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무림맹과의 협력 (103/119)

3장. 무림맹과의 협력

‘여기서 만나자고?’

김강현은 진위혁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홍콩 야시장 거리에 도착했다.

시간은 새벽 2시였는데,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환한 불빛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는 허름하게 보이는 건물 2층에 있는 국수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나. 자네도 술 한잔하지 않겠나?”

“그런데 가게에 손님들이 한 명도 없네요?”

“주인장하고 친분이 있어서 1시간 정도 빌렸다네.”

2층에는 진위혁과 정장 차림의 50대 중년 사내가 국수와 몇 가지 음식을 시켜놓은 뒤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곳은 진위혁이 젊었을 때부터 방문했던 가게로 종종 DON 그룹의 임원들이나 무림맹의 사람들과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면 방문하는 곳이었다.

보안도 철저하여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 좋은 장소였다.

진위혁은 상당히 취기가 올라왔는지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이쪽은 제갈명이라고 하네. 회사의 비서 실장과 무림맹 군사를 역임하고 있지.”

“처음 뵙겠습니다.”

“김강현입니다.”

“서로 알아둬서 나쁠 것이 없으니 친하게 지내게나.”

자리에 앉기 전에 두 사람은 포권을 취하여 인사했다.

세 사람은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사람이 달라 보이네.’

파티장에서의 진위혁은 근엄 있고, 철두철미한 인상을 보여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치 옆집 할아버지처럼 솔직하게 소탈했다.

더불어 제갈명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친했던 것인지 듯 스스럼없이 과거 이야기를 나누었고, 김강현도 추임새를 넣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갈명은 진위혁을 사적으로는 형님이라고 부르며 공손함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까지 온 이유가 뭔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제갈명이 본론을 꺼냈다.

김강현이 DON 그룹과 무림맹을 적대한다면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 자리에는 없는 헬릭스를 포함해서 말이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나중에 테라 길드가 중국으로 넘어오면 쉽사리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의도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흐음, 마교에 대해서 아십니까?”

“모를 리가 있나! 옛날부터 무림맹의 적이었거늘!”

일단 김강현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하자 진위혁은 호기심을 가졌고, 제갈명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무림맹은 정파 소속의 문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림맹과 마교는 서로 가진 가치관과 무공의 성향이 너무나도 달라 철천지원수 같은 사이였다.

두 세력 간에 싸움이 한번 일어나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친 듯이 싸웠다.

특히 몇몇 문파와 가문은 그들에 의해 핏줄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어 증오의 대상이었다.

“골든 크라운, 아니, 여기서는 금천신단이라고 불리고 있죠. 사람들에겐 영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마력이 담긴 약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나 폭주를 일으키고 일반인은 죽음에까지 이르는 약이죠. 지인 중 한 명이 이 약으로 마력 중독에 걸려서, 금천신단의 행방을 쫓고 있던 중 마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마교를 찾고 있는 게로군.”

“맞습니다. 그들이 약을 뿌린 게 맞다면 분명 마력 제거제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 지인이 김고엽이라는 것을 감춘 채 말했지만, 나중에 이들이 마음먹고 조사하면 들통날 것이었다.

대외적으론 김고엽은 마력 중독이 아니라 심장 질환으로 쓰러졌다고 알려졌기에 최대한 숨기려는 것이었다.

“자네도 알고 있었군. 무림맹의 수뇌부도 알고 있다네. 하나 금천신단을 복용한 자들이 너무 많아 이를 공표했다간 큰 혼란이 올 걸세.”

“하지만 언제까지 감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유통을 막았고요.”

“마나 폭주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는 겐가?”

“네. 지금 이 시간에도 있을 겁니다.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죠.”

이곳에 오기 전 김강현은 던전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헌터들의 리스트를 확인했다.

헌터의 실종은 보통 1년에 20여 건이 발생했다.

헌터협회에서 실종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추후 던전을 조사하면 몬스터들에게 당한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골든 크라운이 유통된 이후 알 수 없는 실종이 40건으로 늘었다.

추후 시체를 찾아 확인해 보면 마나 폭주로 죽은 것이 대다수였고.

이 정보를 접한 권하율과 유지운은 더욱 강하게 골든 크라운의 유통을 막고 불법으로 복용하는 것을 철저하게 제재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동료였던 자가 전쟁을 앞두고 적이 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건 없을 겁니다.”

