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장. 다가오는 어둠(12권) (101/119)

귀환한 절대자는 역대급 헌터 12권

1장. 다가오는 어둠

“바이탈 사인 정상입니다.”

“마력은 안정 상태이고, 폭주 가능성 5% 미만입니다.”

“방심하지 마라. 지난번에도 마음 놓고 있다가 크게 일을 치를 뻔했어.”

“알겠습니다. 록스 님.”

록스는 동굴 안에 있는 연구진에게 명령하고 그들을 통솔했다.

그의 시선은 유리창 너머 연구실 한가운데에 위치한 원형 유리관 안의 흑무에게 향해 있었다.초록색 액체로 가득 찬 원형 유리관에는 생명 유지 장치가 세팅되어 있었다.

‘실험체들은 성공했지만, 놈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동안 록스는 연구실을 드나들며 흑무의 신체를 완성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 록스와 지그문트는 은신처와 흑마법 연성을 위한 수련실을 대가로 제공받았다.

‘마왕 지그문트 님을 소환시킨 나도 상당히 미쳤지만, 녀석은 그 이상으로 미쳤어.’

흑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었다.

지금 전 세계의 헌터들의 몸에 골든 크라운의 마력이 담겨져 있다. 물론 단순한 마력이 아니고 흑마법과 금지된 술법을 이용해서 만든 인공적인 마력으로,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놈은 신이 되려고 해!’

흑무와 지내보니 그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힘을 택했고, 이를 위해 골든 크라운을 세상에 뿌린 것이었다.

게다가 이것은 그가 가진 힘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가깝게는 중국을, 멀게는 여러 나라의 수뇌부들을 양손에 쥔 채 마음대로 흔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골든 크라운에 의해 힘의 판도가 바뀌자 이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타국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흑무를 도와주기 전 자신들의 대계에 방해가 될까 싶어 지그문트에게 자문을 구해보았으나, 그는 재미있겠다며 적극적으로 도우라고 할 뿐이었다.

“마력핵을 각인시킨다.”

록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연구진은 호흡 장치를 통해 검은색 구슬을 흑무의 입안에 넣었다.

‘젠장, 저기에 지그문트 님의 마력을 연결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는 시기 어린 눈빛으로 마력핵을 보았다.

모든 골든 크라운의 마력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저것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흑무를 비롯한 연구진이 삼엄하게 보호하고 있어 끝내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 녀석들을 통해 세계 각지에 영혼 집적진을 작업해 두었으니 상당히 많은 영혼들이 모일 거야.’

단순하게 헌터가 골든 크라운을 복용했다고 해서 흑무가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력핵을 매개체로 그들을 조종할 수 있는데, 그 거리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록스의 도움으로 세계 여러 장소에 마력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마법진을 설치한 것이었다.

이때, 록스는 이들의 눈을 통해 주변에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수집할 수 있는 영혼 집적진을 숨겨놓아 지그문트가 빨리 회복할 수 있게 조치했다.

부글부글부글!!!

“갑자기 바이탈 사인이 증가합니다.”

“초기 마력 폭주 현상이 나타납니다!”

“기존 마력과 합쳐지는 과정이라 충돌이 일어날 수 있어. 진정제를 투여하고 지켜보자.”

의학에도 지식이 있는 록스가 흑무의 상태를 살폈다.

연구진이 진정제를 투여하자 흑무의 상태가 잠시 진정되었으나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했다.

마력 폭주가 계속 이어져 약물로 최대한 조치해 봐도 소용없었다.

“모든 보호 장치를 작동시키고 폐쇄 상태로 만들어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천장과 바닥에서 각종 폐쇄 장치들이 발동되며 흑무가 있는 유리관을 감쌌다.

이곳은 S급 헌터들이 날뛰어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고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그만큼 이곳에서 이뤄지는 실험과 연구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상황이 심각한데?’

“모든 연구진은 대피로를 이용해 안전장소로 이동하도록.”

“록스 님은?”

“난 여기에 남겠다. 설사 이곳이 붕괴하더라도 도망칠 수 있으니 걱정 마라.”

