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승계가 걸린 지분 싸움
US그룹의 임원들은 일반 종이 명함과 달리 금색 명함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소수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전달하거나 크게 도움 받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것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그를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이런 금색 명함이 있던 건 아니었다.
김고엽이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고, 임원들에게도 항상 베풀라는 의미를 담아 5개의 금색 명함을 만들어 주었던 것.
“자세히 좀 보겠습니다.”
임재우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금색 명함에 각인된 넘버링을 확인했다.
‘2번 명함이라면 내가 철진에게 준 것이 확실하다.’
“이걸 어떻게?”
“아버지께서 시간이 나면 임재우 사장님을 찾아뵈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아버지 성함이?”
“김 철 자 진 자를 쓰십니다.”
임재우는 다시 놀라며 금색 명찰과 김강현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김철진과 김고엽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전략기획실장. 이 사람을 김고엽 회장님이 후계로 정했다고? 김우진 사장을 견제할 상대로?’
“하하하하. 그랬구만. 그랬어. 역시 대단한 사람이야.”
임재우는 김고엽의 뜻을 읽자 눈앞에 김강현이 있다는 것도 잊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김고엽의 손자라면 갑자기 전략기획실장 자리를 맡은 것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김강현이 회사에 아무 커넥션도 없이 전략기획실을 맡아 성공적으로 성과를 내며 운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크흠. 그럼 말을 편하게 놓아도 되겠나?”
“회사 일은 끝났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하십시오.”
“그래주면 고맙지. 그럼 앞으로 삼촌이라고 불러라. 네 아버지하고는 가족 같은 친구였으니 말이야.”
“네. 재우 삼촌.”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이야기가 좀 더 수월했을 텐데. 왜 숨긴 거냐?”
문득 의문이 생겼다.
김철진의 아들이라는 것만 먼저 이야기하면 앞 이야기가 없어도 임재우는 김강현을 도왔을 것이다.
평소 김우진의 행보가 자신들과 반대 입장인 것도 있었으며, 사이도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이야기했다면 편했을 테지만, 나중에 사람들의 평가가 안 좋겠죠. 또한 시선도 달라졌을 겁니다.”
“흐음. 그렇겠구나.”
처음 김강현이 전략기획실장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US그룹에선 많은 소문이 돌았다.
김고엽의 숨겨 놓은 자식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타 회사의 후계자인데 김고엽에게 부탁해 경영 수업을 받으러 왔다는 황당한 소문까지 돌았다.
김강현도 이러한 소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쓸데없는 소리는 무시하고 오로지 실력으로 팀원들과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그런데 네가 전면에 나서면 분명 철진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거다. 지금 임원들 중에서도 네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US그룹 일이나 제 일에 대해선 나서지 않을 겁니다. 다만, 할아버지의 병환에 대해선 알아보겠지만요.”
“두 사람이 얽힌 오해가 깊어 잘 풀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김고엽과 김철진을 떠올리자 임재우는 막막함에 한숨만 나왔다.
그때는 부자간의 연을 끊고 지내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신도 자식을 낳고 키워보자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것인지 깨달았다.
그 연을 다시 잇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의 능력도 범상치 않아. 겨우 20대 초반인데.’
더불어 임재우는 김강현과 똑같은 나이로, 미국 대학교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떠올렸다.
만약 김강현과 똑같은 환경이 주어졌다면 이렇게 해낼 수 있었을까?
그는 김철진으로부터 김강현이 몇 년간 뇌사 상태였고 단기간에 회복한 뒤 지금은 헌터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걸 들어 알고 있었다.
“잘될 것입니다. 그때와 달리 아버지의 주변은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당시 김철진은 혼자였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가족들이 있었다.
어떤 생각을 하던 가족들이 그가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힘껏 도울 터.
이후 김강현과 임재우는 앞으로 어떻게 김우진의 세력을 상대할 것인지,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 *
“흐음.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김우진은 하루에 세 번씩 김고엽 주변 인물에 대해 보고받고 있었다.