순간 진위혁과 제갈명은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김강현의 말대로라면 싸우기 전에 스스로 자멸할뿐더러 나중에 동료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가진 채 싸워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제점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진위혁 맹주님의 몸속에 있는 혈고가 다른 사람들의 몸속에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

순간 두 사람은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진위혁은 술잔에 따르던 술을 컨트롤하지 못해 술이 흘러넘쳤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김강현은 자신이 무언가 말실수한 게 아닐까 긴가민가했다.

“어, 어떻게 그걸!”

“자네가 어찌?!”

“그냥 감지되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시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이 물었지만 김강현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일전에 진 맹주님처럼 혈고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있고, 혈고를 없애는 과정에서 녀석이 가진 마력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녀석을 없앴다고?”

“몸속을 돌아다니는 녀석이라 쉽지 않았지만, 가능합니다.”

“허어.”

둘은 계속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얼굴에는 당혹감과 놀람이 섞여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진위혁의 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취기를 내공으로 날려 버린 것이었다.

“제갈명, 가까운 곳에 답이 있었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그동안 괴의를 찾아 수소문한 것이 허무할 정도입니다.”

그들의 말에 김강현은 자신이 모르는 그들만의 일이 있었음을 짐작했다.

진위혁은 김강현에게서 궁금한 표정을 읽고 설명을 시작했다.

“내 몸에 혈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약 반년 전일세. 평상시엔 혈고가 들어왔다는 걸 모르지만 일정량의 내공을 사용하면 혈고가 활발히 움직이며 제약을 걸지.”

중국에서는 마나를 내공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김강현도 이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사전에 테티아를 통해 중국 사정을 접했기에 원활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평소대로 수련 중이었는데, 1할의 내공을 사용할 수 없더군.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되는 내공의 양이 많아졌네. 그래서 중독을 의심하고 알아봤지. 그러던 와중에 옛날 의서와 전담 의원을 통해 혈고가 원인이라는 걸 알아내게 된 거야.”

“그런데 의원이 이를 고칠 수 없었어. 혈고가 형님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내공을 잡아먹어 힘이 세진 탓에 제압이 어려운 걸세. 그래서 이 녀석을 없애기 위해서 천하제일의원이라고 소문난 괴의를 수소문해서 찾아다녔네.”

“그러던 중 오늘 자네를 통해 혈고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고. 정말 가능하겠는가?”

“으음.”

진위혁과 제갈명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봤다.

혈고를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덕분에 흑무와 마교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그 대가가 너무도 컸다.

DON 그룹과 무림맹에 있어서 진위혁의 존재는 너무도 커 그가 병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내부에서 혼란과 파벌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제갈명은 은밀히 괴의를 찾았고 다행히 인연이 닿아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솔직히 반반입니다. 앞서 제가 치료했던 사람은 일반인이었기에 혈고가 약했습니다.”

“혈고의 강함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김강현은 암상회주의 능력을 높게 보고 있었다.

암상회라는 조직을 운영하며, 자신보다 무력이 강한 헌터들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상재를 지닌 데다가 평도 좋아 죽이기 아까운 인물이라 생각했기에 김강현은 그를 살렸다.

“그럼 자네가 치료해 줄 수 있겠는가?”

“……우선 몸을 정확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손을 내밀어주시겠습니까?”

김강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고, 진위혁은 스스럼없이 팔을 내밀었다.

기본적으로 중국에서는 혈도, 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맥이 흐르는 손목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위혁은 혈고로부터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다.

‘쉽지 않아. 어쩌면 마나 역류가 일어날지도.’

인피니티 마나로 진위혁의 몸 구석구석을 살핀 김강현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혈고가 단전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습니다. 없애는 과정에서 진 회장님이 가진 내공이 소실될 수도 있는데 괜찮습니까?”

“으음.”

이번엔 반대로 진위혁과 제갈명이 고민에 빠졌다.

내공은 강함의 척도가 아니지만, 내공이 적다면 원활하게 스킬을 구현할 수 없기에 난감했다.

더욱이 진위혁이 가진 스킬들은 막대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만큼 예민한 문제였다.

“치료해 주게! 이대로 시간을 끌다간 혈고에게 내공이 흡수당할 거고, 괴의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어.”

