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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귀국 (112/119)

2장. 귀국

“성공입니까?”

“다시 혈액 성분을 확인해 보마.”

김강현은 쥐에게서 금천신단의 마기가 없어진 것을 감지하고 묻자, 괴의는 신중하게 다시 검사를 시작했다.

워낙 금천신단이 철저하게 만들어진 터라 신중한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김강현과 검천호는 괴의의 손끝만 바라봤다.

“성공이다! 이 약이면 금천신단의 마기를 없앨 수 있어!”

“아!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네가 했지. 만약 네 기운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약을 만들지 못했을 거다.”

괴의는 쑥스러워하며 공을 김강현에게 돌렸다.

실제로 인피니티 마나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고, 김강현이 구해온 자료가 있었기에 금천신단의 기운을 없앨 수 있는 반천단(反天丹)을 만들 수 있었다.

“반천단의 여유분이 있다면 바로 받을 수 있을까요?”

“혹시 주변에?”

“네. 약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강현의 인피니티 마나라면 충분히 금천신단의 마기를 없앨 수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환자의 체력이 버티지 못할 경우일 터.

괴의는 반천단이 반드시 필요한 이가 일반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있네. 넉넉하게 챙겨줄 테니 가져가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챙겨가.”

말과 함께 괴의는 책상 한쪽에 있던 종이 하나를 건넸다.

그 종이에는 반천단에 들어가는 재료들과 제작 기록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듣기론 한국에서 길드를 크게 운영하고 있다지. 그럼 자네가 가지고 가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좋겠네.”

“정말 그렇게 해도 됩니까?”

김강현은 놀라 되물었, 검천호도 눈을 크게 떴다.

반천단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아직 금천신단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부작용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동안은 천세후에 의해 금천신단의 마기가 제어되고 있었지만 지그문트가 이 힘을 가진 이후 아예 손을 떼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금천신단을 복용한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종종 감정이 날카롭게 변하고 기의 통제가 어려울 때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반천단이 필수적이었다.

“나 혼자선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니 말이야. 게다가 중국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괴의 어르신!”

“고마우면 나중에 중국의 고아들에게 기부 좀 하고.”

“알겠습니다.”

괴의의 결정에 김강현은 크게 감동했다.

만약 그가 반천단의 제작 레시피를 제약 회사에 팔거나 자신이 위탁하여 시장에 유통하기만 해도 상상도 못할 큰돈을 벌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었다.

‘너무 많은 재물은 오히려 나를 해치는 칼이 돼.’

그는 중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소문을 들은 자들이 그를 초빙하면 그때 받은 금액으로 환자들의 약을 사거나 생활비를 충당했다. 지금까지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게다가 빈민가에서는 빈번하게 납치와 살인, 강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남에게 당할 만큼 약하지 않지만 괜한 돈을 소유함으로써 싸움을 불어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럼 언제 떠나나?”

“내일 오전입니다.”

“그렇게 빨리?”

“이곳에 온 목적은 모두 달성했으니까요.”

그 말대로였다.

김강현은 금천신단, 골든 크라운의 마기를 없앨 수 있는 약을 원해서 마교와 싸운 것이었다.

마교를 없애고 약을 얻은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고, 하루라도 빨리 김고엽의 치료를 위해 돌아가야 했다.

다만 출발을 하루 늦춘 것은 이곳에서 만난 인연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 * *

“마셔!!”

“마시고 죽자!!”

“오늘은 배 터지도록 먹고 마시는 거야!!”

그날 저녁, 무림맹 근처의 호텔 뷔페장에 진위혁과 제갈명, 그리고 천룡대가 모였다.

원래 식당을 예약하려고 했지만 주변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장소가 없었고, 대규모의 인원과 골고루 음식을 먹기 위해선 호텔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덕분에 사람들은 자유롭게 음식을 먹으며 술과 음료를 즐겼다.

“이제 가면 언제 볼 수 있나?”

“머지않을 겁니다. 그 이유는 아시지 않습니까?”

“후우, 주석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군.”

“무조건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류의 멸망이 달린 문제이니까요.”

“어쨌든 반발이 있더라도 진행하도록 하지.”

시끄러운 가운데 김강현과 진위혁은 마계와의 싸움을 대비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며칠 동안 하오문의 도움을 받아 알아보니 중국에서도 마계의 흔적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진위혁과 제갈명은 마교와의 싸움에 참여한 이들의 공적을 나누며 기뻐했을 테지만, 그럴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무림맹의 장로들과 각 세력에서 반발이 있었다.