여기에 있는 연구진은 각성자들이지만, 전투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순수하게 이곳의 연구를 위해 모인 자들로 동굴이 붕괴되면 모두 죽고 말 것이었다.

록스는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한 채 말했다. 그는 다크 위저드이면서 연구자였다.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수 있기에 연구자로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사이 연구진은 대피로를 통해 이동이 완료되었고, 록스는 계속 흑무의 상태를 살폈다

“마력핵과 마력이 융합되고 있어!”

흑무의 마력 수치가 급증하는데, 더 이상 기계로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록스는 마법을 통해 끊임없이 흑무의 상태를 파악했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였지만, 여기만 넘기면 정말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힘의 존재가 탄생할 것이었다.

“여기가 한계인가?”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력하게 발산되는 힘을 버티지 못한 연구실의 보호 장치들이 부서지고 있었다.

동굴 천장에서는 돌덩어리가 떨어져 붕괴 위기에 처했다.

더 이상 여기도 안전하지 못함을 느낀 록스는 자신의 연구실로 이동 마법을 펼치려고 했다.

“어?”

그 순간, 일제히 연구 기기들이 폭발하며 흑무에게서 마력의 융합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그에게서 검은 빛무리가 뿜어지는데, 마치 세상 전체가 어둠에 휩싸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 마력이?!’

록스는 자신의 마력과 흑무의 마력이 서로 공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록스의 마력은 지그문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흑무와는 서로 다른 힘이지만, 한순간 록스는 자신의 마력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흑무의 몸에 마력핵이 성공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록스는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을 피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어쩌면 내가 다시없을 괴물을 만들어냈구나.”

연구자로서 뿌듯함이 들었지만 록스는 흑무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정신을 잃고 있는 지금이 아니면 훗날 죽이기 어려울 것이고, 지그문트의 계획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는 마력핵의 폭주로 죽었다고 하면 될 것이었다.

록스는 손에 마력을 실어 흑무의 심장을 노리는데, 닿기 직전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정말 그것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손에 실린 마력을 없앤 뒤, 흑무를 등에 업고 무너지는 동굴을 탈출했다.

* * *

“정말 성공했구나. 이걸로 인간의 탈을 절반쯤은 벗어났겠어.”

지그문트는 흑무가 마력핵과 결합을 이루어내자 감탄했다.

그들은 족히 15㎞는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계약자인 록스를 통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어 흑무를 살해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

록스가 자신을 위해 힘쓰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흑무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걸리적거리는 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지그문트가 보는 시점은 달랐다.

“누군가 이 몸에 대한 존재를 감추었어.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인간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드러나면 세상에 큰 혼란이 올 것을 알고 이를 막았다.

지그문트는 자신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기분이 나빴지만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놈이 날뛰면 날뛸수록 이 몸과 록스는 더욱 힘을 비축할 수 있어. 게다가 여기만큼 좋은 장소가 없구나. 크크큭!!”

록스를 통해 전달한 은신처의 위치는 무덤 근처로, 주변에 사기와 시체가 즐비했다.

덕분에 카메라 세포를 누르며 힘을 키울 수 있어, 지금은 육체가 많이 안정화되었다.

“하나 20% 이상 힘을 발휘하면 육체가 붕괴된다.”

안정적으로 힘을 쓰면 인간의 기준으로 S급 헌터의 실력에 불과했다. 키메라 세포를 완전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영혼과 마력이 필요했다.

“좀 더 성장해라. 그래야 훗날 내 영양분이 될 테니까!”

지그문트는 그 방법으로 흑무를 잡아먹기로 결정했다.

흑무는 골든 크라운을 이용해 마력을 모을 것이고, 나중에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었다.

지그문트는 그때를 노려 흑무가 가진 힘을 빼앗을 계획이었다.

“드디어 연락이 온 건가?”

말과 함께 눈앞의 공간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흘러나온 마력과 마나가 섞이며 검은 구멍을 만들어냈다.

마치 게이트와 비슷했지만, 사람 얼굴 정도의 크기여서 게이트라고 보기에는 이상했다.

