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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14화 (14/201)

14화

“……!”

덜컥―

아이젠은 쉐인이 주고 있는 힘을 역으로 이용해 문을 밀었다. 그러자 우당탕하고 쉐인이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쉬익―!

‘살기.’

아이젠은 진한 살기를 느끼고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의 앞머리가 무언가에 베여 몇 가닥 잘려 나갔다. 찰나의 순간 잘못했으면 눈을 잃었을 것이었다.

“으, 으으으! 안 돼! 문을 열고 말았어!! 열고 말았다고!!”

쉐인이 매가리 없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는 어느새 넘어진 자세에서 일어나 아이젠을 향해 임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쉐인은 산발 머리였다. 갇혀 있는 5년간 운동은 단 한 번도 안 한 것인지 온몸에 근육이 없어 보였다.

쉐인도 철로 된 수갑에 양손을 구속당하고 있었고, 그의 손엔 어떤 무기도 들려 있지 않았다. 아이젠은 분명 머리카락을 ‘베였는데’.

“제발 닫아! 제발 닫아 줘!!”

“방 빼, 인마. 오래 있었잖아. 같이 좀 쓰자.”

“닫으라고 했잖아아아아!”

쉐인이 길게 자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아이젠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카락을 자른 건 저 손톱인가?’

아이젠은 곧장 정권 지르기를 준비했다.

‘결사신권, 박살(撲殺).’

콰직!

쉐인의 코뼈가 주먹에 정통으로 맞아 부러졌다. 하지만 쉐인은 멈추지 않았다.

쉬쉭!

쉐인의 손톱이 간발의 차로 아이젠의 눈동자 위로 지나갔다. 무릎을 굽히지 않았다면 아이젠은 실명했을 것이었다.

툭! 아이젠은 쉐인의 턱에도 주먹을 한 방 먹였다. 그러나.

“잡았다!”

쉐인은 아이젠의 주먹을 잡았다.

‘사각에서의 공격이었는데.’

쉐인은 보기보다 실력자인 듯했다.

“죽어어어!!”

쉬익―!

쉐인이 아이젠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아이젠은 그의 팔꿈치 안쪽을 잡고 구부려 공격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쉐인의 오른팔 하박에 박살지를 두 방 먹였다.

파박!

“크윽?!”

쉐인은 팔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섰다. 그가 처음으로 공격을 멈추었다.

“이 자식… 뭐냐?!”

“아까부터 말했을 텐데. 독방에 볼일이 있다. 방 빼.”

“그건 안 돼. 독방에 갇혀 있지 않으면 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말 거야…….”

“그건 네 사정이잖아.”

“…존중해 줘.”

“싫다면?”

“존중해 줘!!”

쉐인이 다시 아이젠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이젠은 그의 명치를 주먹으로 찔렀다.

‘박살(撲殺)!’

쿵!

“퍼헙!”

쉐인이 피를 토했다. 이강철이었다면 내장을 즙으로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그 위력의 1,000분의 1도 못 될 것이었다.

그래도 속이 뒤틀리는 느낌 정도는 있겠지.

아이젠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신의 손가락의 내구도가 다해 간다는 것을. 힘을 안배하는 것으로 어찌어찌 틀어막고는 있지만 곧 있으면 주먹이 부서지고 말 것이었다.

‘얌전히 쓰러져라.’

그러나 쉐인은 아이젠의 뜻대로 해 주지 않았다.

“캬하하하!!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이젠 너도 엄마 얘기냐?”

갑자기 쉐인이 포효했다. 머리카락도 길어서 마치 사자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우욱! 우우우욱!!”

갑자기 제 입에 양손을 쑤셔 넣는 것이 아닌가.

“뭐야. 야, 저거 왜 저래.”

아이젠이 103을 보고 물었다.

“내, 내가 어떻게 알아!”

103도 금시초견인 듯했다. 하긴, 103은 쉐인을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일 테지.

“다들 물러서! 저게 뭐야?”

“미친놈 아냐, 저거?!”

“야, 그린우드! 빨리 막아 봐!”

“아니, 왜 나더러 막으래. 찢어 죽인다고 욕할 땐 언제고.”

죄수들이 소리를 질렀다. 물러선다고 해 봤자 죄수들은 제 방 안에서 쉐인과 거리를 둘 뿐이었지만. 어쨌든 쉐인의 기행에 모두 당황하는 눈치였다.