진위혁은 미래를 보고 바로 김강현에게 치료받기로 결정했다.

언제 마교가 발호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환으로 골골거릴 수는 없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공을 움직이지 말고, 혈고에게 대항해 주십시오!”

말과 함께 김강현은 인피니티 마나를 진위혁의 몸속에 흘렸는데, 아까와 달리 마치 폭풍처럼 몰아붙였다.

‘이런 내공이 있다니!’

아까는 혈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주 미세한 양의 인피니티 마나만 사용하여 김강현이 가진 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힘이 들어오자 진위혁은 긴장했다.

인피니티 마나는 혈고가 만든 길을 역으로 따라가며 사방에서 조여갔다.

당연히 이를 눈치챈 혈고는 대항하기 위해 그동안 모은 진위혁의 내공을 움직였다.

‘감히 내 힘을 다뤄? 어림없다!’

진위혀은 혈고의 힘에 저항하며 놈의 손발을 묶어놓았다.

혈고는 당황하며 발악을 해봤지만 필사적으로 버티는 진위혁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사이 인피니티 마나는 진위혁의 단전에 도착했고, 도망치기에는 늦어버렸다.

“커억!!!”

“형님!!”

인피니티 마나가 혈고와 부딪치자 진위혁은 창백한 얼굴로 단전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검은 피를 토해냈다.

치료 과정을 모르는 제갈명은 치료 내내 안절부절못하다가 진위혁에게서 이상 반응이 나타나자 다급히 소리쳤다.

* * *

“괘, 괜찮아. 걱정 말게.”

“진짜 괜찮으십니까?”

“사전에 들었던 대로 일부 내공이 소실되었지만, 혈고는 확실히 제거되었네.”

진위혁이 검은 피 속에 죽은 혈고를 보며 말했다.

치료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혈고가 대항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처리했지만, 그사이 진위혁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진심으로 고맙네. 자네 덕분이야.”

“후우. 아닙니다. 큰 사고 없이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혈고가 죽은 것을 확인하자 김강현도 그제야 안도했다.

그를 치료하는 건 위험부담이 컸는데, 그가 혈고를 잘 붙잡고 있어서 수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만약 혈고가 진위혁의 내공을 끌어 사용했다면 이렇게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의 인내심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일시적으로 3할의 내공이 소모되었지만, 혈고에서 벗어난 것이 더 기분 좋군.”

진위혁의 목소리가 굉장히 밝아졌다.

시간을 조금만 더 끌었다간 정말 혈고에게 모든 내공을 빼앗긴 채 꼭두각시가 될 뻔했다.

혈고가 죽었다면 한 쌍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혈고가 죽어 금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게 될 터니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마교 녀석들이 혈고 제거 소식에 대해 알게 되면 역조사를 통해 자네의 존재를 알아차릴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박할 걸세. 최악의 경우 공안과 당까지 움직이겠지.”

“충분히 각오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 김강현은 이미 마음속으로 중국 전체와 싸울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기에 진위혁의 말에 담담했다.

“게다가 외국인 신분이니 당은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 추방하거나 한국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 죽이려 할 수도 있을 걸세. 그렇게 되면 나도 손쓸 도리가 없으니 지금 방법을 제안하겠네.”

말과 함께 진위혁은 품속에서 금색 패를 꺼냈는데 앞면에는 승천하는 용이, 뒷면에는 天이라는 글자가 양각되어 있었다.

“천룡패라는 물건인데 만약 자네가 천룡대주직을 수락하면 모든 게 해결되네.”

“자, 잠깐만요. 회, 회장님, 아니, 맹주님!”

“뭔가?”

“정말 이렇게 결정을 내린 것입니까?”

“즉흥적이지만 이만한 인재가 없지 않나? 게다가 그놈들에게 과분한 사람이지! 어쩌면 나보다 강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후우, 알겠습니다.”

천룡패를 본 제갈명이 만류해 봤지만, 진위혁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이건 무림맹을 창설할 때 주석한테 받은 애물단지일세.”

“상당히 중요한 물건으로 보이는데요? 게다가 순금입니다.”

“쯧, 생색내기에 불과하네. 어찌 되었든 이건 무림맹 소속의 천룡대주임을 증명하는 신분패지. 그리고 국가 소속이 되기도 한다네.”

“음. 이해가 됩니다.”