“오랜만이구나. 파벨리온. 아니, 이제 마룡 그로시아스라고 불러야 하나?”

“무한의 마왕 지그문트.”

검은 구멍 너머로 가래 끓는 듯 탁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무슨 일로 시공간 통신을 시도한 것이냐? 그리고 이 신호는 어떻게 알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자고.”

그로시아스는 타 차원으로 연결된 신호를 통해 지그문트에게 통신 연락이 오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만들어낸 게이트의 힘을 일부 떼어 통신을 신청했다.

“이 신호로 연락을 보냈다는 건 이 몸이 이 세계에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어서겠지?”

“물론이다. 용마전쟁의 피해로 본신의 힘을 회복하지 못했을 텐데. 이번엔 소멸을 당하려고 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 그 치욕을 잊을 리 있겠느냐?!”

솔직히 둘은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껄끄러울 정도로 적대적인 관계인지라 말 한마디도 쉽게 할 수 없었다.

지그문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치욕을 씻을 수 있는 인간이 여기에 있다면 소멸을 각오하더라도 올 만하지 않느냐?”

“라셀이 그곳에 있음을 알았구나.”

“직접 만나 겨루어보니 예전보다 약해져 있으나, 성장하는 기세가 만만치 않더군. 헬릭스도 마찬가지고.”

라셀과 헬릭스의 이름이 언급되자 게이트가 일렁거리며 그로시아스의 불안한 감정이 표현되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지그문트에게 이것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알리는 꼴이나 다름없어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괜찮다면 거래를 하고 싶군.”

“거래?”

지그문트의 말에 그로시아스는 믿기지 않는 듯 대답했다.

그가 아는 지그문트는 자존심이 강한 마왕이었다. 게다가 자신과는 천적이나 다름없어 먼저 손을 제안한 것이 기이했다.

“라셀, 아니, 이곳에선 김강현이라고 불리더군. 물론, 네가 알고 있는 대로 놈을 찢어 죽이고 싶다. 하지만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으로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흐음.”

“복수도 중요하지만, 휘하 마왕들이 온전한 상태가 아닌 놈과 싸운다면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니라. 그래서 순서를 바꿔 이 세계를 지배하여 마계화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게 우선권을 넘기겠다는 건가?”

“그것보단 네가 빠른 시간 안에 넘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이곳의 계약자를 이용하면 몇십 년은 단축할 수 있을 것이야.”

지그문트는 자존심상 먼저 김강현을 양보하겠다는 말을 에둘러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록스와 흑무를 이용하면 그로시아시스에게 한 제안은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의외의 제안에 그로시아스의 마음이 흔들렸다. 지구에 계속 게이트를 만들어 차원의 틈을 벌리고 있지만 인간들에 의해 게이트의 폭주가 관리되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나?”

“그럼 이곳의 시간으로 3일 후 다시 연락을 주지.”

그로시아스는 지그문트의 제안을 심사숙고하기로 결정했고, 지그문트는 그로시아스에게 약간의 시간을 줬다.

이렇게 대화가 끝나자 지그문트는 통신용 게이트에 마력을 끊어 소멸시켰다.

“마음껏 생각해 보거라. 어떻게든 내 손바닥 위에 있으니 말이다.”

그는 조용히 힘을 축적하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그렸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계획에서 벗어남이 없었다.

지그문트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다시 수련에 집중했다.

* * *

한국에 돌아온 테라 길드원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한국 언론에서는 김광현과 연세연의 열애설이 또다시 보도되었으나 테라 길드는 언론의 허위사실유포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선포했다.

또한 휴가차 다녀온 미국 여행 사진들을 공개했지만 두 사람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가라앉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들이 세계헌터협회에 방문한 사실은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설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테라 길드원은 그 모든 걸 진실로 받아들이며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강현은 그동안 어쩔 수 없이 기동진에게 맡겼던 길드 업무를 자신에게 가져왔고 정보망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은 테티아의 도움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늘어나자 중국에 가기 전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 수련에 들어갔다.

“DON 그룹?”

