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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넷째는 역대급 무공천재-5화 (5/201)

5화

“내 재산에 손을 대다니. 네놈은 그린우드 공작 가문의 재물을 손괴하려는 거냐?”

흠칫. 데릭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속으로 놀란 감정을 감췄다. 데릭은 생각했다.

‘뭐야, 이 새끼. 아이젠 맞아?’

아이젠 폰 그린우드. 그는 가문 안에서 망나니로 유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자에 한해서였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 또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과 그 하수인들 앞에서는 언제나 집쥐처럼 꼬리를 말아 버리는 게 바로 아이젠이었다.

즉 아이젠은 강약약강. 데릭 자신은 첫째 공자인 게오르크의 하수인이자 기사. 아이젠은 그와 마주칠 때마다 꼬리를 말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훗, 이제 와서 귀족 행세라도 하고 싶은 거냐?’

데릭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데릭은 자신이 더 세게 나가면 아이젠이 금세 공포심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비약하지 마시죠, 아이젠 도련님. 저는 기사로서 긍지를 지키기 위해 함부로 입을 놀리는 노예를 벌했을 뿐이니. 오히려 목을 베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스릉―

데릭은 허리춤에 꽂혀 있던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아니면 그냥 목을 벨까요? 그래도 되고요. 어차피 제국에 차고 넘치는 게 천민 아닙니까?”

그러자 모니카가 화들짝 놀라 곧바로 머리를 복도 바닥에 붙였다.

“죄, 죄송합니다, 데릭 기사님! 무례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럴까? 어쩌면 좋을까. 제가 어쩌는 게 좋겠습니까, 아이젠 도련님?”

아이젠은 침묵을 지켰다. 데릭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자, 어서 꼬리를 말아라, 이 집쥐 도련님아. 안 그러면 당신 하인은 죽는다. 큭큭.’

그때 아이젠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

데릭은 뭔가 싶어 그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

“첫째. 넌 방금 것까지 포함해 내게 세 번째 말을 놓았는데, 말 놓지 마라. 뒤지기 싫으면.”

아이젠의 입이 거칠어졌다. 데릭은 주춤 발에 힘을 주고 물러설 뻔했다. 아무리 봐도 이 집쥐가 오늘따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나? 명령 아닌가?

“…두 번째 제안은 뭐죠?”

“너는 내 재산에 손을 댔고 나 자신에게도 건방을 떨고 있어. 그 점에 대해서 사죄해라. 반으로 찢겨 죽기 싫으면.”

“사죄?”

“네 번째다, 말 놓은 거.”

“이보세요, 아이젠 도련님.”

데릭은 노골적으로 검을 휘휘 돌렸다. 검날이 허공을 휘젓는 게 퍽 위험해 보였다.

“저는 아이젠 도련님에게 사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가문에 소속된 기사로서 첫째 공자님을 수행하는 하수인이죠.”

“아, 그래?”

아이젠이 마침내 손을 내렸다. 아이젠은 애초에 생각을 오래 굴리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빡치니, 빡치는 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래. 첫째 공자님의 하수인이라면 내가 사죄를 강요할 수야 없지.”

큭. 그럴 줄 알았다. 데릭은 기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후후, 네가 그래 봤자 집쥐 공자 아이젠이지. 어김없이 강약약강이구나.’

“그럼 힘으로 그러게 만들어 주마.”

“……? 뭐라고요?”

데릭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해 되물었다.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데릭.”

“결투?”

“그래. 결투를 신청한다고.”

아이젠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이 개새끼야. 말 다섯 번째 놨어, 너.”

* * *

‘이게 무슨 말이지? 결투?’

데릭은 당혹스러웠다. 그냥 겁만 좀 주려고 했는데 이 아이젠 집쥐 도련님이 갑자기 결투를 제안해 오질 않았나.

바로 그 아이젠이 설명을 덧붙이듯 입을 열었다.

