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격돌
“정말 감사합니다!”
“아닐세. 꼭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게.”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록스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띠며 마인의 손에 부적을 쥐여주었다.
마인을 격려하며 돌아선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하던 록스가 몸을 돌렸다.
‘거의 천 명쯤 됐나?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지만 이들이 어디로 갈지 모르니 계속 활동하는 게 좋겠지.’
그는 사람들에게 뿌린 부적의 개수를 계산하며 사람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전쟁터엔 수많은 영혼들이 떠돌지. 그런 훌륭한 먹잇감을 그냥 보내기는 아까워,’
다크 위저드가 쉽게 강해지는 방법은 강자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곳곳에 천세후의 명령을 받은 마인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어 함부로 살인을 저지를 수 없는 상황.
묘지의 시신들을 언데드로 제작해도 영혼이 담겨 있지 않으면 튼튼한 몸뚱어리에 불과했다.
그래서 언데드로 만들기 전에 시신들의 영혼을 소환진을 통해 불러 보았으나, 하나같이 약하거나 일반인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시신을 강시로 만들려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강자들의 시신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특수한 묘지에 묻혀 있었다.
‘답은 전쟁터의 영혼을 모으는 거다.’
그래서 그는 스크롤과 부적을 만들어 마교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부적에는 소량의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마법과 방어 마법이 걸려 있었다. 사용한 부적은 가루가 되어 죽은 시신에 달라붙어서 영혼을 자신에게 소환시켜 줄 것이었다.
즉, 부적을 사람들에게 뿌릴수록 그의 힘이 강해질 터.
“흥미로운 짓을 하는군. 나도 부적을 보고 싶은데?”
“물론이네. 헛…….”
‘천, 천세후! 마교 교주!’
록스는 예상치 못한 천세후의 등장에 몸이 굳었다.
‘아직 들킨 건 없어. 태연하게 행동하면 돼.’
그러나 생각과 달리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록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연기하며 품속에서 한 장의 부적을 꺼내 건넸다.
“상당한 기가 느껴지는군. 대량으로 생산이 불가능한가?”
“부적에 마법을 각인시키는 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터라 제작이 쉽지 않네. 이것에만 하루를 쏟아부어 만든다면 100장 정도가 한계야.”
“컨디션을 고려했을 때 60장 정도이겠군.”
천세후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소모품이지만 생사의 위기에서 한 번쯤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비장의 수가 될 것이었다. 만약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모든 마인들에게 넉넉하게 챙겨주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무언가 계책을 꾸미는 줄 알았는데, 잘못 짚었나? 약간의 기가 깃든 부적에 불과해.’
평소 수하들을 통해 록스와 지그문트의 행적을 꾸준히 보고받던 그는 최근 록스가 외부 활동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외의 행보에 의문을 가진 그가 직접 알아보기 위해 나선 것이었지만, 부적을 확인하니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마인들을 위한 활동에 가까웠다.
‘지그문트라고 했나? 그 녀석도 조용하고.’
록스가 조수로 쓰는 남자아이.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간신히 얼굴만 기억나는 아이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지냈고, 정해진 숙소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연구실에도 없었다. 록스에게 물어보면 자신이 따로 심부름을 시켰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할 뿐이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으나 볼 기회가 없으니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수하들에게 지그문트의 행적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고 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요즘 무리할 정도로 달리고 있어 피곤하군.’
교주에 오른 천세후는 하루 2시간의 숙면만을 취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의 감각은 최고조로 예민해져 사소한 것 하나조차 넘어갈 수 없었다. 더욱이 록스는 위험 인물인 만큼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때,
“록스. 방금 강대한 마기를 느끼지 않았나?”
“그게 무슨 말인가?”
“……너도 감지하지 못했다면 착각한 것이겠지.”
뒷말은 작아 록스에게 들리지 않았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내부에 마기가 잠입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 쫓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지만 마치 착각한 것처럼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식객 신분이지만 다크 위저드들의 수장이었던 록스의 실력은 손꼽을 정도. 그가 감지하지 못했다면 자신보다 강한 적이나 자신의 실수일 터.
“그럼 볼일 보고 들어가지.”
“알겠네.”
그럼에도 천세후의 발걸음은 정문 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다. 미리 대비해서 나쁘지 않아.’