마교와의 싸움이 끝났는데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하는 기색이 보이자 의심과 불신이 쌓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겐 허무맹랑한 마왕을 알릴 수 없으니.’

그래서 대외적으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천세후가 살아 있고, 잔당을 모아 마교를 일으킬 수 있으니 그 경계를 하기 위함이라고 공표했다. 그 덕에 각 세력들은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위혁과 제갈명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여기 선물입니다.”

“선물?”

“네. 천룡대와 무인들의 힘을 키우는 데 많이 도움될 겁니다.”

김강현은 말과 함께 2권의 책을 건넸고, 그들은 각자 책을 살폈다.

“저, 정말 이걸 주는 건가?”

“진심입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두 분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있지만요.”

“정말 큰 선물이야.”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진위혁과 제갈명은 감동하며 말을 이었다.

김강현이 전달한 것은 테라의 최상급 무술로 마족들을 상대할 때 유용한 실전기들을 담은 책자였다. 즉, 현재로 치면 A급에서 S급에 해당하는 스킬들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스승과 제자 관계라 해도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신중한데, 김강현이 이렇게 고위급 스킬들을 베풀 줄은 생각지 못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고마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되니 마교와의 싸움에서부터 현재까지 굉장히 많은 것을 빚진 두 사람의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대주님.”

“맞습니다. 대주님이 아니었다면 이번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어느 정도 진위혁, 제갈명과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주변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천룡대원들이 다가와 술을 건넸다.

김강현은 그들에게 술을 받으며, 함께 하느라고 고생했고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며 격려했다.

“중국도 작은 곳이 아니지만, 실력이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것도 추천해. 이곳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배울 것도 많을 거야.”

“그렇습니까?”

천룡대원들과 이야기하며 자신이 테라와 지구에서 겪은 이야기를 조금 각색하여 들려주었다.

그들은 김강현과 비슷한 또래로 문파와 가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덕분에 외부의 세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꿈을 꾸는 작은 계기가 되었다.

그 뒤에도 김강현은 중국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그런데 지그문트는 어떻게 움직이려는 걸까?’

마교와의 싸움이 끝난 후, 미셀에게 연락하여 지구 곳곳에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확인하고 록스와 지그문트의 행방을 좇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답변에는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내용만이 적혀 있었다.

하와이에 있었던 것은 확실한데 이후 행방이 마치 귀신처럼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날짜는 천세후의 육체는 얻은 날로, 그동안 자신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 * *

“괜찮으십니까?”

“아주 만족스럽다. 육체를 바꾸는 것이 모험이었으나 성공적이야.”

지그문트는 양손을 쥐었다 펴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확실히 키메라 세포로 육체의 한계를 초월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질이 다르다 보니 예전 육체보다 몇 단계는 성능이 뛰어났다.

“그런데 마교 교주, 천세후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직 이 안에 있다.”

록스의 질문에 지그문트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완전히 소멸시킨 것이 아니었습니까?”

“공을 들였음에도 쉽지 않아. 대신 나오지 못하게 철저히 봉인했으니 몸의 제어권을 뺏기는 일은 없을 거다.”

본래 하나의 육신에 하나의 영혼만이 존재하는 것이 생명의 법칙.

하지만 천세후는 천마의 힘을 이용해 지그문트에게 대항하여, 간신히 소멸되지 않고 다시 자신의 육신을 되찾기 위해 버티는 중이었다.

때문에 지그문트는 육체의 제어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에다 정신 계열의 마법과 봉인 마법을 부여하여 천세후가 이상한 술수를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말 마왕님의 생각은 따라갈 수 없구나.’

한때, 록스는 천세후가 자신들의 계획에 방해가 될 것을 고려하여 그를 미리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지그문트의 명령에 의해 온전히 살려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큰 복으로 돌아오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보다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느냐?”

“차질 없이 진행됩니다. 앞서 마교 놈들이 골든 크라운을 전 세계에 뿌려 심어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연결된 인간들의 힘이 감지되는구나. 이를 이용하면 쉽게 인간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겠어. ‘문’을 여는 건 어떻게 됐지?”

“십여 군데를 정했고, 최종 장소를 선별 중입니다. 아무래도 다시없는 기회이다 보니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지. 다만, 너무 신중을 기하면 오히려 놈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것이야.”

지난 패배가 있었기에, 지그문트는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

마교와의 싸움에서 지그문트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적으로 드러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언론은 조용했다.