김강현은 오전에는 수련을 하고, 오후에는 US그룹과 길드 업무를 보는데, 자신에게 전달되는 초대장 리스트에서 한 회사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제 US그룹의 부회장이라는 직함이 있어 예전과 달리 초대장을 모두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비서실에서 선별하여 전달하고 있었다.

“여긴 중국일 텐데?”

김강현은 초대장 리스트에 의외의 회사 이름이 적혀 있자, 기억을 떠올리며 예전에 렌에게 전달받았었던 중국의 헌터 세력에 대한 서류를 찾아 읽어나갔다.

“무림맹에서 DON 그룹을 이용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DON 그룹의 회장은 현재 무림맹주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고, 무림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절반 이상 지원해 주고 있었다.

더불어 당의 지원도 무제한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 경제를 휘어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갈 명분을 찾고 있던 김강현은 DON 그룹의 초대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님. DON 그룹에 연락을 취해주시겠어요? 그리고 제가 가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김강현은 결정이 서자 바로 이명원에게 연락하여 조치를 취했다.

이명원은 갑작스러운 연락에 살짝 놀랐으나 김강현 스스로 해외 출장 일정을 잡아달라고 부탁하자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얼른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강현은 몸이 하나인 것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흥종교가 돌고 있다고?”

렌이 모은 정보를 보던 김강현은 기이한 내용에 다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문서에 나온 내용으로는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천신교의 사제들이 나타나는데, 그들은 던전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에 의해 세계 멸망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몬스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신의 전사들이 나타나서 이들을 퇴치한 후 과거처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헌터들은 헛소리라고 치부했는데, 일반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헌터들과 달리 힘을 가지고 있지 않고,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주변 대피소로 피하거나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운이 없게도 그 자리에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였다.

그렇다 보니 천신교에 가입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헌터들이 몬스터와의 싸움에 집중할 뿐이지.”

김강현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내용만 적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일반 사람들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는 것이 상기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을 방치하면 주변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선 우선 몬스터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점은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 볼 만하겠네.”

헌터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먼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길드장님. 회의실에 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마침 그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김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옮겼다.

“어서 와라.”

“여행, 아니, 협회에는 잘 다녀왔느냐?”

“네. 덕분에요.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네 말대로 보안에 있어서는 협회보다는 길드가 안전하니 어쩔 수 없지.”

바로 한국헌터협회의 권하율과 유지운이었다.

두 사람은 테라 길드가 미국에 가는 목적을 알고 있었고, 테티아와 미셀과 논의하여 이들에게는 김강현이 알게 된 진실의 일부를 공개하기로 사전에 조율했다.

하나 한국헌터협회에는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강현은 곧 던전이 폭주할 것이라는 것과 지구 전체에 대규모 재앙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역시 그렇구나.”

“협회장님은 짐작하고 계셨습니까?”

“알다시피 세계헌터협회에 속한 사람들끼리 내부 정보망이 있는데, 요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추측하고 있었을 뿐이다.”

“록스의 행방을 말하는 것이군요.”

“그가 잠재적 위협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게다가 천신교라는 신흥종교까지 돌고 있어.”

생각보다 권하율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긴장한 채 모든 정보를 모으고 있었고,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 대해서 대비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두 분은 여론과 각 헌터협회의 의견을 모아주십시오. 그리고 헌터들의 파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파견이라고?”

“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김강현은 테티아가 예지를 통해 본 미래를 바꾸기 위한 준비에 들어섰다.

이야기를 듣는 유지윤과 권하율은 예상치 못한 주제들이 많이 나와 당황스럽지만,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이것도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미셀과 이야기를 맞춘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하자 크게 놀라는 기색들이었다.

‘어쩌면 판도가 바뀔 수 있겠어.’

‘아니. 이대로 1년이면 테라 길드를 다시 보게 될 거다!’

지금까지 권하율과 유지운은 테라 길드가 독보적으로 커진 무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보력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수 인원으로 길드가 운영되고 있어 그 한계가 명백할 것이라 판단했다.

국내와 해외의 세력들이 테라 길드를 눈여겨보면서도 적대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게다가 김강현과 검천호가 유명하여 다른 길드원들이 묻히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당백 이상이었다.

