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강마대와 천룡대
그와 함께 주변의 기의 흐름이 급변하며, 공기가 뜨거워졌다.
“놈들이 수작을 부리는 건가?”
제무월은 사방을 경계하며 두리번거렸다.
“이건 진법?”
곳곳에서 화기가 솟구치며 자신들을 속박하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천룡대의 움직임도 완전히 사라졌다.
“벌써 진법을 복원하다니! 역시 썩어도 준치라는 건가?”
무림맹과 천룡대의 움직임에 제무월은 적이지만 감탄이 일었다.
헌터의 시대가 되고, 중국에선 다시 무림의 세계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했고, 그중 하나가 진법이었다.
아무리 지식이 발달해도 진법은 기의 흐름을 읽고 자연의 연구를 중요시하는 공부이기에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워 마교에서도 이를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데 어디서 강력한 불꽃을 뿜어내는 거지?”
현실을 인지한 제무월은 감탄은 뒤를 미루고 진법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기를 퍼트렸다.
‘화기가 당가 전체에 이리저리 얽혀 있어. 이를 피해 도망치려 했다간 개미지옥에 빠질 것이야.’
그의 생각대로였다.
천룡대가 펼친 화옥진은 화기로 미로를 만드는 진법이었다.
당가는 뛰어난 암기를 제작하는 만큼 뛰어난 대장장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좋은 암기와 무구를 제작하기 위해선 뛰어난 화로가 필요했다.
김강현은 내성의 화로를 화옥진의 중심 핵으로 만들고, 외성의 화로들을 서브 핵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제갈명의 능력과 마법진으로 화로의 화기를 증폭시키자, 화옥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젠장, 이러다간 싸우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겁니다.”
“대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강마대원들은 처음 느껴보는 열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본래 사천 지방은 더운 지방으로 겨울에도 다른 곳과 달리 추위의 영향이 적었다.
반면 신강 지역에서 지낸 그들은 추위에는 익숙해 어떤 추위도 견뎌낼 자신이 있었으나 더위만큼은 참기 어려웠다.
“해결 방법을 강구할 테니 잠깐 기다려라!”
하지만 제무월의 한마디의 말에 강마대는 곧 진정했다.
지금까지 제무월은 늘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였고, 위기를 헤쳐 나갔다.
강마대는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으며 다시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곳곳에 화기의 근원이 존재하고 있군. 이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진법에서 빠져나가긴 어렵겠어.’
제무월은 기감을 퍼트려 화기의 흐름을 읽고 근원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진법의 핵심을 꿰뚫었다.
‘분명 근원이 되는 지점에 놈들이 무슨 수를 부려놨을 거다. 이대로 공격하는 게 옳은 걸까?’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니 천룡대는 실력으로 직접 자신들을 상대하기보단 심리와 전략을 이용하여 공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를 역이용한다.’
“지금부터 부대주들의 지휘를 받아 움직인 후 내성에 모인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니 대원들을 믿는다!”
“넵!”
생각을 정리한 제무월은 부대주에게 작전을 전달했다.
부대주는 처음엔 이상한 작전에 할 말을 잃었지만,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고 곳곳에 흩어진 동료들을 찾아야 했다.
제무월은 최선의 전략을 짰고, 강마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응? 화옥진의 제어가 이상해지잖아!”
내성 화로에 붙어 있던 제갈상이 소리를 질렀다.
화옥진은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진법 자체가 폭주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제갈상은 김강현이 만들어준 냉기와 화기 마법진을 이용해 내성 화로의 온도를 조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열기를 제어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곳의 상황은 어떻지?”
다른 네 곳의 화로를 확인하니, 그곳 또한 아무런 이유 없이 내성 화로와 똑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만진 것이 없는데 화옥진의 강도가 세지니 그 이유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화로들의 상태는 정상.
어떤 이유에서 온도가 올라가는지 알 수 없었다.
“거기까지다. 운이 나빴어.”
“네?”
“놈들이 진법의 구조를 꿰뚫고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간을 끌면 당가 전체가 폐허가 되니 진법을 해제한다.”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제갈상은 군말 없이 김강현의 명령에 따랐다.
‘설마 놈들 중에서 진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어.’