이곳은 정보의 공유가 빨라 1시간도 되지 않아 지구 반대편의 일을 알 수 있는데 아직도 세상이 조용하다는 것은 정보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일 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의 움직임이 발각되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록스와 지그문트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 우릴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터. 서둘러 장소를 정하고 준비해라.”

“네. 차질이 없도록 진행하겠습니다.”

김강현과 다시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 * *

“오셨습니까? 부회장님.”

“인사는 나중에요. 일단 집으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국에 귀국한 김강현은 공항을 나오자마자 바로 이명원의 안내를 따라 차에 탔다.

사전에 미리 도착 시간을 알고 있던 이명원이 마중을 나왔고, 두 사람은 반가운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급히 움직였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혹시 약은?”

“네. 여러 사람의 도움의 구했습니다. 할아버지의 건강은 어떤가요?”

“후우. 지난주부터 점점 상태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두 사람은 김고엽의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고엽은 김강현과 이유하가 만든 약 덕분에 3일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깨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버렸다.

그러자 점점 금천신단의 기운이 강해지며 약의 효능이 줄어들어 갔고, 깨어 있는 시간에 멍하니 보내거나 종종 기억을 잊어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유하는 가족들과 상의하여 마력 억제제를 계속 투여하되 일시적으로 가사 상태로 만들었다.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다행히 이를 대비한 약을 만들어왔으나 직접 보고 결정해야겠습니다.”

사전에 김강현은 이유하로부터 소식을 들었으나, 직접 이명원으로부터 들으니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부디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김강현은 품속의 반천단을 만지작거렸다.

이것마저 효과가 없다면 더 이상 김고엽을 소생시킬 방법이 없었다.

이명원은 초조한 김강현의 표정을 읽고, 자동차의 액셀을 세게 밟았다.

* * *

“강현아!”

“오빠!”

집에 도착하니 모든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는데, 김강현은 가볍게 인사하고 김고엽의 방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이유하가 실시간으로 김고엽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왔어요?”

“상황은 비서실장님에게 들었어. 지금 상태는?”

“일부러 가사 상태를 만들었어요. 깨어날수록 기억이 지워져서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흐음.”

김강현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냉정하게 김고엽을 살폈다.

‘마력이 골수에까지 미치기 직전이야. 이대로 반천단을 복용해도 소용없어.’

앞서 쥐를 통해 반천단의 효능을 확인했지만 단순히 몸에 있는 마력을 제거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김고엽의 몸에는 마력이 혈맥에까지 파고 들어가 있어 쉽게 제거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하야, 이 약의 성분을 수액 형태로 바꿀 수 있을까?”

“잠깐 확인할게요.”

원래 반천단을 직접 복용하는 것이 좋으나, 이유하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깨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게다가 일어났을 때 본인이 혼란스러워 약을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이유하는 김강현의 말과 함께 반천단을 받았다.

“어렵지 않아요. 금방 할 수 있겠네요.”

“그럼 바꾼 후 바로 투여 부탁할게.”

“알았어요.”

이유하가 반천단을 플라스크에 넣은 후 몇 가지 액체를 조합해 넣자 바로 녹으며 스며들어 갔다. 그녀는 바로 주사기를 통해 김고엽에게 바로 투여했다.

“지금부터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와 할아버지 몸을 건드리지 말아야 해.”

“설마?”

“혹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부탁할게.”

말과 함께 김강현은 김고엽의 손목을 통해 인피니티 마나를 흘려보냈다.

‘단순히 약 성분을 몸에 퍼트리는 것이 아니라 약 기운을 증폭시켜 골수에 스며든 마력을 없애야 해.’

처음부터 이 방법으로 김고엽의 몸에 퍼진 마력을 없애려고 했지만 당시 그의 체력과 건강이 좋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동안 이유하의 꾸준한 관리 덕에 몸 상태가 호전되었다.

그리고 괴의가 만든 반천단의 안전성을 믿었다.

“제발. 성공하길!”

더 이상 자신으로써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이유하는 김강현을 믿고 기도할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침대에 누워 있는 김고엽의 몸이 들썩거렸고, 김강현의 이마에서는 땀방울들이 맺혔다.

‘체력이 올라왔어도 쉽지 않아.’

혈맥 곳곳에 마력이 스며들어 있었고, 단단히 협착되어 떨어트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김강현은 포기하지 않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마력을 제거해 나갔다. 다행히 반천단이 도와주어 김고엽에게 부담이 되지 않아 생각보다 수월했다.

“후우.”

“어떻게 됐나요?”