이중 소속이라는 말에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주석의 입장에선 무림맹의 창설은 국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기득권인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무림맹을 구성하는 문파와 가문에 소속된 사람들로 구성된 무력단체를 만든 후 국가에서 지정한 자를 대주로 임명해 국가의 명령에 움직이게 만들기로 했다.

“무림맹이 당의 비위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는 인질이군요.”

“당연히 각 문파와 가문에서도 이를 알고 대처했지.”

천룡대의 창설 소식에 각 수장들은 외부인을 영입한 뒤 보내려고 했지만, 철저하게 신분을 확인하고 실력 기준이 생기자 아무나 보낼 수 없게 됐다.

고민 끝에 실력은 있지만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을 골라 천룡대에 배속시켰다.

그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보다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문파와 가문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는 자리가 낫다고 생각하여 마음 편하게 떠났다.

“개개인일 때도 통솔하기 어려운 녀석들인데, 한데 모여 있으니 난장판이 따로 없었지.”

“이 녀석들의 기를 꺾기 위해 국가에선 실력자들을 천룡대주로 임명했는데, 번번이 쫓겨나기 일쑤였더군. 그렇다고 해산시키기에는 명분이 서질 않으니 대주 임명권을 맹에 넘기고.”

천룡대 소속 대원들은 대부분 A급 무인들인 만큼 단체로 덤비자 웬만한 S급 무인은 번번이 나가떨어져 무림맹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이중 소속이면 지휘권은 어디에 있습니까?”

“평상시엔 내 명령을 따르고 주석의 명령이 최우선이 되나, 그게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군.”

“재미있군요.”

“그래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맹주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도록 하지. 어떻게 하겠는가?”

설명을 마친 진위혁은 김강현이 결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주석도, 진위혁도 아무도 생각지 못한 변수는 외국인이 천룡대주직을 맡는 것이었다.

중국 사람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 최고 통치자인 주석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런데 외국인인 김강현은 그 명령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우면 된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세.”

김강현은 천룡패를 가져가며 말했다.

천룡대라는 골칫덩어리들을 얻게 되었지만 제약이 많은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렇게 김강현은 흑무와 마교를 처치하기 위해서 무림맹과 손을 잡았다.

* * *

“그래서 짐덩어리들을 맡았다는 말이구나.”

“뭐, 그렇지.”

“쯧, 사고 쳤구나. 그놈들을 쓸 만하게 만들려면 얼마나 또 공을 들여야 할지!”

김강현에게 전후 사정을 들은 헬릭스는 혀를 차며 구박했다.

지금 한국에도 챙겨야 할 길드원들이 있어 신경 쓰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려니 짜증이 날 만했다.

“걱정 마라. 길드원들만큼 키울 생각은 없고 그냥 임시로 데리고 있는 거니까.”

“과연 그럴까?”

“일단 어떤 녀석들인지 얼굴부터 보자고.”

이를 위해 김강현과 헬릭스는 천룡대가 머물고 있다는 호북 무당산에 도착했다.

‘다행히 하오문과도 잘 끝났고, 더 걸리적거리는 일은 없겠지.’

홍콩을 떠나기 전날에 난화로부터 앞으로 하오문은 김강현을 적극 지지하며 원하는 정보는 1년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단, 1번에 한하여 하오문의 요청이 있을 시 반드시 도와줄 것을 요구 조건으로 걸었다.

이를 수락한 김강현은 천룡대에 대한 정보와 현재 보유한 마교의 정보를 받기로 했다.

‘얼마나 골칫덩어리길래 이런 외딴곳에 있는 거야?’

김강현과 헬릭스는 무당산 깊숙이 위치한 천룡대의 숙소를 찾아 산길을 헤매는 중이었다.

“여기인가 보구나.”

“생각보다 괜찮은데?”

천룡대의 숙소는 무당산 뒤편의 중턱에 위치했다.

길이 험해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렵고, 무당파 내에서도 소수만이 알고 있는 험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들이 절벽 끝에 지어져 있었다.

“이제 단체 수련할 시간이니 기다려 볼까?”

김강현과 헬릭스는 단체 수련할 시간이 되자 수련장이 보이는 나무 위에서 앉아 천룡대원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녀석들이구나. 앞날이 아주 기대돼!”