김강현은 천룡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전략을 짜던 중, 아직 이곳에는 마법진을 비롯한 진법이 활성화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를 이용하여 강마대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게릴라 전법을 쓰기 위해 화옥진을 당가 전체에 펼쳤건만.
제무월이 이를 꿰뚫고 화옥진의 기반인 불꽃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진법이 폭주했다면 서로 전멸이야.”
제무월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바이크와 화탄을 이용해 당가 곳곳에 있는 화로를 터트려 일부러 화재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화옥진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고, 도저히 기존의 화로로 온도 제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진법이 폭주하면 강한 몇몇은 살아남겠지만 그 외는 모두 죽고, 당가 또한 불바다가 될 것이었다.
게다가 강마대는 화로를 터트리며 흩어진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 집결토록 했다.
덕분에 앞서 김강현에 의해 무력화되었던 강마대가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정면 승부는 무리일지라도 승부를 볼 타이밍이다.’
더 이상 피해를 내지 않고서는 강마대를 상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천룡대는 외성과 내성으로 흩어져 강마대를 상대하도록! 건투를 빈다!”
김강현은 마지막으로 천룡대원들에게 무전을 보내고 주변을 살폈다.
“제갈상. 곧 적들이 이곳에 닥칠 거다. 대원들을 이끌고 정해진 자리로 가라.”
“알겠습니다. 대주님!”
마음 같아서는 제갈상도 여기서 김강현과 함께 적들과 싸우고 싶었으나, 자신의 실력으론 어려움을 알기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헬릭스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참 아쉬워.’
당가에 도착하자마자 헬릭스는 바로 이곳을 떠났다.
인간들의 싸움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현재 헬릭스의 신경은 온통 지그문트에 집중되어 있었다.
간접적으로 감지한 지그문트의 힘은 과거 전성기의 실력에 비견될 정도였다.
반면 헬릭스는 간신히 원래의 힘을 되찾았을 뿐 성장이 없었다.
나중에 지그문트를 상대하기 위해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헬릭스는 자신만의 수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헬릭스의 단호한 결정을 오랜만에 본 김강현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시간을 조금만 더 끌면 될 것 같은데, 어려운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한 가지 보험을 들어놓았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
김강현은 최대한 시간을 끌 계획을 세우며 마검을 꺼내 들었다.
“여기 있었구나. 드디어 도착했어.”
“오랜만이군.”
“그래. 한국에서 봤던 그놈이구나.”
그와 동시에 제무월이 약 100여 명의 강마대원들을 데리고 김강현이 있는 당가의 마당에 도착하다.
두 사람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무월은 자신의 계획을 망친 김강현을 잊을 수 없었고, 김강현도 검천호와 비등하게 싸웠던 제무월을 쉽게 잊어버리기 어려웠다.
“용케 여기까지 쫓아왔구나. 잘되었어. 이참에 죽이면 되니까!”
김강현을 보자마자 제무월은 이를 갈았다.
가장 큰 원한은 검천호에게 가지고 있었으나, 김강현이 암상회주에게 쓴 혈고를 없애지 않았다면 완벽했던 계획이 어그러질 리 없었다.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에 김강현은 지지 않고 마검을 들며 기세를 드러냈다.
“그런데 나와 이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제무월은 주먹을 쥐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혼자 제무월과 놈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아. 문제는 천룡대지.’
강마대가 당가에 도착하기 전 최선을 다해 합격진에 대한 수련을 시켰지만, 현실적으로 놈들과 싸워 승리할 확률은 40%에 불과했다.
그래서 화옥진으로 강마대를 흩어지게 만든 후 천룡대를 지원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럼 승리 확률이 60%가 되어 한 명이라도 살 가능성이 높았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애송이들은 모조리 죽는다. 너 또한 마찬가지고!”
제무월은 이미 김강현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그 또한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선 눈앞의 김강현을 죽여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에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적의 수장이다. 한 번에 공략한다!”
제무월의 명령에 강마대는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김강현 또한 단숨에 마검에 오러를 피우며 싸울 준비를 마쳤다.
“강마대, 가자!!”
명령과 함께 제무월과 함께 10명의 강마대원이 김강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왔다.”
“뭐라고?”
김강현의 입가에 미소가 띠워지고, 동시에 바로 앞에서 검은 구멍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휘이익! 챙!!