“무사히 마력을 제거했는데, 그 후유증이 있을까 봐 걱정이야.”

“그건 걱정 마세요. 그동안 치료하면서 알아본 신약들을 활용하면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거예요.”

치료가 끝난 후 김강현의 말에 이유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김고엽을 치료하면서 의학적 지식을 쌓으면서 여러 의사들과도 친분을 다졌다.

이 과정에서 신약들도 알게 되었지만, 김고엽에 몸에 여전히 마력이 남아 있어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마력이 사라진 이상 어느 누구보다 빠르게 회복시킬 자신이 있었다.

“서, 성공이라고?”

“강현아. 고생했다! 고생했어.”

“다행이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방 안으로 들어와 김강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금방 할아버지는 언제 깨어나?”

“마력을 제거하면서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가 나타나 금방 정신을 차리실 겁니다.”

김유나의 질문에 답하자 모든 가족들이 조용히 김고엽에게 집중했다.

“으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음 소리와 함께 김고엽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보았고, 천천히 김고엽의 눈이 떠지며 입이 열렸다.

“이번에도 꿈인가? 이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건 오랜만이군.”

그런데 입을 연 김고엽의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마치 꿈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

김강현은 정확한 사정을 알기 위해 이유하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깨어나지 못하셨지만, 마력 때문에 가사상태에서도 정신만큼은 깨어 있으셨던 거 같아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에 김강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동안 투여된 마력 제거제에는 깨어나는 것을 돕기 위한 각성제가 소량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이 투여되지 않는 동안 계속 꿈을 꾸며 정신만큼은 종종 깨어난 모양이었다.

그때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덕분에 아직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할아버지가 보고 계신 건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김강현은 지금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시키기 위해, 그의 손목을 통해 마나를 흘려 충격을 주었다. 만약 지금이 꿈속이라면 전혀 고통 따윈 느끼지 못할 테니까.

그제야 김고엽은 그제야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깨달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 강현이?”

“네. 드디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찾아 복용하신 상태입니다.”

“끄응.”

“아직 무리하지는 마세요. 치료가 막 끝난 직후라 몸에 피로가 많이 쌓였습니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저주 같았던 병에서 벗어나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던 김고엽은 김강현과 이유하의 제지에 만류당했다.

더불어 다른 가족들도 일어나지 말고 누워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다.

“고맙다. 그리고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아니야. 만약 네가 없었으면 이대로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야. 그렇지 않아도 네 엄마가 매일 내 방에 들어와 네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이야기하더구나.”

“그걸 어떻게…….”

뒤쪽에 서 있던 이수진은 김고엽의 말에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오전과 오후에 짧게나마 시간을 내어 정신을 잃고 있던 김고엽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녀는 김고엽이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앞서 말한대로 무의식중에 각성상태가 일어나 자신도 모르게 외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족들은 가사 상태의 김고엽을 이수진이 정성껏 보살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지극정성이었단 것을 다시 깨달았다.

실제로 수술 중 환자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되었을 때 의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적적으로 삶의 의지를 찾아 되살아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강현은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잠이 계속 오는구나.”

“지금 깨어난 건 약의 각성 효과 때문이라, 일시적으로 깨어난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푹 주무세요.”

“으음.”

이번에 깨어난 것이 실수일까 봐, 치료가 완벽하게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두려웠다.

“다음에도 너를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예전과 몸이 많이 달라졌어도, 김강현의 말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잠을 청하는 김고엽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 *

“이것이 마지막인가요?”

“네, 고생하셨습니다. 부회장님.”

“아닙니다, 실장님. 오히려 제가 없는 사이 많은 일들을 잘 처리해주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고엽의 치료가 끝나자 김강현은 바로 US그룹을 방문했다.

그동안 해외 출장이라는 명분으로 자리를 비웠는데, 갑자기 김강현이 나타나자 임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맞이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허례의식을 싫어하는 김강현은 임직원들을 물리고 강려원에게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이 결제해야 할 보고서를 올리게 한 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서류를 확인하며 그녀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 전지의 상용화와 자동차의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네요. 그리고 다른 제품들의 상용화도 고려하고 있고요.”

“네. 하지만 마나석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전까진 상용화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전략기획팀에서 생각하고 있는 마나 전지의 상용화는 각 국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공장을 돌리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소비재는 아직 전기였다.