자리에 앉아 단순히 서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순찰하며 내부 분위기와 상황을 살펴보니 예전과 달리 많이 해이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무림맹과의 전쟁을 앞두고 있다 보니 다들 마음이 들떠 있었고, 정신이 그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간자들이 침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는 귀마를 재촉하여 순찰 인원을 늘리고 경계를 강화했다.
이후에도 천마신교의 외곽 지역을 둘러보며 허술한 곳이 없는지 확인한 후 내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하마터면 들킬 뻔했구나.”
천세후가 지나간 벽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나오며 형태를 만들어냈다.
마치 인형처럼 작은 강아지, 바로 헬릭스였다.
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직접 적의 본진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지만, 당연히 마교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좌표를 알고 있으면 간단히 이동 마법으로 움직일 수 있겠지만, 중국의 신강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만 알고 있는 상황.
사람 모습으로까지 폴리모프하여 정보를 캐내고 다녔지만, 그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대답하길 꺼리거나 그를 죽이려고 했다.
결국 그들을 제압한 뒤 마법을 이용하여 강제로 원하는 정보를 끄집어내고서야 겨우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인간의 탈을 완전히 벗지 않은 덕분에 감지하지 못했을 뿐. 위험한 적이 되었어.”
헬릭스는 천세후가 사라진 방향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나 타인의 힘으로 이루어낸 경지야. 만약 본인이 갈고닦아 만들었다면 더 강해졌겠지.”
천세후의 몸에는 아직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마기가 넘쳐흘렀고, 이를 억압한 채 강제로 운용하고 있었다.
기연이 없는 한 이를 녹여내기까지는 몇십 년의 시간이 있더라도 부족할 정도일 터.
만약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쌓아올렸다면 비록 마기의 양은 적더라도 날이 선 칼처럼 날카롭고 예민하게 자신을 파악했을 것이었다.
‘전처럼 싸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구나. 이 몸과의 인연의 끈은 끊어졌어.’
그가 원하는 상대는 순수한 힘을 가진 자로, 위기가 닥쳤을 때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하여 예상외의 힘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천세후는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게 보여 전과 달리 흥미가 사라졌다.
“그럼 자세히 둘러볼까?”
헬릭스는 스킬을 이용하며 마교의 무력과 인원, 그리고 지도를 꼼꼼히 머릿속에 각인시켜 갔다. 중간중간 설치된 함정에 걸려 발각될 뻔하기도 했지만, 능숙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웬만한 곳은 다 둘러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괜찮겠구나.”
마교는 내궁과 외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궁은 중간직과 고위직 마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외궁에는 일반 교인들과 하위급 마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하나 반나절 동안 돌아다녔어도 내공에는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
보안상 복합적인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고, 이를 해체하기 위해 마법을 발동하는 순간 바로 마인들이 알아차릴 것이었다.
당연히 헬릭스는 그들을 뚫고 벗어날 자신이 있었지만,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들어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헬릭스, 설마 겁도 없이 마교에 왔을 줄이야. 역시 대단한 놈이구나.]
[헛!]
그때, 헬릭스에게 메시지 마법이 날아왔다다.
침입이 들켰다는 생각에 헬릭스는 순간 소름이 끼치며 위험 신호를 감지했지만, 이상하게도 목소리와 함께 기운의 파장이 익숙했다.
헬릭스는 자신에게 전달된 마력의 파장을 따라 메시지 마법을 시전했다.
[설마 지그문트?! 이곳에 숨어 있었느냐?]
[말이 조금 심하구나. 인간을 따라 온 것이 여기였을 뿐. 그리고 몸을 회복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직접 연락하는 걸 보면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말이구나.]
헬릭스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그문트는 김강현에 의해 패배하고 도망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마왕의 자존심상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궁금하면 직접 와서 확인해 봐라.]
메시지 마법과 함께 지그문트는 헬릭스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마력을 쏘아 보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지그문트가 보내는 마력을 따라 이동하니 외성의 외곽에 위치한 묘지가 보였다.
아까도 방문했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해 그냥 넘겼던 곳.
집중해서 지그문트의 마력을 쫓자 비석 하나가 서 있었다.
‘설마?’
[비석에 마력을 흘리면 문이 열릴 것이다.]
쿠르르르릉!
