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최후의 싸움 (118/119)

8장. 최후의 싸움

“모습이 달라지긴 했지만 느껴지는 영혼의 힘은 그대로구나.”

그로시아스도 외형이 달라진 김강현과 헬릭스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드디어 찾았어. 테라를 그토록 뒤져도 없을 만하구나.”

그는 드래곤 로드였던 시절 그들에게 당한 패배와 모욕감을 잊지 못했다.

그렇기에 테라를 멸망까지 몰며 그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끝내 찾아냈다.

덕분에 그로시아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그문트가 네게 뒤를 맡겼구나.”

“죽는 것보다 네놈에게 지는 것이 더 싫었던 것이야. 그토록 자존심 강한 지그문트가 내게 손을 뻗은 걸 보면.”

“파벨리온…… 아니, 그로시아스. 동족을 잡아먹은 마룡이 되었구나.”

“그냥 마룡이 아니지. 마신의 힘을 지닌 드래곤이 바로 이 몸이다!”

김강현은 그로시아스가 가진 힘을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 신의 힘이 마력과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마룡이 되는 조건은 동족을 죽인 후 먹는 것.

그럼 두 개의 마나가 섞이며 변질되는데, 이것이 마력으로 바뀌었다.

이를 위해 파벨리온은 총 4마리의 드래곤을 잡아먹었다.

“변질된 테리온의 힘을 가지고 있구나. 덕분에 악의 신성이 나타났어.”

“역시 금방 알아보는군.”

헬릭스도 그로시아스가 가진 힘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의 마수는 테라의 신인 테리온도 피해 가지 못했다.

신전들을 파괴해 영역이 계속 줄어들었고, 도무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성녀인 테티아를 지구로 피신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테리온은 모든 신력을 그로시아스에게 빼앗긴 채 간신히 신으로써의 명맥만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바닥까지 모든 걸 꺼내지 않으면 어렵겠어.’

김강현은 자신과 그로시아스의 힘의 격차를 재보았다.

그나마 지그문트는 전력을 다하면 이길 수 있는 상대였으나, 그로시아스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어둠만이 보였다.

지그문트와의 싸움과 천세후로부터 받은 깨달음을 합쳐도 이길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자 김강현은 불안과 두려운 감정이 요동쳤다.

그때,

‘헬릭스.’

이를 안 헬릭스가 마력을 살짝 흘려보내며 그로시아스가 눈치채기 전에 김강현을 진정시켰다.

둘 다 앞서 치열한 싸움을 벌인 후라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적도 자신의 상태를 고려해 주지는 않을 터.

조금이라도 힘을 비축한 뒤 싸워야 했다.

“재미있구나. 미리 보낸 녀석들이 모두 죽었을 줄이야.”

그사이 지구 전역에 마력을 퍼트린 그로시아스는 아쉬크람과 마하드라를 찾았다.

한데 아쉬크람의 마력은 대기 중에 분산되어 시체도 남기지 못한 채 죽었고, 마하드라 또한 죽은 상태인 것이 아닌가.

‘녀석들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인간들의 수준이 높아.’

그들이 이끌고 간 몬스터와 언데드도 있었고, 나름 자신 몰래 숨겨놓은 전력도 있었을 것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임을 당했다면 인간들이 생각보다 강한 듯했다.

‘그나마 마하드라는 머리를 썼구나.’

마하드라는 드래곤 하트가 깨지며 생물학적으로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육신에 마법 각인을 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로시아스는 마하드라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자신이 곧 올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럼 이 몸이 먼저 준비한 것을 꺼내 보도록 하지.”

말과 함께 그로시아스가 오른팔을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전신에서 마력이 넘쳐흐르며, 지구에 존재하는 마력과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기가 흔들려 마치 지구가 울고 있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헌터들은 그로시아스의 존재가 나타난 순간 바로 알아차렸으나 일반 사람들은 아니었다.

지구의 사람들은 위성들을 움직여 이 사태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다시 적들이 나타난다고?!”

“종말이야! 신이시여……!!”

“정말 인류의 멸망이 오는 걸까?”