이명원과 강려원은 김고엽을 따르는 임원들을 다독였고, 임재우 또한 자신의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었다.
“확실히 임재우 사장은 아버지 쪽으로 돌아섰네.”
그리고 특히나 김강현의 움직임을 주시했는데, 4일 전 임재우와 만난 것도 확인한 상태였다.
그 이후 임재우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명원과 접촉한 것도 확인했고 말이다.
김우진은 그가 확실히 김고엽에게 돌아섰음을 확신했다.
임재우와 김철진은 어린 시절부터 사이가 좋았는데, 형편이 어려웠던 임재우가 알지 못하게 도움도 많이 주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임재우는 내색하지 않고 언젠가 이 은혜를 갚기로 마음먹었고
그래서 김철진이 잠적했을 때 사람들을 동원하여 찾아 헤맸으나, 김우진이 이를 방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김철진의 아들이 나타났으니, 임재우로써는 당연히 김강현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데 강현이는 바이오 쪽과 접촉 이후 행방이 묘연하단 말이야.”
헌터의 능력을 이용하는 것인지, 아무리 사람을 써서 행방을 알아보려고 해도 파악할 수 없었다.
길드 건물은 보안이 철두철미하여 들어갈 수 없었고, 던전도 위험하여 들어갈 수 있는 가드가 마땅하지 않았다.
임재우와 만난 이후 마치 하늘로 솟은 것처럼, 김강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어. 이 판을 뒤집는 건 불가능할 거다.”
김우진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임원들에게 은밀히 김고엽의 병환 소식을 흘렸고,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임원들은 다급히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고엽은 최소 이삼 일에 한 번씩은 회사에 들러 얼굴을 비추곤 했는데 벌써 일주일 이상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이러한 경우가 있었는데, 심장 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이유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고엽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믿고 있었다.
“7%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만큼 패배할 리 없어. 추가로 들어올 사람들을 생각해도 문제없지. 변수만 없다면 말이야.”
더불어 몇몇 임원들에게 주주총회에 대한 이야기도 흘렸다.
그때 회장 대리 자격을 얻기 위해 상대방 편의 임원들을 이미 매수한 상태였다.
물론 그들에게는 적당한 이익을 주기로 약속했고 말이다.
그들이 보기엔 김고엽이 없는 회장 세력은 끈 떨어진 연이고, 임재우의 세력은 김우진이 가만히 두지 않을 터였다.
자연스럽게 김우진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그들 세력의 중심을 차지하는 자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주기로 약속하여, 내부에서부터 분열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 5%의 지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설마 이번에 나타날까?”
US그룹 주식을 1% 이상 가진 대주주 리스트를 살펴보면,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 2%와 3%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10년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나설 것에 대비하여 행방을 좇았지만, 마치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내 손바닥 위에 있다. 절대로 튕겨 나갈 일은 없을 거야!”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편 채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회장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을 떠올리니 이젠 기다릴 수 없었다.
김우진은 이를 악물며 자신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모든지 부셔 버릴 각오를 다졌다.
* * *
“어렵다. 어딜 가나 큰아버지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네.”
일주일 동안 바쁘게 돌아다닌 김강현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명원으로부터 회사 주식을 1% 이상 가지고 있는 대주주 리스트를 전달받은 김강현은 김우진의 눈을 피해 은밀히 그들을 만나러 다녔다.
다행히 몇 명은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지만, 대부분 김우진의 손에 뻗친 상태라 그들의 마음을 돌리긴 어려웠다.
게다가 김우진의 계략에 의해 내부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노력하고 있지만 벌써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구나.”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닙니다. 두 분도 힘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사람들을 잘 챙겨주십시오.”
이명원과 임재우의 말에 의하면 조건에 흔들린 임원들이 김우진 쪽으로 넘어가 7%의 주식 비중을 빼앗긴 상황이었다.
계속 유혹이 이어질수록 이탈하는 임원들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고 말이다.
“그나마 루크 회장님이 도움이 되어 다행이지.”
