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마교 잠입 (108/119)

8장. 마교 잠입

“폐허에서 이거 하나 발견되었다고?”

“네. 죄송합니다.”

“후우. 요새 일들이 잘 풀리지 않는군.”

천세후는 귀마의 보고에 한숨만 나왔다.

사전에 록스를 공격한 이유는 무림맹과의 싸우기 전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함이었지만, 그동안 그가 연구한 자료를 습득하기 위해서도 있었다.

록스가 실험에 참여한 이후 실적이 높아졌으며, 연구자들이 배우는 것도 많았다.

“고작 상자 하나뿐이라고?”

그들이 붕괴시킨 연구실에는 손바닥 크기의 작은 상자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들을 감시하던 마인들은 보고를 위해 밖에 나와 있던 터라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

천세후는 착잡한 미소와 함께 상자를 열었다.

“약이라고?”

안에는 엄지손톱 크기의 검은색 환약과 종이가 들어 있었다.

“정말 이게 도움이 될까?”

종이에는 간단한 안부와 함께 깊은 상처를 입거나 마기가 부족할 시 이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회복하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환약에서는 영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운이 감지되었다.

‘한데 느낌이 좋지 않아.’

다크니스에서 활동할 때의 록스와 마교에서 지냈을 때의 록스는 괴리감이 있을 정도로 다른 사람 같았다.

마교에서 본 록스는 가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불안한 생각이 든 천세후는 귀마를 통해 약 성분을 조사해 보았으나 이상이 없으며, 지금 복용해도 일정량의 마기를 얻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니 보관해 두지.”

정말 자신의 목숨이 위급해질지는 알 수 없는 일. 결국 그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써볼만한 패라고 생각하여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록스와 지그문트에 대한 생각은 지우고, 앞으로 닥칠 무림맹과의 싸움을 구상했다.

* * *

천룡대의 활약으로 사천에서 강마대를 물리치자 기세를 이어 곳곳에서 무림맹의 진격이 시작됐다.

드디어 제갈명의 전략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사전 정보를 통해 신강은 대외적으로 중국의 영토이나 거의 마교의 영토나 다름없다는 것을 파악한 그들은 정보의 노출을 적게 하기 위해 일부러 일찍 신강으로 움직였다.

덕분에 마교의 선봉으로 나섰던 강마대는 여러 번의 격전 끝에 패배하여 다시 마교의 성으로 귀환했고, 이 소식을 듣자 무림맹의 사기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또한 이들은 신강으로 들어가는 지원도 끊어 버렸다.

마교에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생필품이 필요했다.

이를 막은 것은 철저하게 그들을 고립시키고 씨를 말리겠다는 무림맹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군사 자격은 버려야지.”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한 귀마는 몇 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생필품을 지하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도달이나 할까?”

그는 절대로 무림맹이 마교 내부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몇백 년 전부터 선대 귀마들은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대처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

이는 무림맹의 선봉인 천룡대가 마교 주변에 도착한 후 직접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성이라고?”

“그냥 요새잖아!”

“하아, 어떻게 공략하지?”

마교 주변을 둘러보자 암담함과 허탈감이 섞인 탄성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교는 성안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정면을 제외한 삼면이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게다가 성벽 위에 포탄을 비롯한 각종 마법 장비들이 세팅되어 철저하게 감시해 철통 방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헬릭스가 힘들 거라고 이야기했구나.’

김강현은 헬릭스가 왜 마교 외곽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었는지 깨달았다.

이건 단순하게 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이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정문이 아닌 우회를 선택하는 게 맞지만, 싸우기도 전에 지쳐 쓰러지겠어.’

암벽에는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함정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자연적으로 거센 바람이 몰아쳐 올라가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암벽을 올라갔다간 기다리고 있는 적에 의해 대항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안에서 분란을 치는 건 어떨까?’