남자는 태연한 기색으로 손에 든 검으로 강마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다시 검을 휘둘러 그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너, 넌?!”
“검 어르신. 도착하시자마자 죄송합니다.”
“아니다. 오히려 반가운 참이지. 게다가 지난번 승부를 끝낼 수 있지 않겠느냐?”
검은 구멍은 헬릭스의 이동 게이트.
그 안에서 나타난 이는 검천호였다.
검천호는 유일하게 테라 길드에서 테티아의 힘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컸는데, 암흑 경매장에서 싸웠던 제무월과 다시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다른 이들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중한 결과 빠르게 체득할 수 있었던 것.
그 후 자신도 중국에 갈 수 있는지 김강현에게 연락했으나 닿질 않았는데, 우연히 한국에 들린 헬릭스를 만나 이동 게이트를 통해 도착한 것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야.’
김강현은 이 싸움이 있기 전, 테라 길드의 기동진과 연락해 테라 길드원들의 동향을 살폈다.
그중에 놀라웠던 소식은 검천호의 성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 곧 중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강현은 검천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에 승부수를 걸었고, 다행히도 성공이었다.
“네 상대는 나다. 그날을 잊지 않았겠지?”
“푸하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그래. 오늘이야말로 끝장을 보는 거다!”
검천호의 말에 제무월은 크게 웃으며 주먹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도망갔던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그 찝찝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 자는 내가 상대할 테니 너희들은 천룡대주를 공략한다!”
“네. 대주님!”
강마대는 제무월의 명령에 바로 김강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들은 대로다. 이 녀석들은 네게 맞기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김강현은 강마대를 향해 검을 치켜세웠다.
* * *
“우아아악!!”
“정신 차려라. 한눈팔다간 죽는다!”
“젠장! 반드시 살 테다!!”
곳곳에서 강마대와 천룡대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치열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다들 살기 위해 싸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싸움의 흐름이 강마대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강마대는 잔인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때로는 동료를 죽이기도 한 곳이다.
이때 얻게 된 살인의 경험이 천룡대와 큰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강마대는 능숙하게 살인의 공포를 이겨내고 싸우는 반면, 천룡대는 중요한 순간에 멈칫거리며 제대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다른 조와 협력해서 싸운다!”
“등을 보이지 말고 바짝 달라붙어.”
천룡대의 부대주들은 천룡대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강마대와 실력 차가 예상외로 커서 분위기의 흐름을 바꾸기 쉽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그때, 오른 방향에서 폭음이 들리고, 거대한 기가 움직였다.
곧이어 기의 주인이 순식간에 날아오며, 눈앞의 강마대를 향해 오러가 쏘아졌다.
“다들 무사한가?”
“대, 대주님!!”
“어떻게 여길?”
“지원군이 와서 강마를 상대하고 있다. 싸우고 있는 천룡대원들을 광장으로 집결시키도록!”
“넵!”
모든 이들이 갑자기 등장한 김강현을 보고 놀랐지만,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분명 무림맹에서 지원군은 없을 텐데?’
김강현과 함께 무림맹의 연락을 담당하고 있던 제갈상은 작전상 지원군이 존재하지 않아 의문스러웠다.
그래서 강마대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강마 제무월은 김강현이 상대하고, 강마대는 천룡대가 상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당가의 내성에서 강력한 기의 폭풍이 일어나며 누군가의 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정신 차려, 제갈상. 대주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지금은 눈앞의 적에 신경 써야 할 때야!’
제갈상은 곧 의문을 떨치고는 자신을 따르는 대원들을 이끌고 김강현을 따라나섰다.
‘아직까지 대등한데 어떻게 변할까?’
한편 천룡대를 위기에서 구해낸 김강현의 신경은 제무월과 검천호의 싸움에 가 있었다.
그 또한 강함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라 두 사람의 결과가 궁금했다.
제무월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느낌이었고, 검천호 또한 부쩍 강해졌으니까.
* * *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 강해진 거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구나.’
제무월과 검천호는 서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온도의 감탄이 서려 있었다.
‘만약 천마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늙은이와 싸우는 건 불가능했을 거야.’
제무월은 출정 전, 천세후로부터 단환 하나를 건네받았다.