지그문트와 마왕들이 소멸되면서 닫혔던 게이트들이 다시 열리며 몬스터들이 쏟아졌고, 앞선 싸움에서 죽은 마수들이 언데드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라고?!”

“젠장!!”

“어서 놈들을 막아!”

현장의 헌터들은 멘탈이 붕괴되었다.

방금 전까지 모든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핸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또다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몸 상태도 다들 좋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미셀과 신의 기사단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게 무슨…….”

크라라라라라!!

“본 드래곤?!”

“믿음을 저버리지 않길 잘했구나. 역시 그로시아스 님이시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마하드라가 다시 본 드래곤으로 태어나며 소리쳤다.

그는 죽을 때 자신의 자아를 일부 떼어 본 드래곤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었다.

만약 그로시아스가 지구로 넘어온다면 이를 눈치채고 부활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

마하드라가 피어를 시전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셀!]

[테티아 님.]

[지금 그로시아스가 지구로 넘어왔어요!]

[네?!]

미셀은 지친 신의 기사단과 헌터들을 이끌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던 중 테티아의 메시지에 크게 놀랐다.

[그로시아스는 강현 님과 대척 중이에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버티는 겁니다!]

무식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지금 나타나는 몬스터와 언데드는 그로시아스의 마력으로 소환되었기 때문에 놈을 쓰러트리지 않는 이상 계속 싸워야 했다.

‘그로시아스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신성과 마력을 가지고 있어. 두 분이 제발 이겨야 할 텐데!’

테티아는 먼 거리에서도 선명하게 그로시아스의 힘을 감지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공포와 두려움, 대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만약 자신이 그로시아스의 앞에 있다면 바로 무릎을 꿇을 정도로 힘의 격차를 절실하게 경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이라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을 다른 헌터들에게 전달하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 *

“무지막지하구나. 설마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이야.”

“어. 드래곤의 한계를 벗어나 거의 신이나 다름없어.”

김강현과 헬릭스는 그로시아스가 다시 만들어낸 아수라장을 절실하게 경험하고 있었다.

지그문트조차 이렇게 일순간에 게이트와 소환을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그문트의 희생 아닌 희생이 없었다면 그로시아스가 넘어오는 건 불가능했겠어.’

덕분에 어째서 지그문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고, 마하드라와 아쉬크람만 먼저 넘어온 이유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놈은 재앙이다!’

‘절대로 막지 않으면 안 돼!’

김강현은 이 자리에서 그로시아스를 죽이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확신했다.

콰아아앙!!

“크라라라라아!!!!”

어느새 그로시아스는 분신으로 현신했다.

일반적인 에이션트 드래곤보다 크기가 3배는 컸으며 머리에는 마룡의 상징인 뿔이 자라나 있었다.

황금빛 피부는 마력의 영향으로 아지랑이처럼 검은빛이 보였고, 황금 눈동자가 아닌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말 그대로 완벽하게 마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끝까지 발버둥 쳐봐라!”

그로시아스는 비웃음 가득한 말을 꺼내며 위에서 아래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어째서지?”

“응?”

“어째서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거냐?”

계속 궁금했던 것이었다.

그들의 악연은 시간을 거슬러 라셀과 파벨리온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테라의 라셀이 자폭하며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벨리온은 무조건 그가 살아 있을 것이라 믿고 마룡까지 되었다.

그리고 끝내는 차원을 넘어 지구에 도달해 김강현을 찾아냈다.

그로시아스는 이 질문에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굉장히 하찮은 존재였지.’

키메라 세포 활성화를 위한 실험체로서의 라셀은 식사 거리인 오크보다 존재감이 없는 미물이었다.

한데 그 미물이 매일매일 죽기보다 더한 실험의 반복이 이어져도 견뎌냄과 동시에 독기와 살기를 뿜어냈다.

당시에는 훌륭한 실험체라며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심 무서움을 느꼈다.

‘저 독기와 살기가 자신을 향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파벨리온은 한낮 인간에 불과하다며 그것을 무시하고 더욱 실험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내 손아귀를 벗어날 줄은…….’

레어에서 절대 탈출하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으나, 예상과 달리 헬릭스와 힘을 합쳐 탈출했다.