“하아. 사고뭉치라더니 예상이 틀리지를 않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을 넘게 기다려도 아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헬릭스는 낄낄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김강현은 한숨을 내쉰 후,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기감을 퍼트렸다.

‘쓸 만한 녀석들이 꽤 많긴 하지만 정신 상태부터 고쳐야겠구나.’

이곳에는 약 100여 명의 무인들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현재 시간은 오전 8시였다.

대부분이 일어나서 개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시간은 천룡대가 모이기로 한 시간이었다.

김강현은 나무에서 내려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어? 누구야?”

“신입? 맹에서 신입 온다는 얘기가 있었어?”

“야. 잠깐 이리 와봐!”

그때, 천룡대원 몇몇이 김강현을 멀리서 발견하고 소리쳤다.

이곳은 폐쇄적이라 모든 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경계 태세를 갖추는 건 당연했다.

쿵!!

그런데 김강현은 발을 크게 구르며 살기와 마나를 내뿜었다.

“설마 적?!”

“마, 마교가 나타났다!!”

이에 천룡대원들은 김강현을 적으로 인식하며 소리쳤다.

자신들에게 적의를 드러낸 데다 김강현이 가지고 있는 마나가 정파를 자처하는 무인들처럼 깨끗한 편이 아니었다.

겉보기엔 압도적인 패도에 가까워 당장에라도 모든 걸 파괴할 것 같은 기세였다.

“한바탕 날뛰어보자.”

그리고 그 말과 함께 김강현은 소환한 마검을 들고 천룡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윽!”

“여긴 우리가 막을 테니 얼른 침입 소식을 알려!”

“알겠다!”

숙소 중앙에는 사람 얼굴만 한 크기의 종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내공을 불어넣으며 치면 숙소 전체에 들릴 만큼 소리가 컸다.

천룡대원들은 한 명을 종을 치러 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김강현을 막아섰지만, 5초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땡땡땡땡!!!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이 서 있는 곳과 종이 있는 곳의 거리는 짧아 동료들이 김강현을 막는 동안 종을 칠 수 있었다.

종의 용도는 긴급 소집을 뜻하기에 숙소에 있던 모든 천룡대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잠깐만! 저 녀석들이 왜 쓰러져 있지?”

“적, 적의 침입이다!”

그들은 살기등등한 김강현의 모습과 쓰러져 있는 천룡대원들을 보자 단숨에 김강현을 적으로 인식했다.

“모두 공격해!!”

“놈은 한 명이다!!”

“방심하지 마라! 혼자 왔다면 그만한 자신감이 있을 터!”

천룡대는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김강현을 에워쌌는데, 그중에 눈에 띄는 3명의 무인이 있었다.

검과 도, 그리고 섭선을 들고 있는 그들은 천룡대원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조율하며 점점 김강현을 압박해 왔다.

‘저들이 천룡대의 부대주들이군.’

앞서 정보를 통해 천룡대주가 없는 자리를 부대주들이 메꾸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절반으로 나누어 2명의 부대주가 경쟁하며 부대원들을 격려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군사 역할로 전체적인 통솔을 지휘하고 있었다.

덕분에 김강현을 중심으로 하나의 진법이 금방 완성되었다.

“아마 마교의 무인이겠지만 잘못 건드린 것이다!”

“우린 최강의 무력 집단인 천룡대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리고 김강현에 의해 쓰러졌던 천룡대원들도 일어나서 진법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굉장히 자신만만했는데, 이 진법에 걸리면 S급 무인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 대 100의 싸움이었다. 수적으로도 우세하기에 절대 질 리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단순히 게으르기만 한 녀석들이 아니었구나. 한데 녀석에게 통할까?”

천룡대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핀 헬릭스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천룡대가 펼친 진법은 강대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무인들의 범주였다.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는군.’

“찍소리도 못하도록 제대로 밟아주지.”

김강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마검을 들었다.

* * *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천룡대가 한 명에게 무너졌다고?’

‘믿을 수 없어!!’

지금까지 천룡대를 이끌었던 남궁호, 팽연, 제갈상은 황망한 표정으로 쓰러진 천룡대원들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도 쓰러진 채로 간신히 고개를 들어 상황을 보고 있었다.

“끄으으으응.”

“사, 사람 살려!”

“어디서 저런 괴물이!!”

쓰러진 천룡대원들도 모조리 누운 채로 신음성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죽일 각오로 김강현과 싸웠으나 오히려 쓰러진 것은 자신들이었다.