김강현과 검천호는 성벽을 넘어 몰래 안으로 들어갈 실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혼란을 일으키기엔 안의 상황을 자세히 모르고, 천룡대의 수장으로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근처에 진지를 세우고 놈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김강현은 고민 끝에 마교의 성과 10㎞ 정도 떨어진 곳에 진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천세후를 비롯한 고귀급 마인들에게는 단숨에 돌파할 수 있는 거리지만, 김강현과 검천호가 위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위험을 감지하고 대처하기 적당한 거리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마교의 세작들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상당히 절망적이군요.

“생각해 놓은 전략이 있습니까?”

-시간이 길어지면 불리한 만큼, 도착하면 바로 공성전으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김강현은 본진의 제갈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제갈명은 중간급의 마인을 세작으로 투입하여 정기 보고를 받고 있었으나, 마교와의 전쟁이 시작한 이후 경계가 심해져 전달이 차단되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루라도 빨리 이 전쟁을 마무리하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시간에도 경제 지표 지수가 떨어지고 각 국가에서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협박과 경제 협력 사업들이 미뤄지고 있었다.

폐쇄적인 당의 정책과 주석의 회담을 이용하여 막고 있으나 당의 인내심은 길지 않을 터였다. 이를 위해 제갈명은 공성 병기와 각종 아티팩트를 챙겼다.

-이틀 후에 도착입니다. 그때까지 마교의 성을 공략할 방법을 조금이라도 구상해 주십시오.

최대한 일정을 조율한 것이 이틀이었다.

물론 마교도 나름 준비를 했겠지만, 눈앞에 천룡대가 있으니 쉽게 움직이지 못할 터.

제갈명은 천룡대를 길들이고, 내부에서도 패배할 거라 믿었던 강마대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김강현에게 한 줄기 희망을 걸었다.

“알겠습니다. 계획을 짜도록 하죠.”

어쩔 수 없이 김강현은 수락하며 고민에 빠졌다.

* * *

“어렵네. 어려워.”

김강현은 검천호와 마교의 성을 둘러싼 암벽들을 둘러본 후 복귀하여 지도를 펼쳤다.

“목표는 일주일 이내 성을 공략하는 것. 과연 약점이 있을까?”

하루 동안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답이 보이지 않았다.

쉽게 답을 찾았다면 제갈명도 고심하지 않았을 것이나 마교의 대책이 너무도 완벽했다.

식수는 암벽 사이로 물이 공급되고 있었고, 내부에는 커다란 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로 몰래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마 성벽 주변에 마나 감지 장치를 설치했을 줄은…….”

마인 특유의 마기를 지니지 않으면 적으로 인지하고 경보가 울리게 설치되어 있었다.

덕분에 가볍게 성벽을 뛰어넘어 내부로 잠입한다는 계획은 철회되었다.

헬릭스는 순수한 마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지 장치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고민이 많은 듯하군.”

“마력?!”

그때, 목소리와 함께 낯선 마력이 천막 밖에서 느껴졌다.

검천호와 함께 감각을 열어놓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김강현은 급히 경계를 취했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저 헬릭스처럼 대화를 하러 온 것이니까.”

‘자, 잠깐. 이 마력은?’

그런데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특히 상대는 두 가지 마력이 섞여 있었는데 하나는 김강현이 잊을 수 없는 자의 것이었다.

게다가 헬릭스의 이름이 언급되자 한 사람이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그문트?”

“그래. 짧은 시간이지만 꽤 강해졌구나.”

“그 모습은…….”

말과 함께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김강현이 기억하고 있는 지그문트가 아니었다.

분명 지그문트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을 터인데, 그의 눈앞에는 40대 중반의 남성이 서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나를 감시하던 녀석이지. 지금은 내 마리오네트로 쓰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짧은 말이지만 숨은 뜻을 읽은 김강현은 대략 지그문트의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은 마교에 없다는 말이구나. 만약 주변에 있었으면 직접 나타났겠지.”

“아아.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지금 하와이라는 곳에 와 있는데 날씨가 선선하니 나쁘지 않아.”

지그문트는 미소를 띠며 답했다.

천세후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마법을 걸었던 지그문트는 복합적인 마법을 펼쳐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무림맹과 마교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김강현의 마나가 느껴지자 마리오네트를 움직인 것이었고 말이다.