“데릭, 결투의 규칙은 잘 알고 있겠지?”

“하하, 도련님? 호칭을 빼먹지 마세요. 도련님은 저를 경이라고 부르셔야 합니다.”

“그럴게. 너도 날 공자라고 부른다면.”

“……!”

이 집쥐 도련님이 아까부터 사사건건 왜 이러지? 평소엔 이런 거 신경도 안 쓰던 녀석이.

아이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규칙을 모른다면 내가 말해 주지. 계급이 더 높은 자가 결투를 제안하면 계급이 낮은 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흥, 그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결투하자.”

‘…이런 씨.’

데릭으로서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사면초가. 아무리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이라 해도 공작 가문의 자제에게 손을 댔다간 데릭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결투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제국의 지엄한 법도를 어긴 죄로 처벌받을 테니.

‘이 한량 도련님을 이기는 거야 땅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 쉬운 일이지만…….’

아이젠의 단전이 닫혀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전투 훈련을 받았나, 아니면 운동을 했나? 저 앙상하기 짝이 없는 팔만 봐도 아이젠의 힘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병신이라도 내게 팔을 자를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아이젠이 데릭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설마하니 네가 내 목을 자른다고 해도 네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테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증인을 서 줄 거야.”

모니카와 나머지 세 명의 하인들. 그들의 면면을 살피며 데릭은 꿀꺽 침을 삼켰다.

‘후후,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손가락 한두 개라도 잘라서 찍소리도 못 하게 만드는 거다.’

그렇게 되면 집쥐 공자 아이젠은 승계 구도에서 완전히 탈락할 거고, 자신은 첫째 공자인 게오르크 님의 총애를 받게 되겠지.

결정. 데릭은 위험한 마음을 굳혔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십시오, 아이젠 도련님.”

* * *

“흑, 흐윽…….”

저택을 나오던 모니카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아이젠이 그녀에게 작은 손수건을 내밀었다.

“모니카, 왜 네가 우는 거야?”

“도, 도련님……. 제 탓이에요. 저 때문에 도련님이 데릭 기사님과 싸우게 되셨잖아요…….”

그게 왜 네 탓이지?

그렇게 되물으면 괜히 대화가 늘어질까 봐 아이젠은 위로를 관두었다. 그런 캐릭터가 아니기도 하고.

“울지 마. 귀 따갑다.”

“흑, 네. 흑.”

아이젠으로서는 그저 뚝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아, 시끄러워.

마침내 저택 앞마당으로 나온 아이젠과 데릭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모니카 등의 하수인들로 이루어진 참관인들은 아이젠과 데릭의 주변으로 크게 원을 두르고 섰다. 그들의 눈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기대감이 아니라 긴장감. 그 이유는 명백했다.

“어쩌시려고 저런대?”

“아이젠 도련님은 1분도 못 버틸 거야.”

“1분? 난 30초 본다.”

“결투를 시작하자마자 끝날걸?”

“저 가느다란 팔뚝으로 대체 뭘 어쩌시겠다고.”

아이젠이 데릭을 이길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기 때문이었다. 데릭의 눈빛을 보면 상대가 귀족이라고 봐준다거나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사실 뜻밖에도 데릭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참에 저 망나니 교육 좀 해 달라지, 뭐.”

“도련님은 정신을 좀 차려야 해.”

“맞아. 피터 얘기 알지?”

“아이젠 도련님께 거의 고문받다시피 했다던 그 하인?”

“피터를 생각하면 아이젠 도련님은 당해도 싸!”

“난 아이젠 도련님이 크게 져서 한 몇 달 앓아누웠으면 좋겠어. 그럼 우리한테 뭐라 할 일도 없을 거 아냐.”

아이젠은 가문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흠.’

아이젠은 그 모든 말들을 듣고 있었다. 수군대는 소리에 대충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내용인지 전부 들렸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욕한 이들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뭐, 내가 한 짓은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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