말대로 행동하자 비석이 뒤로 이동하며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그동안 감춰져 있던 지그문트의 마력이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바깥과 차단되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밖에선 상황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헬릭스가 살짝 긴장하며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바로 지그문트와 만날 수 있었다.
지그문트는 넓은 방 안에 기부좌 자세를 한 채 앉아 있었고, 헬릭스가 도착하자 눈을 떴다.
“본체가 아닌 분신인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함부로 움직일 수 없지 않느냐?”
그 말대로였다.
헬릭스의 본체는 이곳에서 약 30㎞ 정도 떨어진 도시에 있었고, 그림자 스킬을 활용한 분신으로 정찰을 보낸 것이었다.
분신이기 때문에 3분의 1 정도의 힘만 쓸 수 있지만 불편한 점은 없었다.
“키메라 세포를 거의 네 것으로 만들었구나.”
“그동안 고생이 심했지. 그런데 인간의 지식을 활용하니 생각보다 적응이 어렵지 않더군.”
말과 함께 지그문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확실히 첫 만남 때와 달리 마력의 흐름이 안정적이며 강대해졌다.
‘분신은 전혀 상대가 안 되겠구나. 이 정도면 승부를 짐작할 수 없겠어.’
약간의 힘을 발산한 것이지만, 헬릭스는 깊이 숨어 있는 힘도 파악했다.
지금의 지그문트는 본신의 헬릭스가 전력을 다해도 승기를 잡기 어려웠고, 김강현과 힘을 합쳐야 동등할 것 같았다.
“머지않았다. 다음에 우리가 만날 때는.”
“어느 한쪽이 죽을 테지.”
“이곳에 올 때까지 기다리마.”
지그문트의 선전포고에 헬릭스는 살짝 미소를 띠며 화답했다.
그리고 더 이상 볼일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분신에 걸린 마법을 해지하며 사라졌다.
* * *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래. 이번 전쟁에 승리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
김강현은 머리 위에 앉아 있는 헬릭스로부터 마교에 잠입하여 그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지그문트를 만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그문트가 중국에 있는 건 알았지만 설마 마교에 있었을 줄은.”
“아마 록스에 의해 이루어졌겠지. 한때, 그들의 배후에 마교가 있었으니까.”
바실리스크 사건과 지그문트의 소환은 다크 위저드 집단인 다크니스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록스가 흑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 은밀히 마교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유럽 협회가 밝혀냈다.
“지그문트의 속마음이 궁금하군. 그 자존심 강한 녀석이 인간이라 불리는 천세후 밑에 있다는 것이 말이야.”
“지금은 필요에 의해서 그곳에 있지만, 완전히 힘을 회복하면 자신만의 세력을 키울 것이니라.”
지그문트와 헬릭스는 오랜 기간 싸우며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지그문트는 힘을 되찾는 순간, 마계의 문을 열어 휘하 마족들을 지구로 소환한 뒤 이곳을 마계의 영역을 만들 것이 분명했다.
“마교가 벌이는 잔재주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느니라.”
“어차피 강자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
강자지존은 누구보다 김강현과 헬릭스가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그랬으니까.
오래전 테라의 한 왕국이 라셀과 헬릭스에게 전쟁을 선포한 후 갖가지 술수를 부렸지만, 그들이 가진 힘에 막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면 돌파로 쳐들어오는 암살자를 없애고, 강대한 신체 능력과 마나로 독도 통하지 않았다.
보내오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족족 없애 버렸다.
결국 라셀과 헬릭스는 왕으로부터 항복 선언과 처절한 대가까지 받아냈다.
무력은 절반으로 감소했고 피해 보상을 위해 왕국 재산의 절반이 소모되었다.
이후엔 왕국의 힘이 약해졌다는 걸 안 다른 나라들이 영토를 넓히기 위해 침공했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국들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멸망했다.
“그런데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냐?”
“거의 다 왔어. 바로 코앞이다.”
김강현은 바이크를 운전하며 칭얼거리는 헬릭스를 달랬다.
무림맹은 천룡대의 이동수단으로 최신형 바이크를 지급하고 중국 전역에 있는 무림맹 지부에서 주유를 할 수 있게 조치했다. 보관이나 수리도 지부에서 할 수 있어서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바이크를 멈춘 김강현의 말에 헬릭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대답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인근 야산의 꼭대기로 한눈에 지역의 전경이 보였다.