천연 에너지로 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여 전기를 생산하는데, 여기엔 환경오염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마나 전지를 활용한 시스템을 적용시킬 수 있다면 환경오염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마나석이 한정적이며 등급도 천차만별이기에 상용화 직전의 개발 단계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계속 개발을 진행해서 상용화시킬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그 기술을 꺼내야 할 때인가?’

김강현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마나석을 떠올렸다.

* * *

당연히 인공 마나석은 던전 몬스터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나석보다 질이 좋지 않았다.

지구에 마나석 광산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헬릭스를 통해 알아보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강현은 지구에서 인공 마나석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파악해, 시험 삼아 만들어 보았다. 그러자 B급과 C급의 인공 마나석을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힘이 부족해.’

현재 마나석의 수요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각 기업들과 나라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헌터들의 무기 강화와 아티팩트 제작 때문에도 등급이 높은 마나석은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US그룹에서 인공 마나석을 제작한다면 욕심 많은 기업들과 나라들이 빼앗기 위해 달려들 것이었다.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자신을 비롯한 US그룹, 그리고 테라 길드가 예전과 달리 힘을 키웠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상대하기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힘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 같은 힘이 아직 더 필요했기에 철저하게 마나 전지를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 마나석을 발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우진 사장님은 그곳에서 잘 지냅니까?”

강려원의 설명을 들으며 마지막 서류에 사인한 김강현이 문득 생각나 물었다.

주주총회 이후 김강현은 김우진이 US그룹에서 실각당했으며 법적 재판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바로 중국으로 떠났기 때문에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김우진에 대한 소식은 일부러 차단했다.

“담당 변호사가 종종 회장님에게 연락해서 소식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비서실장님이 잘 아실 거예요.”

“그래도 핏줄은 쉽게 끊을 수 없나 보네요.”

그 말대로였다.

김우진은 김강현과 김고엽을 죽이려 했다.

대문에 김고엽은 충분히 법원이 김우진에게 무기징역을 내릴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식인지라 회사와 관련된 내용은 엄히 처벌하고 살인청부에 대한 내용은 감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덕분에 김우진은 법원으로부터 10년 징역형을 부여받고, 수감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US그룹의 영향력이 컸기에, 교도소에선 김우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년 징역형이 끝나면 김우진이 다시 US그룹에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니, 그 전에 김강현이 모든 권력을 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완전히 회사로 복귀하시는 겁니까?”

밀린 결제가 모두 마무리되자 강려원이 궁금한 듯 물었다.

김강현은 헌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경영인으로서의 실력도 뛰어났다.

강려원이 김강현의 실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간에 있었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실무보다는 결정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작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사불란에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혹시 실패가 있다면 그 책임은 결정권자에게 돌아갈 것이기에, 결정을 내리기 앞서 굉장히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려원이 보는 김강현은 결정도 빠른 데다가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분석도 뛰어났다.

때로는 너무 무모할 정도로 대책이 없지만 결론만 보았을 때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곤 했다.

“아직은요. 그렇지만 1년 안에 헌터를 그만두고 경영인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저, 정말인가요?”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입니다. 가족들 제외하고는 강 실장님에게 말하는 거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평소 감정 표현이 철저하나 이 순간만큼은 놀란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김강현은 S급 헌터로 유명하고, 거기다 테라 길드라는 소수 정예의 헌터들을 이끌고 있는 길드장이었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자연스레 권력과 힘을 가지게 될 터인데 이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3개월! 이 안에 지그문트는 승부를 걸겠지.’

마교와의 싸움이 끝난 직후 김강현은 다시 지그문트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3개월로 잡았다.

또한 그 뒷정리까지 계산하니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거라 예상되었다.

‘모든 게 끝나면 헌터의 시대가 마무리되지 않을까?’

김강현은 지금 지구에 던전과 몬스터, 그리고 마왕 지그문트가 나타난 것이 자신과의 인과 관계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

‘그건 테티아도 마찬가지야.’

현재 헌터가 되기 위한 ‘각성’은 가이아의 의지를 받드는 테티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녀도 김강현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시작은 김강현이었다.

그래서 지그문트를 쓰러트리고 모든 던전을 닫으면 이 세상에서 헌터도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김강현과 테티아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 부회장님. 그러고 보니 연화그룹에서 미팅 요청이 있었습니다.”

“전략기획실이나 관련 부서에서 진행할 순 없나요?”

“그게 연철무 회장님께서 직접 부회장님을 지목하셨어요.”

“알겠습니다. 전 괜찮으니 빠른 시간 안에 일정을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무슨 일로 공적인 자리를 만드시는 거지?’