이 사실을 안 파벨리온은 가디언들을 보내 그들을 다시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패배 소식만 전달되었다.

다른 드래곤들을 보내기도 했지만 꼼짝없이 죽임을 당할 뿐이었다.

‘인간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종족이야!’

그리고 결국 라셀이 인간의 군대를 이끌고 마계와 싸울 때 절실하게 느꼈다.

강현의 무서움을, 그리고 인간이라는 종족의 무서움을.

혼자 있을 땐 이기적인 존재이지만, 뭉치면 어떤 종족보다 무서운 종족이 인간이었다.

지그문트까지 결국 마계로 강제 귀환시키자 인간이라는 종족을 몰살시켜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인간을 몰살시키려면, 테라 대륙의 구심점인 라셀부터 죽여야 했다.

* * *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강현의 입장은 달랐다.

“네놈이 나를 테라로 소환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나?”

“망언을 지껄이는구나. 그것이 어째서 잘못이지?”

김강현은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뱉었다.

자신을 테라 대륙으로 소환하고 키메라 세포를 완성하기 위한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악연이 만들어질 리 없었다.

또한 자신을 계기로 지구와 테라 사이에 있는 차원이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시아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네가 아니라더라도 인간들을 멸망시켰을 터. 그저 너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그로시아스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담아 말했다.

본래 그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좋게 보지 않았다.

엘프, 드워프 등 이종족들은 자신들에게 협력하며 지내는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들을 위협했다.

특히 때때로 자신들과 비슷한 무력을 지닌 인간이 나타나기도 했다.

평화로운 테라를 만들기 위해선 인간이라는 종족을 없애야 했다.

“어찌 되었든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거군.”

“이것으로 우리의 악연을 마무리 짓자.”

김강현과 헬릭스는 잠깐의 시간 동안 텐션과 컨디션이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항상 최상의 상태에서 적과 겨룰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큰 부상이 없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일단 장소를 바꾸지.”

“뭐?”

“가이아의 영역 선포!”

김강현은 말과 함께 품속에서 손바닥 크기의 나뭇가지를 꺼냈는데, 새하얀 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를 바닥에 꽂으며 준비된 시전어를 말하자 그들을 중심으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백색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곳에 있는 신의 힘인가? 지구와 완전히 격리된 공간을 만들었구나.”

“지구에서 싸우다간 3분의 1이 폐허가 될 테니까.”

‘일찍 완성하길 잘했어.’

그로시아스가 지구로 넘어올 것을 대비해 가장 고민했던 것이 싸움 장소였다.

테티아와 이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신의 힘을 가진 그로시아스는 무력은 자신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터.

게다가 김강현과 헬릭스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이 부딪치는 충격파로도 지하 대피소와 벙커에 있는 사람들을 몰살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테티아는 가이아의 힘을 이용해 별도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타임 리미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안에서는 어떤 힘도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지구에 주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야. 이것만큼 신의 힘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재료는 없어!’

이그드라실의 가지는 아주 오랫동안 테티아가 보관하고 있던 물품이었다.

신의 힘은 아무 물품에 담을 수 없으니, 세계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이그드라실의 가지가 제격이었다.

“헬릭스. 승부를 걸자.”

“무슨?”

“키메라 세포를 이용해 너와 내가 하나로 합치면 어떻게 될까?”

“흐음.”

“이 상태로 그로시아스를 이길 수 있을까?”

헬릭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김강현의 생각과 동일했다.

둘이 합공해서 그로시아스와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정신 계열 승부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우리 둘이 합친다면 말이야.”

“가능성은 얼마나 되느냐?”

“30%?”

“희망은 있구나.”

짧은 시간이지만 김강현은 방금 전에 싸운 지그문트와 천세후의 힘을 일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헬릭스와 힘을 합치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네가 메인이 되고, 이 몸이 보조하마.”

“헬릭스.”

“이 몸은 테라와 있을 때와 변한 것이 거의 없어. 반면 네놈은 다르지. 그리고 마력 운용이 뛰어난 이 몸이 보조하는 편이 좋을 거다.”