“여기서 대원들과 합류하기로 해서 잠깐 들렀다 식당에 갈 거다.”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름 일리 있는 말에 헬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나 바로 사람들 눈에 띌 것이었다.
커뮤니티나 SNS에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
그래서 천룡대원들의 복장도 하나로 통일하기보단 팔에 두르는 완장으로 대신하기로 했고, 이동할 때는 5명이 조를 이루어 사전에 장소에서 연락하기로 약속했다.
‘여기가 싸움의 승부처가 된다!’
김강현은 연락이 오기 전에 미리 주변 지리를 살피며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 * *
마교의 진격은 거침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과 싸울 문파들과 세가들이 없었다. 약소 세력들은 일찌감치 마교에게 항복을 선언했고, 대형 세력들은 본진을 버리고 도망쳤다.
“우리 전쟁하고 있는 거 맞냐?”
“어떻게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안 싸울 수 있지?”
덕분에 마교의 선봉으로 나온 강마대의 마인들은 허탈했다.
마음 같아서는 건물만 남은 그들의 거점을 불태우고 자신들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내부 명령이 있어 꾹 참아야 했다.
과거 마교는 일반 사람들에게 악의 대명사로 유명했으나, 이제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귀마와 천세후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주석에 의해 일시적으로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언론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뚫고 들어온 해외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에 의해 무림맹과 마교의 전쟁 소식이 해외에 전달되고 있어 어느 정도 이미지 관리가 필요했다.
약탈이나 방화를 금지됐고, 마교 내부에서도 인터넷과 SNS 등을 경계하고 있었다.
‘어차피 약소 세력들이야 신경 쓰지 않았다.’
제무월은 수하들 앞이라 감정을 내색할 수 없었지만, 그 또한 굉장히 당황했다.
작은 세력들은 처음부터 몸을 사릴 것을 예상했기에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이곳에 오기 전까지 단 한 번의 싸움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놈들도 거점을 버리고 도망쳤을 줄이야.’
무림맹 소속 세력의 행동에 치가 떨었다.
구파와 오대세가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곤륜파와 모용세가를 공격했는데 빈 건물만 남아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수소문해 알아보니 마교와의 전쟁 소식이 알려지자 각 수장들은 무림맹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무림맹에서 항전을 하려는 건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이 이야기는 마교에 있는 귀마에게도 전달되었고, 그 또한 강마와 생각에 빠졌다.
무림맹에 보낸 세작이 있지만, 제갈명에 의해 그들에게까지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무림맹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귀마의 고민을 들은 천세후는 공격이 최선의 수라고 판단하여, 강마대에게 무림맹을 향해 전진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본진이 출진할 것을 대비하여 각 지역에 자신들에게 협력하는 상단 및 무력단체를 통해 거점을 만들도록 했다.
이 거점들은 강마대에게 보급과 무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도망치지 않겠지.’
이제 강마대는 온전한 상태로 사천 땅에 들어섰다.
사천에는 당가를 비롯하여 청성파, 아미파 등 쟁쟁한 거대 세력들이 존재했다.
자존심도 강하여 결코 앞선 사람들처럼 도망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의 싸움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정말 이게 가능할까요?”
“오면서 손을 맞춰봤지만, 바로 적들과 싸우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전략을 짠 거다. 최대한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그들에게 받은 물건들을 활용하면 승산은 충분해!”
“흐음.”
이 자리에는 김강현을 비롯하여 천룡대의 부대주인 남궁호, 팽연, 제갈상이 참석해 있었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싶은 생각은 이해하지만 그런 완벽한 승리는 힘들어. 이건 네 아버지인 제갈명도 손꼽을 정도야.”
김강현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앞서 무림맹에서 출발하기 전에 새로 들어온 천룡대원들이 숙제를 어느 정도까지 해내느냐에 따라서 성공률은 달라지겠지.”
“확실히 게릴라 전법에는 소수로 움직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합을 맞춰본 적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가능할까요?”
“그렇다고 싸움을 미룰 수 있을 수 없어. 절박한 심정으로 리허설을 해보고 적과 싸우는 것이다!”