원래 마인인 그는 마교의 감지 시스템에 걸리지 않고 자유롭게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김강현을 조용히 찾아올 수 있었다.

“단순히 인사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목적이 뭐냐?”

“나쁘지 않은 제안을 하러 왔다. 내부로 들어가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었을 테지. 그렇지 않느냐?”

“그래서? 도움을 주겠다는 건가?”

정확하게 고민을 짚어내자 김강현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그문트는 단 한 번도 거처와 연구실 밖으로 나간 적이 없지만, 외부를 드나드는 감시자들을 통해 마교 내부의 지리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러 왔다.”

“무슨 꿍꿍이지?”

지그문트는 무림맹과 마교의 싸움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존재였다.

마교에 숨어 있던 것도 세계헌터협회와 자신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나중에 김강현과 적으로 싸울 사이기에 도움을 줄 이유 따윈 없었다.

“그냥 마왕의 변덕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군.”

지그문트는 말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훗날 자신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조금이라도 인간의 힘이 약해져 있다면 그의 입장에선 이득이었다. 더불어 마리오네트를 통해 김강현의 힘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내 말을 믿을지 말지는 네 판단에 맞기지.”

말과 함께 지그문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루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지 못했던 거구나.’

말을 들어 보니 기가 막힌 장소를 통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루트가 존재하고 있었다. 만약 내부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찾지 못할 길이었다.

“그럼 멀리서나마 승리를 기원하지.”

이야기가 끝나자 지그문트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고, 김강현은 머릿속으로 그의 말을 곱씹었다.

“혼자서 결정하기엔 어렵겠어.”

김강현은 생각 정리가 끝나자 바로 제갈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 * *

“옛날에는 탈출이 완전 불가능한 루트였네.”

“맞아. 그나마 우리들은 장비들로 무장했기에 망정이지. 우와.”

“전방에 석회석들이 있으니 조심해.”

천룡대원들을 동굴의 급류에 몸을 맡긴 채 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선두에 선 이들은 수시로 전방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앞으로 2시간 더 남았으니 체력 보존에 신경 쓰도록!”

“알겠습니다.”

‘설마 마교의 무저갱을 통해 내부로 잠입할 줄은 몰랐겠지.’

성의 나머지 삼면을 둘러싼 암벽에는. 몇 개의 동굴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마교 내부로 들어가는 수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맥은 마교의 무저갱과 연결되어 있었다.

마교의 감옥인 무저갱은 과거와 달리 현재 마인들의 수련 장소로 쓰이고 있어 원활하게 외성과 내성을 들락날락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수맥의 급류를 타고 장기간 이동해야 하고, 도착하는 즉시 적의 함정에 빠져 전멸을 당할 가능성도 있어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대주들과의 회의 끝에 이 방법이 아니면 싸움의 끝이 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여기를 탈출했던 죄수들이 있을까?”

“거의 불가능할걸?”

다행히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서 가니 체력 소모가 덜했다. 게다가 체온 하락 방지와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 아티팩트로 완전 무장했다.

그들의 이야기대로 과거 무저갱 죄수들 또한 이 수맥으로 탈출을 시도했었으나 실패했다.

빠르게 흐르는 급류를 거꾸로 올라가야 하며, 곳곳에 날카로운 석회석들이 박혀 있어 상처가 나면 과다 출혈로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한 무저갱의 죄수들은 금제로 인해 일반 사람들이나 다름없어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장기간 버틸 수도 없었다.

“대주님. 마교의 움직임은 경계 태세라고 합니다.”

“본진의 도착 예정 시간이 20시였지?”

“네. 그렇습니다.”

“끝까지 마나 감지 아티팩트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에 주의하도록.”

‘제갈상과 검 어르신이 놈들의 시선을 잘 끌어줘야 할 텐데.’

400명의 천룡대원 중 100명의 천룡대원은 거점에 두고 300명만 은밀히 움직였다.

어쩌면 바로 눈치챘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눈속임을 위해 검천호도 거점에서 대기하며 마인들을 경계하기로 했다.

김강현은 이들이 속아주길 바라며 마교 내부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을 가다듬었다.