서로의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김강현과 헬릭스가 융합을 하게 되면 어느 한쪽은 소멸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

테라에선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한쪽이 없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이별을 준비했었다.

그때는 테라에서의 마지막 싸움에서 영영 연이 끊어진 줄 알았건만, 운이 좋아 지구에서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끝내 둘은 이별해야 할 운명이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좋아. 그럼 한번 해보자.”

헬릭스는 결심과 함께 김강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눈을 감고 키메라 세포를 촉진시켰다.

그러자 마치 액체처럼 헬릭스의 몸이 녹아내리더니 김강현의 몸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끄으으읏!!”

고통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신체의 모든 구성이 뒤바뀌는 것이었다.

그 고통은 마치 면도칼로 살점을 아주 얇게 베고 찌르는 것 같았다.

‘할 수 있다! 버텨낸다!’

그나마 영혼은 지그문트의 정신력을 흡수하여 키메라 세포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다.

육체는 헬릭스가 조율하며 완성할 것이니 어떻게든 견디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키메라 세포를 이용해 융합을 한다?”

그리고 그로시아스는 이 광경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키메라 세포를 완성한 후 이를 활용하여 두 생명체를 융합시키는 실험도 진행했었다.

하지만 하나의 육체가 두 영혼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육체의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패했다.

“스스로 자멸을 택하다니. 하나 성공한다면 재미있겠어.”

지금 그들을 공격하면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나 그로시아스는 결말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복수였으니까.

마룡이 되었지만 드래곤으로써의 자존심마저 버린 것은 아니기에, 최상의 상태인 적과 싸우고 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김강현은 길게 호흡을 내쉬었다.

헬릭스와 융합하니 몸이 약간 달라져 있었다.

근육과 신체가 1.5배 정도 커졌으며, 눈매가 헬릭스처럼 날카로워졌다.

‘아직 영혼의 계약이 유지되고 있어?’

김강현이 먼저 확인한 것은 헬릭스의 생사.

아직 둘의 영혼이 계약으로 이어져 있는지 확인하자, 다행히도 헬릭스의 영혼이 김강현의 몸 속에 존재했다.

김강현은 조심스레 그의 이름을 불렀다.

“헬릭스?”

-이 몸은 걱정 마라. 네 안에 아직 존재하느니라.

그리고 머릿속을 통해 헬릭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마력이 넘쳐난다.’

-너는 오로지 싸움에만 집중하거라. 신마력은 이 몸이 조율해 주마!

지금까지 김강현은 신마력을 만들기 위해 인피니티 마나와 헬릭스의 마력을 신경 써서 조합해야 했는데, 그와 융합하니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자신보다 마력의 운용이 뛰어난 헬릭스가 맡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이 힘이면 그로시아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어.’

김강현과 헬릭스의 융합은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둘은 한쪽의 영혼이 소멸될 수 있다는 각오와 리스크를 감당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르나 기적적으로 둘 다 살아남았다.

이제 오로지 그로시아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크하하하하! 역시 내가 인정한 인간이구나! 그래. 너희들을 죽이고 그 힘을 흡수하면 되겠어!”

그로시아스는 김강현을 보며 크게 웃었다.

비록 헬릭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김강현을 통해 헬릭스가 느껴지며 강대해진 힘을 보니 융합이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콰아앙!

김강현을 시험하기 위해 그로시아스는 신마력이 담긴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역시!!”

김강현은 곧바로 왼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지친 기색 없이 평온해 보이는 표정.

그러고는 오히려 역으로 꼬리를 붙잡아 휘두르기 위해 역공을 취했고, 그로시아스는 바로 불꽃을 난사해 이를 막았다.

“어딜!”

콰앙! 콰아아앙!

놈은 어느새 김강현의 오른팔에 들린 마검을 휘둘러 불꽃들을 쳐냈다.

쿠쿠쿵!!

그와 함께 불꽃들이 사방들이 뿌려지자 가이아의 영역이 크게 흔들렸다.

“네놈이라면 내 모든 힘을 받아낼 수 있겠구나.”

한 번의 공격이지만, 그로시아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까지 테라의 어떤 자들도 자신의 공격을 쉽게 받아내지 못했다.