덕분에 헌터협회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경계심이 들었다.

“혹시 변경 사항이 있으면 기동진 부길드장을 통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제가 당분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기 때문에 직접 조율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최소 한 달에서 최대 세 달 정도입니다.”

“그 시간 안에 일어날 재앙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이 방을 나서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쌓이겠지만, 그것으로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권하율과 유지운은 자신들보다 김강현이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더 무겁기에 그를 격려하며 최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 * *

“다녀왔습니다.”

“강현아, 왔니?”

“네. 어머니. 어? 유나 누나도 왔나요?”

“아현이와 같이 스케줄이 비어서 밥 먹으러 왔다는구나. 같이 저녁 먹자.”

집에 가자 이수진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김아현과 김유나는 그녀를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련님.”

“네. 명원 아저씨.”

그리고 문소리가 나자 이명원이 나왔다.

“회장님, 아니, 할아버지는 어떠신가요?”

“깨어나는 시간이 분 단위이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차도를 보이는 게 아닐까요?”

“이따가 잠드시면 살펴봐야겠네요.”

김강현은 이명원을 통해 김고엽의 상태를 물었다.

최근 김고엽을 돌보는 일은 이명원과 이수진이 함께하고 있었다.

3일에 한 번씩 약의 도움으로 깨어났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부작용이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직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좋은 방향이라 생각하고 김고엽이 깨어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오랜만이로구나.”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잠을 푹 잔 듯 개운하구나.”

그때, 김아현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탄 김고엽이 거실로 나왔다.

김고엽이 깨어 있는 3시간 중 1시간은 건강을 위한 운동, 1시간은 이명원에게 회사에 대한 보고를 듣고 남은 1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김고엽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강현을 살피며 말했다.

“점점 좋은 소식만 들리더구나.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잘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실제로 김강현이 US그룹의 부회장을 맡은 이후 김우진 사건에 의해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여 살짝 실적이 흔들렸으나, 금방 이미지 회복을 시키더니 회사 개편과 함께 대규모 인사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김고엽은 많은 잡음이 생길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히려 평이 좋다는 말에 놀랐다.

이렇게 자신이 없어도 회사를 잘 이끌어가니 표현은 하지 않아도 대견하기 짝이 없었다.

“어머! 아버님. 일어나셨어요?”

“그래. 아가. 네가 고생이 많구나.”

“아니에요.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고요?”

“괜찮구나. 다 모였으면 가자꾸나.”

이수진은 김고엽에게 다가가 살갑게 말을 걸었고, 김고엽도 이수진을 애지중지 대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이동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할아버지일 거야.’

김강현은 이 모습이 아직도 적응되지 않아 뒤에서 고개를 내둘렀다.

처음 두 사람은 친해지지 못한 채 어색한 상태였고, 영영 이대로 지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수진이 진심을 담아 김고엽을 보살피자 그도 마음을 열었고, 김고엽의 집이 자연스럽게 이수진의 집이 되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김고엽은 이수진을 며느리로 인정하며, 기존의 집은 팔고 이곳에 들어와 살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고민 중이지만, 김강현이 볼 땐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기존의 집에 있던 살림살이를 이곳에 옮겼고, 많은 정을 붙였다.

김우진이 소송을 당하고 법의 재판을 받자 김유나가 이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이사는 이수진이 먼저 제안했는데, 김아현에게 김유나가 김우진 없이 혼자 넓은 집에서 쓸쓸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김강현은 이 이야기를 듣고 김유나가 거절할 줄 알았는데, 단번에 수락하여 이수진과 친하게 지내는 중이었다.

차갑고 냉기가 가득한 김고엽의 집이 온기가 도는 모두의 집으로 바뀌어갔다.

* * *

식사를 마친 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고엽은 잠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 회사 업무를 제외하고는 세상에 대해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고 노력했다.

“그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겠구나.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편의를 신경 써야겠다. 그리고 투자할 때는 아끼지 말고!”

“네. 참고할게요.”

김유나는 회사를 처음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들을 김고엽에게 상담하기도 했다.