세 사람은 걱정이 많았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런 대규모 전쟁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
그래서 싸우기 전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이 떠올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나마 제갈상이 어릴 적부터 교육을 받아 다른 이들보다 상태가 괜찮았지만, 김강현이 볼 때는 이 상태로 싸우다간 대원들에게도 감정의 동요가 전달될 것 같았다.
“여기서 패배하면 무림맹의 계획은 끝나고, 너희들이 지켜려고 했던 사람들이 마교에 의해 죽게 될 거다.”
“헛!”
“너희들의 실력을 믿고 아무 의심도 하지 마라. 그리고 눈앞의 적에만 집중라!”
김강현이 잊고 있던 상황을 자각시켜 주자, 부대장들은 정신을 차렸다.
잠시 잊고 있었다. 여기서 밀려나면 소중한 가족들이 마교에 의해 죽을 것이었다.
당에서는 이번 싸움을 무인과 마인으로 한정 짓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친인척은 무인이 아니라도 관계자로 취급되어 살해당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세상은 힘의 논리에 움직인다!’
지금은 무림맹을 지지해 주고 있지만, 마교가 이번 싸움에서 이기게 된다면 당은 말을 바꾸어 자신들을 핍박할 것이었다.
이를 막으려면 눈앞에서 이겨야 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김강현은 부대주들의 눈빛을 보자 속으로 안도했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이들을 배제하고 싸우려고 했다.
당연히 작전 체계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싸우지 못할 인원을 데리고 나서 내부의 적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제 작전에 대해서 설명할 테니 집중해라.”
말과 함께 김강현은 테이블에 두 장의 지도를 펼쳤다.
한 장은 사천 지역이, 다른 한 장은 사천당가의 외성과 내성이 상세하게 프린트되어 있었다.
“지금 사천 땅에 있는 문파와 세가는 철수가 완료됐고, 일부 무인들은 남아 강마대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강마대는 총 4개의 루트를 통해 오고 있다.”
그리고 청성파, 아미파, 사천당가를 찍으며 이 세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루트를 찍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강마대가 사천에 도착하기 전 무인들은 모두 이 세 곳을 더났다.
사천 무인들은 자존심이 강해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무림맹은 계속 이렇게 물러날 계획만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한두 번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계속 반복되면 내부 사기를 고려했을 때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승부를 볼 곳은 사천당가다!”
또한 언제까지 강마대가 날뛰는 것을 볼 수 없는 법.
김강현과 제갈명은 심사숙고하여 천룡대가 강마대와 싸웠을 때의 피해를 줄이고 지리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사천당가로 꼽았다.
청성파와 아미파를 배제한 이유는 산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수단인 바이크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사천당가는 약간의 경사가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바이크를 이용한 기동성을 높일 수 있었다.
거기에다 미로 같은 길을 이용하여 강마대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당가의 무인들이 떠나기 전 남겨놓은 화기와 암기가 있으니 사용 방법을 철저하게 숙지하도록.”
천룡대와 강마대의 싸움 소식은 사전에 무림맹 소속의 장로들과 각 문파, 세가의 수장들에게 전달되었다.
당가 무인들은 직접 싸우지 못하기 때문에 후방 지원을 하고 싸움에 필요한 자원들을 전달했다.
덕분에 천룡대는 좀 더 무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후 김강현은 작전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깊은 밤의 당가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일정 간격으로 순찰하는 천룡대 바이크의 불빛과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곳에서 대규모의 싸움이 벌어질 터라, 미리 외성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은 공안과 협조하여 다른 지역으로 떠난 뒤였다.
“승부를 이곳에서 건다? 재미있네.”
강마 제무월은 당가가 환히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둠 때문에 내성과 외성의 모습은 자세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바이크의 불빛으로 천룡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준비한 자료를 가져와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 뒤쪽에서 수하가 한 장의 종이를 그에게 건넸다.
펼쳐 보니 천룡대의 계획까지 간략하게 적힌 당가의 내성과 외성 지도였다.
“공안에서는 이것까지가 한계구나.”
공안 간부의 협조를 통해 정보를 얻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무림맹의 보안의 철저하여 대략적인 정보만 알 수 있었다.
“새파란 어린 녀석들로 우릴 상대하겠다고? 강마대를 그 정도 수준으로 본다면 커다란 오산이 될 거다.”