* * *

“무사히 성공해야 할 텐데.”

제갈명은 본진의 무인들을 이끌고 가는 중 불안함에 계속 시간을 체크했다.

천룡대가 이끄는 이번 작전은 본 그는 그 과감함에 할 말을 잃었다.

‘우리가 도착 전에 내부 정리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먼저 천룡대 무력의 3분의 2를 동원하여 무저갱으로 들어간 뒤 그곳을 점령한다.

그 후 무림맹의 본진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외성의 문을 열어 바로 마교의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서포트를 한다는 계획.

진위혁도 이 내용을 듣자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지만, 희생 없이 승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림맹 무인들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천세후와 귀마에게 들어가고 있었고, 도착 후 시간을 끌면 마교에게 상세한 작전을 계획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잘 해낼 걸세.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진 맹주님.”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 아닌가? 그저 믿을 수밖에.”

위험이 큰 작전이기에 진위혁과 제갈명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천룡대의 의지가 워낙 굳세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정말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작전은 상관없이 살아남을 것!

살아 있다면 무림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김강현과 천룡대의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무림맹의 진군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췄다. 마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공세를 취할 것이기에 무작정 진군했다간 싸우기 전에 지쳐 쓰러질 것이었다.

무림맹 간부들에겐 천룡대의 작전에 대해선 공유하지 않았고, 바로 싸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휴식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충분히 설득이 되었다.

진위혁과 제갈명은 김강현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도착 후 바로 공격 태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며 이동을 재촉했다.

* * *

“후우~!”

“우와. 죽다 살아났네.”

“여기가 무저갱?”

정적만이 흐르던 무저갱의 저수지에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곳은 외부의 수맥들이 유일하게 하나로 합쳐지는 곳으로 무저갱에서 필요한 물은 모두 이곳에서 공급받고 있었다.

무저갱에 도착하자 신기한 듯 한마디씩 내뱉는 천룡대원들의 얼굴에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실려 있었다. 그만큼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길이 매우 험난했다.

막판에는 세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이 간신히 한 명 정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아져, 거꾸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서로 부딪치지 않게 고생해야 했다.

“남궁호.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올 테니 여기서 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팽연과 함께 대기하도록.”

“대주님. 위험합니다. 차라리 체력이 남은 대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편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기에 혼자 움직이는 거야. 최악의 경우 싸우기 전에 고립될 수 있으니까.”

“흐음. 알겠습니다.”

그나마 김강현은 다른 이들보다 강한 덕분에 체력이 남아 있었다.

천룡대원들을 보니 체력이 완전히 바닥인지 산소마스크를 벗자 다들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확실히 땅속 깊이 위치하다 보니 숨쉬기가 쉽지 않아’

힐끔 살펴보니 다들 컨디션 상태가 좋지 않고, 동굴 내 산소가 부족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김강현은 남궁호에게 뒤를 맡기고, 은밀히 길을 따라 움직였다.

‘다행히 길은 복잡하지 않아.’

그는 마나를 흩뿌리며 동굴 내부의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무려 300명의 인원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누군가의 움직임이 들키게 되면 다른 이들 또한 바로 싸우게 될 것이기에 신중하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 온다!’

그때, 앞쪽에서 마인들의 인기척과 마기가 느껴지자 급히 김강현은 몸을 숨겼다.

“갑자기 순찰을 왜 하라는 거야?”

“지금 밖에서 무림맹 놈들이 오고 있잖아. 이쪽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거겠지.”

“놈들은 모르겠지만, 과거 무저갱 죄수들이 땅을 판 흔적들이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지 모르는 곳들도 있으니 소홀하게 할 수 없어.”

“하긴. 그래서 혈마님도 신경 쓰는 것이니까.”

‘땅을 판 흔적들이 있다고?’

김강현은 그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으며 곱씹었다.

“게다가 놈들의 일부가 사라졌다고 하니 더 조심해야지.”

‘벌써 들켰구나.’

순간 김강현은 송골이 모연해지며 식은땀이 등줄기에서 흘렀다.