3일 전, 김강현은 우연치 않게 아레스 그룹 루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현재 US그룹과 진행 중인 협약 사항에 대한 조율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때 현재 상황에 대해 알게 된 것이었다.
아레스 그룹에서는 US그룹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에 루크는 급히 임원 회의를 열어 나중에 주주총회가 열릴 경우 이 주식의 위임을 김강현에게 하기로 결정했다.
김우진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비장의 수가 마련되자 김강현은 내심 숨을 돌렸다.
“하지만 확실한 승기를 위한 3%가 부족해.”
이탈된 주식 지분을 제외하고 김고엽과 임재우의 세력이 가진 합치면 48%.
김우진의 세력은 39%이고, 남은 11%는 개인 지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주주들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김우진 쪽으로 이탈자가 생기는 만큼, 남은 대주주들을 만나봐야 했다.
그래서 지금, 김강현은 적의 한복판에 깃발을 꽂기 위해 한 사람을 만나러 온 상태였다.
“오랜만이야, 강현아. 어쩐 일로 회사까지 찾아왔어?”
“아현이하고 누나 보러 왔죠. 요즘 잘 지내셨어요?”
“말도 마. 애들이나 나나 잠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
김유나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막바지에 도달했고, 회사와 방송사는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특히 연습생 아이들은 마지막 최종 아이돌 멤버에 당선되기 위해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하고 있었다.
동시에 여러 방송에 나가 프로그램 홍보와 팀을 알리기 위해 애도 쓰고 있었고.
특히 김아현은 매 스테이지 결과와 투표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어,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데뷔 멤버로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김유나도 예상치 못한 성공에 기뻐하며 자신의 앨범까지 준비하느라 매우 바빴다.
이윽고 김강현이 조심스레 본론을 꺼냈다.
“오늘은 US그룹의 전략기획실장과 대주주 사이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뭐?”
“누나가 가지고 있는 주식 3%를 제게 위임해 주실 수 있나요?”
* * *
“지금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니?”
“아직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잡합니다.”
김유나는 US그룹을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계속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재테크용으로도 괜찮고, 가족의 경영권을 지키기에도 용이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지금 US그룹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김강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인 할아버지께서 마력 중독으로 쓰러지셨고, 그 자리를 큰아버지인 김우진 사장님이 차지하려고 합니다. 곧 주주총회가 열릴 텐데 만약 김우진 사장님이 회장 대리 자격을 얻게 되면 그룹 내부에 인사 칼바람이 불 겁니다.”
“……아마 그렇겠지.”
“분명 그룹은 갈기갈기 찢어질 테죠. 권력 다툼에 의해 일어날 피해를 막고 싶습니다.”
그녀는 김강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고엽의 피를 물려받은 김우진은 경영에 있어서는 차가운 얼음처럼 냉정했다.
연예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할 만큼 자질과 끼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김유나는 계속 경영 수업을 받고 있었을 터.
결국 김우진의 권력을 단단히 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딸인 자신이 봐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잠깐만. 그런데 마력 중독이라니? 어째서 할아버지가 마력 중독에 걸린 거야?”
순간 김유나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점을 깨닫고 물었다.
그녀는 헌터가 아니었으나 마력 중독이 아무에게나 쉽게 걸리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김고엽이 던전 안에 들어갔을 리는 없었고, 평상시 가드들에 의해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게다가 김고엽은 일반인이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범인으로 짐작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데?”
“바로 큰아버지이신 김우진 사장님입니다.”
“야. 야! 지금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죽이려 했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바로 이어진 김강현의 말에 김유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언성을 높이며 손가락질했다.
그만큼 그녀에겐 충격이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재벌이고 잘사는 집안이지만, 지금껏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돈과 권력을 위해 가족들끼리 싸우지 않고 화기애애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사는 만큼 가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볼 법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누나, 일단 진정하고 들어보시겠어요?”
