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장.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119/119)

9장.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천천히 죽어가는 김강현을 보며 그로시아스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소멸 과정이 늦지만 신의 힘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그런데 딱 한 줌 생명력이 남아 있는 김강현에게 소생의 기운이 보이자, 그로시아스는 당황하며 신의 힘을 끌어 올렸다.

-김강현!

헬릭스는 김강현의 내면에서 새로운 힘이 느껴지자 놀라워하며 기뻐했다.

이대로 소멸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다시 부활의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로시아스.”

그때, 김강현이 눈을 뜨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신의 힘! 네놈도 신의 조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아니, 그 정도라면 신의 반열에 올랐을 터!”

“아니다. 이건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내 것이 아니야. 너 또한 그렇지 않느냐?”

“헛소리! 이것은 이 몸의 것이다!! 죽어랏!!”

그로시아스는 발끈하여 신의 힘을 담은 언령을 시전했지만, 김강현에게 통하지 않았다.

아니, 앞과 똑같은 수법에 당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강현은 의지를 강화하여 그로시아스의 언령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힘은 네가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야. 그로시아스.”

계속 발악하는 그로시아스를 보니 김강현은 그가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싸움을 끝낼 때가 왔다.

“가이아의 이름으로 벌한다. 소멸!!”

“아, 안 돼!!”

김강현의 정신세계에서 얻었던 빛 덩어리를 언령을 통해 전달하자 그로시아스는 비명을 지르며 한순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저, 정말 그로시아스가 이대로 소멸했다고?!

믿겨지지 않는 광경에 헬릭스가 놀라 소리쳤다.

죽음을 맞이한 것도 아닌, 이렇게 어이없게 소멸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맞아. 내 힘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힘이었어.”

-뭐?

김강현은 자신의 의지로 조금 거든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로시아스를 소멸시킨 힘은 전 세계 사람들의 기도와 응원 덕분이었다.

그들에 의해 가이아의 영역이 유지되었고, 신성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어쨌든 이제 다 끝났어. 그렇지 않습니까? 가이아시여.”

김강현의 말과 함께 그의 눈앞에 빛의 형태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여성이 나타났다.

바로 지구의 신, 가이아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계의 힘을 가진 절대자여.

“저로 인해 시작된 일이었으니 제가 마무리하는 것이 맞죠. 테티아와 가이아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지구는 종말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겸손하군요. 하지만 제가 본 당신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겁니다.

-시, 신이 이곳에 강림했다고?!

헬릭스는 김강현과 가이아의 대화를 들으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본래 지구에서 그녀는 잊혀진 신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싸움으로 지구의 온 사람들이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 덕에 영역이 존재하게 되었고, 강림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가 강림한 이유는 이 싸움의 뒷수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죄송하지만 먼저 몇 가지 일을 하겠습니다.

가이아는 말과 함께 그로시아스가 소멸된 자리에 빛을 쏘아 보냈다.

그 빛에 그로시아스가 가지고 있던 신의 조각이 합쳐져서 더욱 크기가 커졌다.

-이건 차원 너머에 존재하는 테리온의 힘이죠. 이 힘은 제가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제 힘도 가지고 가겠어요.

“물론입니다.”

김강현은 그녀의 말에 순응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가이아는 의지를 일으켜 단번에 김강현이 가지고 있는 신의 힘을 회수했다.

그와 함께 김강현과 융합되었던 헬릭스가 본래 자신의 육체를 가진 채 떨어져 나왔다.

“어? 어떻게 분리가…….”

-제 말을 따라주신 것에 대한 선물이에요.

“아쉽지만 또 당분간 지긋지긋한 이 얼글을 봐야겠구나.”

“상관없어. 네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해.”

헬릭스는 쑥스러워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표정에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김강현은 크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아무리 과학과 마법을 이용한다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신의 힘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가이아는 김강현을 뚫어져라 자세히 살펴보았다.

-역시 당신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했네요.

“신의 경지요?”

