갔던 배식 담당 하수인들이 말해 주던데. 저 녀석 바깥에 있을 때 별명이 집쥐였다면서? 근데 웬걸, 저렇게 우량아 같은 쥐가 다 있냐? 크크큭.”

집쥐. 그랬다. 아이젠은 쥐 새끼여야 했다. 근데 웬 사자 한 마리가?

“이 자식……!”

그러나 제이슨은 쉐인에게 더 눈을 둘 수 없었다.

저벅저벅―

멀리 서 있던 아이젠이 제이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길!’

제이슨은 자세를 잡았다. 날도 없는 검을 쥐고 자세를 잡는다는 게 우습긴 하였지만.

“아주 시원하게도 휘저어 놨네.”

죄수들의 시산혈해를 본 아이젠의 감상 평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찰나 제이슨은 아이젠의 온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허점만 찾으면 돼!’

흑기사는 적의 의표를 찌른다. 의표란 곧 허점. 아이젠은 어찌 됐든 겨우 열여섯 살이었기 때문에 체구 자체는 작았다. 그 작은 몸에 허점 하나 정도는 분명 있을 수밖에 없을 터…….

“……?!”

그러나 제이슨이 보기에 아이젠의 몸엔…….

‘뭐, 뭐지?’

조금의 빈틈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이슨의 눈에는, 아이젠의 그 작은 몸이 마치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허점이 없어. 이,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렇다고 주인의 명령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 제이슨은 마음을 다잡고 외쳤다.

“…내 이름은! 제이슨 코너! 그린우드 파생검술 2성의 기사다! 여기서 네 목을 자르지 않고 줄행랑친다면 내 기사도에 금이 갈 터!”

“세상에 살인하는 기사도도 다 있나?”

“시끄럽다! 2성 기사의 진수를 보여 주마!”

제이슨은 그 말을 끝으로 검을 바로 쥐고 눈을 부라렸다.

“흐읍!”

그리고 외쳤다.

“그린우드 파생검술, 커버넌트 오러!”

그러자.

부웅―

“오호라.”

아이젠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랐다기보단 신기해하는 것에 가까웠다. 제이슨의 부러진 검 위에, 노란색 오러가 마치 검의 형태처럼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오러는 공중에서 부유하며 계속해서 빛을 뿜어냈다. 글자 그대로 ‘빛의 검’이었다.

“검이란 형상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 비록 부러진 참철검이라 해도 의지가 있다면 그 역시 검인 것이다!”

“이야! 대단하다!”

“오러에 베여 죽어라!”

제이슨이 검을 꽉 쥐고 아이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달려든 그 즉시 후회했다.

저릿저릿―

아이젠의 작은 몸에, 투기가 빼곡하게 둘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는다.’

치이이익!

제이슨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바닥에 발을 끌어 멈췄다. 그러자 제이슨의 이마 앞에 한 뼘의 간격을 두고 아이젠의 주먹이 멈춰 섰다.

두웅―!

거대한 위압감이 제이슨의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헉! 헉!”

그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 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젠이 씨익 웃어 보였다.

“감 좋은데?”

“이건, 이건 불가능해. 어떻게…….”

“2성의 기사랬지? 잘됐다. 난 2성의 무투가인데, 우리 둘 중 누구의 기술이 더 우위에 있나 시험해 볼까?”

시험? 그 웃기지도 않는 소리에 제이슨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이젠이 사자라면 자신은 토끼였다. 그것도 갓 태어나 눈앞에 있는 것이 사자인지 동족인지도 못 알아보는 토끼.

그런데 이제는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2성의 무투가라고? 이게 2성이라니, 그럼 대체 이 위에는 뭐가 있단 거야?’

제이슨은 이 정도의 위압을 느꼈던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린우드 가문의 첫째 공자, 게오르크와 마주 섰을 때와 같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단단할지도.

‘두렵다.’

덜덜덜덜…….

제이슨은 뼈에 새겨지는 공포감을 느끼고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흑기사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이 바로 공포심을 지우는 것이었다. 어떤 임무에서든 공포는 임무의 완수를 방해하는 패착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제이슨이 공포를 느낀 것이 대체 몇 년 만일까? 1년? 2년?

“요… 용서를…….”

“뭐?”

“용서를……. 부디 용서를…….”

스륵―

제이슨의 참철검 위에 있던 노란빛 오러가 자취를 감췄다. 그와 동시에 제이슨은 양쪽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꿇어앉았다.

이쯤 되니 당황스러운 것은 아이젠 쪽이었다.

“뭐야.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승복하는 거냐?”

“제가 감히 당신께 살인을 포고하는 결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니, 갑자기 태도가 확 달라지니까 좀…….”

아이젠은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 두 달, 독방에 갇혀 있으면서 아이젠이 습득한 것은 결사신권 2성의 경지였다. 결사신권 2성이면 무림에선 절정의 경지. 절정 위에는 많은 무공의 경지가 존재한다. 생사경을 목표로 하는 아이젠은 고작 절정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체 단련만으로 절정 이상으로 올라설 수는 없었다. 왜인고 하니.

‘결사신권은 2성부터는 실전을 통해서만 강해지는 무공이다.’

혼자서 올라설 수 있는 단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강철이던 시절에, 투신이라 불리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실전을 겪었던가.

그렇기에 이 제이슨이라는 자와 실전 대련을 해 보나 싶었는데, 바로 꼬리를 말다니.

‘이놈, 이미 전의를 상실했군.’

이 자리에서 실전은 포기. 한 달 뒤 나가면 그때나 해 보도록 하자고 결심하는 아이젠이었다.

“그래, 자비를 베풀도록 할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냐. 그나저나…….”

제이슨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으로 그를 담그러 왔다고 말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 줄 아이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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