김강현이 방 안에 마나를 흘리며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자 씩씩거리며 화를 내던 김유나는 움찔거리며 조금 진정되었다.
이렇게 화를 내봐야 대화하는 데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길게 호흡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회장님은 제가 선물한 아티팩트를 항상 착용하고 있어서 웬만한 독에나 마력이 통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력 중독에 걸린 건 누군가가 선물로 위장해 전달한 약을 꾸준히 복용했기 때문이에요.”
“약이라고?”
“네. 실은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회장님이 마력 중독에 걸렸는지 조사하고 다녔습니다.”
마력 중독의 원인이 골든 크라운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김강현은 우선 암상회주에게 암흑 경매장과 암상인들에게 구매자 리스트를 요청했다.
암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자 리스트는 그들의 돈줄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암상인을 통해 신분이 노출되면 누군가에 의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암상회주는 김강현을 믿고 고객들의 정보와 자신의 패를 넘겼다.
이 패를 이용하면 암상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물건을 구입할 때 싸게 살 수 있었다.
그가 김강현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이유는 제무월 일행으로부터 자신과 암상회를 구해주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헌터협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
당연히 김강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괜찮다고 판단해서였다.
덕분에 김강현은 이 정보를 기반으로 골든 크라운의 행방을 좇았다.
‘헬릭스가 없었으면 정말 어려웠을 거야.’
그들의 눈을 피해 움직이기 위해선 헬릭스의 그림자 스킬이 필수였다.
이를 이용하여 김강현은 어둠 속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골든 크라운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구매자들이 약을 복용했거나 주변 헌터들에게 복용시킨 것을 확인했다.
그러다 김고엽이 가지고 있던 골든 크라운은 헌터들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약효가 약한 만큼 다시 가공했을 거란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암상회주에게 제무월 일행이 머물렀던 거처를 확인했고, 그곳 CCTV에서 이상한 행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호텔의 카페에서 한 사람과 만나는 것을 확인했는데, US전자의 비서였던 것이다.
임원회의 당시 회의장에서 그를 본 적이 있어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거래하는 듯싶었는데 CCTV 화면을 확대해 보니 김고엽이 가지고 있던 약이었다.
“물론 큰아버지가 움직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증거는 US전자의 비서로, 언제든지 그의 독단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큰아버지는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비서 혼자서 이런 큰일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배후에는 큰아버지가 계셨겠죠.”
그녀는 믿을 수 없었지만 김강현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느꼈다.
물증이 없을 뿐이지만, 상황 증거가 완벽했다.
아니, 물증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김우진이 없앴을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김강현은 역으로 택배를 추적해 보니 이미 여러 곳을 거처 발신인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송장에 적힌 김고엽의 친구에게 소식을 물을 겸 택배의 존재를 확인해 보았으나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정말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을까?’
김유나는 마음속에서 김우진을 믿고 싶었지만, 그의 냉혹함을 알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게다가 김고엽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면 훨씬 쉬울 것이었다.
“마음 정하기가 쉽지 않겠죠. 쉽지 않을 겁니다.”
“음.”
“지난번에 제가 아이들의 가드로 일하는 대신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 걸 기억하나요?”
김강현의 질문에 김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돈으로 김강현을 고용하기에는 내부 반발이 심해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부탁으로 지지를 해달라는 걸까?’
김유나는 그 부탁으로 자신이 가진 주식들을 위임해 달라고 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고, 자신이 뱉은 말이니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김강현에게서 나온 말은 예상외였다.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거면 충분합니다.”
“정말이니?”
“네. 결정은 누나가 잘 생각해서 내려주세요.”
지금 이 순간 가장 혼란스러운 건 김유나일 터였다.
이 상황에서 그녀에게 선택을 강요한 건 가혹한 일이었다.
그저 진실을 알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피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마음 정하면 연락 부탁드릴게요.”
김강현은 그녀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김유나는 김강현이 방을 나가고 난 뒤 한참이 지나도 생각에 빠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강현이 말대로 한번 알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
만약 김우진이 움직였다면, 부하 직원들을 옭아매기 위해 증거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김유나는 진실을 파악하기로 결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제 시작이군요.”