천세후는 상당한 거리에서도 천룡대 진지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기감으로 확인했다.

이를 알자 천세후는 전 마인들에게 각자의 위치에서 평소보다 삼엄하게 경계할 것을 명령했고, 모두 착실히 이를 수행 중이었다.

무저갱은 무림맹 무인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만, 철두철미한 귀마는 이들에게도 경계 강화를 부탁했다.

“그러고 보니 수맥과 연결된 저수지도 확인해 봐야지.”

“설마 그놈들이 그쪽으로 들어올까? 여기서 그쪽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외부에서 수맥을 통해 들어왔다간 그냥 죽을 거야.”

“게다가 이런 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할 텐데.”

“그래도 어쩌겠냐? 명령인 이상 가봐야지.”

실제로 몇몇 동물들이 물을 마시다가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사체의 흔적이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은 혹시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천룡대가 있는 저수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윽!!”

“무슨? 컥!!”

김강현은 그들의 뒤에서 은신을 푼 뒤 단숨에 마검을 휘둘러 두 명의 마인 중 한 명의 목을 베어냈다.

갑자기 솟구치는 피에 옆에 있던 마인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 틈을 노려 김강현은 그의 목 또한 베어냈다.

“놈들도 이 루트를 알고 있다면 걸리는 건 시간문제야.”

더불어 이들을 죽인 이상 곧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챌 것이다.

일단 그들이 가지고 있는 통신기를 챙긴 뒤, 시신을 흔적도 없이 없앴다.

“잠깐? 그걸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 있지 않을까?”

문득 김강현은 방금 죽인 마인들의 대화에서 천룡대가 무사히 무저갱을 빠져나가 마교의 외성에 잠입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그는 일행들과 논의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아직 돌아오지 않은 마인들이 있다고?”

“예. 무저갱 외곽 순찰을 맡고 있는 녀석들인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밖에 나가 있는 건 아니고?”

“혹시나 싶어 평소 순찰하는 녀석들이 잘 숨어 있는 곳이나 입구 기록을 살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참나.”

이한결은 수하의 보고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마교 전체가 전시 체제로 사소한 것 하나라도 구멍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특히, 천세후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어 초긴장 상태였다.

“통신기의 신호를 쫓아 추적해라. 그리고 찾으면 내 눈앞으로 대령하도록.”

“알겠습니다. 혈마님.”

그는 도망친 녀석들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살기가 뿜어졌다.

가뜩이나 신경 쓸 것이 많은데 이렇게 사소한 것조차 신경 써야 하니 짜증이 났다.

말과 함께 뿜어지는 살기를 느낀 수하는 급히 대답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 혈마대의 완성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변수를 만들어서는 안 되지!!”

간신히 혈마록의 수련 단계 마지막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품속에서 단환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혈기를 얻어야 살 수 있다!”

그것을 혈마환이라는 약으로 혈마록의 제조법으로 만든 것이었다.

지금까지 혈마록에 기록된 여러 무공들을 수련했지만, 그것들은 혈기라는 특수한 내공을 익혀야 제대로 된 위력으로 펼칠 수 있었다.

이한결은 앞서 치료 겸 연구로 혈마록의 혈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혈마대원들은 그렇지 못한 케이스였다.

만약 이한결처럼 힘을 얻었다면 혈마대원 중 절반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혈마환을 제조하 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오늘, 내일 무림맹과 싸우기 전까지 마무리를 짓는다.”

본래 선봉으로 나섰던 제무월과 강마대가 귀환한 소식을 들었다. 그들이 이곳까지 후퇴를 함으로써 선봉의 자리는 다른 마인들에게 주어질 것이었다.

정보들을 조합한 이한결은 무림맹의 진군 속도를 봤을 때 오늘 늦은 저녁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아 그들과 싸우기 전 혈마환을 복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구르르르르!!! 구르르르릉!!

“갑자기 이게 무슨?!”

“괜찮하십니까? 혈마 님!”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도록.”

그때, 조용하던 동굴의 바닥과 벽이 흔들리며 균형을 잡기 힘들어졌다.

진동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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