-네. 당신은 마왕 지그문트와 신의 힘을 가졌던 그로시아스를 소멸시켰죠. 게다가 신의 조각을 통해 힘을 사용했어요. 덕분에 창조신이 정한 신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김강현과 헬릭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옛날부터 사람이 깨달음을 얻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신이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신이 될 수 있다면 이것은 엄청난 기회일 수 있었다.

-마침 테리온은 힘을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만약 당신이 원한다면 테라의 신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제안은 가이아에게도 기회였다.

지구는 그녀의 권역으로 신의 자격을 가진 김강현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영역을 침탈할 수 있기에 오히려 김강현이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김강현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그렇군요.”

가이아는 김강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 * *

마계, 그리고 그로시아스와의 싸움이 끝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싸움이 끝난 뒤 3년간은 피해를 복구하고 보상하느라 전 세계가 정신이 없었다.

모두가 죽은 자들은 위로했고, 산 사람들은 살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헌터들의 이미지도 크게 변했다.

지금까지 헌터들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을 지키는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가장 바쁜 사람을 꼽으라면 테티아와 미셀이었다.

“이걸로 세계 투어는 마무리된 거죠?”

“네. 그런데 다음 주 수요일에 교황께서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정중히 일정을 미뤄달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협회장님.”

“그동안 미셀도 고생했어요.”

테티아와 미셀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3주 동안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닌 덕이이었다.

그 와중에 비행기 안에서 세계헌터협회의 일을 처리하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신성력을 통해 육체적인 피로는 풀 수 있다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휴식이 필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하에게 신성력을 받지 말걸.”

테티아는 5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테티아 님. 제가 가진 신성력을 모두 드릴 수 없을까요?”

“응”

“저는 성녀보다는 알케미스트로 살고 싶어요.”

이유하는 본래 신을 믿지 않으며 성녀가 되면 제약이 많을 거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테티아는 가이아와 이야기한 후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래도 가이아 님의 유일한 성녀로써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테티아의 중얼거림을 들은 미셀은 나름대로 그녀를 위로했지만, 찡그린 테티아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이아의 유일한 성녀가 된 후 세계 곳곳에서 그녀를 원하는 요청이 이어졌다.

게다가 성녀의 등장은 바티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헌터와 포션이 있더라도 신적인 존재가 아니었기에 종교 활동에 부담이 없었는데, 신의 힘을 사용하는 성녀가 나타나자 그들로써는 적대해야 할지, 끌어안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현 교황은 내부의 의견을 조율한 뒤 테티아와 대화하기를 요청했고, 서로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세계 투어도 바티칸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유일한 성녀인 테티아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그래도 더 이상 사람들을 각성시키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이것이 제일 좋습니다.”

“으이구!”

실실 거리며 웃는 미셀을 보자 테티아는 괜히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음이 나왔다.

그의 말대로였다. 마계, 그리고 그로시아스와의 싸움 이후 더 이상 헌터들의 각성에 관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가이아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 * *

-그동안 고생했어요. 이로써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네요.

“아니에요. 가이아 님. 오히려 저를 타 차원의 사람인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로시아스와의 싸움이 끝난 뒤, 가이아의 영역은 여전히 신성력이 충만하여 한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데 이 동안 테티아를 소환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래 테티아는 이곳에서 차원의 간섭 영향으로 소멸을 맞이했어야 하나, 테라의 신인 테리온의 부탁과 가이아가 자신의 신성을 부여하여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처음 목적은 김강현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최후의 적인 그로시아스까지 소멸시키자 그녀로써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셈이었다.

-그동안 그로시아스가 지구를 공격하기 위해서 벌린 차원의 틈을 막기 위해 제가 드린 신성을 다시 회수해야 합니다.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테티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오히려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가이아의 신성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링크하며 각성을 시켜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만약 김강현을 찾는다는 목표와 그로시아스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다.

가이아는 싱긋 웃으며 테티아가 가지고 있던 신성을 회수했다.