제무월은 코웃음 치며 강마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5살 때부터 특수 수련관에 들어가 강해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왔기에, 천룡대가 어떤 함정들을 준비하고 있어도 아무 소용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가자. 신교의 무서움을 놈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넷, 대주님!!”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바이크를 탄 강마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온다!!”
“기세부터 소름 끼치는데,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정해진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천룡대원들은 긴장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사전에 적의 침공을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했지만 직접 싸우는 순간이 다가오자 긴장과 몸을 떨림을 막을 수 없었다.
-침착해라. 정해진 작전대로 하면 놈들을 이곳에 가둘 수 있다.
그때, 모든 천룡대원이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김강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렵고 무서운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서 놈들을 막지 못하면 무림맹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모두 죽을 것이다.
그 말에 천룡대원들의 공포가 극대화되었다.
그동안 무인은 몬스터와 싸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사람과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두려워졌다.
-무림맹이 아닌 너희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싸워라. 너희들이 도와준다면 나 또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는 할 수 있음을 믿어라!
그 순간, 천룡대원들은 마음속 가득했던 불안, 공포, 무서움 사이에서 희망이 꿈틀거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대주는 S급 무인!’
‘게다가 무림맹주님도 쉽게 할 수 없는 상대라고 했어.’
‘후우, 할 수 있어!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김강현의 격려에,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천룡대에선 김강현이 무림맹 장로들을 상대로 싸우려고 했고, 이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더불어 김강현을 상대하기 위해선 진위혁 정도의 무인이 아니면 승부를 점치기 어렵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
이 정도의 실력이면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무위를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장담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김강현을 믿고,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가기 위해 싸울 것을 결심했다.
‘우리와 비슷한, 아니, 어린 나이인데, 저럴 수 있나?’
‘역시 2회차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김강현의 말을 들은 남궁호, 팽연, 제갈상 세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나이만 보면 김강현은 그들보다 어렸다.
심지어 무림맹에 복귀한 뒤 알아본 바에 의하면, 몇 년간은 뇌사 상태로 아무것도 못한 채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 전엔 평범한 학생이었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런 강함과 경험을 가지게 되다니, 뇌사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다른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하지만 배울 점이 많아.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배울 테다!’
나이는 어려도 실력이나 경험의 정도가 자신들보다 뛰어났다.
그들의 아버지들 또한 어떻게든 천룡대에서 버텨 실력을 쌓으라고 권유하는 중이었다.
세 사람은 대원들과 함께 싸울 의지를 다지며 각자 손에 쥔 무기를 꽉 쥐었다.
“고작 이런 걸로 우릴 막는다고?”
“아직 애송이들이 분명하군.”
강마대는 천룡대가 길목 곳곳에 설치한 나무 가림막들을 부수며 전진했다.
그들은 총 500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당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50명씩 바이크를 타고 움직였다.
그리고 제무월과 남은 300명의 강마대원은 당가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다 싸움 상황에 따라 투입할 예정이었다.
200명의 강마대원들은 선봉에 서는 만큼, 강마대에서 어떤 함정도 소용없을 정도로 투쟁 의지가 강한 마인들로 선별했다.
덕분에 천룡대가 설치한 가림막 정도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파아아아앗!!!
그러나 외성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을 향해 비수들이 쏟아졌다.
“귀를 기울여!”
“눈으로 좇지 말고 공기의 흐름을 읽어라.”
비수들은 날카로워 막았음에도 상처가 생길 정도였다.
강마대는 또 다른 비수들이 날아올까 싶어 사방을 경계하며 소리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왜 기의 흐름이 발밑에서?”
“젠장! 산개한다!”
그때, 그들 주변에 떨어진 단검에서 미약한 기의 흐름이 느껴지더니 환한 빛을 내뿜었다.
콰아앙!
콰앙!!
비수의 손잡이에 폭발을 일으키는 스크롤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강마대원들은 처음 비수에 날아온 것에 집중하여 폭발 스크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콰아앙!
뒤늦게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들이 타고 온 바이크의 바퀴가 폭발에 휘말려 부서졌다.
순식간에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마인들이 경상을 입었다.
“좋아.”
이 모습을 보던 김강현은 주먹을 쥐며 탄성을 토해냈다.
사전에 마교의 이동 수단이 자신들과 똑같은 바이크라는 것을 확인한 김강현은 그들의 발을 묶기로 결정했다.