“우우우욱!! 우욱!!”

“야, 왜 그래. 괜찮냐? 등 두드려 줘? 토할 것 같아?”

“우우욱, 내 몸에 손대지 마아아!!”

푸확! 쉐인이 구토를 했다. 그 더러운 광경에 눈살을 찌푸릴 틈도 없이.

스릉―

아이젠의 목을 향해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서늘한 기운, 공기가 날카롭게 잘리는 무게감. 허리를 숙여 피할 시간이 없었다. 아이젠은 양손을 뻗어 날아드는 무언가를 구속구로 막았다.

캉!!

철로 된 구속구에 큰 흠집이 생겼다.

아이젠에게 날아든 것은 다름 아닌 검이었다. 그것도 작은 검이 아니라 길이가 80cm는 될 듯한 세검(細劍).

쉐인은 세검을 들고 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하하… 하하하하! 이게 몇 년 만의 살인이냐! 도륙을 내 주마, 이 작은 새끼야!”

“…몸에서 검이 나왔어?”

아니, 아무리 세검이라지만 저 몸 안에 검을 숨기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것도 5년씩이나?

“이래 봬도 마술단을 이끌었던 몸이라서 말이야. 이곳에 수감될 때 몰래 검을 삼켰지.”

“‘몰래 검을 삼켰지’라니. 무슨 엄마 몰래 구슬 삼킨 것처럼 쉽게 말을 하네.”

보통 검이 아니었다. 아이젠은 예리하게 빛나는 칼날을 보며 그러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쉐인이 씨익 웃으며 세검을 들어 올렸다.

“그린우드 가문의 자랑인 참철검이다. 날 이곳에 가둔 하수인을 죽이고 빼앗았어…….”

아이젠은 슬쩍 눈을 돌려 독방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살이 썩고 없는 해골뿐인 시체가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참철검이라.’

참철검이라면 아이젠의 머릿속에도 있었다.

그린우드 가문에서 쓰는 검은 일반적인 검과는 궤를 달리했다. 검과 검이 부딪치면 어느 쪽이 부러질지 알 수 없지만, 참철검과 그냥 검이 부딪치면 무조건 그냥 검 쪽이 부러진다. 참철검은 북해 영설산의 만년한철로만 만들 수 있기 때문. 아이젠에게 덤볐던 기사 데릭이 쓰던 검도 저 참철검이었다.

‘하지만 실력 면에서는 쉐인이 데릭보다 위다.’

비록 데릭이 가문의 파생검술을 배웠다곤 하나, 본능에 따라 검을 휘두르는 쉐인만 못했다.

“흐음. 그러니까 그 얇은 검으로 날 죽이시겠다?”

“그래! 문을 열어 줘서 고맙군, 크크크크. 네 덕에 다시 한번 사람을 썰 수 있게 됐어!”

쉐인이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눈은 마치 어린아이의 것처럼 순수하게 빛났다.

“몸이 녹슬진 않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팟! 쉐인이 뛰었다. 아이젠이 아니라 반대쪽을 향해.

쉐인은 반대쪽 복도 끝을 향해 냅다 달렸다. 달리면서 참철검을 휘둘렀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츠팟―!

그러자 놀랍게도 철창이 예리하게 잘리며.

“크악!”

“커헉!”

“다, 다들 피해!!”

“으아악!”

안에 있던 죄수들도 썰려 나갔다.

모든 철창이 두부처럼 잘린 것은 아니었다. 강도가 높은 것들은 잘리지 않고 겉면에 흠집만 생겼다. 그래도 대부분의 죄수들이 참철검에 베였다.

마침내 끝자리에 멈춰 선 쉐인은 아이젠을 돌아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그의 온몸은 피로 칠갑이 되어 있었다.

칼질을 피하지 못한 죄수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중 도미니크의 얼굴도 아이젠의 눈에 들어왔다.

“X바아알……. 살려 줘어어…….”

도미니크는 죽어 가고 있었다. 쉐인이 아이젠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크크크크. 다음은 너야!”

그러더니 쉐인은 아이젠을 향해 펄쩍 뛰었다. 겨우 한 번의 뜀박질이었는데 그는 아이젠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쉐인의 오른손과 같이 검이 휘둘리는 순간, 아이젠은 몸을 낮춰 쉐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결사신권, 박살(撲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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