그 순간,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던 테티아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건?”

-선물이에요. 신성은 가져가지만, 차원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선 아직까진 제 영향력이 필요한 테니까요.

“그럼 가이아 님께서 피해를!”

-그동안 해 주신 것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가이아는 테티아를 자신의 사도로 임명하여 신성력을 남겨두었다.

본래 타 차원의 사람인 테티아는 차원의 규칙에 의해 소멸되는 것이 맞지만, 이 규칙을 어기고 발생하는 피해를 가이아가 맡으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네?”

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었는데, 이야기를 들은 테티아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

그때를 떠올린 테티아는 앞날이 막막함과 설렘이 섞였다.

“참, 신의 기사단에게 연락 왔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신전 방문을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예전과 다른 점이 더 있다면 지구에 가이아의 신전이 지어진 것이었다.

바로 김강현과 그로시아스의 싸움이 있었던 스웨덴의 어느 시골 마을에 말이다.

* * *

이곳에 신전을 만들게 된 이유는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가이아의 신성력으로 싹을 틔워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부지불식간에 성장이 진행된 세계수는 이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가이아의 신전 한가운데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그드라실이 없었으면 피해를 복구하는 데 10년이 더 걸렸을 거야.”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지그문트와 그로시아스에 의해 지구에 뿌려진 마력을 정화시키고, 오염된 자연 또한 정화하여 던전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보다 환경 문제가 줄었다.

게다가 가이아의 신성력을 증폭시켜 테라와 지구 사이에 벌어져 있는 차원의 틈을 메꾸고, 던전들이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고 있었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은 다시 지구가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문제는 너무 뛰어나서 탈이죠.”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젠 이그드라실이 없는 지구는 생각하지 못하겠어요.”

이렇게 되자 세계 곳곳에서 세계수를 노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헌터들에겐 뛰어난 무구를 만들 수 있는 재료이면서 특히 마법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은 연구 재료였으니까.

게다가 이그드라실의 잎사귀로 만든 차를 꾸준히 복용하면 모든 병을 예방하고 마나 증진 효과가 있어 일반인에게도 소문이 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들락날락거리는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났다.

이 내용이 사실이기에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고 어느샌가 정설로 굳어 졌다.

덕분에 신의 기사단의 일부는 신전에 남아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시간이 됐네요. 갈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테티아는 과거를 회상하다가 미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한 장소에 가기 위해 기다리던 그들은 약속 시간이 되자 주변 마나의 흐름이 급격하게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

그와 함께 눈앞에 검은색 텔레포트 게이트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조심스레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젠장! 젠장! 제기라알!!”

낡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노인은 사색이 된 채 급히 서랍과 캐비넷에 들어 있는 마법 시약, 연구 자료들을 급히 가방에 쑤셔 넣었다.

가방에는 아공간 마법이 걸려 있어, 많은 양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었다.

“끈질긴 녀석들! 설마 여기까지 알아내다니!”

이곳은 그의 은신처로 교류하고 있는 몇 명의 다크 위저드들도 위치를 모르는 곳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마법에 정신이 속박되어 있어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발설하면 금제가 발동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여러 곳의 은신처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기에 생각은 뒤로 미루고,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될 중요한 물품들을 챙긴 뒤 비밀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콰아아앙!!

그때, 동굴의 철문이 크게 찌그러지며 굉음이 울렸다.

철문은 마법으로 강화하여 평범한 공격은 가볍게 무시했지만, 마스터급의 공격이 여러 번 반복되면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노인은 급히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콰아앙!!!

잠시 후, 다시 철문 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이번엔 철문이 반으로 찌그러진 채 튕겨지며 동굴 안의 책상에 부딪쳤다.

그와 함께 빠르게 동굴 안으로 2명이 들어왔다.

“허, 이번에도 놓친 건가?”

“간신히 꼬리를 잡았건만!”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노인이 있는지 살폈지만, 보이지 않자 허탈감에 한숨이 나왔다.