물론 신마력이 담긴 공격을 막아내는 자들이 있었지만 그 후에 바로 죽음을 맞이했다.

게다가 방금 공격에는 약간의 신성도 담겨져 있었다.

그 말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신에 가까워졌다는 것이었다.

화르르륵!!

그로시아스의 전신에서 검붉은 신마력이 일어나 그를 감싸 안았다.

김강현은 마갑을 소환한 뒤 신마력을 일으켰다.

구우우우웅!! 구웅!!

단순히 힘의 발산을 하고 있을 뿐인데 서로의 힘이 부딪치며 충격파가 일어났고, 가이아의 영역이 흔들렸다.

전초전이 이 정도이니, 본 싸움이 들어가면 과연 가이아의 영역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머릿속에 이렇게 사소한 것은 들어 있지 않았다.

‘반드시 죽인다!’

오로지 상대를 죽인다는 살의뿐.

둘은 서로에게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 * *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테티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앞으로 5분 정도? 그 이상은 가이아 님의 영역이 버티지 못해.’

사전에 싸움으로 인한 지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이아의 신성력을 기반으로 한 공간을 아티팩트 형태로 만든 후, 김강현에게 전달했다.

더불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가이아의 영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가지에 신성력을 불어 넣었다.

그런데 가이아의 영역이 시전된 후 그곳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영향력이 예상외로 너무도 컸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머릿속으로 가이아의 영역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미셀과 신의 기사단이 있으면 그들의 신성력으로 힘을 보탤 수 있겠지만 본 드래곤 마하드라와 싸우는 중이니 동원할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사람들의 간절함이 담긴 기도라면!”

테라에서는 사람들의 믿음과 기도가 신들이 힘을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성세가 커지며 신도들의 수가 많을수록 신의 힘도 커졌다.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이용하면 가능해!’

평소 테티아는 사람을 헌터로 각성시킬 때 꿈을 이용하여 그 사람과 접촉했는데,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이용하면 광범위하게 접촉이 가능했다.

그녀는 신성력을 이그드라실의 가지에 불어넣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 * *

그로시아스와 김강현은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평범한 공격조차 막대한 힘이 담겨 있어 가이아의 영역이 위험스레 흔들렸다.

조금만 큰 힘을 사용하면 영역을 유지하는 결계가 버티지 못하고 벌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금방 복구되고 있었다.

-오른 방향을 조심해라!

“젠장!”

헬릭스의 말에 감각을 퍼트리니 헬 파이어 마법이 시전되어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김강현은 몸을 앞으로 날려 헬 파이어를 피한 후 마검을 휘둘렀다.

‘문제는 미러 실드야.’

그로시아스는 철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의 주변으로 직사각형 모양을 한 4개의 거울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헬릭스와 라셀을 상대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만든 마법이었다.

‘역시 미러 실드를 고안해 만든 것이 최고의 선택이구나.’

라셀은 접근전을 비롯한 무투 공격이 뛰어났고, 헬릭스는 원거리 마법을 시전했다.

문제는 이들이 동시에 덤비면 완벽한 호흡으로 서로를 서포트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 그로시아스는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둘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4개의 미러 실드는 단순히 일정 영역을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기능을 더 가지고 있었다.

-놈이 활용할 수 있는 공격을 하면 안 되느니라.

“그럼 공략할 방법이 없어.”

-그러니까 계산을 해야 한다. 저 안에 담길 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을 테니까!

미러 실드는 상대방의 공격을 흡수한 후 반사를 이용하여 힘을 증폭해 반격까지 했다.

그래서 근접전을 이용한 공격은 바로 반탄력에 의해 튕겨지고, 원거리 마법은 반사되어 김강현에게 되돌아 쏘아졌다.

게다가 공격의 방향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잇어 김강현은 어디서 공격이 날아올지 몰라 긴장한 채 있어야 했다.

-분업을 하는 거다. 이 몸이 계산과 함께 마력 배분을 할 테니, 공략법을 찾아라!

“알았어.”