당가의 외성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만큼 크기가 상당했다.
그래서 적들을 외성까지 들어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외성에 들어오는 입구는 약간 허술하게 나무 가림막을 설치했고, 함정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설치했다.
그렇게 외성의 절반쯤 들어온 후 적당히 쳐낼 수 있는 위력으로 비수를 던지자, 그들은 뒤에 있는 2차 함정은 파악하지 못했다.
‘실력의 격차를 심리로 이용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지.’
제무월이 천룡대에 대해서 알아본 것처럼, 김강현도 하오문을 통해 강마대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천룡대와 강마대를 냉정하게 비교하니 인원도, 실력도 모든 것이 강마대에게 부족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우위에 있는 것이 있다면 싸움 장소가 유리하다는 것. 놈들의 사기와 자존심이 높아져 있는 것을 이용하면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남궁호와 팽연은 적들을 섬멸한다!”
“예!”
천룡대는 기동수단이 없어진 강마대를 상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궁호와 팽연은 대원들에게 4인 1조를 기반으로 움직이도록 명령하여 서로 서포트하고, 공격과 명령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젠장!!”
“으흐아아앗!!!”
덕분에 개개인의 무력 차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졌다.
4명이 합격진으로 1명 혹은 2명의 강마대원을 상대하니 가벼운 경상은 있을지 몰라도 큰 부상은 없었다.
“본진이 올 때부터 몸을 피한다.”
현장을 지휘하는 강마대의 부대주는 상황 파악 후 급히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당가의 외성은 굽이굽이 골목길이 복잡하고, 주변에 있는 집들이 모두 비어 있어 은신하기에 적당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줄 아느냐?”
물론 이를 예상한 천룡대는 은신할 만한 장소에 트랩들을 설치해 두었고, 바로 마인들의 위치가 발각되었다.
덕분에 강마대는 속수무책으로 천룡대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전멸당하겠어.”
“강마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제무월은 한숨과 함께 예상보다 천룡대가 철저하게 준비했음을 확인했다.
이대로 수하들을 죽게 할 수 없었다. 그가 주먹을 쥐자, 대기하고 있는 강마대원들이 각자 무기를 쥐며 각오를 다졌다.
“전원 출격한다. 놈들에게 진짜 강마대의 무서움을 보여주도록!”
“충!!”
제무월의 말이 떨어지자 강마대는 바이크의 시동을 걸고 순식간에 당가를 향해 움직였다.
“대주님. 놈들이 옵니다.”
“남궁호와 팽연에게 내성까지 후퇴하도록 전달해. 그것의 상태를 확인하고!”
“네. 대주님!”
김강현은 강마대의 움직임과 당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제갈상에게 명령했다.
‘분명 놈들은 이곳까지 달려들 터.’
강마대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만큼 서로에게 지닌 애정이 깊었다.
그래서 김강현은 강마대가 위험해 빠진다면 주변 동료들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만약 실패했다면 다른 계획을 실행시키겠지만, 현재까지는 순탄하게 자신의 뜻대로 강마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제무월과 강마대가 아니었다.
“기폭 장치는 세팅되었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절반은 살아남은 동료들을 수습하고, 절반은 내성으로 향하는 길을 만든다!”
“충!”
제무월의 계획은 단순했다. 어차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천룡대가 미리 설치한 함정에 걸릴 것이기에 차라리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
만약 귀마라면 좀 더 심플하고 실용적인 계획을 내놓았겠지만, 현장에서 강마대를 통솔하는 것은 제무월의 몫이었다.
“가랏!”
그때, 몇 명의 강마대원들이 타고 있던 바이크에서 몸을 날려 뛰어내렸다.
라이더가 없어진 바이크는 곧장 일직선 방향에 세워진 건물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왕!!
바이크가 벽과 부딪치자 기이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의 화탄이 터졌고, 주변은 철저히 황폐화되었다.
‘순순히 당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전에 놈들이 당가에 함정을 칠 것이라 예상하고, 바이크에 기폭 장치를 세팅해 둔 것이었다.
바이크는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내성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었고, 그 길을 따라 설치된 함정들이 속속 무력화됐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범위 안이야.”
이제 더 이상 트랩들은 소용없었다.
김강현은 놈들이 내성에 가까워지자 바로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