지그문트와 그로시아스가 죽었지만,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테라 길드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대외적으론 이 사실을 알릴 수 없기에 테라 길드는 세계헌터협회와 협조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권하율은 한국헌터협회장을 유지운에게 물려주고, 검천호와 함께 지그문트를 소환한 록스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하율. 협회에서 들어온 내용이 있는가?”

“없네. 지금 은신처도 우연히 알아낸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보지 않았다면 놓쳤을 걸세.”

“록스를 잡을 기회였건만!!”

검천호는 짜증을 내며 발을 굴렀다.

세계헌터협회는 다크 위저드로 의심되는 자들을 추적하며 감시하고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록스와 교류하고 있는 다크 위저드를 발견했다.

추적 중에도 중간중간 방해가 있어 어려웠건만,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드디어 그자가 록스라는 흔적을 발견하고 황급히 그의 은신처를 덮친 것이었다.

그사이 권하율은 아티팩트를 이용하여 마법의 흔적이 담긴 물건이나 장소가 있는지 살폈다.

“여기 비밀 통로가 있네.”

“응?”

덕분에 록스가 숨겨놓은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존재했다.

“먼지의 흔적을 보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서둘러 추적해야 하네!”

“아니. 잠깐만!”

간신히 록스의 흔적을 잡은 만큼 여기서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권하율이 몸을 날리려는 찰나, 검천호가 막아섰다.

“느낌이 좋지 않아.”

“흐음.”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권하율은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5년 전, 크로아셀과의 싸움에서 검천호가 오른팔을 잃자, 김강현은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이용해 의수를 만들었다.

마나석으로 만든 의수는 진짜 자신의 팔보다는 세밀함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의수를 착용한 검천호는 반년 동안 자신의 새로운 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전보다 더 세밀하게 검을 다룰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마력이 맴도는데, 그 근원지가 어딘지 파악이 어려워.’

더불어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마나를 몸에 받아들임으로써 전보다 감각이 날카로워졌는데, 특히 마나와 마력 감지가 세밀해졌다.

이제 아주 미세한 마나와 마력의 흔적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비밀 통로에 마력의 흔적은 있으나 생명력이 감지되지 않아.’

자신이 철문을 부수기 전까지는 이 안에서 생명력이 감지되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2초 전에 생명력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놈은 아직 이곳에 숨어 있을 것이었다.

‘젠장! 왜 안 떠나는 거냐?!’

검천호의 생각대로 록스는 동굴 안 비밀 공간에 숨어 있었고, 비밀 통로는 놈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살짝 열어두었다.

비밀 공간은 자신의 마력과 생명력을 완벽하게 감춰주어 안전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검천호와 권하율이 떠나지 않고 있자 초조한 마음이 표정에 드러나며 얼른 저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응?!”

그 순간, 갑자기 바닥에서 신성력이 솟구치며 록스의 마력을 옭아맸다.

그는 대항하기 위해 마력을 발산했는데, 신성력은 오히려 압도하며 그를 공격했다.

콰아앙!!

“찾았다!”

비밀 공간을 가리기 위한 책장이 부서지며 록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젠장!!”

이대로면 죽는다는 생각에 록스는 손에 쥔 구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구슬에 헬 파이어 마법을 봉인해 둔 것이었다.

등 뒤의 벽은 얇아 헬 파이어로 놈들을 묶어놓는 동안 밖으로 도망칠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어? 어? 어째서!”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구슬에 담긴 헬 파이어 마법은 시전되지 않았다.

“가이아의 영역 안에선 어떤 마법도 무용지물이다!”

“커, 커억!”

그 의문점을 검천호가 풀어주었지만, 록스는 대답 대신 피를 토해낼 뿐이었다.

‘어떤 다크 위저드라도 검천호 앞에선 힘을 쓸 수 없어.’

권하율은 계속 록스를 압박하며 생각했다.