그동안 연철무는 연화그룹과 US그룹의 일로 만나자고 요청했던 일이 드물었다.

설사 일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연락해 처리했었고, 회사를 통해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 * *

“어서 와라. 중국에 갔다 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들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평소하고 똑같지.”

그날 저녁, 김강현은 연철무가 예약한 일식집에서 바로 만나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굉장히 연철무가 굉장히 초조하고 다급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얼굴을 보자 안부를 묻고 평소처럼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천호 녀석은 왜 귀국하지 않은 거냐?”

“오랜만에 중국 방문하셨다고 좀 더 지내고 오신다고 하네요.”

“그래? 혹시 괜찮은 상대라도 발견한 거냐?”

“글쎄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검천호의 안부에 대한 내용이 나오자 김강현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검천호는 김강현과 함께 귀국할 계획이었으나, 연철무의 예상대로였다.

강마 제무월과의 싸움이 아쉽게 끝난 후 주변을 둘러보니 무림맹주 진위혁이 그의 눈에 띈 것이다.

게다가 진위혁도 제무월과 동등하게 싸우던 검천호의 무력이 인상 깊게 뇌리에 남아 있었다.

결국 마교와의 싸움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종종 술을 마시더니 친해졌고 대련도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자 연철무는 살짝 안색이 굳이고 입을 열었다.

“바로 본론을 꺼내마. US그룹의 헌터 사업에 연화그룹이 한 발 걸치고 싶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나 전지와 자동차.”

연철무의 말에 김강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역시 완벽한 비밀은 없구나.’

마나 전지는 자신이 유럽으로 떠날 때 공개했으니 벌써 반년 이상이 훌쩍 지난 뒤였다.

연구 인원을 최소로 하고 소문이 나는 것을 막고 있었지만 이미 다른 기업들은 US그룹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파헤친 모양이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가 아니었으면 나 또한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천연 수소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드나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떠올렸네만, US그룹은 자동차 분야가 약하지 않느냐? 게다가 다른 회사에서 몇 단계는 앞서서 개발하고 실용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

“으음.”

“그런데 US그룹과 최영하 엔지니어와의 연결점이 보이더구나. 만약 다른 회사들을 이기려면 어떤 자동차를 개발해야 할까. 그때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대한 소문도 접했지.”

“대단하시네요. 맞습니다.”

김강현은 순순히 인정했다.

이미 상대방은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상태이니 발뺌해 봤자 서로의 감정만 상할 뿐이었다.

‘최영하 엔지니어가 컸어.’

설마 그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연철무의 연배를 생각하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고, 트렌드와 소문을 조합하면 충분히 낼 수 있는 결론이었다.

“대가는 무엇입니까?”

이 순간, 김강현은 US그룹의 부회장으로 스위치를 바꾸며 말했다.

“솔직히 US그룹만으로 이 사업을 끌어가긴 쉽지 않을 거야. US그룹에 대한 지지와 함께 다른 회사의 공격을 막아주지.”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당연하지. 그래서 연화그룹이 진행하는 헌터 관련 사업의 지분을 넘긴다면 어떠냐?”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빅딜에 김강현이 놀라 소리쳤다.

“당연한 것이야. US그룹이 마나 전지를 세상에 오픈하는 순간 자동차를 비롯해서 세계 경제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럼 기존의 헌터 관련 사업들은 어떻게 될까? 마나석보다는 과학과 융합 가능한 마나 시스템으로 운영되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알아보니 세계정세가 심상치 않아.”

‘역시 시야를 보는 안목은 무시할 수 없구나.’

그의 말에 김강현은 눈앞의 있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연화그룹과 한국 헌터계에서 거대 길드를 이끌고 있는 연화길드의 안목은 역시 무서웠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연화그룹과 길드의 정보들을 계속해서 살피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방도를 고민한 결과가 김강현과 손을 잡는 것이었다.

“연화그룹과는 이야기가 된 겁니까?”

“임원들과는 이야기를 했다. 최소한 이런 딜을 하는 데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라. 그동안 연화그룹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인력이 들어간다면 상용화시키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지금 US그룹의 단점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김강현의 지식을 이용하여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을 뿐, 상용화시킬 수 있는 기기들과 인력은 아무것도 세팅하지 못했다.

만약 연화그룹의 지분을 가져올 수 있다면 시간과 돈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실무는 직원들에게 맡기는 게 좋겠죠. 저희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진행하겠습니다.”

“고맙구나.”

“별말씀을요.”

생각이 일치하자 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실무진들에 대한 조율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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