헬릭스는 시간이 갈수록 김강현의 체력과 자신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격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김강현과 그로시아스는 신마력이라는 동일한 힘을 운용하고 있지만, 그로시아스는 드래곤 하트를 이용하여 무한대의 신마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반면 김강현은 헬릭스의 마력과 융합하여 신마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했다.

그렇기에 헬릭스는 타이밍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승부를 본다!’

그래서 그로시아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공략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4시간 안에 승부를 본다.’

반면 그로시아스는 그의 승리를 확신했다.

체력과 신마력의 양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났고, 김강현은 아직까지 미리 실드에 번번이 고생하고 있었다.

그로시아시는 계속 신마력으로 미러 실드를 강화하며, 김강현의 공격을 봉쇄했다.

더불어 마법을 시전한 후 미리 실드를 이용해 방향을 틀거나 위력을 증폭시켰다.

이를 이용하여 천천히 김강현을 몰락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신마력의 흐름이 꼬여?’

신마력의 운용이 이상했다.

마법을 캐스팅하는 데 신마력의 흐름이 버벅거리며 딜레이되었다.

처음에는 싸움으로 인해 피곤이 쌓여 지친 거라 생각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당황하며 원인을 찾기 위해 분석했다.

그리고,

‘이놈이!!!’

그의 몸속에 김강현의 신마력이 뒤섞여 있었다.

김강현의 신마력이 아주 잘게 쪼개져 곳곳에서 그가 운용하는 신마력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치챘나?”

“김강현!!”

“들켰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지.”

그로시아스가 평정심을 잃은 기색이 보이자 김강현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바로 그로시아스에게 흘려놓은 자신의 신마력을 운용한 것이다.

그는 미러 실드가 타인의 공격을 흡수해 강화하는 것을 활용하여, 일부러 미러 실드에 자신의 신마력을 심어두었다.

그로시아스도 자신과 똑같은 신마력을 운용하고 있으니 잘게 쪼개어 숨긴다면 들키지 않을 거란 확신에서였다.

그리하여 단 한 번의 공격을 할 수 있는 분량의 신마력을 그로시아스의 미러 실드에 숨겨놓았다.

“터져라!”

콰아앙!!!

생각과 동시에 김강현은 신마력을 폭발시켜 4개의 미러 실드 중 하나를 깨트리고, 빈 공간이 생기자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로시아스는 급히 미러 실드를 다시 캐스팅하여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김강현의 움직임이 빨랐다.

-오른 방향으로 하나,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하나가 있다.

헬릭스와 협조하여 순식간에 다른 미러 실드의 위치를 파악한 김강현이 안쪽에서 파괴를 시도했다.

콰아아아앙!!

여기서 미러 실드의 치명적인 결점이 나타났다.

외부에서 미러 실드는 완벽한 철벽을 자랑했지만, 내부에서는 약한 거울이나 다름없었다.

솔직히 내부까지 신경을 쓰면 쏟아부어야 하는 신마력의 양과 너무 많았고 컨트롤도 어려웠다.

‘그래서 안쪽에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센서 기능만을 추가했는데……!’

설마 이곳까지 들어와 미러 실드를 공격할 줄이야!

하지만 김강현은 그로시아스가 놓치고 있던 허점을 발견해 이를 공략했다.

-모든 힘을 쏟아부어라!

천금과도 같은 기회에 헬릭스는 쌓아놓았던 모든 신마력의 제어권을 김강현에게 넘겼다.

김강현의 마검에 마치 불길처럼 신마력이 솟구치며 그 크기가 5m에 이르렀다.

“그로시아스!!”

특별한 기술 따위는 없었다.

김강현은 오직 마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그로시아스의 드래곤 하트를 향해 마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마검이 그로시아스의 머리에서부터 전신을 반으로 갈랐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저 두 눈만 크게 부릅떴다.

‘됐다. 손에 느낌이 있었어.’

너무도 순식간에 가른 덕분에 그로시아스에게서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손에 그로시아스를 벤 촉감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이 몸이라 하더라도 절대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느니라!

헬릭스도 인정할 만큼 완벽했기에 김강현은 일수에 죽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 증거로 그로시아스에게서 서서히 생기가 사라지며 신마력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런데 갑자기 그로시아스에게서 생명력이 증폭되더니 순식간에 잃어버린 생기와 힘이 되돌아왔다.