검천호는 가이아의 신도가 아니지만, 세계수 이그드라실 가지를 통해 신성력을 다룰 수 있었다.

이는 지구에 남아 있는 지그문트의 잔재를 없애기 위함이었는데, 가이아가 세계수의 본체와 연동하여 검천호가 가이아의 영역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며 다크 위저드와 싸울 때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아티팩트가 통하지 않자 록스는 등 너머 벽이 무너진 곳으로 몸을 날려 회피하기 급급했다.

“크아악!!”

록스는 마지막 발악을 하기 위해 자신의 손등에 각인된 지그문트의 힘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위험을 감지한 검천호가 단숨에 그에게 달려들어 손목을 잘라 버렸다.

그 뒤를 이어 권하율이 록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록스는 마력으로 간신히 생명줄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알아차린 거냐……?”

“생명력과 마력은 숨길 수 있었어도 악의는 감출 수 없더군.”

모든 것이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 덕분이었다.

신성력을 지닌 이그드라실은 상대방이 품고 있는 적의와 악의를 읽을 수 있었다.

평상시에는 이러한 감정을 읽을 수 없게 차단하곤 했지만, 아무리 기감을 세밀하게 넓혀도 록스를 찾을 수 없자 가이아의 영역을 시전하며 찾아낸 것이었다.

“나는 이대로 죽지만, 내 뒤를 잇는 자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록스는 피를 토해내며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곳곳에 다크 위저드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은신처들을 만들어두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깨달음과 지그문트의 소환진 등 다양한 흑마법들이 존재했다.

시간은 걸릴지라도 흑마법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것임을 확신했다.

“그때는 우리를 대신하는 자들이 너희들을 상대할 것이다.”

말과 함께 검천호가 검을 휘둘러 록스의 목을 베었다.

록스의 시체는 검은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지그문트와의 계약에 의해 그의 영혼과 육신이 사후에도 종속되어 완전한 소멸을 맞이한 것이었다.

“이제야 끝났군.”

“그래. 참 오래도 걸렸어.”

약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뛰어다닌 덕분에 드디어 지그문트의 잔재를 없앨 수 있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지만, 두 사람은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한결 표정이 가벼워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돌아가야지. 그리고 길드장이라는 이름도 물려주어야 하고. 자네도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하지 않나?”

“물론이지. 이제는 좀 쉬고 싶군.”

검천호와 권하율은 지그문트와 관련된 다크 위저드들을 모두 없애고 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드디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

“벌써 시간이 됐나 보군.”

그때, 그들의 눈앞으로 검은색 텔레포트 게이트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주변을 정리하고 그 안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 * *

“후우.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

어둠이 내려앉은 깊은 밤.

회장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김강현은 기지개를 켰다.

지난 5년간 김강현은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헌터로서가 아닌 US그룹의 회장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때 그 선택을 하길 잘했어.”

김강현은 헌터로서 모든 영광을 뒤로한 채 은퇴를 택했다.

그로시아스를 쓰러트린 후 가이아와 만났을 때 결정한 것이었다.

“전 제가 가진 힘을 포기하겠습니다.”

-당신이라면 올바른 신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제가 원한 것은 평범한 일상이니까요. 남들이 생각하는 일상과는 많이 다르지만요.”

-그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김강현이 원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삶.

몬스터와 던전이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었던 삶을 생각하면 어떤 일이든 상관없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의 말에 가이아는 김강현이 소유하고 있는 신의 힘을 회수했다.

-그럼 훗날을 기약하죠. 육신의 힘은 사라지지만, 영혼의 격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으니까요.

“네?”

-나중에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가이아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고, 가이아의 영역도 함께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김강현은 정신을 잃었는데, 신의 힘을 버림에 따라 육체를 다시 개조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후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나만을 가진 상태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김강현이 헌터로써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믿지 못했고 몇몇은 거짓말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그래서 김강현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언론 앞에서 마나구를 통해 검사하여, 그의 몸에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마나만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덕분에 싸움의 뒷수습은 테티아를 비롯한 테라 길드에게 부탁하고 수월하게 은퇴를 할 수 있었다.