그동안 회사에 속한 아티스트로 활동하다가 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사장이 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튀어나왔다.

물론 처음부터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험이 많은 김고엽과 이명원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자주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거 보면 강현이가 대단한 거야.’

어릴 적 경영 수업을 받았던 김유나는 문제가 있으면 그때의 기억을 살려 해결하곤 했는데, 김강현은 한 번도 경영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없음에도 현장에서의 문제들을 어려움 없이 해결하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고엽, 이명원과의 대화에서도 관련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니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헌터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사업이면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

“1차 타깃은 헌터들입니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적절한 강도로 조율하면 시장성은 충분할 것이라 봅니다.”

“흐음. 나중에 간략하게 사업계획서를 봤으면 좋겠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를 가진 김고엽의 말에 이명원은 속으로 놀랐다.

지금까지 김고엽은 어떤 사람이 사업을 설명할 때, 한 번에 허락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어떻게든 그들의 계획에서 빈틈과 단점을 찾아내 이를 보완해 다시 가져오도록 할 만큼 철두철미했다.

아마 이렇게 시원하게 넘어가는 경우는 김강현이 처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강현아. 부탁이 하나 있다.”

“네. 할아버지.”

공적인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김고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헌터 일은 접고 회사에 집중하는 것은 어떠냐? 물론, 네 의사를 최대한으로 존중하마.”

김고엽은 이렇게 지내다 보니 자신이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건강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우진의 흔적을 지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고엽도 지워지고, 그 자리를 김강현이 메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우진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형이 끝난다 하더라도 복귀가 안 될 것이고, 김철진은 검사 일에 전념하고 있어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게다가 김유나도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신만의 회사를 차렸다.

이렇다 보니 남은 사람은 김강현뿐인데, 이미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채 회사 운영에 관여하고 있어 US그룹을 이끌 사람이 그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헌터로서 전성기를 맞고 있어 김강현의 속마음을 듣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알겠습니다. 제가 회사를 잇겠습니다.”

“그래. 역시 거절을…… 뭐?!”

“도, 도련님!”

“그게 정말이니?”

김강현이 헌터로 살아갈 것이라 확신하고 있어 그에 맞는 답변을 하던 김고엽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김강현이 경영에도 뛰어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본래 헌터로서의 능력이 뛰어났던지라 회사가 안정화되면 기업 전문가를 세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네. 그치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1, 2년 안에는 끝날 테니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경영에 전념하겠습니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 허허허!!!”

얼마나 기쁜지 김고엽은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현아,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맞아. 회사 일을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헌터로 활동하는 걸 더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김유나와 김아현은 김강현의 대답에 의문을 가졌다.

“당연히 회사 일보다 헌터로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이 더 보람 있고 즐거워. 하지만 계속 이 힘을 가지고 있으면 끊임없이 사건 사고에 휘말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래서 이번 일만 마무리되고 나중에 몬스터의 위협이 없는 세상에 온다면 헌터 김강현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아!!”

“하긴, 강현이가 다른 헌터들보다 강하긴 하지!”

조금 말이 어렵지만 몬스터에 의해 사람들이 위협당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헌터들의 일이 줄 것이고, 그것은 과거와 같은 평화로움을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이수진은 미소 지었다.

그녀는 부모의 입장에서 며칠 동안 밖을 돌아다니고 다치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는 것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내심 기뻤다.

‘테티아의 말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미국을 떠나기 직전, 김강현은 테티아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따로 만남을 가졌다.

김강현은 편하게 말을 놓으며 테라의 소식과 앞으로의 조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의문이 들었다.

“왜 나였던 걸까? 차원 이동을 해서 테라에서 그 고생을 하고 돌아왔는데 여기에서 지구의 적들을 비롯해서 테라의 적들과도 싸워야 한다니 말이야.”

“세상엔 사소한 인연이라도 그냥 만들어지는 법이 없어요. 모두 인과관계가 있죠.”

“흐음.”