“드디어 김우진 사장님이 칼을 뽑아 들었군요.”
김강현과 강려원은 어제 도착한 메일을 확인했는데, 2주 후에 주주총회를 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대책 회의를 위해 모였다.
“며칠 전부터 회장님의 병환 소식이 내부에서 돌았고 언론에서 의심하던 중인데. 이렇게 정리를 하는군요.”
“본인이 나서지 않고 해결하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괜찮은 이미지를 만들었고.”
주주총회 사전 작업을 위해 김우진은 자신과 관련 없는 중립 임원들에게 김고엽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흘렸다.
실제로는 마력 중독이 원인이지만, 이 말이 돌 경우 어째서 헌터가 아닌 김고엽이 마력 중독에 걸렸는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아무나 마력 중독에 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언론에 공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김고엽의 심장병은 워낙 유명했다.
그러니 이렇게 둘러 공표하는 것이 직원들과 대중들을 납득시키는 데 빨랐다.
“김우진 사장님은 절대로 질 싸움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주주총회에서 회장 대리로 나서겠다는 건 이기겠다는 확신이 있다는 거겠죠?”
“그렇겠죠. 지금 위임까지 포함해서 주식 비중이 어떻게 됩니까?”
“52 대 48로 저희가 앞서고 있습니다.”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퍼지기 전, 이명원과 강려원은 임원들과 주주들을 다독거리며 위임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 비율은 아직까지 김우진의 세력을 앞서고 있었다.
게다가 김강현이 임원으로 등재하여 회사 사주를 확보하며, 증권가에서 주식을 모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식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주식을 사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불법 거래로 적발됨과 주가 조작으로 걸릴 수 있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타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분명 숨겨놓은 한 수, 아니,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부실장님이 조심스럽게 알아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려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주주총회가 확정되자 주변의 의견에 따라 김우진은 회장 대리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US그룹의 직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가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 그는 혁혁한 공을 세웠고, 김고엽의 핏줄이라는 메리트가 있었다.
덕분에 김고엽의 병환 소식과 주주총회 개최 소식에 몇몇 임원들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아직 5% 지분을 가진 대주주는 찾지 못했나요?”
“계속 알아보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회장님에 의해 증여가 이루어졌는데, 주주가 배정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증여를 한 김고엽이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무상 증자로 이루어져 증여 받은 당사자가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주총회 의결권 기록을 살펴보니 그 5%의 주식은 단 한 번도 의결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
강려원은 5% 지분의 대주주를 찾으며, 김우진 세력에 심어놓은 사람을 통해 계속 정보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 사람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나설 때가 된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내일이나 모레쯤 준비하도록 하죠.”
“네. 실장님.”
강려원의 말에 김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김고엽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김강현이 전면에 나설 때가 온 것이었다.
* * *
‘테라 귀족들의 행동을 내가 따라하는 걸 보면 참 인생은 알 수 없구나.’
수백 년동 안 테라의 라셀로 살았던 김강현은 왕족과 귀족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가족들을 죽이는 모습을 보며 이해되지 않았는데, 정작 그 당사자가 자신이 되자 이해가 되었다.
욕심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도 있었지만, 김강현처럼 어쩔 수 없이 권력 싸움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건 비서실장님과 논의한 뒤 말씀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정해지는 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김강현은 단순하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하여 벌어지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떻게 보면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크게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예상하며 계획을 짰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헤어져 각자 집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입니다. 안 하셨으면 같이하시겠습니까?”
“저는 먹었습니다. 가정부에게 미리 준비하도록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런데 김강현은 김철진과 이수진이 있는 집이 아니라 김고엽의 집으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이명원은 김강현이 도착하자 안부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도록 조치하고, 함께 김고엽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할아버진 어떠신가요?”
“별 차도가 없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계실 때보단 상황이 악화되지 않으니 다행이죠.”