귀마에 의해 내공을 보강하고 신체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신단이라 불리는 약들을 복원했고, 그중 하나를 전달 받은 것이었다.
만약 그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검천호와 대등하게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
더불어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검천호가 어떻게 강해진 것인지 궁금했다.
‘반드시 놈을 죽여야 해!’
한편으로는 위기감을 느꼈다.
검천호를 쓰러트리기 위해선 자신이 전력을 내보여야 아슬아슬하게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대계를 이루기 위해선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
이런 자가 앞으로의 싸움을 통해 더 강해진다면 천세후가 아니고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작 이 정도로 지친 건 아니겠지? 아직 나는 보여줄 게 많다.”
“물론이지. 그리고 네놈만큼은 죽일 테다!”
검천호는 왼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천류검은 절대 꺾이지 않는다!’
그는 천류신공을 운용하며 들고 있는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테티아의 도움으로 그가 본 완성형에는 오직 한 자루의 검만이 존재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검천호는 수련할 때마다 처음 스승님에 의해 검을 잡았을 때를 상기했다.
그 시절엔 아무리 고된 수련을 해도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
검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
마치 검이 나고, 나는 검이 된 것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검천호는 정신적인 수련에 집중했다.
육체를 혹사하는 수련은 이제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
그리고 며칠 전 깨달음을 통해 한 자루의 검을 얻었다.
“천류심검(天流心劍).”
검천호가 들고 있는 검을 파란색의 빛무리가 감싸며, 빛의 검이 나타났다.
마인드 소드.
오러의 한 단계 뒤의 경지를 이뤄낸 것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전 세계에서 유일한 SS급 헌터로 인정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제무월이 아니었다.
“사월초신(邪月超身)!”
제무월이 익힌 사월무강은 강기를 다루는 무공.
그는 전신을 강기로 강화하여 최강의 창과 방패를 얻었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천세후와 겨루었을 때, 그 또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사월초신을 파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월초신을 시전한 제무월의 피부가 검붉은색을 띠며 마치 강철처럼 보였다.
검천호는 검을 꽉 쥐며, 제무월은 주먹을 쥐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이게 인간이야?’
‘우리가 대주에 대해서 미처 알지 못했구나!’
‘진 맹주님과 대주님이 싸운다면 대주님이 이기지 않을까?’
김강현의 지휘와 실력을 보는 천룡대원의 얼굴에는 경외감이 들었다.
그들이 보는 김강현은 완벽했다.
적재적소에 천룡대원들을 투입하여 강마대의 공격을 막고, 부대주들은 소수의 천룡대원들을 이끌고 흐름을 읽고 급소들을 공격했다.
덕분에 천룡대의 피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여기가 한계인가? 결국 물러나야 하나?’
강마대의 부대주는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다. 제무월을 대신하여 강마대의 운명을 쥐고 있는 만큼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그는 사전에 제무월로부터 패배의 직감이 느껴진다면 바로 후퇴할 것을 지시받았다.
어차피 싸움은 이번 한 번만 할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 수십 번의 싸움이 이어질 터.
그렇다면 전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했다.
‘강마님이 오시지 않으면 전멸이다.’
생각과 함께 그는 제무월과 검천호가 싸우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기의 파동들이 계속 부딪치며, 그 영향이 자신들이 있는 당가 외곽까지 미치고 있었다.
게다가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힘의 격차가 서로 크지 않아 승부가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
특히 붉은빛 오러를 휘두르며 강마대 사이를 날뛰며 돌아다니는 김강현을 막을 수 없었다.
냉정하게 자신도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며, 그나마 천룡대를 보호하고 있어 자신들에 대한 공격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후퇴한다. 조별로 산개하여 정해진 목적지로 귀환해라!”
강마대의 부대주는 귀에 착용하고 있는 무선 이어폰을 통해 각 조장들에게 전달했다.
여기서 대놓고 후퇴를 했다간 바로 천룡대에게 등을 보인 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조용히 물러날 계획을 세워놓았다.
강마대의 조장들은 부대주의 명령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들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임을 인지했기에 대원들을 달래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점점 싸움의 경계선이 무너지는데?’
