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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9화 (9/201)

9화

“그렇다면 어찌하여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지? 그것도 직계인 네 형에게.”

소란을 듣고 집무실에서 나온 게오르크가 말리기 전까지, 아이젠은 계속해서 한스의 얼굴을 구타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팰 생각은 없었는데, 자꾸 짜증 나는 말을 해 대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감히 첩의 자식 주제에 날 때려! 푸헉! 변방에 있는 네 어머니를 찾아다 죽일 거다! 푸악! 한 번만 더 때리면 진짜 네 어머니 속을 뒤집을, 그아악! 그, 그만 때려, 아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 욕은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아이젠은 본처가 아니라 첩의 자식이었다. 그리고 한스는 그런 그의 어머니를 욕보였다.

‘그럼 화나는 게 당연한 거잖아?’

아이젠은 대답을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

“…….”

설마하니 가주가 직접 아이젠의 독살을 사주한 것은 아니겠지. 가주에겐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젠은 안심하고 뜻을 밝혔다.

“테오발트 가주님, 간밤에 누군가가 저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

테오발트가 흠칫 놀라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한 가문의 가주인지라 그는 금세 기색을 감췄다.

“맹독으로요. 범인은 게오르크 첫째 공자님께서 잡아내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나. …한데 용케도 죽지 않았구나.”

그게 아들한테 할 말이냐? 내놓은 자식 취급 받고 있다더니 정말 그런 듯했다.

“근데 그것과 네가 한스를 묵사발 낸 것이 무슨 상관이지?”

“이번 일로 깨달았습니다. 제가 제 한 몸 제대로 지키지 못할 만큼 연약하단 걸요. 이번에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법은 없겠지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저는 저 스스로를 지하 감옥에 가두어 폐관 수련을 하고자 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흠.”

가주 테오발트가 침음을 삼켰다. 하긴, 아무렴 망나니 아들놈 입에서 이런 심도 있는 말이 나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마치 네가 한스에게 주먹질을 한 게 의도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가주의 음성은 아까처럼 분노에 차 있지는 않았다.

“반 정도는 의도적이었습니다. 나머지 반은 개인적으로 열불이 뻗쳐서.”

“왜지?”

“어머니 욕을 했거든요.”

“…….”

가주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본처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상간녀 후처에 대해.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폐관 수련을 하겠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입니다. 홀로 틀어박혀 저 자신을 단련하겠다는 의미요.”

“너는 혼자서 바닥을 딛고 걷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하루도 악행을 멈춘 적이 없다. 내가 너에게 가문 밖으로 나돌지 말라 명령한 것도 그 때문이지. 지금껏 집안 망신이란 망신은 다 시키고 다닌 주제에 이제 와 철이 든 양 행동하는 거냐?”

“예.”

아이젠의 단호한 대답에 마침내 가주 테오발트가 선고했다.

“네가 어떤 이유로 한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가문 내에서 주먹을 쓴 건 처벌받아 마땅한 일. 그것이 바로 이 가문의 정해진 규율이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아이젠. 너를 3개월의 지하 감옥형에 처한다.”

* * *

쿵!

아이젠이 하수인들에게 이끌려 가주실 밖으로 나간 뒤. 가주 테오발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빛을 받아 드러난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하아…….”

그러자 어둠 속에서 호리호리한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주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사울 장로. 왜 잠자코 있었나?”

“아이젠 공자님과는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어서 어색한지라…….”

“자네답지 않게 낯을 가리는군.”

장로 사울은 후후 웃으며 마침내 모습을 전부 드러냈다. 그는 전체적으로 말랐지만 키가 7척(약 2m)은 될 듯했으며, 나이가 지긋해 보이나 웃는 상이라 동안이었다. 결정적으로 대머리라는 단점이 동안이라는 장점을 깎아 먹긴 했지만.

“낯을 가리는 건 가주님도 마찬가지 아니십니까? 속으로는 아이젠 공자님을 아끼시면서. 사실은 아이젠 공자님을 하옥하기 싫으시잖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아이젠은 사랑하는 클라우디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야. 어찌 저 깊은 지하 감옥에 처박아 두고 싶겠나?”

테오발트의 본처인 기젤라는 그와 맹약으로 혼인한 사이였다. 즉 정략결혼.

하지만 테오발트에게는 기젤라와의 결혼 전부터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다. 그것이 클라우디아.

아이젠은 가문의 직계 중 유일하게 클라우디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었다. 테오발트로서는 아이젠을 특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울이 말했다.

“그럼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될 것을.”

“그린우드 가문에는 보는 눈이 많지. 아이젠만을 특별 대우 했다가는 그 아이의 장래에 좋지 못할 것이네. 그리고… 그 아이가 원하기도 했고.”