김고엽은 여전히 산소 호흡기에 의해 의지한 채 누워 있었으며 마력 억제제가 조합된 마나 링거를 맞고 있는 상태였다.
집에는 24시간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어, 항상 마나 링거의 수액이 끊어지지 않게 조치하고 있었다.
그가 집으로 돌아온 이유는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마력 중독 치료법이 없는 이상 이명원과 상의하여 집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병원보다는 한정된 사람만 다니는 집이 안전하기도 했다.
물론, 김고엽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 정보가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김우진의 입김이 닿은 사람들은 쫓아냈다.
그때, 노크와 함께 한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강현아, 왔니?”
“네. 어머니.”
“이런 일은 아랫사람을 시키면 됩니다. 아가씨.”
“아니에요. 제 아버지 되는 분이신데요.”
이수진이 세숫대야 안에 물과 수건을 가져와서 김고엽의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이명원이 이를 말렸으나 그녀는 괜찮다고 말하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것이니 따로 말씀하실 때까진 비서실장님도 지켜봐 주세요.”
“후우, 알겠습니다.”
이명원은 김강현도 이수진의 뜻에 동조하자 자신이 만류할 수 없음을 느끼고 인사와 함께 방을 나섰다.
이수진이 이 집에 들어온 것은 김고엽이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였다.
아직 언론에 김고엽의 병환 소식이 알려지기 전 김철진으로부터 김고엽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자진해서 이 집에 들어와 병간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철진과 이명원은 난감해했다.
어떻게 보면 그녀에게 김고엽은 시아버지였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스스로 고생길을 자처하자 궁금함에 김강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네 아버지를 보면 종종 알 수 없는 어두움이 있었는데, 그게 가족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더구나. 지금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네 할아버지이고, 남편에게는 아버지 되는 사람이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가시는 걸 보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
그 말을 듣고 김강현은 이수진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전폭적으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덕분에 그녀는 김고엽의 집에서 지내며 간호를 하고 집안일을 챙겼다.
‘그러고 보면 아가씨로 인해 많은 게 바뀌었어.’
처음 이명원은 이수진이 이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점점 집안 살림이 나날이 좋아지고 일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가 이곳에 있으니 자연스레 김철진과 김강현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마치 정 여사님이 계신 것 같아.’
그동안 김고엽과 이명원이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까지 이수진이 챙기니 일손들이 만족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이고, 집안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연을 끊었어도 김철진에겐 그래도 하나뿐인 아버지였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은 여려서 마음고생을 하는데, 이수진이 예상치 못하게 많은 도움을 주자 굉장히 큰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네 할아버지도 불쌍한 사람이야.”
“네?”
“생각해 보렴. 이 넓은 집에서 정 붙일 사람이 한 명도 없잖니?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와 권력이 있더라도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다 부질없지 않을까?”
김고엽의 몸을 깨끗이 닦던 이수진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말을 꺼냈다.
처음 그녀가 이 집에 왔을 때는 온기가 하나도 없는 차가운 얼음의 집 같았다.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 또한 어둡기 짝이 없었다.
이수진이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다행히 집안 일손들의 호응이 있어, 드디어 사람이 사는 곳답게 바뀌고 있었다.
“명심하렴. 아무리 미워도 한 번 정한 부모와 자식 관계는 바꿀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자식은 부모를 미워해도 부모는 자식을 미워할 수 없단다. 제 배 아파 낳은 자식이잖니.”
“음.”
“아마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 몰래 네 할아버지의 시선이 미쳐 있었을 거야. 남몰래 도움을 준 적도 있을 거다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사람의 도리는 하는 게 맞아.”
말과 함께 이수진은 낯간지러워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일어났다.
마침 김고엽의 몸을 다 닦은 뒤였다.
김강현은 남이나 다름없던 김고엽에게 이수진이 정성을 쏟는 이유를 알게 되자, 그동안 자신이 많은 것을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마력이 없어지면 좋겠는데 말이야.”
방에 남은 김강현은 자신의 마나를 김고엽에게 흘려보냈다.