이를 눈치챈 것은 가장 선두에 서서 싸우고 있는 김강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이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혹시 함정인가 싶었지만, 당가의 복잡한 지형을 이용하여 하나둘씩 강마대가 물러나는 것을 확인했다.
“총공격이다. 적들이 도망친다!”
“네. 대주님!”
상황 파악을 끝낸 김강현이 다급히 소리치자, 부대주들은 대원들을 인솔하여 총공세를 펼쳤다.
[절대로 당가 밖으로 넘어가지 마라. 순순히 후퇴할 리 없으니 무리하지 말고!]
그리고 대원들 몰래 세 명의 부대주들만 들을 수 있도록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상대는 마교라고 불리는 치밀한 자들이었다.
단순히 후퇴만 하는 게 아니라 함정을 설치할 가능성이 있으니, 천룡대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궁지에 몰린 뒤는 살기 위해 무는 법. 당가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고 돌려 말했지만, 적들이 궁지에 몰리지 않도록 김강현이 열여준 통로인 셈이었다.
“마교, 쉽게 보면 안 되겠어.”
마교의 전력을 직접 경험하자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강마대는 개개인이 완숙한 A급 무인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만약 이곳에 함정을 파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혹은 검천호가 지원군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천룡대가 승리를 얻었을지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남은 건 두 사람뿐인가?”
김강현은 제무월과 검천호가 싸우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두 사람은 상처투성이였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지만 눈빛만큼은 형형하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질기고 질기구나. 설마 천류심검이 베어내지 못할 줄 몰랐는데.’
일반적인 강기는 천류심검에 의해 종이처럼 베어지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월초신은 강기에다가 천세후의 능력으로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기에, 검천호는 감탄과 함께 제무월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강마대가 후퇴하는구나. 그 말은 놈과 천룡대가 버겁다는 것이겠지.’
제무월은 점점 강마대의 마기가 자신과 멀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의 생각하기에도 강마대가 김강현과 천룡대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어려웠다.
‘다 이놈 때문이다!!’
설마 한국에 있어야 할 검천호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줄은 귀미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었다.
이 한 사람 때문에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시간을 끌면 놈도 도착할 터!’
강마대의 후퇴가 이루어지면 김강현이 이곳에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제무월은 이 싸움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가 마지막 공격을 펼치기 위해 자세를 취하자, 검천호도 이를 준비했다.
그 또한 강마대의 마기가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고, 싸움을 마무리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파아앗!!
어느 누가 먼저라고 할 것이 없었다.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뛰어들었고, 주먹과 검을 겨누었다.
‘이겼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검을 든 검천호가 거리상 유리했다.
검천호는 목덜미를 노리며 찌르기를 시전했는데, 제무월은 몸 쪽으로 파고 들어가며 피함과 동시에 심장을 향해 질러갔다.
‘크윽!’
‘어림없는가?!’
그 순간, 검천호는 몸을 틀며 검을 천류심검을 휘둘렀다.
제무월이 반대 주먹을 세차게 지르자 검과 충돌하며 강력한 기의 파동이 만들어졌다.
‘정신이 흐트러지는 순간!’
‘바로 끝난다!!’
동시에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제무월과 검천호는 검과 주먹의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채 서로의 틈을 노렸다.
* * *
‘응?! 무슨 짓을!’
그런데 갑자기 제무월의 움직임이 급변했다.
갑자기 뒤로 물러나 싸움의 균형을 깨어버리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검천호를 향해 던졌다.
검은 구체를 본 검천호는 무의식중에 검을 휘둘러 그것을 베어냈다.
콰아앙!!
“콜록! 콜록!”
그 순간, 검은 연기가 시야를 감싸고 눈앞의 제무월이 모습을 감추었다.
‘대체!!’
당황하여 무의식중에 연기를 흡입하자 마나가 줄어드는 것이 감지되며 전신 마비가 왔다.
제무월이 던진 연폭탄에는 마비산이 들어 있어, 조금이라도 흡입하면 마비와 함께 마나가 사라졌다.
이를 감지한 검천호는 검을 휘둘러 주변의 연기를 몰아낸 후 그 자리에 앉아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떠나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결판이 나기 직전 제무월은 무인으로서 비겁하게 도망을 선택했다.