“가이아가 한 말이 이런 것이었나?”

최근 김강현은 자신을 감싸는 정체불명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바로 헬릭스와 연락하여 원인을 파악하니, 그 정체가 바로 영력(靈力)이었다.

한 번도 영력을 다뤄보지 않아 그동안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바람에, 힘 조절이 안 되는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발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이아가 조언한 대로 영혼의 힘이 강력해 육체가 담기에는 그릇이 작은 탓이었다.

그래서 김강현은 그릇을 넓힐 수 있도록 마나 호흡법을 변형하여 수련에 들어갔다.

“이 힘은 끝까지 감추는 게 좋겠지.”

시범 삼아 헬릭스와 대련을 했더니, 정신력과 체력의 소모가 커 장기간 사용은 어려웠지만 전에 다루었던 인피니티 마나보다도 강력한 데다 속성을 가리지 않고 대응이 가능했다.

그는 헬릭스와 고민 끝에 영력은 친한 이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

헌터를 은퇴했지만 그의 영향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현재 헌터 사업에 관여하고 있어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새로운 힘을 얻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헌터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었다.

“지금은 마법 공학만 신경 써도 정신이 없어.”

김강현은 방금 전까지 보던 모니터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사업 계획서를 살폈다.

과거 헌터의 전유물이었던 마나석이 과학과 결합하여 새로운 물품으로 나온다는 것에 세상이 열광했다.

이제 마나석은 인류의 새로운 자원으로 상승하여 석유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새로운 자원이 되었다.

게다가 자연에 미치는 나쁜 영향도 없으며, 게이트를 통해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통해 일정하게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5년 전의 대격전 이후 던전 게이트의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 원활하게 마나석을 공급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생기긴 했지만,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인공 마나석 개발을 성공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청소기, 핸드폰, TV, 자동차 등 인공 마나석이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도 인공 마나석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았다.

인공 마나석 판매는 한국에서 독점으로 진행하되 전 세계에 똑같은 가격으로 일정하게 공급되었고, 이로 인해 대중화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공로로 김강현은 김고엽의 추천과 주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US그룹의 회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그의 주도로 마법 공학에 대한 체계를 잡고, 인공 마나석을 공급하고, 제품을 만들어 대중화시키기까지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손꼽히고 있으며, 마법 공학의 창시자로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모임 날짜였지?”

김강현은 잠깐 잊고 있었던 약속이 생각나자 급히 마무리하며 옷걸이에 걸려 있던 재킷을 챙겼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차량 없이 움직이겠습니다.”

“네. 회장님.”

퇴근 직전, 김강현은 인터폰을 통해 비서실에게 일정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곧이어 회장실 한가운데, 헬릭스의 텔레포트 게이트가 열렸다.

김강현은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쇼! 회장님.”

“와, 오랜만이에요. 강현 오빠!”

“오셨습니까? 전 길드장님!”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이동한 곳은 테라 길드였다.

그곳에는 헬릭스를 비롯한 테라 길드원들과 친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김강현은 그들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검 어르신, 권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드디어 놈들과의 싸움을 마무리 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김강현의 말에 검천호와 권하율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모임은 1년에 한 번씩 이루어졌는데, 그동안 둘은 지그문트와 관련된 다크 위저드들을 쫓느라고 매번 모임에 불참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참석을 통해 그것도 끝이 났음을 알리자 모두 기뻐했다.

“참, 건아, 유하야. 결혼 축하해. 식은 언제 올릴 거니?”

“아직 날짜는 못 정했어요.”

“시간 되면 꼭 참석해 주세요.”

“물론이지. 날짜 정해지면 말해줘.”

김건과 이유하는 예전부터 친구였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결혼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렌은 어디 간 거야?”

“필리핀이요. 뭐라고 했더라? 자신의 세력을 위협하는 놈들이 등장해서 알아보고 온다고 합니다.”