‘한 명도 죽은 자가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0명의 천룡대원 모두 뼈가 부러지거나 경상으로 쓰러져 있을 뿐, 중상을 입거나 사경을 헤매는 자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들을 상대할 때 힘을 조절했다는 뜻으로, 자신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고수라는 뜻이기도 했다.

‘설마 마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을 찾아낼 리가!!’

세 사람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김강현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하려고 애썼다.

자신들의 위치는 극비로, 근처에 있는 무당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었고, 무림맹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물자를 이곳에 옮길 때는 무당의 도움을 받고 있어 그들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위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정파라고 하기엔 기운이 패도적이야!’

그들은 김강현이 뿜어내는 순수하나 패도적인 마나의 기운을 읽었는데, 아는 정파 무인들 중에 짐작 가는 자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주적인 마교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마검을 든 김강현은 천룡대를 보며 앞의 싸움을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왜 무림맹의 골칫덩어리인지 알겠구나.’

이들을 제압하며 군데군데 자잘한 상처들이 생겼지만, 다행히 중상은 피했다.

그리고 천룡대를 상대하며 김강현은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 능력도 절반으로 줄였다. 그래야 천룡대원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법을 통해 공격하나 색깔이 가지각색이야.’

직접 겪어보니 천룡대원 개개인의 실력은 A급 무인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들을 강제로 묶으려고 했던 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었다.

그들이 가진 무공의 색깔이 너무 뚜렷했던 터라 진법이 이들을 제대로 묶지 못해 오히려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이를 알고 있는 제갈상이 천룡대원들이 익힌 무공의 속성을 고려하여 배치하고 조율했으나, 그들은 각 문파와 가문의 천둥벌거숭이들로 비슷한 실력의 제갈상의 말을 거의 듣지 않았다.

김강현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공략했고, 이는 천룡대가 빠르게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

‘만약 힘을 합쳤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았겠지.’

더불어 술자리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진위혁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이 녀석들을 키워달라는 건가?’

실력 하나만큼 확실한 녀석들이었다.

구심점이 없어 제대로 뭉치지 못했지만, 김강현에 의해 중심을 잡고 잘 키우면 나중에 각 문파와 가문에서 한 자리씩 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무림맹과 하오문에 마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해 두었고, 김강현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 시간 동안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며 이들을 상대하면 나름 유익할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당분간 나는 머무를 계획이다. 너는 외부에 나가서 활동하는 게 어때?]

[괜찮은 생각이구나. 종종 생각날 때 연락하마.]

김강현은 계속 나무 위에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헬릭스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답답한 산골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이곳에선 먹을 것이 풀뿌리밖에 없고, 고기는 산짐승을 잡아야 하는데 굉장히 귀찮은 짓이었다.

김강현의 제안에 헬릭스는 당장 수락하며 바로 자리를 떴다.

“보여줄 수 있는 게 이게 다냐? 차라리 토룡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군.”

각자의 무기를 지팡이 삼아 간신히 서 있는 남궁호, 팽연, 제갈상은 이미 한계인지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게다가 갈비뼈와 다리 한쪽 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우리더러 지렁이라고?”

“이 정도에 쓰러질 거라면 진작 죽었어야지!”

뒤이어 몇몇 천룡대원들도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싸울 준비를 취했다.

상당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싸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 나름대로 잘난 맛에 살았는데 고작 한 명에게 당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진 맹주님에게 들은 대로 재미있는 녀석들이구나. 확실히 밟아주는 맛이 있겠어.”

“뭐, 뭐라고?!”

“혹시 같은 무림맹 소속?”

김강현의 말에 천룡대원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듣기론 앞서 몇 사람이 대주로 부임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고 하더군. 그래서 실력이 궁금해 날뛰어본 거다.”

더불어 천룡대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임시라지만 김강현은 실력 없는 녀석들은 거두어들일 생각 따윈 없었고, 더욱이 의지까지 없다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 이미지는 좋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이미 김강현의 머릿속에는 천룡대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그려졌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께서 새로 천룡대주가 정해졌다고 연락 왔었는데…….”

“뭐?!”

“이 자식아, 그걸 왜 지금 말해?”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이틀 전, 제갈상은 제갈명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했었다.