만약 혼자만의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결판을 내겠지만, 그에겐 돌봐야 할 강마대원들이 있었다.
자신이 검천호와 싸우는 사이 김강현과 천룡대에 의해 강마대원들의 기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눈앞의 상대와 싸우고 싶지만, 승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써 두 번째 도망을 치는 거지만,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거다!!’
예상외의 변수로 한국의 개입을 고려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검천호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제무월은 다음엔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하며 강마대의 합류 지점으로 향했다.
“검 어르신!!”
천룡대에게 강마대의 추적을 맡긴 김강현은, 검천호를 찾아 서둘러 당가 내성에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싸움의 결판이 나 있지 않고, 검천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기부좌 상태로 마나 운용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이지?’
모든 것은 검천호가 깨어나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를 호위하며 주변을 살폈다.
“후우우우.”
잠시 후, 검천호가 길게 호흡을 내쉬었다.
그 숨에서 아까 흡입했던 마비산이 빠져나갔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하지만 이번에도 놈을 놓치고 말았구나. 참 아쉬워.”
“아닙니다. 무엇보다 검 어르신이 무사한 게 다행입니다.”
“그쪽은 어떻게 됐느냐?”
“덕분에 놈들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검천호가 있었기에 천룡대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감을 퍼트려 확인하니 강마대는 당가를 벗어났고, 천룡대는 무사히 귀환하고 있었다.
“직접 겨뤄 보니 미숙한 점이 많구나. 이번엔 놓쳤지만 다음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거다!”
천류심검을 만들어냈지만, 아직 이것을 다루는 방법이 미숙하다는 것을 제무월과 겨루다 보니 깨달았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것에 만취하여 자만심이 차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말인데, 나 또한 마교와의 싸움에 동참해도 되겠느냐?”
“무림맹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S급 헌터만 하더라도 전장의 승패를 뒤바꿀 수 있는 강자인데, 비공식적이나 SS급 헌터인 검천호가 나선다면 진위혁과 제갈명은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할 것이었다.
“그래도 큰일을 잘 치렀습니다.”
“그래. 하나 항상 경계해야 한다. 결코 놈들은 만만치 않아.”
“예. 검 어르신.”
검천호는 제무월과 싸울 때 전장의 흐름을 살펴 강마대의 실력을 확인했다.
개개인의 실력부터 천룡대보다 위일뿐더러, 전략 면에 있어서도 김강현이 아니었다면 전멸했을 터.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선봉대라는 것이었다.
선봉이 이렇게 강하다면 본진과 후발에 나올 마교의 무인들은 얼마나 강할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처음으로 마교로부터 승리를 얻은 날이니, 잠시 기쁨에 취해 있어도 좋을 것이었다.
* * *
천룡대가 강마대로부터의 승리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중국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림맹 무인들은 마교의 진격에 도망치기 바빠 겁쟁이들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처음부터 정해놓은 작전이었지만, 여러 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리자 사람인 이상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무림맹의 승리 소식이 들리자 기쁘지 않을 수 없었고, 무림맹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
더불어 제갈명의 작전에 불신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신뢰가 올라갔고, 외부에서 지원도 늘어났다.
게다가 검천호의 합류 소식도 양 진영의 작전에 크게 미쳤다.
그가 강마대의 수장인 제무월을 쫓아냈다는 소식도 무림맹의 사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군사,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의 명인이라 불리는 검천호의 합류입니다. 그가 천룡대와 함께 선봉에 나서면 그들을 막을 자들은 없을 겁니다.”
제갈명은 확신을 가지고 진위혁에게 말했다.
헌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검천호의 무위는 중국에서도 유명했다.
그의 말대로 천룡대를 막을 수 있는 마교의 무인들은 없었다.
천룡대는 강마대가 사천까지 오면서 만들어둔 지부들을 부수며 진격에 나섰다.
공안의 지원까지 확실하여 거칠 것이 없었다.
덕분에 천세후와 귀마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지?”
“최소 일주일은 더 필요합니다.”
“결국 작전을 바꿀 수밖에 없겠군.”
“죄송합니다.”
“아니다. 나 또한 여러 변수들을 상정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놓았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
겉으론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지만, 그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그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믿고 따르는 수하들의 혼란이 커질 것이었다.