테라 길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렌이었다.

뒷세계에서 활동하던 그는 이제 한국을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세력이 너무 넓다 보니 같은 길드원들도 그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식사 준비됐어요!”

“얼른 오세요!”

그때, 방 안쪽 식당에서 테티아와 연세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셀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음식을 식탁에 나르고 있었다.

테티아와 미셀은 식당에 도착한 김강현을 보자마자 이상함을 느꼈다.

[내색하지 말거라. 괜히 소란 피우고 싶지 않구나.]

헬릭스가 이를 눈치채고는 메시지 마법으로 그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요. 그리고 차원 마법진의 점검을 부탁드릴게요.]

[벌써? 모임이 끝나고 같이 가지.]

테티아는 확실한 헬릭스의 말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스웨덴의 가이아 신전 지하에선 비밀리에 테라로 갈 수 있는 차원 마법진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는 가이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는데, 지구에 열린 차원의 틈이 완전히 닫히게 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구는 차원의 틈을 닫을 수 있게 도와줄 사람들이 많았지만, 테라는 그로시아스에 의해 몰살당해 쓸 만한 인재가 없었다.

차원의 틈을 완전히 닫기 위해선 양쪽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하여 가이아는 한 번,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신성력을 이용하여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뛰어난 마법 지식을 지닌 헬릭스가 차원 마법진을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다시 힘이 돌아오지 않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노력은 해봤지만 쉽지 않네.”

“아쉽네요. 만약 회장님이 다시 헌터로 활동하면 말 그대로 최강의 헌터인데.”

“그건 나도 아쉽다.”

김강현은 길드원들의 말에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말하고 싶었지만, 슬쩍 얼버무리며 화제를 돌렸다.

“이제 던전의 숫자는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죠?”

“네. 종종 돌연변이 던전이 나타나고 있지만 빨리 처리하면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요.”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게 좋아.”

예전처럼 불규칙하게 던전들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A급 이상 던전이 나타나는 건 드물었다.

점점 테라와 지구 사이에 열려 있는 차원의 틈들이 닫히고 있어도, 완벽하게 닫히기까지 몇백 년의 시간이 걸릴 테니까 말이다.

덕분에 헌터들은 활발히 활동하며 사람들을 몬스터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참, 회장님. 저희들한테 줄 게 있다고 모인 것 아니었어요?”

“맞아. 여기 하나씩 받아.”

“어?!”

“이게 뭐야!”

“정말이요?!”

김강현이 건넨 물건의 정체에 모두가 놀라 소리쳤다.

“우와!! 진짜 결혼까지 가는 겁니까?!”

“잘됐구나. 그렇지 않아도 철무 녀석이 할 말이라는 게 이거였구먼.”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꼭 참석하도록 하마.”

바로 청첩장이었다.

어느새 김강현과 연세연은 서로 손을 잡고 있었는데, 연세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참, 언니. 축하드려요. 최근에 연화 전자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들었어요.”

“강현이 도움이 컸지.”

“그러고 보니 일은 안 하고 서로 데이트만 한 거 아냐?”

김강현을 주축으로 US그룹이 마법 공학 연구에 들어가자, 연화그룹도 뒤처지지 않게 연세연을 중심으로 개발 연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연세연은 김강현과 자주 만나며 사랑을 키웠고, 실제로 일을 하며 연애를 즐기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연세연의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귀한 딸을 보낼 수 없다는 주장이었는데, 다행히 그녀의 할아버지인 연철무가 많이 힘을 실어주었다.

게다가 김강현의 집안에서도 연세연을 예쁘게 여겨 연세연의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한몫했다.

‘이런 게 행복이지. 다른 게 있을까?’

김강현은 길드원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즐겁게 웃었다.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이곳에 있었다.

소소한 행복을 가지기 위해 달려온 김강현은 이 순간, 드디어 완전히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귀환한 절대자는 역대급 헌터』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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