“뭐, 가주님께서 아이젠 공자님을 걱정하시는 만큼 아이젠 공자님께도 나름의 걱정이 있겠지요. 폐관 수련이란 것이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테오발트가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사울, 그거 아는가? 가문 안에서 아이젠을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건 자네뿐이라네. 다들 공자님이 아니라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후후. 다들 아이젠 공자님이 후계자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그린우드 가문의 직계 핏줄이라곤 해도 어쩔 수 없는 서출. 아이젠 공자님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일을 보아 하니 아이젠 공자님이 부쩍 철이 드신 모양입니다?”

“그럴지도 모르네. 그래도 걱정이 되는군.”

테오발트는 눈을 좁혔다.

“사울, 자네는 지금부터 아이젠을 독살하려고 했던 배후를 찾게.”

“이미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만, 벌써 암살자들이 자결한 뒤라 힘들지도 모릅니다.”

“아이젠이 출감하는 때인 3개월 후까지 반드시 찾아내게. 다른 장로들은 눈치 못 채게 은밀히.”

“거참, 항상 막무가내이시군요. 아이젠 공자님의 성격은 가주님께 물려받은 게 틀림없어요.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지요.”

“하하……. 그나저나 지금 지하 감옥은 상태가 어떤가?”

사울은 이미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품에서 두루마리 한 묶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 살폈다.

“아시다시피 지하 감옥에는 그린우드 가문에 대든 자들과 정적 조직의 하수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요즘 그자들은 얌전히 지내나?”

“예, 걱정 마십시오. 깊은 독방에 갇혀 있는 수형자를 아이젠 공자님께서 나서서 건드리시지 않는 한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애초에 그 독방은 특수한 방법이 아닌 이상 열 수도 없지 않습니까?”

테오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군. 설마하니 아이젠이 독방에 갇힌 그자에게까지 시비를 걸 리는 없을 테니.”

“그럼요. 제정신이 박히셨다면 설마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러자 테오발트의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내 아들 비하하지 말게.”

“예.”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똑똑한 아이라네.”

“알지요.”

테오발트는 비위 맞추기 힘든 상관이었다.

* * *

“도련님…….”

아이젠은 철로 된 구속구를 양 손목에 차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팔을 뒤로 꺾어서 구속구를 채우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린우드 가문 하수인들에게 끌려가는 아이젠을 보는 모니카의 목소리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이젠은 그런 모니카를 보며 웃어 주었다.

“모니카, 걱정하지 마. 다 계획대로니까.”

“한스 도련님을 비 오는 날 먼지 날 만큼 두들겨 패고 감옥에 끌려가시는 게 계획대로라구요……?”

“얜 왜 이렇게 말투가 과격해졌어.”

“죄, 죄송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마침내 하수인들이 아이젠을 지하 감옥 문 앞에 세웠다.

“아이젠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지하 감옥은 그린우드 영지 내에 있다곤 하나 거의 변두리에 가까웠다.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곳.

지하 감옥의 철문에는 웬만해선 절대로 열 수 없을 것 같은 빗장이 걸려 있었다. 이 거대한 철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면 그때부턴 감옥인 것이다.

하수인 중 한 명이 기계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하수인들이 삼시 세끼를 가지고 오겠지만 상주 교도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련님께서 들어가시면 외부와의 접촉은 불가하고, 3개월이 다 지날 때까진 나오실 수 없습니다.”

“알았다.”

“예? 아니, 더 물을 건 없으십니까?”

“없는데? 고생해.”

“그, 음, 예…….”

하수인은 부쩍 당황한 눈치였다. 지난 두 번의 수감에서는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를 막 해 댔다고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게 그 망나니로 소문난 아이젠 도련님? 오히려 신사답지 않은가?

‘소문이 와전된 건가.’

옆에 있던 모니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젠은 모니카를 보고 말했다.

“모니카, 3개월간 나 없이 잘 지내고 있어.”

“도련님…….”

모니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꼭 무사히 나오셔야 해요.”

“누가 보면 죽으러 들어가는 줄 알겠다. 저주 거는 거 아니지?”

“꼭 무사히요.”

“알았어. 무사히 나올게.”

아이젠이 지하 감옥에 막 들어서려는데, 철문에 거의 다 지워져 희미한 글귀가 적혀 있는 게 보였다.

[피스풀 지하 감옥: 통제 구역이므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합니다.]

피스풀 지하 감옥. 즉 평화로운 지하 감옥.

‘글쎄, 평화로워 보이지는 않는데?’

아이젠에게 주어진 시간은 3개월. 3개월이면 그가 폐관 수련을 하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아이젠은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품고 지하 감옥의 철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끼이이익― 쿵!

이윽고, 지하 감옥의 철문이 거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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