“허억! 정말 위험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간신히 죽음 직전에서 돌아온 그로시아스는 길게 거친 호흡을 내쉬며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늦었다면!’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방금 김강현의 공격은 자신도 당하고 나서야 깨달았을 정도였으니까.

뒤늦게 품고 있던 신의 힘을 이용해서 몸의 회복력을 강제로 끌어내지 못했다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죽었을 것이었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공략해야 하지?”

김강현과 헬릭스는 그로시아스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 번 사용한 방법은 다시 통하지 않을 것이니, 방금과 같은 수는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은 놈을 얕보고 있었던 건가?’

신마력과 신의 힘을 얻은 그로시아스는 자만하고 있었는지 자기 자신을 되짚어보았다.

‘놈과 싸우고 싶었다는 것이 맞겠군. 단순히 그냥 죽이는 것은 너무 아쉬우니까.’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얕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테라에서 겪은 패배를 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을 마친 그로시아스는 내뿜고 있던 신마력을 모두 거두었다.

“예전보다 더 강해졌구나. 설마 이 몸에게 죽음을 선사할 줄 몰랐다.”

“성공했다면 어떻게 살아난 거지?”

“이것 덕분이지.”

말과 함께 그로시아스는 신의 힘을 내뿜었다.

신의 힘은 조각의 형태로 그의 배 속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강한 의지가 필요했다.

신의 조각에 그의 의지가 깃들여 검은빛이 내뿜어지자, 새하얗던 가이아의 영역이 물들기 시작했다.

“김강현, 헬릭스. 지금까지 싸우느라 고생했다. 이제 소멸이라는 신의 철퇴를 받아라!”

그로시아스의 의지가 검은빛이 되어 김강현을 덮쳤다.

-이게 무슨?!

그와 함께 김강현의 머릿속으로 그로시아스가 가진 악의가 전달되었다.

악의는 김강현이 가진 모든 걸 블랙홀처럼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신마력을 시작으로 그의 육신, 기억 등이 하나씩 없어졌다.

본래 모든 것이 일제히 사라질 정도로 강력한 힘이지만, 워낙 김강현의 힘이 강대하여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김강현은 정신을 잃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 차려라! 김강현!! 놈에게 대항해야 하느니라!

헬릭스는 정신없이 김강현에게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김강현은 그로시아스의 의지가 담긴 신의 힘에 점점 모든 신경이 차단당했고, 자신의 자아를 잃어가고 있었다.

‘편안하다.’

어느 순간, 김강현은 검은 배경의 정신세계에서 부유하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지금 죽음이 주는 편안함만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그로시아스와 싸우고 있다는 기억도 지워진 채 그동안 고생했다는 감정과 이제 모든 걸 내려놓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응?’

저 멀리 새하얀 빛들이 보였다.

하지만 김강현은 빛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이 편안한 안락함에 취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 시끄럽게 하네.’

하나둘씩 빛이 사라졌지만, 딱 하나 남은 빛 덩어리만이 계속해서 없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꾸 말소리가 나와 귀가 앵앵거렸다.

“강현아. 제발 건강히 돌아와야 한다.”

“길드장님! 무사해야 합니다!”

“정말 이 세계를 구해주세요!”

“이 위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당신을 믿습니다. 마스터 김!”

빛 덩어리를 없애려던 김강현은 그곳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에 움직임을 멈췄다.

서로 각기 다른 언어로 들려오고 있지만, 그들의 말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테티아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지금 가이아의 영역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전 세계 사람들의 기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현? 이 세계? ……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그들의 말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로시아스……!”

이 공간에서 벗어나야 했다.

“어……?”

그때,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있는 빛 덩어리가 다가오더니 천천히 김강현에게 스며들었다.

따뜻함과 함께 김강현을 중심으로 다시 세상이 환해졌다.

머릿속으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들은 하나의 빛이 되어 자신에게 힘이 되고 있었다.

‘이 빛을 신마력과 합친다면 어떨까?’

생각은 의지가 되어 실현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