파괴의 기운을 가진 인피니티 마나는 자신의 적이나 다름없는 골든 크라운의 마력을 발견하자 사나운 맹수처럼 달려들었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 김강현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김고엽의 몸은 미세한 실금이 무수히 나 있는 유리구슬과 같아 김강현은 조심스럽게 골든 크라운의 마력을 없애는 과정을 진행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를 다 없애고 싶었으나 현재 이 마력이 김고엽의 생명이 지속시키고 있어,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마력을 제거했다.
순간순간 김고엽의 몸이 들썩거리며 김강현의 공격에 반발하는 모습이 보여 혹시 잠시라도 깨어나지 않을까 살펴보았지만 그대로였다.
“휴우.”
이윽고 김강현은 마나를 거둬들이며 마지막으로 김고엽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때, 김고엽의 손가락과 눈꺼풀이 움직였다.
짧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10초 정도 파르르 떨리는 움직임.
하지만 곧 마치 신기루였다는 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 * *
”비서실장님. 한 가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마침 거실에서 이명원이 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다.
김강현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아직 주총에 나타나지 않은 5%의 회사 주식이 있죠? 알아보니 회장님이 비상장 주식일 때 누군가에게 증여해서 회사에 남아 있는 기록이 더 이상 없더군요. 혹시 당시 누구에게 증여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흐음. 비상장 주식이라면 대략 35년 전이군요. 잠시만요.”
이명원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기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증여된 주식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회장님이 투자금을 받았습니다. 그 주식들은 다시 적정 금액을 주고 사 왔기 때문에 저도 혼란스럽군요.”
“그럼 그 5%의 주식은 대체 어디서?”
“혹시 정옥연 여사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다시 생각을 더듬던 이명원은 자신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떠올려 말을 이어나갔다.
“15%의 주식을 돌아가신 정옥연 여사님에게 증여한 적이 있습니다. 여사님은 그 주식들을 시장에 내놓지 않았지만,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사회 재단에 증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그동안 시장이나 주총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아직까지 비상장 주식으로 알고 있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테죠.”
‘어쩌면 예상외로 빨리 찾을 수 있겠어.’
지금까지 정옥연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마침 김철진이 생전의 정옥연의 행보를 알아보고 있으니, 그에게 부탁하면 좀 더 수월해질 터였다.
김강현은 이명원과 함께 생전의 정옥연이 자주 가던 장소와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지 체크하고 이 내용을 김철진에게 전달했다.
* * *
‘공개한다고 한 날이 오늘인가?’
매일 US그룹으로 출근해 일하던 김강현은 오후가 되자 직원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며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예상했던 대로 각 방송과 언론사에서 실장님에 대한 확인 및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3시간 후 US그룹의 회의실에서 1시간만 공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연락 오는 방송사와 언론사에는 딱 2명씩만 받는다고 말해주세요.”
“네. 미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강현은 이후에도 강려원에게 추가 지시들을 내리며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 언론에는 김강현이 김고엽의 손자이자 US그룹의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하고 있다는 정보가 뿌려졌다.
여기에다가 헌터협회의 도움을 받아 S급 헌터라는 사실도 공개되었다.
지금까지 대중들은 US그룹의 전략기획실장 김강현과 S급 헌터 김강현은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만큼 하나의 분야에만 집중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웠고, US그룹과 헌터협회에서 김강현에게 대중의 이목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여론을 조작한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여론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김강현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동시에 모든 정보들을 오픈했다.
덕분에 김강현의 헌터폰에는 불이 날 정도로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
이 내용들과 함께 김고엽 회장이 병환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김강현 실장이 그의 업무를 대행할 것이며,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대리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공표했다.
더불어 김강현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겐 미리 연락하여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자 아레스 그룹과 유럽헌터협회, US그룹, 연화그룹, 한국헌터협회 등 다양한 곳에서 김강현에 대한 내용이 진실임을 언급해 주었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이 하나 남아 있었다.