“지금의 저희로선 알지 못하는 인연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생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이렇게 강한 힘이 주어진다는 건, 이를 소화하고 해낼 사람이 강현 님이 유일하다는 것이겠죠. 그러니 그 답을 싸움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말에 고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야 답을 알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싸움이 끝나고 생각에도 늦지 않기에 우선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결론에 닿을 것이라 생각했다.

* * *

“흐음. 이건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인데?”

김강현은 길드원들이 중국에 가는 문제로 회의실에 모였다는 연락을 기동진으로부터 받고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무도 말한 적이 없었는데…… 아니, 헬릭스에게 말하긴 했지.”

이번 중국행은 지난 미국행과 달리 숨겨진 위험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쩌면 김강현도 스스로의 몸을 건사하지 못할까 싶어 고심 끝에 인력 구성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일단 만나러 왔다니 가봐야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의실에 김강현이 들어오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길드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강현을 향했다.

테라 길드원들 중 비전투직인 이유하를 제외하고 검천호, 렌, 연세연, 김건, 그리고 헬릭스가 회의실에 있었다.

그런데 헬릭스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재미있겠다는 기색이었다.

‘집에 가면 두고 보자!’

딱 회의실의 사람들을 보자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헬릭스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요즘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며 얼굴 보기가 어려워, 미리 그에게만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예상치 못했다.

“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요?”

“네. 중국으로 가는 명단이 어떤 기준으로 짜인 건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저희들이야 길드장님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길드장님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란다. 분명 중국에서 혼자 활동하기 어려울 텐데 헬릭스와 함께 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김건, 렌, 검천호 순서대로 김강현에게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김강현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 자리에 모였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분명 김강현의 기준에선 부족할지 모르지만, 다른 헌터들과 비교했을 때 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김강현은 연세연도 할 말이 있나 싶어 그녀를 보았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어떤 말을 했길래 이렇게 이들이 나서는 거냐?

-이 몸은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뿐이니라. 지금의 너희들로는 김강현에게 짐만 될 뿐이니 조용히 수련이나 하라고 말이야.

-그건 맞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김강현은 헬릭스와 메시지 마법으로 몰래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유를 알게 된 김강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 또한 솔직하게 말하죠. 지금 여러분들은 많이 부족합니다. 아니, 대련이 아니라 동등한 실력의 상대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면 1분 안에 죽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동안 침묵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연세연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동등한 실력을 가진 사람과 싸우는데 왜 1분 안에 죽는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헬릭스가 정신 마법을 이용하여 여러분들을 수련시키고 있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정확히는 테티아의 도움으로 강해졌기에 그 힘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것이 가능한가요? 더 강해져야 하는데 약해졌다니?”

“쉽게 설명하면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의 선까지는 힘을 컨트롤하며 싸울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마나 역류와 폭주가 일어날 것입니다.”

김강현의 기감에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나 흐름이 크게 일렁거리며 날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마 검천호는 다른 이들보다 안정적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가진 힘의 절반 정도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그런 건가?”

“무언가 알고 계십니까? 검 어르신!”

“평소 수련이 끝나고 나면 내면을 관조하는데, 정체불명의 힘이 내 마나에 계속 스며드는 것이 느껴지더구나.”

“아마도 테티아의 신성력이 마나를 자극하고 있는 듯싶네요.”

“그리고 절반 정도 되는 힘이 내 마음으로 움직여지지 않은 것이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검천호의 의견에 다른 이들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과 목숨을 걸고 싸울 때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이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접 그것을 겪지 못하니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 몸이 제안을 하나 하지. 늘 하던 대로 정신세계에서 3분 동안 이 몸의 공격에도 살아남는다면 중국에 같이 가는 걸 허락하마.”

“정말인가요?”

“당연히 수락해야죠!”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이미 정신세계에서 수천 번의 죽음을 경험했기에,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죽지 않을 수 있는지 나름 방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설사 죽는다 하더라도 헬릭스가 정한 3분은 견디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을 보며 헬릭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잊었구나. 죽일 각오로 마법을 펼칠 것이니까 이번에는 다를 거다.”

“네?!”

헬릭스의 말에 대답을 하려는 찰나, 회의실에서 김강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이 눈을 뜬 것은 현실 시간으로 30초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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