천룡대 숙소는 외진 곳에 있지만 외부와의 연락은 위성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고, 이를 제갈상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새롭게 천룡대주가 온다는 글을 발견했으나 지금까지 부임했던 천룡대주들이 외진 환경과 기가 센 대원들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도망친 것을 떠올리고 소식을 전달하지 않았다.

실제로 전에 대원들에게 천룡대주 부임 건을 공유했다가 바로 한 귀로 흘려들은 적이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러고 보니 대주는 대원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지?”

“허억!”

“10초 내로 정렬한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상을 입은 천룡대원들마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비틀거리며 김강현의 앞에 섰다.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하고, 갈비뼈를 부여잡는 천룡대원들도 있었지만 막강한 김강현의 무위를 봤기에 감히 항명할 수 없었다.

“오늘부터 너희들과 함께할 천룡대주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버텼으면 좋겠군.”

“네?”

“죽지는 않겠지만, 바닥에서부터 시작할 거다. 버티면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줄 테니 바득바득 견디라는 말이다.”

무시무시한 말에 천룡대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말이 단순한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오늘 첫 만남이 강렬했고, 힘을 조절해 싸웠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 * *

천룡대원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스케줄로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처음 김강현이 말한 대로 천룡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간절히 살기 위해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으. 오늘도 살았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시끄러. 이 자식들아. 말할 기운 있으면 먼저 씻기나 해.”

천룡대원들은 3인 1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남궁호, 팽연, 제갈상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피곤함에 바로 침대에 누웠다.

지금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이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근데 대주는 사람 맞아? 안 보고 요령 피우는 걸 어떻게 아는 거지?”

“기의 흐름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불가능하지.”

“한마디로 괴물이야. 괴물!”

김강현이 천룡대주로 부임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김강현은 천룡대원들에게 절대적으로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다.

훈련을 하는 동안 어느 누구도 딴짓을 할 수 없었는데, 딴짓하는 순간 돌멩이가 바로 머리로 떨어졌다.

더불어 1시간 동안 신체 능력이 둔화되어 더욱 고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 여겼지만, 다들 김강현의 돌멩이를 맞고 이 현상을 겪자 훈련을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언제 풀 수 있을까?”

“자유가 그립다!!”

남궁호는 양팔을 들어 올렸고, 팽연은 누운 상태에서 발버둥 쳤다.

그들의 팔에는 두꺼운 쇠 팔찌가 착용되어 있었다.

A급 무인인 그들이 쇠 팔찌를 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 쇠 팔찌는 특수하게 제작되어 그들의 내공을 금제하고 있었다.

덕분에 순수한 신체 능력으로 훈련을 받아야만 해서, 그동안 내공으로 신체 능력을 끌어 올렸던 천룡대원들은 더욱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나는 게 보인다.”

“하긴. 그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았을 거야.”

이제 일주일이었지만 천룡대의 부대주들인 그들은 김강현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 동안 김강현은 중구난망이었던 천룡대원들의 움직임을 하나로 통일시키며, 제갈상이 만든 진법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정확히는 김강현이라는 적이 생기자 천룡대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것.

김강현은 이를 적절히 이용했다.

물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닌 무공을 점검해 주니 개인 실력이 미친 속도로 늘어났다.

그래서 김강현은 천룡대원들의 체력을 고려하여 심야 수련은 금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숙소에서 잠을 자도록 명령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까?”

“분명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닐 텐데.”

덕분에 천룡대원들 사이에서 김강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무림과 당에 속해 있는 무인들 중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강자들은 모조리 파악하고 있는 만큼, 갑자기 나타난 김강현이 의심스럽긴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갈상이 제갈명에게 천룡대주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그는 본인이 말하지 않았다면 말할 수 없다고 거절해 김강현의 신분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실제로 김강현은 자신의 이름을 그들에게 말한 적이 없었고, 중국어를 현지인보다 능숙하게 하고 있어 아무도 외국인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위성 인터넷은 쓸 수 있지만, 당의 규제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어려워 김강현에게 대한 기본 정보도 부족했다.

이렇게 김강현의 신분을 극비로 처리하는 이유는 천룡대를 히든카드로 사용하려는 만큼 천룡대주를 맡은 김강현의 정보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대외적으로 김강현은 다시 한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그리고 진위혁이 주석에게 연락해 모든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조치해 김강현의 존재는 소수만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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