때문에 검천호가 합류한 무림맹과 어떻게 싸울지 고심 중이었다.
이들은 김강현이 중국에 온 만큼 테라 길드원들도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하고 그들의 동선을 감시하고 있었다.
심지어한국 관료들과 접촉하여 그들이 비행기와 배로 출국하지 못하게 막아두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는 것처럼, 한국에서 중국까지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나타나다니.
상상도 못한 방법이었다.
“어쩌면 잘됐다. 놈들이 일망타진을 위해 이곳으로 오고 있는 만큼, 우리 또한 이를 되돌려주면 되는 일이다.”
“손님맞이를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마교는 무림맹의 행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그들의 움직임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각 문파와 세가들의 힘을 무림맹에 집약시켜 버티기를 하는 것인가 생각했지만, 중국에 사업체가 있거나 경제 기반을 둔 각국의 기업과 길드들이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 입국을 요청하고 있어 오래 끌수록 각국의 시선이 곱지 않을 터였다.
더욱이 이 싸움은 내전으로 취급되고 있어 오래갈수록 해외 국가들의 투자가 어려울 것이었다.
그래서 후퇴한 문파들과 세가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니 무림맹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으로 향하는 길목에 은밀히 숨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마교는 일부 마인들을 보내어 그들을 잡아 무림맹의 작전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을 끌수록 유리한 것은 우리다. 놈들의 발목을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천세후는 무림맹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중국 정부와의 싸움도 고려하고 있었다.
원래 그들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으로 나온다면 충분히 힘을 실어줄 계획이었으나, 이렇게 적대시하니 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됐으니 지리의 이점을 확실히 살려야겠군.’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신강은 자신들의 거점이었으므로, 곳곳에 눈과 귀가 존재했다.
무림맹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함정에 빠질 것이라 귀마는 확신했다.
“그 전에 내부를 정리해야겠지. 여태까지 조용했다지만 무림맹과 싸울 때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 말이야.”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바로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래. 만만치 않은 상대인 만큼 나도 같이 움직이지. 혹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귀마는 록스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록스. 어떤 꿍꿍이냐?’
워낙 음침하여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최근엔 내부를 돌아다니며 이상한 짓을 하는 터라 더욱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조수라고 데리고 있는 소년의 행동은 굉장히 단조로워,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나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천세후와 귀마는 무림맹과 싸움 전, 록스와 지그문트를 없애기로 결정을 내리고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
* * *
“이제 때가 되었구나.”
“네?”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지, 지그문트 님!!”
한편, 지그문트는 록스를 불러 따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헬릭스가 분신으로 이곳까지 들어와 이야기를 나눈 후 지그문트는 힘을 되찾는 것에 온 힘을 쏟았고, 드디어 키메라 세포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어떤 인간과 겨루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록스는 이곳에서 신세를 지는 동안 눈치가 보였는데, 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는 말에 그저 기쁠 뿐이었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아. 얼마 후 이곳에 무림맹이라는 녀석들이 들이닥칠 터. 그 틈을 노려 사라지는 것이 좋겠구나.”
“어떻게 그걸?”
록스는 지그문트의 말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또한 마교 사람들과 접촉하여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천세후와 귀마에 의해 세세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막혀 있었다.
또한 혹시라도 지그문트의 수련에 방해가 될까 싶어 무림맹과 마교 싸움에 대한 소식은 일절 전달하지 않았었다.
“이 몸은 마왕이니라. 마음먹고자 한다면 안 될 것이 없지.”
“역시!!”
지그문트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이들을 환각과 정신 지배 마법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든 지 오래전이었다.
“곧 우리를 잡기 위해 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급한 물건만 챙겨서 가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흐음, 이대로 가면 섭섭할 테니 선물을 주고 가는 게 좋겠지.”
짧지만 긴 시간.
지그문트는 마교와 무림맹에 각각 선물을 남겼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두 세력의 싸움 결과가 바뀌겠지. 하하!’
콰르르르릉!!! 쾅!! 콰아앙!!!
잠시 후.
지그문트와 록스는 그동안 지내던 거처를 흔적도 없이 붕괴시킨 후 조용히 사라졌다.
나중에서야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마인들을 이끌고 온 천세후와 귀마는 허탈감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